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_ 이하 몸장)
김경일 교수님 _ 이하 호칭 생략)
김경일) 일단 첫 번째로 내가 어느 정도 사람을 만나야 적정한가는 꼭 아셔야 해요. 그걸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 부상이 오는 거예요. 운동선수들이 체력은 떨어졌는데 기술만 구사될 때 대부분 부상이 와요. 아예 체력도 떨어지고 기술도 없으면 아예 그걸 시도를 안 한다고. 나는 분명히 사람을 이 정도 만날 수 있는데 사회적 능력이 되니까 여기까지도 만나. 그러면서 번아웃이 오는 거야. 그런 경우 많이 느끼거든요, 직장인 분들이, 그런 건 진짜 조심하셔야 하고. 그런데 내향적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사회적인, 전 기술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이게 갖춰지면 성품인 거죠. 성격에서 성품으로, 좋은 성품으로 가는 거죠.
김경일) 그게 바로 뭐냐, 내향적인 사람은 상대방을 잘 관찰할 수 있어요. 외향적인 사람은 만나자마자 우리 뭐 할까, 어디 갈까? 이러면서 계속해서 분위기를 띄우지만, 내향적인 사람이 참 잘하시는 게, 그런 분들이 잘하시는 게 상대방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 있죠. 제일 좋은 게 바로 뭐냐, 그 사람도 모르는 그 사람의 장점. 내향적인 친구들이 저도 모르는 저의 장점, 참 많이 찾아줬어요. 이 얘기는 장점이 많다는 뜻이죠. 진짜로 살면서 나도 모르는 나의 장점, “경일아, 너한테는 이런 장점이 있더라.” 내가 몰랐던 나의 장점을 찾아주는 사람, 30년 지나도 기억나요. “야, 너 그거 아냐? 너 의외로 배려심이 많다.”
김경일) 그런데 그게 제 인생에 어떤 배려심도 더욱 만들게 만드는 사건이 되는 거죠. 내향적인 분들이 그런 걸 되게 잘하세요.
몸장) 내향적인 사람들이 재미있게 사람들 앞에서 웃기고 그러려고 하는 것보다 가끔씩 한번, 그 사람의 칭찬, 뭔가 장점을 말해주는 것이 그렇게 말해주기만 해도 인정받을 것 같거든요.
김경일) 그래서 저는 제 주위에 결과에 대한 칭찬은 주로 외향적인 분들한테 받았어요. 그런데 과정이나 아니면 나도 잘 모르던 무언가에 대한 칭찬은 대부분 내향적인 분들한테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어떤 분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장점이라든가 아니면 소위 말하는 포텐이라고 하죠.
김경일) 이런 걸 알아봐 주시면 ‘이분은 굉장히 내향적인 분인데 활발한 모습까지도 우리한테 보여줄 수 있는, 사회적으로 원숙한 분이구나.’라고 제가 역으로 생각을 하기도 하죠. 내향적인 분들은 그렇기 때문에 자기 혼자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실 필요가 있어요. 사람이 혼자 있을 때만 사회적으로 쉽거든요. 그걸 못하면 계속해서 뇌는 중노동하고 그리고 그 중노동 한 뇌는 다시 친구를 만나러 가서도 식지 않은 상태로 가기 때문에, 그러면 친구들과의 농담이 그날따라 거슬리기 시작하고…
김경일) 저는 가끔 이런 얘기도 해요. ‘가족도 타인일 때가 있다.’ 가족도 명백한 타인이에요. 그렇다면 내 가족이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존중해야 해요. 그래서 진짜 좋은 가족이라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해 준다든가, 작은 공간이라도 서로가 독립적인 것을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죠. 내향적인 사람들이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 중에 더 많아요. 왜냐하면 너무 외향적이거나, 우리가 결과적으로 보는 그런 사람들이 있죠. 예선 통과가 힘들어요. 그 정도의 집중력, 책임감, 일에 대한 어떤 집착할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이 계속 분산되기 때문에 아예 거기까지 가는 풀 자체가 내향적인 분들이 더 많아요.
몸장)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게 우리가 그렇게 해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골밑까지 갔어요. 골을 넣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뭐가 있을까요?
김경일) 그러니까 그 내향적인 측면으로 모든 걸 해결하거나 원래 한 시대의 성장의 원동력 혹은 한 시점까지의 성장의 원동력이 다음 시대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 되게 많거든요. 이걸 제가 기업에서도 많이 보는 게, 어떤 측면으로 쭉 내가 승승장구했고 아니면 성공적으로 커리어가 들어갔는데 그러면 다음에 아주 굉장히 중요한 승진을 했다거나 아니면 중요한 책임을 맡았다고 하면, 자기가 지금까지 성장해 왔던 그 원동력이 앞으로도 계속 똑같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해요.
김경일) 그런데 아니죠, 아닌 경우가 되게 많아요. 그렇다면 난 지금까지 일에 대한 집중을 잘해서 임원이 됐어요. 그런데 임원은 같은 집중력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리드하라고, 잘 매니지먼트하라고 시켜주는 게 임원이잖아요. 그러면 이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존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게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는가, 자기만의 사회적 소통의 기술을 가질 필요가 있죠. 그런데 그게 바로 성품인 것 같아요. 미국 대통령들도 성격 프로파일링하면 사이코패틱한 점수가 되게 높게 나와요. 그런데 사이코패스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김경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그런 아주 강한 주도성을 타고난 사람들이 대통령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과 툭 잘 지낼 수 있는, 그런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기술이 들어가니까 성품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고 자기 성격의 단점이 아닌 장점을 보여주고 사는 거죠. 그래서 성격의 장점을 보여주고 사느냐, 단점을 보여주고 사느냐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느냐인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그래서 뭐냐?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죠.
몸장) 한국에서는 많이 어려워하는 것 같거든요.
김경일) 그렇죠. 그런데 수평적인 소통의 가치나 장점을 강조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죠. 수평적인 소통이 왜 안 될까?
김경일) 말이 통하는 사람이랑만 대화를 하니까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죠. 그런데 애당초부터 그 연습을 누구랑 하냐는 거예요. 그 중간 단계에 있는 게 내 일을 잘 모르는 사람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대화를 해야 해요. 그러면 내 말이 쉬워져요.
몸장) 그러니까 내 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이 필요하다.
김경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지. 내가 만약에 엔지니어인데 법률가를 만나면 용어와 약어를 못 쓰니까 어떻게 해야 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쉽게 풀어서 해야 하죠. 내가 이 사람한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쉽게 풀어서 얘기할 수 있다? 사실 쉬운 게 아니에요.
김경일) 하지만 그걸 하면서 우리는 좀 더 수평적인 대화를 하게 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외향이든 내향이든 제일 안 좋은 거예요. 그럼 독서 토론회를 나가야지. 독서 토론회를 나가야 나랑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부담 없이 만나면서도 그들에게 무언가 품위를 지킬 수 있으면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내가 하는 일을 용어와 약어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게 되죠. 꼭 독서 토론회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사람들을 일터에서만 만나면 절대로 수평적인 소통을 못 한다는 거예요.
몸장) 내향적인 사람들은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양이 적은 와중에도 그렇게 나와 다른 인생을 산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우리의 성품을 기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김경일) 좋은 포인트네요.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면, 바꿔서 얘기하자면 내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 사람이 간당간당하게 살면 안 돼요. 원 없이 논다. 원 없이 일한다. 되게 위험해. 이게 사실은 50대, 60대 살다가 죽는 그런 세상에서는 그게 괜찮지만, 간당하다는 게 아니라 조금 남겨놓고, 남겨놓고, 남겨놓는 그런 게 있어야 해요. 끝을 본다고 이런 식으로 하면 자기가 어떨 때 베스트인지를 몰라요. 그런데 실제로 이런 분이 있어요, 이게 제가 봤을 때 가장 아이디얼, 이상적이었는데. “오늘 회의 한 번 정도 더 하면 이따가 독서토론회 나가서 힘들겠다. 이 회의는 내일 하자.” 이렇게 얘기해요.
김경일) 이런 정도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거기까지 알려면 내가 약간 아쉽게 만나고 가야죠, 아쉽게. 우리가 약간 20대, 30대는 그게 어렵죠, 알아내기 어렵죠. 그러니까 아쉽게 노는 것부터 훈련을 해야 돼요.
몸장) 지나친 것보다 아쉬운 게 차라리 나은 건가요?
김경일) 그래야 그 여백이 보여야만, 여분이 보여야만 내가 어딘가가 베스트인가를 판단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무슨 밥 먹을 때도 그렇죠. 그 여백이 없으니까 딱 두 종류밖에 없어, 배 무지하게 부를 때랑 배 무지하게 고플 때, 그렇죠? 사람과의 관계도 있어요. 무지하게 외로울 때랑 무지하게 질릴 때, 두 군데밖에 없어.
김경일) 그런데 이게 나이 들어가면서 ‘이 사람 꽤 원숙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은 자기 용량을 알더라고요.
몸장) 이게 되게 공감이 되는 게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가 있는데요. 어느 날 만날 때는 그 친구 만나는 게 너무 즐거운데, 또 어느 날 만날 때는 너무 질리는 거예요. 그 기간 동안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양을 초과했기 때문에 질렸다는 걸 지금 느끼게 됐어요.
김경일)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우리가 알아가면, 지금은 막 “그런 걸 늘 계산하고 살아, 너는? 그렇게 살 수 있어?”라고 하지만 그게 계산이 아니에요. 판단이에요, 판단. 그래서 외로워 볼 필요가 있고, 고독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저는 그렇게 표현해요.
김경일) 그래서 아주 회의가 많은 날, 정말 사람한테 지쳤는데 그날 바로 친구들한테 번개 모임 가. 그럴 때는 응급조치라도 하라고 해서 공원이나 벤치에서 살짝, 한 30분이라도 멍때리고 가요. 왜 많은 심리학자들이 그 멍 때린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하느냐? 식으라는 얘기예요.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하라는 얘기예요. 비우라는 뜻이죠. 그리고 난 다음에 가서 그 죄 없는 사람, 그 무고한 사람을… 생각해 봐요. 그 친구랑 싸워서 잃으면 그 친구도 손해지만 나도 엄청 손해잖아요. 좋은 친구를 가지기 위해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시간을 가지고, 필요로 하는데…
김경일) 그래서 친구랑 한번 의절해 봐요. 평생 굉장히 큰 상처로 남잖아요.그 일을 스스로, 최소한 내 잘못으로 인해서 만들어내지 않으려면 내가 좀 비우고, 덜 채우고, 덜 뭔가 만나고 난 다음에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 지점을 알아 가는 게 그게 또 인생인 것 같기도 하고…
몸장) 오늘 김경일 교수님을 모시고 내향적인데 성공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