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사 준비를 하려고 지금 시장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입니다. 시골에는 아직 5일장이 있거든요. 오늘이 장날이라 준비를 많이 해둬야 할 것 같네요. 매번 이 시간에 나가는 거냐고 물어보셨는데, 겨울에는 좀 늦게 나가고 여름에는 조금 더 빨리 나가는 식으로 유동적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내용물이 얼어있기 때문에 부수려고 상자를 던져놨어요. 이럴 때 근처에 계시면 다칠 수 있습니다.
냉동창고는 7평 정도 되는 크기예요. 전에는 이것도 큰 규모였는데 가짓수가 많아지다 보니까 꽉 차게 됐네요. 소매를 겸하려면 창고를 조금 더 큰 걸로 옮겨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요.
아침 식사를 안 하는 편이라서 오늘은 공복으로 일하고 있어요. 근데 원래는 이 일을 하려면 아침을 먹어야 해요. 힘을 많이 쓰는 직업이거든요.
저는 올해로 31살이 됐어요. 군대 전역을 하자마자 일을 했으니까, 이 일을 시작한 건 8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사정이 좀 있어서 학교 다니면서 반은 장사를 하고 3일은 학교를 나갔죠. 제가 하는 일은 수산물 도소매업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돼요.
사실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는 직업이에요.
요즘은 2~30대가 창업을 하려고 하면 창업 지원금도 나오고, 배달 프렌차이즈 그런 곳은 권리금이나 보증금이 싼 그런 곳에 가서 사업 아이템만 있으면 시작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일은 아시다시피 가을전어 같이 계절별로 고기가 맛있을 때가 있잖아요.
계절이 지나고 나면 가격이 올라가고, 고등어가 11월 12월에 제일 맛있다고 하면 제가 11월 12월만 장사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봄에도 장사를 하고 그러면 이걸 사놔야 되는거에요.
100개 200개 가지고는 나머지 10달을 장사 할 수가 없으니까, 천 개고 만개고 사둬야 하는데, 천 개까지 넘어가면 이런 하나의 품목에만 오천만 원에서 일억까지 돈이 들어가는 거예요.
이 일은 배우는 사람이 없어요.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힘들고 어렵고. 그리고 매번 냉동기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고, 춥고. 그래도 말 그대로 손 시린 만큼 돈은 되거든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자의도 아니고 타의도 아니지만, 젊은 분들이 조금 배웠으면 싶어요.
혼자 하기는 버겁거든요. 그런데 이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잘 없죠.
지금이 겨울이라 밖에서 장사하기엔 춥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그래요. 비 올 때는 새벽에 식당에 납품만 진행하기도 해요. 식당뿐만 아니라 관공서에도 납품을 다 해요. 소방서나 경찰서 같은 곳에는 어떻게 홍보했냐고 물어보셨는데, 젊은 사람이 장사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명함은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사러 오시는 분들은 보통 나이대가 많으신 분들이에요.
수산물 소도매 시작한 게 자의도 아니고 타의도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버지가 먼저 이 일을 하고 계셨는데, 제가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고가 나셔서 장사를 계속하기가 어렵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래도 저는 냉동기나 밑천이 어느 정도 있을 때 시작을 할 수 있었어요.
학교 다니면서 3일은 수업을 몰아서 듣고, 4일은 장사를 했어요. 그렇게 해서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모난 손님들 상대할 때예요. 괜히 트집 잡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장날에는 평소에 두 배나 세배까지 손님이 많아져요. 제가 일하는 곳이 지방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큰 도시랑 다르게 농사지으시는 어른들이나 저희보다 더 촌에 계시는 분들, 그러니까 시장에 잘 나올 일이 없으신 분들 멀어서 못 나오시는 그런 분들이 이제 장날에 맞춰서 나오시는 거죠.
여름 같은 경우에는 해가 늦게 지잖아요. 그러면 새벽부터 나와서 오후 7시 반이나 8시까지 일해요. 요즘 같은 때에는 6시 반에 들어가니까 12시간에서 13시간 정도 일하는 거죠. 장날에는 다 팔리면 끝이 아니라 모자라면 다시 가져다 팔아요.
자릿세 같은 걸 내야 하냐고 물어보셨는데, 상가에 가겟세를 내고 장사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팔면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 나와요. 그럼, 순수익은 35%에서 40%로 보면 되니까, 5천만 원 기준에 2천만 원 정도 버는 것 같아요.
일이 힘든 만큼 버는 거죠. 회사에 보너스가 있듯이, 명절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대목에 더 벌고 그러는 구조예요.
이번 추석에는 9월에 3주 정도 팔았더니 한 일억 넘게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제사를 적게 해서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들었어요. 힘든 일을 20대 초반부터 했지만, 그때는 오히려 어리니깐.. 일을 하다 보니 남들보다 주머니 사정이 낫잖아요, 사실.
돈이 있으면 생활도 즐겁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뭘 해도 부족하지 않게 지낼 수가 있으니까요. 젊을 때는 잠을 안 자도 버티니까, 그렇게 버틴 거죠. 사실 이 일이 어디를 가도 대접을 못 받는 직업이에요.
여기 뒤쪽 상가에 제가 세를 준다고 했잖아요. 저희가 없으면 거리가 살지를 않거든요. 악어랑 악어새의 관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없으면 이 거리가 살지 않기 때문에 더 원하시는 거죠. 냄새가 나더라도 이해를 해주시니까요.
텃세 때문에 고생했던 때도 있어요. 어릴 때였죠, 처음에 나왔을 때 멋 모르잖아요. 그런데 원래 장사하던 분들은 다 저보다 나이가 다 많고, 저는 나이가 어리니까 기를 죽이려고 하시더라고요. 텃세나 눈칫밥, 그런 걸 주시려고 다짜고짜 장사하고 있는 저한테 욕을 하시는 거죠.
그리고 장사를 하다 보면 칼이 되게 많이 있으니까 위험하잖아요. 악한 마음을 가지면 이 칼을 들고 위협을 한다든지, 그런 사람들이 있었죠. 그럴 땐 주변 어른들이 말려 주거나, 제가 자리를 피하려고 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