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닥터프렌즈입니다. 최근에 <더 글로리> 시즌2가 시작했는데, 보면 굉장히 충격적이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사적 복수라는 건 허용이 안 돼 있잖아요. 법치주의 국가니까 그건 범죄죠.
<더 글로리> 내에서는 어렸을 때 당했던 그 학폭에 대해서 그 주인공이 사적 복수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거기에서 많은 대중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낀단 말이에요. 사실 사회적 동의를 얻었죠.
이렇게 학폭이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걸 생각해 봤을 때 그만큼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폭의 피해가 굉장히 크고 깊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학폭이라는 게 그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길까… <더 글로리>의 문동은도 보면 학폭의 충격으로 삶이 굉장히 비틀려 버리잖아요.
학창 시절은 너무 중요한 시기거든요. 그래서 어떤 상처를 입히고, 자아에 어떻게 손상이 나타나는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해요.
만성 우울증이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인기피, 이런 사회불안 장애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어렸을 때 좀 이런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100%는 아니지만…
그리고 이 학교 폭력이 더 무서운 이유는 같은 학교, 또래의 학교 친구나 학원 친구 등 또래에게 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이고, 이게 되게 큰 충격이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학생 때 생각해 보면 대인관계 범위가 그렇게 넓지가 않아요. 가족, 학교 선생님, 친구가 전부죠. 대인관계 범위가 넓지 않은 청소년이 집, 학교,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데, 거기서 친구한테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트라우마일 수밖에 없거든요.
학교 폭력은 매일 반복될 수 있고, 매일 얼굴을 봐야 하니까 사실은 굉장히 그 충격이 끔찍해요. 친구들 앞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것도 엄청난 수치심이나 모멸감,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청소년기에 되게 중요한 건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시절에 내가 폭력을 당한다는 건 좀 부정적인 자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거죠. 스스로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시기에 폭력을 당하면 나도 모르게 ‘나는 이런 취급을 당해도 되는 사람’, ‘맞아도 되는 사람’, ‘내가 뭘 해서 이렇게 맞았나?’라는 식의 부정적인 자아가 형성돼서 성인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굉장히 높고요.
아직까지도 좀 그런 게, 학교 폭력을 친구들끼리의 다툼 정도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부분이 있고, 저희 때는 더 그랬던 것 같고요. 사실 뭐 남자애면 싸울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죠. 오히려 이거를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얘기하는 것 자체가 뭔가 좀 이르는 놈처럼 되고, 고자질하는 사람이 되고, 못난 사람이 되는 분위기였어요.
어쨌든 또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적절한 조치를 또 못 해 주면 어릴 때부터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어지는 거예요. 이제 어른들도 믿지 못하고, 친구들도 믿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까 성인이 돼서도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가 어려워지죠.
학폭을 심하게 겪으신 분들은 제가 봤을 때 보통 두 가지 방향으로 가시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아예 대인관계가 위축되면서 혼자만 있는, 아예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경우가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의외로 사회생활을 잘하지만, 좀 과도하게 상대방한테 맞추고 배려하려고 하고 눈치 보고… 그리고 ‘내가 부족한 게 없을까?’ 고민하는 거죠.
남들이 봤을 때는 너무 착하고 친절한데, 그런 사람 중에 의외로 어렸을 때 좀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게 좋아서 이렇게 해 준다기보다는 이렇게 잘하지 않으면 또 옛날처럼 사회에서 뭔가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감 때문일 수 있어요.
아예 믿지 못 해서 혼자만 지내거나,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니까 막 과도하게 자기를 더 희생해서 좀 맞추려고 하는 두 가지 유형이 많은 것 같아요.
학폭은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되고 범죄의 영역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학교마다 학폭위가 있지만, 거기서 좀 제대로 처리가 안 되는 것 같으면 경찰 신고로 공권력 도움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더 이상 선생님이 교화하고 다독이고 개선하려는 걸로는 해결이 안 돼요. 이제는 인정해야 하는 건 분명 교화가 되지 않는 애들도 있어요.
이게 우리나라의 법이라는 것도 그렇고, 일단은 교화 우선이잖아요. 그게 추후에 아이들에게 어떤 극복하지 못할 만큼 페널티를 줬을 때 그 아이들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그런 교화 우선의 룰로 많이 작용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피해를 입는 아이들이 받는 트라우마가 깊고 오래간다면 거기에 합당한 벌이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칙이 또 있어 줘야 좀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이 학폭을 가지고 부모의 문제다, 선생님의 문제다, 학교의 문제다…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이제는 사회적인 어떤 합의가 좀 이루어져서 경찰이 조사한다거나 조처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요즘 또 문제가 되는 학폭들을 보면 어떤 사람은 강제 전학 가고, 어떤 사람은 그냥 아무런 조치도 않고, 어떤 사람은 그냥 퇴학당하고… 그러니까 이것도 너무 학교마다, 상황마다 충분한 일관성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것도 좀 어느 정도 합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과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일관적으로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학폭을 보는 방관자들도 결국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거거든요. <더 글로리>에서도 문동은과 같은 다른 피해자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둘이 서로를 도와주지는 못 해요. 왜냐하면 ‘쟤가 아니면 내가 될 것 같다…’라는 공포감에 서로 도와주지 못하면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아이들 마음속에 어떻게 남겠어요.
자아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나서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스스로 비겁하다는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게 굉장히 좀 슬프죠. 사실 학폭 피해자도 굉장히 많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게 어떻게 보면 자의든, 타의든 그걸 방관했던 사람들일 거 아니에요.
<더 글로리>의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운동선수나 연예인, 유명 정치가의 자녀 등 학폭 관련해서 자필 사과문 쓰고 사퇴하는 것들이 사실 일상이 된 것 같은데, 저는 이걸로만 끝나면 안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러면 유명하지 않은 가해자들은 괜찮은 건지… 그리고 이렇게 유명인들이 많이 학폭에 관련이 있다는 건 사실 알려지지 않은 학폭 사건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학폭했으니까 퇴출시키는 걸로 끝날 게 아니라, 현재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학폭을 얼른 막아야 하는 게 우선이죠. 현재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분명히 아이들이 지나가는 말로 은연중에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갑자기 학교를 자퇴한다고 얘기한다거나, 학교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거나… 이런 식의 어떤 표현들을 발견한다면 한 번 관심을 좀 가져 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일단 학폭에 대해 피해자가 얘기할 때는 무조건 피해자 입장에 서서 다그치기보다는 무조건 아이를 좀 지지해 주시고, 피해자 보호가 어쨌든 최우선이라는 것을 기억하시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다그치는 분위기보다는 최대한 기다려주고, 가해자랑 피해자를 격리해서 보복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시는 것도 되게 중요합니다.
이제 더 이상 가정의 문제, 학교 선생님의 문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적으로 이 학폭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막 새로운 꿈을 펼쳐나가는 우리 아이들이 아직도 이런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들 관심을 갖고 사회적으로 좀 인식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번엔 <더 글로리>에서 나오는 이슈들과 왜 우리가 거기에 공감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봤고, 다음번에는 더 좋은 콘텐츠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