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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나타나는 슈퍼맨이 있다? 서울 이곳저곳에 슈퍼맨이 등장한 사연

깨어있는 중국인으로 잘 알려진 유명 저널리스트 ‘장홍지에’ 는 지난 2004년 중국 내에서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책을 한 권 출간합니다. ‘중국인은 한국보다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제목의 이 책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엄청난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자존심 강한 중국인도 조차 약 49%가 책의 내용에 공감할 수밖에 밖에 없다고 답했죠.

이 책에는 재밌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 1위 초강대국이 되려면 한국인을 단결심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문장입니다. 그러면서 장홍지에는 “중국인은 기업이 존립하는 목적을 이윤혜 극대화로 보고, 일본인은 최고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함이라고 보지만 ,한국인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이 기업의 목적이며 기업은 국가 발전의 도구라고 인식한다고 썼습니다.

“원조를 봤던 수여국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이 된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힘이자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강의 기적은 애국심 충만한 국민 개개인의 단결심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국인이 가진 독특한 단결심이 현재 한국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보았죠.

그런데 18년 전에 쓰인 이 책에서 강조한 ‘애국심 충만한 한국인’을 우리는 지난 일주일간 수 없이 목격했습니다. 인간 세상에 숨어있다가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갑자기 등장해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는 슈퍼맨을 만나보겠습니다.

저는 지금 독일에 머물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지구에 닥친 기후 위기를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가뭄으로 독일 라인강의 수위가 40cm 아래로 낮아졌습니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라인강 수위는 한 달 전 90cm에 비해 절반 이상 낮아졌는데,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 곧 30cm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인강 외에도 이탈리아 포강은 수위가 2m가량 낮아져 평소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죠. 그야말로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신음을 앓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는 한국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8월 8일부터 9일에 걸쳐 서울에는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8일부터 9일에 걸쳐 서울에는 426.5mm의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이는 연평균 강수량 30%가 넘는 수준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물주머니가 한국 상공에 머무르고 있고 더 많은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시선입니다. 그런데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이 마비됐던 지난주 서울 곳곳에서는 슈퍼맨들이 단체로 등장했다 사라졌습니다.

지난 9일 ‘고양이 바이올린’이라는 유튜브 채널에는 ‘강남역 슈퍼맨이 있다면 이분은 양재동 슈퍼맨’이라는 14분짜리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양재동에서 찍힌 영상으로 보이는데, 영상 속 도로는 그야말로 물바다입니다. 승용차 바퀴의 절반이 물에 잠길 정도로 도로는 엉망이 되었는데요.

그 옆으로 빨간 모자를 쓴 남성이 왼손에는 나무 막대기 하나를, 오른손에는 파란색 삽 한 자루를 들고 등장합니다. 그 남성은 바지를 종아리까지 걷어 올리더니 터벅터벅 물결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망설임 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 온갖 오물로 가득 찼을 배수로에 자기 손을 거침없이 집어넣었습니다.

나무 막대기, 삽을 적절히 활용해 배수로를 뚫기 시작한 몇 분 뒤 고생하시는 아저씨가 걱정됐던지 한 시민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음료수를 건네주지만 그는 배수로를 뚫느라 이를 받아먹을 시간도 없습니다.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요. 그는 갑자기 흙탕물 속으로 자기 손을 집어넣더니 오물 덩어리를 한주먹 꺼냅니다. 몇 년이나 쌓였는지도 모를 만큼 배수로를 가득 메운 온갖 오물은 그의 손에 전부 끝이 올라왔고 몇 분 뒤 기적이 일어납니다.

배수로에 소용돌이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도로를 가득 채운 물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완전히 물에 빠지진 않았지만 수위가 상당히 줄어 통행이 원활해졌습니다. 이 빨간 모자의 남성은 서울에 깔린 수많은 도로에 매설된 배수로 중 하나를 뚫었을 뿐이지만 답답했던 한국인의 가슴도 함께 뻥 뚫어 주셨습니다.

이번 폭우의 원조 슈퍼맨은 따로 있습니다. 매번 폭우가 발생할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강남역은 이번 폭우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강남역 슈퍼맨’이라는 제목과 함께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의 한 도로에서 배수관에 쌓인 쓰레기를 맨손으로 끄집어내는 남성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배수로 덮개를 열고 낙엽, 전단지, 비닐, 캔, 페트병 등 그 누구도 맨손으로 만지고 싶지 않은 오물을 이 남성은 쪼그리고 앉아 전부 끄집어냈습니다. 이 남성 덕분에 도로를 가득 채웠던 빗물은 순식간에 빠졌는데요. 하루 뒤 그 남성의 딸이 등장했습니다. 그녀는 강남역 슈퍼맨 사진을 공개하며 이 남성이 자신의 아빠라고 전했습니다.

전날 새로 산 옷을 입고 출근하셨는데, 머드 축제에 다녀온 것처럼 옷이 더러워져 집에 돌아오셨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남성이 한 일은 아주 귀찮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꺼이 자기 새 옷을 더럽혀 가며 오물을 걷어낸 덕분에 도로에 가득 찬 물이 빠르게 빠질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선한 교훈을 얻은 사람이 분명 많았을 겁니다.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죠.

지난주 비 피해가 유독 컸던 신림동에서는 슈퍼맨이 단체로 등장했습니다. 일가족이 참사당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던 곳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주민 3명이 반지하 방을 돌며 창문을 깨고 5명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8일 저녁 한 빌라 지하 주차장에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당시 이 주변을 살피던 남성들의 귀에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반지하 문 앞에는 물이 가득 찼고, 창문에는 방범창이 달려있었습니다. 즉각 방범창을 뜯어낸 이들은 집 안에 갇힌 3명의 가족을 전부 구출했습니다. 그리고 30분 뒤 맞은편 오피스텔에 갇힌 주민도 구했습니다. 1시간 사이에 이들이 구해낸 주민은 모두 5명입니다.

서울 그리고 전국에서는 수없이 많은 시민이 슈퍼맨으로 변신했습니다. 한국인은 늘 다툽니다. 정치 문제, 경제 문제, 사회 문제를 두고 늘 충돌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되면 늘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 냅니다. 또다시 물 폭탄이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는데, 슈퍼맨이 등장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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