저는 지금 차를 렌트하러 왔는데요. 요르단에서는 국내 영문 면허증으로 차를 렌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이고요. 오늘은 요르단 북쪽으로 한번 여행해 보겠습니다.
요르단이 중동인데도 불구하고 기름이 되게 비싸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빌렸어요. 여기는 석유가 안 나고 다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름이 엄청 비싸다고 하네요. 주유하러 와서 주유하니까 주유비만 50 요르단 달러, 약 90,000원을 썼네요. 한국이랑 휘발유 값이 비슷해요.
요르단-시리아 국경 지역인 최북단으로 이동했는데요. 운전 중에 에어컨을 틀어도 너무 더운 거예요. 그래서 왜 이렇게 덥나 해서 창문을 열고 달렸는데, 다시 보니까 히터를 18도로 틀어놓고 달리고 있었네요. 도착 5분 전에 알았습니다.
국경 가는 길에 있는 고대 도시 ‘게라사’에 방문했는데요. 제가 주차하면서부터 저를 따라온 남성분이 있는데요. 입장권을 사서 유적지에 들어선 뒤에도 계속 쫓아오며 팁을 요구하네요. 제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자기가 와서 그냥 친절을 베풀고 팁을 달라고 하는 문화가 나중에 다음 관광객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팁은 거절했습니다. 열받아서 차를 긁거나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걱정은 되네요.
게라사는 그냥 관광지 느낌입니다. 티켓 검사는 아무도 안 하네요. 유적지에 들어와 보니 고대 건축물 중 보존이 잘돼서 상태가 좋은 편이라고 하는데, 사실 보존이 잘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보존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유적지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볼 게 없는 뷰 포인트에 실망스러웠는데요.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서 가 보니 콜로세움에서 전통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요르단 현지인이 추천해서 왔는데, 제가 아테네 신전을 봐서 그런지… 물론 좀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막 감명 깊은 느낌은 솔직히 없네요.
또 다른 고대 신전을 찾아와 봤는데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형체가 없는 건 이해하는데, 형체가 너무 없는데요? 지붕도 없고… 그래도 여행을 꽤 다녔는데, 다시 한번 교훈을 느끼고 갑니다. 관광지를 갈 거면 아예 진짜 유명한 관광지로 가야 해요. 애매한 관광지는 안 가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그럴 바에 차라리 관광지 없는 로컬로 들어가서 사람들이랑 노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가는 곳은 요르단의 최북단 도시인 아르람타인데요. 시리아랑 국경에 있는 도시예요. 사실 시리아는 여행 금지 구역이라 갈 수 없기 때문에 국경 지역에 가서 혹시나 시리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지, 아니면 이 도시는 어떤 분위기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르람타에 도착했는데, 도시가 생각보다 커요. 제가 생각했던 국경 마을 분위기는 아니네요. 여기는 진짜 현지인 동네네요. 아르람타는 인구가 한 10만 명 되는 북쪽의 도시예요. 배고프니까 밥부터 먹어보겠습니다.
아르람타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반겨주는 분위기입니다. 현지인이 치킨 빠루지가 맛있다며 추천해 준 레스토랑에 왔는데요. 영어 메뉴판은 없네요.
시리아 난민이 많을 거라고 예상하면서 이 도시에 왔는데요. 원래 국경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오자마자 편견을 확 깨주네요. 레스토랑에 있는 꼬마들이 장난도 걸어오고, 화장실도 안내해 주고… 순하고 귀엽네요.
주문한 치킨 빠루지가 나왔는데요. 치킨 한 마리가 통으로 나오는 메뉴였네요.
요르단-시리아 국경에서의 첫 식사를 잘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오는데, 직원들과 주방장이 친절하게 배웅도 해주네요.
1층에 있는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는데, 음식값은 3.75 요르단 달러, 약 7,000원이 나왔습니다.
근처에 있던 현지인들에게 갈 만한 카페가 있는지 물어보고 다시 이동하려고 합니다. 밥을 먹었으니까 좀 걸으려고 해요. 그런데 이 동네가 완전 현지 동네인 게, 여기서 잠자려고 호텔을 알아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호텔이 아예 없어요. 돌아다녀 보고 호텔이 있으면 여기서 잘 거고, 호텔이 없으면 여기서 30분 거리의 또 다른 동네 가서 잠을 자야 할 것 같아요.
어디를 봐도 커피가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닌데, 우연히 한 노점에서 정체 모를 검은 물을 판매하는 걸 보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모르’라고 합니다. ‘자모르’는 초콜릿도, 커피도 아니라고 하면서 다른 상점을 소개해 줘서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이 동네는 우리나라처럼 앉아서 커피 마시는 그런 개념의 공간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있는 이 마을에서 시리아 국경까지가 차로 한 4~5분 정도 걸리거든요. 거리로는 2~3km 정도 됩니다. 국경 근처 가서 분위기만 어떤지 보겠습니다.
국경으로 향하는 차가 하나도 없었어요. 뭔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긴장되는 분위기입니다. 괜히 못 가는 나라 근처까지 가는 것도 긴장되네요.
요르단-시리아 국경에 도착했는데요. 국경 분위기는 삼엄합니다. 일단 차를 돌리는 데가 없어서 국경 앞에 가서 차를 돌려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국경을 진짜 많이 넘었는데, 이렇게 차가 한 대도 없는 국경은 처음 봤어요. 보통 화물차 같은 거라도 쭉 서 있는데, 여기는 쥐 한 마리 없어요.
국경을 떠나다가 이상한 느낌이 나서 잠시 정차했는데, 제 차를 지켜보던 현지인이 얘기해 줘서 확인해 보니 펑크가 났네요. 근처 주유소에 가면 고칠 수 있다고 알려주네요.
주유소에 가서 차를 고칠 수 있냐고 물으니, 주유소 직원분이 70m 정도 떨어진 정비소 위치를 친절하게 알려주시네요.
다행히 정비소가 영업 중이라 타이어를 갈 수 있었어요. 렌트카 업체에 연락한 뒤 트렁크에 구비돼 있던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했습니다. 20 요르단 달러, 38,000원을 지불했습니다.
결국 숙소가 없어서 옆 도시로 이동했는데요. 더위에 지쳐서 들어간 숙소가 깔끔해서 좋네요. 이 동네에서는 고급 방 같은데, 한 5만 원 좀 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르단 북부 도시에는 숙소가 많지 않아서 방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최선이고 다른 데는 방이 없어서 여기에 묵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이르비드라는 도시고요. 호텔에서 한 10분 정도 거리에는 번화가가 있습니다. 시끌벅적해서 가 보니 행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칼춤을 추고 있어서 보고 싶은데, 인파가 엄청납니다.
도시 분위기는 세련되고, 여기선 어딜 가나 먼저 인사해 주네요. 저는 오늘 시리아 국경 지대와 요르단 북부 지역 여행을 마치겠습니다. 오늘 일정은 요르단 북부 이르비드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