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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컴팩트 MPV 시장을 장악했던 국민 아빠 차, 쉐보레 ‘올란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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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 Purpose Vehicle’ 줄여서 ‘MPV’라고 불리는 이 차들은 이름 그대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뜻합니다. 여러 명의 승객을 편안하게 실어 나를 수 있는 세단의 장점과 뛰어난 공간 활용성으로 많은 짐을 수납할 수도 있는 왜건의 장점, 여기에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 등 레저를 즐기기에 적합한 SUV의 장점을 섞은 크로스오버 형태의 자동차를 일컫죠.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막론하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그것도 여러 가지 차급으로 꾸준히 신모델을 내놓는 중요한 장르 중 하나입니다. 특히 ‘컴팩트 MPV’의 인기가 상당해요.

반면,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는 MPV 역시, 대형을 빼고는 전멸했습니다. 과거 찬란했던 황금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죠. 오늘은 거스를 수 없는 파도에 떠밀려 간 한 컴팩트 MPV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 GM ‘쉐보레’ 출범 후 정식 출시된 첫 번째 차, 숙적 ‘카렌스’를 제치고 컴팩트 MPV 시장을 장악해 버린 ‘국민 아빠 차’, 이번 시간에는 쉐보레 ‘올란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초기 국내 컴팩트 MPV 시장은 95년 출시된 현대정공의 ‘산타모’를 시작으로 이후 등장한 기아 ‘카렌스’와 ‘카스타’ 대우 ‘레조’ 4 모델이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IMF 외환 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었고, 전편에 경차와 같은 저렴한 유지비의 경제적인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았죠. 당시 7인승까지 승합차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규정에 힘입어 저렴한 보험료와 자동차세를 낼 수 있으면서 유류비 부담이 덜한 LPG 파워트레인을 쓴 컴팩트 MPV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차였습니다. 덕분에 국내에서 나름 큰 볼륨을 차지하는 차급이 됐죠. 여담으로 이때 세금 혜택을 받으려고 거의 어거지에 가까운 7인승 모델들이 종종 나오기도 했어요, 이런 거죠.

이후 수명을 다한 현대 ‘산타모’와 기아 ‘카스타’가 시장에서 빠졌고 기아 ‘카렌스’ 와 대우 ‘레조’만 남아 왕년의 인기를 이어 오랜 기간 경쟁했지만, 2006년 기아가 2세대 ‘뉴 카렌스’를 내놓고 레조가 2007년, 후속 없이 단종되면서 기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2008년 가을, 파리 모터쇼에 쉐보레 로고를 단 한 콘셉트 카가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7인승 컴팩트 MPV, 올란도였죠. 이때는 쉐보레도 아니었어요, ‘시보레’였죠. 올란도는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3년 후인 2011년 출시됐습니다. GM 대우가 역사 너머로 사라지고 쉐보레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정식으로 출시된 첫 번째 모델이었죠.

당시 컴팩트 MPV 시장은 경쟁차 없는 기아의 독무대였지만 인기는 예전 같지는 않았습니다. 시장을 장악했던 뉴 카렌스 역시 연식이 쌓이며 신선함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이런 분위기 속에 쉐보레 올란도가 투입된 것이죠. 1세대 크루즈, 즉 ‘라세티 프리미어’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올란도는 준중형차를 베이스로 했음에도 중형차를 베이스로 한 뉴 카렌스에 비해 전고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넉넉한 크기를 자랑했습니다. 곡선 위주의 디자인으로 부드러운 인상과 승용 감각이 돋보였던 카렌스와 달리 당시 쉐보레 모델들이 그랬듯 직선과 면이 돋보이는 투박한 디자인은 가족을 지켜줄 것 같은 견고하면서도 든든한 느낌을 줬죠. 여기에 거대한 크기의 알루미늄 휠과 검은색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 SUV에 가까운 터프한 인상이었습니다.

한편, 먼저 출시된 기아 ‘모하비’랑 아주 닮아서 이 두 차량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콘셉트카 등장 시점과 개발 기간 등을 생각하면 닮은 건 우연이라고 보는 게 가깝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유튜브 ‘아재라이드’ 출연으로 유명해진 김태완 디자이너의 손을 거친 모델이죠. 실내 역시 당시 쉐보레 차의 특징이 반영된 좌우 대칭형 ‘듀얼 콕핏’ 디자인을 적용해 안정감이 돋보였습니다. 여기에 은은한 푸른색의 조명을 사용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뽐냈죠. 계기판, 공조 장치, 기어 레버 등 전체적인 구성은 라세티 프리미어와 거의 같았지만, 미니밴 설계가 적용되면서 대시보드가 높아진 것이 특징입니다.

전반적인 소재의 질감과 버튼의 조작감은 투박했지만 세련된 디자인으로 커버했고, 이 때문에 10년이 지난 지금 봐도 동시대 차들과 비교해 구식 느낌이 별로 안 나죠. 오디오 조작부를 통째로 열어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등 깨알 같은 아이디어도 돋보였어요. 공식 사진에는 있었던 내비게이션을 장비하지 않고 출시해 볼멘소리가 나왔었는데, 애프터 마켓의 장인들은 늘 이런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해줬죠. 2열 승차감은 단단한 뒷좌석 쿠션과 서스펜션 세팅으로 말랑한 승차감인 뉴 카렌스에 비해 안락함이 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차가 패밀리카로 쓰이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죠.

다만, 그 아쉬움은 적재 공간에서 완전히 상쇄했습니다. 박스 형태로 생긴 외관에서 짐작되듯 사각형으로 떨어지는 트렁크 공간, 높은 지상고, 완전히 평평하게 접히는 뒷좌석으로 짐을 싣고 내릴 때 웬만한 대형 SUV나 미니밴 부럽지 않은 적재 능력을 제공했죠. 덕분에 부피가 큰 육아용품, 유모차를 싣기에 적절해 어린 자녀를 둔 부부에게 안성맞춤이었고, 패밀리카와 업무용 차량에 구분이 없는 자영업자들도 선호했습니다. 2열을 모두 접으면 무려 성인 2명이 발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라 최근 ‘캠핑 차박 열풍’이 불기 한참 전부터 ‘올란텔’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죠.

또, 구색만 갖춰놨던 과거 모델들과 달리 탈 만한 3열을 선보인 것도 장점이었어요. 차급의 한계로 여전히 성인들이 장거리를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했고 경쟁 차와 비교해도 더욱 쾌적한 공간이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윈스톰, 캡티바에 쓴 2.0리터 디젤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 후에 2.0리터 LPG 모델을 추가하면서 카렌스와 직접적인 경쟁이 가능했습니다. 비록 가뜩이나 무거운 차체에 구형 기화기 방식을 쓴 LPG 모델의 성능은 동 배기량 기아차 LPI 모델에 비해 좋지는 않았지만, LPG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메리트가 충분해서 꽤 많은 판매량을 담당했죠.

특히 2.0리터 디젤 엔진의 시원스러운 출력이 많은 아빠들을 매료시켰고 단단한 하체도 승차감에서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대신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했죠. 나중에 출시된 경쟁차 3세대 카렌스와 비교해도 주행 성능만큼은 앞선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여기에 2011년 유로 NCAP에서 ‘별 다섯 개’, 국토부 선정 ‘올해의 안전한 차’에 선정되는 등 겉모습만큼 듬직한 안전성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만들었죠. 실제로 문을 열고 닫을 때나 차에 앉아 있으면 뭔가 두꺼운 게 나를 지켜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일명 ‘보령 미션’이라고 불리던 악명 높은 1세대 6단 자동 변속기가 여기서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궁합이 안 맞는 건 디젤과 LPG 엔진을 가리지 않았어요. 반응이 굼떠 적절한 구간에서 변속이 안 되는 ‘바보 증상’은 애교였고 이러다 부서지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변속 충격, 변속기 과열, 심한 경우 후진이 안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여러 동호회를 중심으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자동차 전문매체의 보도를 통해 지적이 이어졌죠. 한국 GM은 변속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급한 불을 끄기로 결정, 2013년부터 개선된 2세대 변속기를 도입하고 나서야 잠잠해졌습니다.

주행 중 시동 꺼짐 문제가 간헐적으로 발생했는데 시동 버튼의 오작동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크루즈와 동일한 디자인의 사각형 시동 버튼을 보편적인 원형 버튼으로 교체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죠. 결함으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2013년 출시된 기아의 3세대 카렌스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준중형 플랫폼’을 사용하는 자충수를 두면서 게임이 올란도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죠. 판매노선을 대륙이 아닌 유럽으로 설정하면서 작은 차체에 실용적인 패키징을 추구하는 올 뉴 카렌스는 올란도와 비슷해지기는커녕 전작보다도 크기가 작아졌고 프라이드 해치백을 불려 놓은 듯한 디자인 역시 올란도에 비하면 왜소해 보였습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스스로 상품성을 내려놓는 천금과도 같은 기회에 노를 저어야 했지만, 정작 그들의 결정은 ‘같이 갑시다.’ 연식 변경을 통해 뒷좌석 열선 시트, 차선 이탈 및 사각지대 경고, 전방 충돌 방지 경고 등 패밀리 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편의 안전 사양을 탑재했고,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LED를 적용해 신선한 느낌을 더하는 등 상품성을 개선하기는 했지만, 변화 폭에 비해 납득이 가지 않는 수준으로 가격을 올렸어요. 비슷한 사양의 카렌스와 수백만 원 차이가 날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카렌스를 압도할 만큼 나름 잘 팔렸습니다.

하지만 2015년,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맞춰 기존의 2.0리터 디젤 엔진을 단종하고 소형 SUV, ‘트랙스’에 들어간 1.6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해 판매했는데, 요소수 장치가 추가된 데다 다운사이징까지 했음에도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로부터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하죠. 경쟁 차가 삽질을 했지만 그 구덩이에 친히 몸을 던지는 이 어이없는 행태는 결국 지속적인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설상가상 한국 GM의 경영 악화로 2018년 2월, 군산 공장이 폐쇄되면서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던 크루즈와 함께 조용히 단종됐죠. 경쟁 차 카렌스도 같은 해 10월, 끝내 후속 없이 생산을 멈췄고 소형 SUV ‘셀토스’에게 자리를 넘기면서 컴팩트 MPV 시장의 고객들은 졸지에 선택지가 전부 사라져 버렸습니다. 중고 모델을 구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값에 비슷한 공간을 제공하는 중형 SUV나 ‘카니발’로 눈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단종됐지만, 해외에서는 2세대 모델이 출시됐죠. 단, 1세대처럼 국내에서 개발한 것이 아닌 상하이 GM에서 개발해 가까운 중국 시장에 내놨습니다. 투박했던 기존 모델에 비해 한결 가볍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SUV 못지않게 내·외관이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실용성이 돋보여 올란도의 단종을 아쉬워했던 많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 씁쓸하게 했죠. ‘트레일 블레이저’와 ‘더 뉴 말리부’에 올라간 1.35리터 가솔린 엔진에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조합했다고 하는데, 혹시 국내에 들어온다면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요…

여담으로 2012년에는 중형 세단 말리부를 대신해 ‘택시 전용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는데 3열을 없애 5인승으로 바꾸고 저렴한 가격에 내놨습니다. 거대한 LPG 봄베로 트렁크가 비좁은 세단 택시보다 훨씬 넉넉한 적재 공간을 무기로 내세웠고 등장만으로 세단일 색이던 택시 시장에 신선함을 줬죠. 관광지나 공항, 호텔 등에서 기존에는 대형 택시나 콜밴만을 이용해야 ‘했던 짐이 많은 승객’을 타깃으로 설정해 실제로 이용객들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통상 쓰이는 중형 세단에 비해 운전석 피로도가 높은 데다 뒷좌석 승차감도 좋지 못했고, 무엇보다 LPG 연비가 나쁘다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인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또 MPV형 택시가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에 대형 택시로 오해해 혹여, 높은 가격을 지불할까 탑승을 피하는 경우가 잦았고 이 때문에 이런 안내 문구를 붙여 놓는 경우도 왕왕 있었어요. 올란도 택시의 영향을 받아 몇몇 택시가 경쟁차인 올 뉴 카렌스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정식 출시 모델이 아닌 탓에 가격이 높아 마찬가지로 인기는 없었죠. 지금은 약간 뜬금없지만 르노 삼성의 ‘QM6 LPe’가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 아빠 차 ‘쉐보레 올란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컴팩트 MPV 시장이 저물어가는 와중에도 국내에서만 매년 2만 대 가까운 준수한 판매량을 이끌며 한국 GM의 효자 모델로 활약했지만, 역시 SUV의 파도는 거스를 수 없었죠. 해외 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북미와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동급 SUV의 인기에 밀려 2015년 일찍이 단종했습니다. 다행히 중고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물이 적은 3세대 카렌스에 비해 현재까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죠. 특히, 2011년부터 18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모델 체인지 없이 판매됐고 베스트셀러 1세대 크루즈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 만큼 부품 수급도 용이한 편이고요.

한국 GM피셜 3~40대 남성 고객이 70%를 차지하는 제조사가 보증한 진정한 아빠들의 차 올란도는 지금도 많은 가장들의 패밀리카이자 자영업자들의 든든한 러닝메이트로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편 ‘카니발’과 ‘스타리아’ 단 두 차종으로 압축되어 버린 국내 MPV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등장할 소형 MPV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전기차로라도 좀 나와 줬으면 좋겠네요. 다음에도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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