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대에 아버지 빚이 2억이 있었을 때도 도서관에서 차분하게 공부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제 감정 통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때 만약 짜증과 분노가 제 마음속에서 솟구치고 있었다면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어려웠겠죠. 한국 사람이 특히 통제하지 못하는 감성이 분노인 것 같습니다. 화병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화병이라는 그 단어가 미국 정신의학회에 이렇게 등재돼 있거든요. 그걸 보면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분노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부산 서면에서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여성한테 자신을 기분 나쁘게 봤다는 이유로 몰래 쫓아가서 돌려차기했던 사건이 있었어요.
불쌍한 그 20대 여성 피해자는 사과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지금까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서 생기는 폐해는 이렇게 심각할 수 있죠. 물론 누군가 이상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무방비인 타인을 가격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시시껄렁한 일에 화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화는 다스리지 않으면 점점 더 격렬해지는 경향을 보이죠. 작은 불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내 산불로 번지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그 정신 나간 남자도 처음부터 타인한테 함부로 손찌검하거나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평소에 작은 분노를 지속적으로 조금씩 표현하면서 계속 분노를 키워온 거겠죠. 화를 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누군가는 분노가 삶을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이라고 주장하는 그런 사람도 봤는데 분노는 정말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뇌 과학적으로 설명해 드려 볼게요.
사람이 화를 내면 뇌 속에 있는 편도체가 반응해요. 편도체는 신변에 위협이 생겼다는 알람을 울리게 되죠. 그 결과 호흡이 가빠지고 얼굴은 상기되고 온몸은 긴장됩니다.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그런 것에 적합한 몸 상태가 마련이 되죠. 인류는 왜 이렇게 진화했을까요? 원시시대의 인간은 언제나 죽음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사나운 동물의 기척이라도 듣게 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해야만 했죠. 사람이 순식간에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뇌의 영역, 그 부분이 편도체입니다. 온몸에 있는 자원을 끌어당겨서 단숨에 전투태세에 돌입시키는 거죠. 편도체의 알람이 울리면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약화가 돼요. 그러면 합리적인 판단이 잘되지 않죠.
여러분은 분노로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는 사람을 본 적 있으실 거예요. 그런 사람과는 더 이상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화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편도체가 울리면 육체적으로 싸우거나 도망가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키니까 깊은 생각과 정교한 판단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거죠.
당연히 말과 행동에서 실수가 계속 나오게 됩니다. 현시대의 경쟁에는 편도체 기능이 좀 어울리지 않는 면이 크다고 봐요. 지금은 사업에 실패할지라도 죽음의 위협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밖에 다닐지라도 누구한테 한 대 맞는 경우도 거의 드물 겁니다. 이렇게 충분히 안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분노로 편도체 알람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그런 사람이 있는 거예요.
분노는 지금 시대의 경쟁에 어울리지 않는 정신 상태입니다. 모든 경쟁은 다 두뇌 싸움이 기반이 돼요. 길거리에서 치고받는 그런 싸움이 아니죠. 아주 냉철한 두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태산이 무너져도 상황을 침착하게 바라보고 사고할 수 있어야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화를 없애는 몇 가지 철학과 방법을 알려드려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논쟁은 바보나 한다. 인터넷에서 말다툼하는 사람치고 대단한 이슈로 논쟁하는 사람이 없어요. 사소한 일 가지고 자존심을 운운하고 말꼬리나 잡죠. 무의미한 이슈로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화내고 있는 건 너무나 무의미합니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문제 해결을 위해서 투자해 보세요.
둘째로, 쟤가 저러고 싶어서 저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좀 해 보십시오. 작은 일에도 막 흥분하면서 편도체가 고장 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은 본인이 원해서 저급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버튼을 누르면 명령어를 이행할 수밖에 없는 그런 기계처럼 특정 타이밍에 무분별하게 분노하는 거예요.
현명한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분노에 같이 휘말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도 저러고 싶어서 지금 화내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측은지심을 발휘하시면 좋겠어요. 실제로 사람은 생각이 다른 게 정상이라는 것, 내가 100%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상대는 100% 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생각이 다른 거죠.
굳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 각자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릅니다. 한 사람한테 옳은 것도 다른 사람한테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분개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넷째, 화가 올라오면 심호흡하거나 잠시 산책하러 나가 보세요. 화가 올라오면 사람은 거의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부정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듭니다. 이럴 때 심호흡하거나 산책하면서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죠. 이렇게 하면 정서가 차분해져서 문제의 실마리를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성경에는 ‘노화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소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분노에 휘둘리지 말고 강한 멘탈로 유지하면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