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를 뽑으라면 누구라도 ‘천조국’의 위엄을 자랑하는 미국을 선택할 겁니다. 원래 천조국이라는 단어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하늘의 왕조’라는 뜻으로 사용됐는데 지금은 미국을 지칭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한자도 달라지는데 천조국, 즉 1,000조 원을 국방비에 쓰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실제 미국은 2023년 국방비로 1,096조 원으로 책정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합니다. 덕분에 미국은 전 세계 국방비 지출 1위, 군사력 1위, 무기 판매량 및 금액 1위라는 천조국의 지위를 갖추게 됐죠.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는 국가가 있는데 국경을 접한 캐나다와 멕시코입니다.
자칫 이 둘을 잘못 공격했다가 미국 땅에 폭탄이라도 한 발 떨어지는 순간, 그 국가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버릴 겁니다. 그래서 두 국가는 한국처럼 무기를 개발하거나 군사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는데, 실제로 캐나다의 경우 GFP가 발표하는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154개국 중 27위, 멕시코는 31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존재 자체로 거대한 안전장치이자 방어막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내부 단속만 철저히 했으면 충분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캐나다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쩐 일인지 해양을 방어하겠다며 잠수함 도입을 천명했는데, 그 주인공으로 한국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약 80조 원의 수출고를 올리게 되는데 어떤 잠수함이 캐나다를 유혹하고 있는 것일까요? 미국 북쪽에 자리한 캐나다는 대단히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입니다. 영토 크기로 보자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고 자원도 풍부한 자원 부국이기도 합니다. 인구도 3,800만 명을 넘어 강대국의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영토가 클수록 땅, 바다, 하늘을 가릴 것 없이 지켜야 할 영토가 많다는 의미인데 영토에 비해 캐나다의 군사력은 초라한 수준입니다. 특히 러시아와는 북극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미국의 군사력에 무임승차해 왔죠. 방공작전은 ‘노라드’가 관장해 주변 해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최신 미국 전투기가 출격하고 해안방어 역시 미국이 맡습니다.
세계에서 해안선이 가장 길어 잠수함, 방어용 전투함과 초계기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도 미 해군이 전담하고 있죠. 캐나다 해군은 그저 시늉만 낼뿐 거의 미국에 의탁한 수준인데요. 그런데 최근 캐나다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는지 잠수함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 중순 캐나다 왕립해군은 약 59조 원을 투입해 잠수함 최대 12척을 구매하자며 국방부에 제안했습니다. 현재 캐나다는 영국 해군으로부터 구매한 잠수함 4척이 있지만 수중배수량 2,400톤급인 중형 잠수함으로 벌써 함령이 40년이 넘었죠. 2000년경 잠수함을 인도받아 운용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3년 4월까지 3척으로 529일을 바다에 띄웠는데 유지보수 비용으로 약 2조 원을 썼을 뿐 아니라 1척은 단 한 번도 출항하지 못했습니다. 노후할수록 잔고장이 많으니까요. 더구나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북극해를 사이에 둔 러시아발 위기가 고조되면서 신형 잠수함 도입에 대한 압박이 높아졌죠.
2017년 캐나다 의회에서 잠수함 12척 구매에 대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정치권에서 논란이 이어지다 캐나다 국방부와 해군에 담당 부서가 신설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한국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바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개량한 ‘DSME3000’입니다.
아직 실물은커녕 구체적인 제원도 공개되지 않은 극비 중 극비무기죠. 개량 이전 버전인 도산안창호함을 보면 대략적인 스펙을 살펴볼 수 있을 텐데요. 한국은 1992년부터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독일에서 설계한 209급/214급 잠수함을 국내에서 건조해 왔습니다.
이때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만들어 보자며 시작된 사업이 ‘장보고3’ 사업입니다. 2007년에 착수했죠. 사실 잠수함은 수십만 개의 부품 하나하나가 완벽히 작동할 때 움직일 수 있는 최첨단 무기인데 21세기형 거북선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4,900여 일 만에 개발한 첫 잠수함이 바로 도산안창호함입니다.
장보고3 사업으로 총 3척의 잠수함이 건조되는데 선도함은 도산안창호함으로 이미 실전에 배치됐고, 안무함이 올해 4월 20일 해군에 인도되었습니다. 그리고 현대 중공업이 건조 중인 신채호함이 내년 이맘때쯤이면 해군에 인도될 겁니다.
도산안창호함은 디젤 잠수함 중 세계 최대 수준의 크기인 3천톤급으로 기뢰, 어뢰, 유도탄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해상 및 지상핵심표적에 대한 정밀타격능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산화율이 이전 잠수함 대비 2배 증가한 76%에 이르는데 이를 통해 수출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및 수출통제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1조 4,000억에 달하는 외화 유출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디젤 잠수함 중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SLBM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한 국가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탄도미사일은 그 운반체계에 따라 공중에서 투하하는 ALBM, 지상에서 발사하는 ICBM,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으로 나뉩니다. 그중 SLBM이 가장 두려운 무기인데 잠수함은 심해를 잠수하다 어느 순간 튀어나와 미사일을 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적국의 입장에서는 SLBM의 존재 자체로 극도의 불안감을 갖게 되는데 도산안창호함은 SLBM 발사대를 6대나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9월 15일 도산안창호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전 세계에 공개 과시했죠.
굉음과 함께 물줄기를 내뿜으며 공중으로 솟구친 미사일은 400km를 날아 목표지점에 명중했는데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SLBM에 성공한 국가가 됐는데요. 사실 SLBM은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중에서 엄청난 폭발력으로 발사되기 때문에 땅에 버금가는 지지대 역할을 해줄 잠수함이 필요하고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제대로 사출 되지 않으면 잠수함 승조원들의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SLBM은 콜드 런치, 즉 물속에서 압축공기로 미사일을 수직으로 쏘아 올린 후 수면 밖에서 점화시키는 기술 확보가 핵심인데 한국이 이 모든 기술을 성공시켰습니다. 단 1mm의 오차로도 발사에 실패하게 되는데 이를 성공시킨 겁니다.
미국 잠수함 전문가 서튼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이 공개한 도산안창호함은 미사일 능력에 새로운 여명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그렇다고 본다면 캐나다가 고려 중인 도산안창호함 개량형 DSME3000은 어떤 잠수함일까요?
지난 2021년 4월 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참석한 대우조선해양은 DSME3000 모델을 잠시 전시했었는데 길이 83.5m, 너비 9.7m에 흘수 14.7m로 크기가 상당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공기불요추진체계를 탑재했다는 것인데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게는 가볍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유지보수 비용이 적고 더 오래 잠항할 수 있는데요.
AIP를 장착한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수상으로 부상할 필요가 없어 잠항 작전 능력이 20일로 늘게 되죠. 구체적인 제원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장보고3 배치2와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중배수량이 4천 톤에 달하고 수직발사관도 6발에서 10발로 늘어났죠.
탄도미사일을 탑재하지 않는다면 이 공간에 토마호크 등 다른 미사일 수직발사관을 장착해 수십 발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하죠. 또한 함체 각 부분에 탑재된 레이더로 수중 및 수상의 적을 찾아 공격할 수 있는데 이는 캐나다가 가용 범위에서 구매 가능한 가장 매력적인 잠수함이라고 알려졌는데요. 그렇다면 최소 59조 원짜리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한국은 유리한 위치를 점했을까요?
맞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인물이 바로 캐나다 육군 4성 장군인 웨인 D. 에어 대장이기 때문이죠. 캐나다는 통합군 체제, 즉 육해공 사령부 위에 최고사령부가 있고, 사령관이 국방참모총장입니다.
2021년 국방참모총장에 취임한 에어 대장은 해외 파견 근무 경력이 상당한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중장 진급 직후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한국에 부임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국 측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뤄졌는데 한국에 근무할 당시 인간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한국에 상당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그에게는 ‘예영수’라는 이름이 있기도 한데 한미동맹친선협회가 그의 이임 선물로 지어준 이름입니다.
또한 평택시 ‘명예시민’이기도 하죠. 그가 이렇게 잠수함 도입에 진심인 이유는 이제 스스로 안보를 지킬 때가 왔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미국은 부족한 군사력을 쥐어짜 캐나다의 하늘과 바다를 지켜줬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맹비난했습니다. 우리 앞마당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데 왜 캐나다는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지 않냐며 무임승차를 비난했고 당장 군사력을 증강하라고 강력히 압박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고 비난인 만큼 자칫 중국 꼴이 날 수 있어 군사력을 증강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일부가 잠수함 도입인 겁니다. 또한, 웨인 대장은 적어도 미국의 잠수함만큼은 부족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활한 캐나다 해역을 지켜줄 만큼 풍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 3월 오타와에서 열린 국방정책 참모 회의에서 잠수함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잠수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잠수함은 미국의 버지니아급, 영국의 아스튜트급, 프랑스의 쉬프랑급 등이 있는데 다만 이들은 워낙에 가격이 비싼 핵잠수함이기 때문에 캐나다는 도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재래식 잠수함 중 북극권을 커버할 수 있는 장거리 장기간 잠항 능력이 우수한 모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의 DSME3000과 일본 다이게이급으로 압축됩니다.
실제로 캐나다 언론은 한국과 일본에 사찰단을 파견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내보낸 만큼 실제 두 국가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일본의 경우 그간 전투함 수출 경험이 전무한 반면 한국은 수차례 잠수함을 수출해 봤고 운용 요원에 대한 교육 경험까지 풍부하기 때문에 사실상 절대적인 우위에 있죠.
지난 5월 10일경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은 도산안창호함을 건조한 대우조선해양과 신채호함을 건조 중인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결정될 캐나다 잠수함 12척 도입 사업, 꼭 한국이 이 사업을 가져오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