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오’는 홍콩 TVB 방송에서 주로 활약하는 배우로, 홍콩에서는 드라마의 황제로 불립니다. 천하오는 2006년 미스홍콩 진에 오르며 홍콩 연예계에 데뷔한 ‘천인메이’와 2013년 결혼해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고 결혼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한결같은 사랑을 과시하며 홍콩에서 최고의 금슬을 자랑하는 부부로도 유명합니다.
이들 부부는 결혼 10주년을 맞아 지난 3월 중순 한국을 찾았는데요. 한복을 입고 한국의 멋을 실컷 즐기는 사진들을 SNS에 올리며 한국 여행 소식을 알렸고, 홍콩 매체들은 이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중국 언론의 눈에는 불편했나 봅니다. 3월 21일 ‘소후’를 시작으로 중국 매체들은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한국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 부부가 지금 한국 드라마를 찍고 있냐며 한복보다는 중국의 전통 복장을 입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연일 보도했습니다.
매체들은 이들이 사극에서 중국 전통 복장을 입은 모습을 소개하며 한복은 중국의 명나라, 당나라 복장을 모방한 것으로, 중국의 배우들이 굳이 한국에 가서 자국의 옷을 모방한 어울리지 않는 한복을 입느니 차라리 드라마 속 모습처럼 중국의 옷을 입는 것이 더 울린다는 비난을 가했습니다.
한복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 중국의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이러한 그들의 조바심은 또 다른 소식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상해에 기반을 둔 ‘닝멍픽처스’는 <소별리>, <소환희>, <소민가> 등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우수한 드라마를 만드는 회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드라마 <겨우 서른> 역시 이곳 작품입니다.
지난 3월 14일, 홍콩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닉멍픽처스는 올해 한국과 손잡고 판타지 사극 <소회>를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닉멍픽처스는 중국의 전통 사극을 세계화하기 위해 드라마 강국인 한국과의 합작을 추진했다고 밝혔는데, 역시 이를 바라보는 중국 언론의 시선은 곱지가 않습니다.
3월 18일, 소후 뉴스는 “한국 드라마들이 중국의 문화를 훔쳐 가는데, 알고 보니 내부에 닝멍픽쳐스 같은 도둑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라는 타이틀로 장문의 뉴스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한국이 과거부터 각종 드라마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의 문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닝멍픽처스는 아예 한국과 손잡고 중국의 전통 판타지 사극을 만들겠다고 하니 한국이 과연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거짓과 왜곡을 자아낼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고 전했습니다.
도대체 중국은 왜 이럴까요?
과거부터 이어온 그들의 김치 왜곡, 한복 왜곡과 같은 일들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열등감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를 한국은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니 여기서 문화적 위기감을 느낀 것입니다.
지난 2월 4일, 하남성 낙양에서 열린 ‘한푸 패션쇼’입니다. 온갖 장식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채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중국 여성들이 이렇게 전통 옷을 걸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은 과거 우리의 한복을 자신들의 옷이라 우기며 시작된 한국의 문화 강탈 시도 사건 이후 부쩍 많이 볼 수 있는 장면들입니다.
지난 3월 8일, 사천에서 열린 유사한 행사에서도 오전부터 한푸를 입고 행사장을 찾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 한푸를 입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게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은 틱톡을 중심으로 중국의 각종 플랫폼을 통해 쇼츠 형식으로 대부분 퍼져 나갑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중뽕 한 사발을 들이키며 중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중국의 전통 복장이라고 들뜨기도 합니다. 이런 영상들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와 마찰이 있고 난 뒤부터 유난히 많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평소에 이런 옷을 입고 지하철에 등장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저렇게 옷을 입고 과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평소에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 있을까요? 도대체 이들은 왜 저런 행동들을 할까요? 하지만 이를 본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중국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용감한 모습이라며 한껏 치켜세웁니다.
지난 3월 12일에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한푸를 소개하는 광고가 게재됐다며 중국 매체들이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중국 언론들은 “한푸는 중국의 옷으로,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해당 광고를 게재했다.”라고 광고의 목적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부터 중국은 우리나라 한복이 중국 당나라 복장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옷이라고 홍보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버린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해 현재 중국이 시끄럽습니다.
CCTV-4 채널은 중국 CCTV 채널 중 하나로,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중국계를 위한 채널인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채널입니다. 이 채널에서 방송하는 <중국문예>라는 프로그램은 중국의 전통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3월 14일,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가 쓴 <여인행>이라는 시의 내용에 맞게 ‘중경 가무단’이 8분에 걸쳐 당나라 시대의 가무를 공연하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서두에서 해당 내용을 소개하는 진행자의 멘트 때문에 중국인들이 난리가 아닌데요. 해당 영상에서 문제가 되었던 해당 멘트가 묵음 처리되어 나오는데, 이는 중국에서 취한 조치입니다. 진행자가 무슨 멘트를 했길래 묵음 처리까지 했을까요?
삭제된 부분을 어렵게 찾았는데요. 해당 부분을 두 번 연속해서 들어보면, 지금까지 중국은 우리나라 한복이 당나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데, MC는 당나라 가무를 추는 이들이 입은 옷은 조선 사람들이 입던 옷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주장을 완전히 뒤바꿔 버린 것입니다.
해당 영상을 접한 중국인들은 춤을 춘 중경 가무단과 CCTV에 빗발치게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며, 반박 영상을 만드는 등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해당 내용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당시 저 방송 보고 있었는데, 멘붕 왔음…”, “요즘 CCTV 아나운서 막 뽑나? 어떻게 저런 레벨이 들어왔지?”, “저 프로 PD가 한국 사람인 것 같아…”,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얼른 공식 사과해라!”, “우리 스스로 무너지네. 예전에 한국이 우리 문화를 훔친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났는데, 지금 보니 우리가 우리 문화를 주고 있어. 정말 슬프다…”
“조선 민족인 한국의 의복과 장신구는 전부 ‘한푸’가 변해서 된 거야!”, “저 MC는 원고를 읽었을 뿐이야. 문제는 누가 그 원고를 썼냐는 것이지…”, “이거 실화 맞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거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요?”, “이거 고의로 그런 것 같아. CCTV, 정말 이럴 건가?”
CCTV 채널 홈페이지에는 3월 14일 방송된 내용이 그대로 올라와 있었지만, 중국인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인해 관련 내용은 삭제된 채로 나머지 영상만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한 것 중에 우리가 중국 문화를 훔치는 것이 아닌, 중국이 우리 문화를 훔치고 있다고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