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버 _ 이하 놀심)
정형수 상담사 _ 이하 호칭 생략)
정형수) 헤어졌던 여성분과 ‘만나고 싶어, 그리움과 보고픔이 있어.’ 아니면 ‘나쁜 남자였어, 너무 못 해줬어.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뭔가 사과를 하고 싶거나 잘 지내고 있다는 걸 확인을 하고 싶어.’ 그걸 좀 구분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마냥 아프고, 괴롭고, 이런 식으로만 모호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그걸 대처 하실지를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그래서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연인과 사별을 했어요. 만날 수도 없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표현이 그렇지만 그분의 영혼이 그분의 마음이 박제되어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정형수) 무슨 말이냐면, 내가 마지막 봤을 때 그 마음 상태로 계속적으로 갈 것이다. 나는 그 마음과 상대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 거죠. 여기서 가정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거예요. 영혼이 만약에 있다면 그분도 그분 나름대로 마음의 성장이라는, 변화라는 게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너 나한테 그렇게 했지, 이 나쁜 새끼. 너는 끝까지 불행해야 돼.’ 이렇게만 바라볼 것이냐, 그분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사실은 우리가 그분의 마음이 변하지 않고 박제돼 있을 거라고 보는 것도 나의 틀린 거잖아요. 그러면 ‘나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뭘 바랄까, 내가 그에 맞춰서 그러면 살아가야 될까?’
정형수) ‘나는 나대로 조금 성장하고 좀 더 성숙하게 그 사람을 마음적으로 대해야 될까?’라는 걸 생각해보시라고 권하는 겁니다.
놀심)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정형수) 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마시라고 해도 자꾸 그렇게 생각이 되는 거예요. 상실을 겪은 분들의 특징인데 ‘저를 이렇게 느끼실 거예요.’라고 고정을 시켜버리신다는 거예요. 사실 그건 일정 정도 저의 추측이고, 규정인 거잖아요. 근데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유연함을 조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놀심) 이게 사별했던 사람이 같이 성장하면서 그 사람이 나를 바라봤을 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위로되는 것 같고…
놀심) 또 이제 굳이 사별이 아니더라도, 이미 살아 있는 사람도 그 사람도 어쨌든 계속적으로 살아가면서 생각이 바뀔 거 아니에요. 바뀌면, 그때 나를 미워했든 싫어했든 어떻게 됐든 간에 그 생각도 점차 약해지고 또 그리움으로 바뀔 수 있고 그리고…
정형수) 다양한 여지를 고려하는 거죠.
놀심) 그렇다면 우리가 상실감을 느꼈을 때 오히려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정형수) 어떤 상실 이후의 성장, 상실 후 성장 이런 표현을 씁니다. 상실을 겪고 나서 그전의 기능대로 그대로 회복하는 게 아니라, 그것보다 좀 더 높은 적응 수준으로 올라가는 걸 얘기하죠.
정형수) 이런 얘기들 많이 하세요. ‘제가 상실, 사별 겪은 다음에는 제 주변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되게 소중해졌어요.’ 이런 거죠. 그러면 지금 제가 몸장님이랑 이렇게 지냈어요, 그렇죠?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그냥 서로 각자 살아갈 수 있겠죠. 가끔 일상의 사소함이 서로를 부르거나 떠올리게 했을 때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 추운데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냥 한번 연락드려봤어요, 문자 남깁니다.’ 이렇게 할 수 있죠. 많은 사람들이랑 고만고만하게 잘 지내다가 아니라, 정말 내가 실제적으로 접하는 사람들과 덜 후회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게 하나 있죠.
놀심) 이게 진짜 좀 와닿는 게 우리가 공기 같은 경우도 이렇게 있을 때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잖아요. 그런데 물속에 들어갔을 때 공기가 없어져 봐야 ‘아, 공기가 굉장히 소중했구나.’라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된단 말이죠. 비슷한 맥락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
정형수) 말씀 잘해주신 게 심리학에서 특히, 이런 상담 심리 임상 심리 분야에서 참 좋은 비유일 수 있는 게 공기라고 생각이 들어요. 일종의 어떤 모드의, 슬픈 모드, 아니면 누굴 탓하는 그런 원인을 돌리는 외부 귀인 모드, 어떤 모드에 있다는 것은 일종의 그런 공기 속에 있다고 비유할 수 있는 거거든요. 우리는 항상 어떤 모드에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완전히 중립적이고 완전히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운 모드라는 건 그런 대단한 어떤 수준에 있는 분들만 가능하시겠죠.
정형수) 그런데 우리 같은 범인들은 항상 어떤 모드에 있어요.
놀심) 그렇네요.
정형수) ‘어떤 모드에 있을까’라는 걸 자각하고 그것에 대해서 어쨌든 나름의 대응과 대처를 하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거지, ‘괜찮은 것 같아. 그러니까 나는 중립이고 나는 완전히 제로인 상태야.’ 세상에 그런 건 없다는 거죠, 마음과 관련해서.
놀심) 그러게요. 이게 우리가 어떤 마음 상태에 있을 때는 그냥 그게 너무 당연하잖아요. 내가 특별히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게, 마치 진짜 공기처럼, 안 좋은 공기 안에 있는, 매연 속에 있는 그런 한 명의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정형수) 그래서 아까 처음에 말씀드린 상실 목록 작성하고 어떤 패턴을 보자라고 하는 것도 사실 상실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어요.
정형수) 우리 모두의 감정과 사고와 행동에 대한 디폴트, 초기값들을 사실은 알아주는 면이 생기는 거죠. 다만 상실과 관련된 그런 모드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작동됐을 때 어떤 식으로 내 마음이 작동한다는 거를 아는 거죠. 그거에 대한 자각의 정도가 커지면 일상에서 내가 뭘 겪었어요? 예를 들자면, 몸장님이랑 얘기를 잘 나눴어요. 너무 유익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헤어졌어요. ‘나는 조금 더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몸장님이 나를 안 좋아하는 거 아닌가? 나중에 한 번 더 봅시다, 촬영하죠.’
정형수) 이렇게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하면서 뭔가 마음이 안 좋을 수 있죠. 그런데 그게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라는 어떤 생각이 작동했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모드가 작동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식으로 우리는 어떤 모드에 있을 수 있다, 상실에 대한 반응 모드에 있을 수 있다.
놀심) 그리고 그 모두를 알아차리는 게 감정 목록을 작성하는 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마치 이게 우리 공기 중에 미세 먼지가 얼마나 있는지 스스로에게 체크해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상실감을 느낄 때 부정적인 감정이 되게 크게 느껴지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상실감을 변화의 기회로 삼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형수) 놀랍게, 상실을 겪고 나서 오히려 긍정적인 상태로 변환되는 경우가 있으세요. 예를 들자면, 진짜 감사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겨요. 일상에서 하다못해 커피전문점 가서 음료를 샀어요. 그러고 나서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는데 그 말도 고마울 때가 생기는 거예요. 떡집에 가서 떡을 하나 샀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좋은 하루 되세요.”, ‘나한테 좋은 하루가 되래… 고맙다, 감사하다.’.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는 쪽으로 큰 변화가 생기는 거죠.
놀심)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정형수) ‘내가 상실을 겪기 이전대로 계속적으로 살아갈 것이냐’, 그렇지 않고 ‘내가 좀 더 이것을 긍정적인 활용을 할 것이냐’는 쪽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상실의 사건이 컸을 수 있죠. 객관적으로 너무 큰 사건이었을 수 있지만… ‘그런데 그것 때문에 내가 휘둘려야 돼?’, ‘내가 그것 때문에 종속돼야 돼?’라기 보다 ‘조금만 더 주체적으로 돼보자.’, ‘조금만 더 내 삶에 내가 주도성을 가져보자.’라고 마음을 먹는 거죠.
놀심) 그러니까 내가 그 감정을 컨트롤하고 있는 주체라는 걸 깨달아야 되는 건가요?
정형수) ‘조절의 주체 그리고 그것에 대한 평가의 주체,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로서 내가 살아가겠다.’라고 하는 일종의 결단 같은 거죠.
놀심) 그러면 이게 아까 전에 감정 목록을 써야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내가 감정이 휘둘리는 입장에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감정을 컨트롤하는 입장에서 써야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겠네요.
정형수) 그렇기 때문에 저는 상실 목록 작성하기를 할 때, ‘나는 오늘 이 상실에 대해서 제대로 분석해보겠어. 시간을 몽땅 내서 하겠어.’, 저는 그런 건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정형수) 얘기한 대로 목록 리스트를 쫙 해서요. 그거를 좀 시간대를 달리해서, 내가 약간 다른 모드로 내 마음이 작동할 때 작성해 보는 것들을 권하는 거죠.
놀심) 단순히 ‘지금 작성하고 끝내야지.’ 이게 아니라 계속적으로적으로 이제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겠네요.
정형수) 상실 겪어 봤다고 하셨잖아요. 만약에 상실 목록 작성하게 해 본다. 새벽 감성으로 쫙 써 내려가잖아요. 그러면 아까 말씀하신 부정적인 아니면 특정한 색채의 감정과 관련되어서만 다 구성이 되는 거야.
정형수) 그러면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는 거잖아요. 사실 상실에 대한 본인의 패턴이 파악되는 것은 그 하나하나의 독특함들이 있는데, 그 와중에 뭔가 공통된 게 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파악되는 거지. 내가 어떤 모두에 흠뻑 젖어 있는데 그걸 작성한다? 답정너처럼 이렇게 공회전 돌아가듯이 마음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놀심) 오늘 정형수 상담사님을 모시고 우리가 상실했을 때, 그 상실감을 어떻게 대처해야 되고 상실감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