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각 대학들이 개강하는 우리나라는 11월에 수능시험을 보는 반면, 9월에 첫 학기가 시작되는 중국은 보통 6월에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가오카오’라는 대입 시험을 최장 나흘 동안 치릅니다. 중국 학생들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이 시험을 위해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학창 시절 내내 이 수능을 준비하는데요.
그렇기에 수능이 끝나는 당일 학생들은 그 해방감에서 벗어난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각종 동작들을 선보이며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이제는 이런 모습들이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 매년 수능이 끝나는 당일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들을 담은 영상들이 중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적어도 이날 하루만큼은 세상의 주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 되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기뻐하는 것도 잠시,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왔지만 또다시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더 큰 경쟁을 치러야 합니다.
북경대 교육경제연구소의 위에창쥔 부소장은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이미 20%를 넘겼는데 여기에 올해 6월 1,158만 명의 대졸자가 다시 쏟아지면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취업설명회를 하는 곳은 대부분 영업직 일자리, 상해 다음으로 높은 월급을 주는 북경에서 회사들이 내건 급여는 한국 돈으로 약 80만 원~140만 원 사이의 수준입니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이곳 북경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한 명이 누우면 딱 차는 조그만 방에서 숙식까지 해결하며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이렇게 북경으로 수많은 청년이 몰리는 이유는 지방의 취업난과 급여는 훨씬 더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4일 왕이 뉴스는 현재 8천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배달 업무를 선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는데요. 중국의 배민, 메이투안은 자사에 등록된 라이더 수는 약 295만 명, 이 가운데 24.7%가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있으며, 여기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는 50만 명, 석사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이들도 약 16만 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함에도 중국 당국이 청년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은 노점상 규제 완화 조치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며 청년들에게 노점상을 차려 장사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요.
영상에서 보이는 형형색색의 불빛들은 청년들이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의 모습으로 관영매체들은 이를 통해 돈을 번 사례부터 청년들이 용감하게 거리로 나가고 있다고 연일 홍보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본 청년들은 거리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다며 당국의 일회성 정책에 분노를 표출할 뿐입니다. 사태가 이러니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한 여성은 자기 남편이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직업의 귀천을 따지면서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며 남편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반영하듯 요즘 중국의 각종 플랫폼에는 취업을 사실상 포기,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집에서 쉬는 일명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영상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는데요.
한 청년은 도시에서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이제는 그런 경쟁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고향으로 내려와 자신이 느낀 바를 담담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드러누워 아무것도 안 하는 중국의 탕핑족, 중국의 MZ세대를 일컫는 또 다른 용어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공산당의 핵심 기반으로 지난번 중국의 과도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침대를 박차고 거리로 나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중국 당국을 긴장하게 만든 바 있습니다.
갈수록 역대 최고의 청년실업률을 찍고 있지만 그 책임을 젊은이들에게 돌리는 당국의 모습에 청년들은 등을 돌리며 반발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어 중국 당국은 이들이 사회 불안 세력으로 비화할까 연일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노점이나 하라고? 제발 탁상공론 그만해라. 시민들 열받았으니까.’, ‘결혼도 안 하고 애도 낳지 않으면 20년 후에 발생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됨’, ‘통계에 따르면 취업자 가운데 40%가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년 동안 일을 안 했더니 뇌가 어떻게 된 듯 바보가 된 기분이 들더군요.’, ‘혹시나 면접 보라고 연락이 왔는지 앱을 확인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워요. 엄마는 나보고 출근하라고 하는데 정말 죽을 맛입니다. 출근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정상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요. 야근하면 야근 수당도 주고 상여금도 주고 주 5일 근무하는 그런 일이요.’
‘학력도 기술도 변변한 인맥도 없는데 저런 일을 어떻게 구하겠어요? 이번 생은 망했네요.’, ’35세 이상은 실업 통계에 넣지도 않음. 바꿔 말하면 실업률이 더 심각하다는 것!’, ‘청년 실업? 말도 마라. 중년들은 면접 볼 기회조차 없다.’, ‘당국의 책임자가 다음과 같이 말함: 농사를 지으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세계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다투고 있는 중국의 급선무는 뿔이 나 있는 청년들의 실업 문제를 먼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