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업들과 무려 100번이나 특허소송을 치른 한국 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특허소송, 쉽지 않았을 텐데도 이 회사는 놀랍게도 백전백승! 모든 소송에서 승리하며 참교육만 시전했다고 합니다. 이 한국 기업은 어떻게 특허소송에서 먼치킨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1987년 미국 반도체 회사 페어 파일드의 연구원들이 한국에서 회사를 하나 세웠다고 합니다. 분명 실력 있는 회사였지만 이상하게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2년 한 한국인이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이 한국인이 인수한 이후 회사는 정말 미친 듯이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수 7년 차인 1999년 처음으로 매출 100억을 달성하더니 지금은 매출 1조가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한국 기업의 정체는 LED만 20년 넘게 파고 있는 서울 반도체였습니다.
서울 반도체는 LED만으로 1조 3천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 중이고 LED 관련 특허만 무려 18,000건 이상 보유하는 중입니다. 이 모든 것은 매년 매출액의 10%를 과감하게 연구개발비로 투자해 온 결과물이라고 하는데요. 특허는 단순히 기술을 쌓아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닙니다. 기업들과의 싸움에서 창 또는 방패가 되어 기업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든든한 무기인데요.
서울 반도체 회장 이정훈 씨는 자신이 엔지니어 출신이었기에 특허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회사를 인수한 이후 특허로 장벽을 높게 쌓아 다른 기업들이 침해할 수 없도록 구축해 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철저한 장벽을 쳐놔서 그런지 글로벌 기업들이 LED 관련해서 제품을 내어놓으려면 족족 서울 반도체의 특허에 걸려버리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서울 반도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아크리치와 와이캅이라고 합니다. 서울 반도체는 너무 많은 기업이 특허를 침해하자 일일이 상대하기가 어려운 수준이 되었고 결국 서울 반도체가 내린 결정은 유통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2019년 10월 미국의 대형 유통기업인 프라이즈 일렉트로닉스와의 소송에서 승리하자 필립스 LED TV에 대한 영구 판매 금지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2020년에는 미국 유통사인 더팩토리디포, 파이트와 특허소송에서 더팩토리디포는 LED 칩 공정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필립스 사이니지가 영구 판매 금지되었습니다.
당시 필립스 사이니지는 상업 공간에 설치되는 스크린으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영구 판매 금지로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파이트 역시 그들의 LED 전구가 서울 반도체의 특허를 무단 사용해 만들어졌다는 게 밝혀지면서 영구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유통사에 소송을 거니 서울 반도체가 생각했던 것처럼 관련 기업들이 아주 줄줄이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미국뿐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데요. 일본과 독일, 대만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 서울 반도체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독일의 다수 LED 업체 제품이 서울 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걸려 무더기로 판매 금지가 내려졌습니다. 또한 6월부터 EU 통합 특허제도가 시행되며 특허를 침해한 업체들은 유럽 17개국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판매 금지국은 향후 25개국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서울 반도체가 쌓아온 특허와 특허 관련 지식은 특허 침해가 발견되었을 때 날카로운 창이 되어 침해 기업들을 줄줄이 박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특허와 지식이 서울 반도체에 방패가 되어 줄 때도 있었습니다.
2007년 세계 최대 LED 업체 니치아 화학공업이 서울 반도체가 자사의 백색 LED 기술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어왔습니다. 니치아 화학공업은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이노텍에 소송을 걸 수도 있었지만, 꼭 집어 중견기업인 서울 반도체를 공격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냥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죠. 거대한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들과 싸우는 것보다는 중견기업인 서울 반도체가 경쟁자로 자라기 전에 눌러버리겠다는 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주 큰 착각이었죠. 서울 반도체는 우리가 일본 니치아 기업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아예 니치아의 기술이 특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역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허에 대해서라면 전 세계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던 서울 반도체, 니치아가 받았다는 특허에서 허점을 발견한 것입니다.
2008년 서울 반도체는 니치아의 LED 특허를 무효로 하는 판결로 이끌어내면서 3년간 치러진 일본 니치아와 서울 반도체의 소송 전은 서울 반도체가 완승하게 되었습니다. 싸움을 걸었던 니치아는 서울 반도체를 누르기는커녕 자신들의 특허 하나만 잃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인 줄 알고 공격했던 한국 기업이 알고 보니 범 중의 범이라 치명타만 있게 된 것이죠. 특허는 물론 관련 지식까지 알차게 갖추고 있다 보니 이건 정말 기업에 엄청난 무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울 반도체의 특허를 몰래 사용하는 것도 안 되자 2018년에는 이런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서울 반도체는 특허를 침해하는 기술을 찾아 잡아내는 것도 정말 잘하지만 기술 유출 자체도 차단하는 걸 정말 잘하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대만의 에버라이트에서 서울 반도체의 인력을 유출하여 영업비밀 등을 빼내려고 시도했었는데요. 서울 반도체가 이를 가만히 둘 리가 없죠. 이번에는 특허가 아닌 형사소송을 걸어 완벽하게 승소하며 나쁜 짓을 하면 이렇게 된다는 참교육을 제대로 보여주었던 겁니다.
아주 알찬 한국의 중견기업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특허 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는 모습을 보니 특허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울 반도체와 같은 탄탄한 기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얼마 전, 특허 관련 아주 황당 이슈가 있었죠. 중국 BOE가 삼성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온 것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OLED 패널 기술을 카피했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는데요. 이게 왜 황당하냐면 BOE는 한국 기술과 인력을 빼내 성장한 카피캣 기업이기 때문이죠. 이런 기업이 지금 삼성에게 특허 소송을 거는 미친 짓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BOE는 왜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하는 걸까요? 사실 삼성디스플레이가 먼저 BOE를 삼성 특허 5종 무단 도용으로 소송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걸 알게 된 BOE가 선수를 친 것인데요. 그런데 BOE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BOE의 적반하장에 정말 분노하게 된 삼성이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이 BOE 패널을 넣던 자사 TV, 자사 스마트폰 패널 물량을 LG디스플레이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그리고 BOE에 공급받던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벌써 LG디스플레이, 일본 샤프, 대만 AOU 등과 교섭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LG디스플레이의 OLED와 LCD 조달 물량을 대폭 늘린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바람으로 경쟁 구도가 심했던 삼성과 LG의 관계가 끈끈해질 것이고, BOE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BOE의 핵심 협력사인데요. 그것도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아주 거대한 고객님이었습니다. BOE는 무슨 배짱으로 고객님의 심기를 거르는 소송을 건 걸까요?
현재 전 세계 OLED 출하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입니다. 나머지 지분을 BOE와 LG디스플레이가 양분하는 형태죠.
BOE의 입장에서는 삼성과 LG의 발목을 잡아야만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으니 한번 도박을 던져본 것 같은데, 과연 그들이 예상했던 수많은 상황 들 중 삼성과 LG가 손을 잡는다는 예상은 있었을지 의문이네요. 꼭 두 기업이 손을 잡아 적반하장 중국 기업에 시원한 참교육을 날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