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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80의 탄생 (2부) 국산차 OO 수준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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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의 2장은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시작했습니다. 서킷을 시원하게 내달리며 등장한 2세대 제네시스는 1세대의 아쉬운 부분들을 갈고닦아 모든 면에서 진보된 성능을 제공했죠.

정식 출시에 앞서 광고 촬영 사진이 유출됐고, 여러 가지 브랜드를 섞어놓은 짬뽕 디자인이라면 일부 네티즌들에게 욕을 먹었지만, 막상 제대로 공개된 실물은 누가 봐도 멋진 디자인이었어요. 최신 현대차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단정하면서도 힘 있는 선이 돋보였고,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과 ‘ㄷ’자로 꺾인 LED 주간 주행등이 시선을 사로잡는 전면부는 존재감이 뚜렷했습니다. 다만 아우디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많았죠.

긴 휠베이스가 돋보이는 측면은 이전의 보수적인 3박스 스타일에서 벗어나 ‘쿠페 형태’로 다듬어졌고, 거대한 알루미늄 휠, 늘씬하게 뻗은 캐릭터 라인으로 후륜구동 세단의 우아함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후면부는 입체감이 돋보이는 LED 리어램프와 깔끔하게 정리된 듀얼 머플러로 스포티한 느낌이었어요. 뭔가 급조된 티가 났던 이전 제네시스 로고를 세련되게 다듬은 것도 정제된 디자인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스포츠 세단의 날렵함과 대형 세단의 중후함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는데, 이때부터 디자인만큼은 당대 수입차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죠. 현행 3세대 모델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꽤 있고요.

수평 기조의 실내 역시 외관과 마찬가지로 한결 차분하고 정돈된 모습이었습니다. 나파 가죽과 스웨이드, 질감을 살린 원목 등 질 좋은 소재로 꾸며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어요. 대화면 내비게이션과 서라운드 뷰, 헤드업 디스플레이,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입 아픈 편의 장비를 대거 탑재했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버튼으로 이 넘칠듯한 첨단 기능들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죠.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 온도 설정 등을 할 수 있는 텔레매틱스 시스템 ‘블루링크’를 기본 적용해 전작 ‘모젠’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기능을 제공한 것도 좋았고요. 다만 이 비대칭 송풍구는 왜 이렇게 했는데 아직도 이해가 안 되네요.

또 휠베이스가 크게 늘면서 뒷좌석은 공간도, 승차감도 한결 쾌적해졌습니다. 여전히 4인승에 가까운 건 똑같았지만 뒷좌석에도 들어간 통풍시트, 독립식 공조 장치, 뒷좌석 듀얼 모니터, 고스트 도어 등 이번에도 2세대 에쿠스 못지않은편의 장비를 마련했고, 대형 세단에는 흔치 않았던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해 개방감을 선사한 점도 좋았죠.

파워트레인은 전작과 동일한 3.3 L, 3.8L GDi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는데, 신형임에도 오히려 출력이 줄어들어 논란이 있었죠. 차량의 성격에 맞게 중저속 토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줄어들었다는 해명을 했고, 설명대로 실용 구간에서는 쾌적한 주행 성능을 제공했지만, 이전 세대 제네시스가 뻥마력이었다는 의심은 거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당신 현대차가 기본기 향상을 외치는 데 핵심이 됐던 차량인 만큼 엔진룸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초고장력강을 폭넓게 사용하면서 차체 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전작의 에어 서스펜션은 버렸지만, 발전된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주행 환경에 따라 구동력을 다르게 배분하는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주행 안정성이 대폭 향상됐습니다.

개선을 거듭한 수입 경쟁차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했지만, 적어도 프리미엄 모델에 기대하는 수준만큼은 해냈죠.

다만, 전작에 비해 황당하리만치 늘어난 몸무게는 경쟁차에 비해 둔한 움직임, 연비 하락 등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제네시스가 경쟁차에 반 체급 정도 크기가 컸지만, 그건 전작도 마찬가지라 변명이 되지 못했죠. 기술력 차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그 육중한 차체의 덕을 본 부분도 있었는데, 중량에서 오는 묵직한 승차감은 덤이었고, 충돌 안전성이 경쟁차를 압도할 만큼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특히 전면부 25% 부분을 빗겨치는 신개념 ‘스몰 오버랩 테스트’가 2012년 미국에 도입되면서 많은 차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는데, 제네시스는 이에 대응한 안전 설계로 최고등급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내친김에 ‘긴급 제동 보조’를 현대차 최초로 적용해 충돌 방지 시스템 평가까지 만족하면서 ‘2014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되기까지 했죠.

한편 이 무렵 현대차의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안전성에 차이가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현대차는 동호회 회원들과 블로거 수십 명을 초청해 직접 눈앞에서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 진행, 뛰어난 안전성을 직접 검증받기도 했죠. 이때 차량은 공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차 중 아무거나 집어 왔다고 하죠.

2015년에는 연식 변경을 통해 차선이탈 방지 장치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경쟁차의 홈그라운드, 유럽 시장에도 잠깐 진출했는데,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과 메리트 없는 가격, 뛰어난 현지 경쟁 모델로 인해 이 차를 살 이유가 딱히 없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폭망 했습니다. 지금도 현대차를 유난히 싫어하는 분들의 식지 않는 떡밥 중의 하나로 열심히 회자되고 있죠.

앞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2015년 말 에쿠스의 후속인 ‘EQ900’과 함께 출시되었습니다. 1세대 BH부터 세워졌던 계획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예정보다 꽤 오래 걸렸지만, 런칭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죠.

2016년 7월 출시된 2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현대차의 라인업을 떠나 제네시스 브랜드에 소속됐고, ‘G80’이라는 차명을 붙였습니다. G80의 외관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전 모델에서 크게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묘한 디자인의  LED 헤드램프를 추가하고, 범퍼 하단에 크롬 장식을 넣어 인상이 살짝 달라진 것, 트렁크에 G80 레터링이 붙은 것이 전부였어요.

실내 역시 변화는 거의 없었는데,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에 걸맞게 이전 모델에 비해 고급 소재가 더 폭넓게 적용됐고, 이제는 구형 차와 신형 차를 가르는 기준이 돼버린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그립감이 좋은 전자식 기어 레버가 추가된 게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였죠. 이밖에 개선된 주행 안전 장비를 옵션으로 마련해 보다 높은 수준의 주행 보조도 가능했습니다.

G80으로 바뀌면서 전반적으로 200만 원가량 올랐는데, 드러나는 변화에 비하면 납득이 가는 인상은 아니어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마케팅 값이 좀 포함된 걸까요?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썼고, 후에 2.2L 디젤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디젤 파워트레인이 강세였던 독일 브랜드 경쟁차에 대응하기 위해서 부랴부랴 내놓은 모델이었는데, 가솔린에 비해 연비가 좋긴 했지만 무거운 몸무게는 여전해서 어디까지나 가솔린 제네시스보다 나은 수준이었습니다. 오히려 높은 효율의 경쟁차와 비교만 되는 결과를 낳아 인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디젤 모델은 듀얼 머플러가 있는 자리에 ‘머플러 형상의 장식’을 넣었기 때문에 시동을 켜지 않아도 구분할 수 있었죠.

2016년에는 기존 G80의 디자인을 더 스포티하게 다듬고,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G80 스포츠’ 모델도 내놨습니다. 과격한 인상의 범퍼 디자인, 블랙 베젤 램프, 전용 멀티 스포크 휠 등으로 외관을 차별화했고, 실내도 편의사양은 그대로 유지하되 스티어링 휠, 우드그레인을 카본 장식으로 교체하는 등 중후한 느낌을 덜어냈죠.

가장 중요한 파워트레인은 제네시스 EQ900에서 먼저 선보였던 3.3L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해 과격한 외관에 걸맞는 시원스러운 출력을 제공했습니다. 다만 ‘스포츠’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에 비해 주행 성능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터보 엔진의 성능은 기존 3.8L 모델보다 뛰어났지만, 2톤이 넘는 둔한 차체는 여전히 반박자 느린 움직임을 보여줬고, 탄탄함 보다는 안락하고 여유로운 승차감이 더 돋보이는 ‘스포츠 패키지’에 가까운 모습이었죠. 여러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도 존재감이 돋보이는 스포츠 외관은 좋은 반응을 얻어 G80의 중후한 디자인에 망설였던 젊은 소비자들의 끌어들이기도 했고, 나중에는 3.3L 자연흡기 가솔린 모델에 디자인만 스포츠룩으로 꾸밀 수 있는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을 옵션으로 제공하기도 했죠.

2세대 제네시스 그리고 첫 번째 G80은 기존 국산차와 결을 달리하는 스포티 하면서도 가벼워 보이지 않는 디자인과 현대차의 장기인 가격 대비 넉넉한 실내와 편의장비, 편안한 승차감과 정숙성이 돋보였습니다. 여기에 높은 안전성, 국산차라는 메리트가 더해져 강력한 수입 경쟁차의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좋은 판매량을 유지했죠. 법인 수요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요.

물론 늘어난 전자장비로 인한 잔고장, 경량화 기술의 부족으로 경쟁차에 비해 주행 성능과 연료 효율은 미흡했지만, 이전에 비해 그 격차를 크게 좁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산차의 품질이 2세대 제네시스 출시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국산차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념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죠.

해외에서의 반응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런칭한 이후 2017년 북미 판매량은 1만 6천 대, 신생 브랜드치고는 높은 판매량인데, 경쟁차인 ‘렉서스 GS’, ‘재규어 XF’, ‘캐딜락 CTS’보다도 많이 팔았어요. 1세대 모델부터 쌓아 올린 좋은 평가가 2세대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안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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