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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합니다!

“형사님들, 나는 사기, 폭력으로 인해 죽음을 당합니다.” 2021년 2월 24일, 충북 제천에서 숨진 채 발견된 67세의 노인의 휴대폰 유서에 담긴 첫 줄입니다. 이 노인 분의 유서엔 농사 지으려고 트럭이 필요해 중고 트럭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차는 없었고, 20대의 폭력배들에게 둘러싸여 손에 쥐가 나도록 대출 서류 서명을 해가며, 200만 원짜리 차를 700만 원에 사게 된 억울한 사연이 가슴 먹먹히 아프게 담겨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중고차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 의하면 중고차 시장 및 매매상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14.8%와 11.2% 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중고차 구매 시 불만을 겪은 소비자들의 불만 유형으로는 ‘고지 설명과 다른 성능 상태 45.4%’, ‘사후 관리 미비 39%’, ‘허위 미끼 매물 29.7%’, ‘사고차 미고지 26.9%대’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 발급은 법적 의무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27.1%가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도 허위 매물을 올리는 이들을 응징하겠다는 자극적 영상들이 넘쳐납니다. 일종의 인터넷 자경단인 셈이네요. 사태가 이쯤 되니 특이하게도 중고차 시장에서만큼은 대기업의 진출을 원하는 응답자가 무려 66%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수입차들은 5~6년 연식의 인증 중고차를 이미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구매자들로 하여금 중간에 차를 팔도록 유도하면서 시세 차익을 남기고, 기존 구매자들이 다시 새로운 모델의 새 차를 구입하도록 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그림인 건데요. 국내에서는 2013년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틀어 막아왔습니다.

그리고 2019년 2월에야 이 규제가 만료됐습니다. 그동안 수입차 업체는 별 경쟁 없이 자유롭게 자기네 차들을 팔아왔죠. 어쨌든 이제 만료가 됐으니 이걸 다시 시행할지, 고칠지, 폐지할지 빨리 결정해줘야 하는데 중소벤처기업부는 여기저기 눈치 보면서 차일 피일 미룹니다. 결국 법정 기한 2020년 5월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또 한 해를 넘겨 2021년 1월에 심의위원회가 열렸는데, 또 결론을 못 내고 대선 이후로 넘겨버립니다.

소비자들도 원하고 대기업도 하겠다고 하는데 얼른 결정을 해줘야지, 이렇게 몇 해 시간 끄는 동안 수입차 업체들은 돈 벌고, 국내 소비자들은 이래저래 사기 피해 당하고, 심지어 성실하게 살아온 노인 분이 돌아가시기까지 했는데 중기부는 대체 뭘 한 겁니까? 대선이 끝났습니다. 이제 눈치 볼 일은 없어졌고, 지난 3월 18일 드디어 결론을 내렸습니다.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게 저 법이 기한 만료로 폐기된 지 3년 만의 일입니다. 물론 조건부입니다. 기존 업체들이 순순히 자기 시장 내주진 않겠죠? 현대차그룹은 기존 중고차 업계를 위해 5년, 10만km 이내의 인증 중고차만 팔겠다고 했습니다. 그 외 매입 물량은 경매로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해주기로 했습니다. 시장 점유율도 제한됩니다. 2022년 올해는 2.5%, 2023년에는 3.6%, 2024년엔 5.1% 내에서만 인증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건 뭐 나라에서 매출 목표 잡아주고 있네요? 그래도 그나마 일단 시장 열어준 것만으로도 만족합시다. 

2020년 기준 중고차 시장 규모가 395만 대니까 여기서 2.5%면 약 9만 8천여 대 정도 팔 수 있는 겁니다. 2020년에 제네시스가 10만 8천 대 정도 팔렸으니까, 이 시장 꽤 매력적입니다. 저 정도만 팔게 해도 차 판 사람은 다시 새 차를 사게 되어 있으니… 아빠 세대가 차 팔면, 아들 세대에서 아빠 쓰던 차 사는 거죠. 

그 사이에 현대는 새 차도 계속 팔고 중고차도 팔면서 또 이익도 남기는 겁니다. 매물 매입도 기존 영업망이 있어서 간편합니다. 전국의 현대차 대리점이 몇 군데인가요? 그거 그대로 쓰면 됩니다. 중고차 매물을 보상 프로그램으로 확보해서 상태 좋은 차들은 팔고 좀 아니다 싶은 차들은 매매 업자들에게 경매를 넘길 수 있겠죠. 현대 입장에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정말 노나는 사업이죠.

3년을 기다리는 사업인 만큼 현대차가 이 계획에 공을 들이긴 했습니다.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 센터를 구축해 CPO(Certified Pre-Owned)라는 중고차 인증 제도를 수립했고요. 이 제도를 통해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해 신차 수준으로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이 센터에서 정밀 진단뿐 아니라 판금, 도장 등 내외 개선 프로세스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뭐 거의 중고차가 아니라, ‘리퍼 제품 수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보상 판매 프로그램도 준비했습니다. 대신에 현대차로 락인시켜야 하니까 매입과 중고차 처리 신차 구입을 한 번에 진행하도록 묶어 놨습니다. 이런 건 잘한 것 같아요. 다만 수입차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은 좀 꺼려지겠네요.

정보 비대칭 문제도 해소해 주기 위해 중고차 통합 정보 포털도 구축한다고 합니다. 이걸 자사 고객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기존 중고차 업계 등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이러면 대충 그림 나오죠? 플랫폼 사업으로 엮겠다는 겁니다. 이건 기존 중고차 앱 스타트업들이 꽤 힘들어질 뉴스네요.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판매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오픈 매장에선 신차 팔아야죠. 요즘 VR 기술들이 좋아져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업계 큰 형님이 나타나셨으니, 중고차 시장에서 더 이상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 호구니, 양아치니 하며 헐뜯는 일은 더는 없길 바라봅니다. 중고차 시장이 사실 이렇게 흘러갈 시장이 아니거든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에 관해 네티즌들의 반응도 모처럼 호의적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의 두 배가 넘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고객 신뢰를 위해 자체 성능 점검 체계를 갖추고, 차량 이력과 잔존 가치 등에 관해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부디 현대차의 이번 시장 진출을 통해 중고차 업계 전체가 제정신을 차릴 기회를 맞이하길 기대해 봅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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