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룰 SUV 이야기는 말이죠. 아마 이렇게 비유하면 딱 적당할 것 같습니다. 공부가 제일 쉬웠던 전교 1등만 하던 학생이었는데 맨날 1등 하는 게 이제 지겨운 겁니다. 그래서 “좀 놀아볼까?” 했는데 “어, 이거 재밌네?” 그러면서 방심을 한 거죠. 뭐 성적 따위 내팽개치고 놀다 보니까 등수는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데 “이거 큰일 났다.” 하면서 뒤늦게 정신이 든 거예요.
그래서 이제 다시 공부를 좀 해보려니까 좀처럼 원상복구가 안 되는 겁니다. 혹시 여기까지 듣고 어떤 차 이야기인지 눈치채신 분들이 계실까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신형 싼타페 이야기를 해볼 건데요. 한때 SUV의 쏘나타 국민 SUV로도 불렸던 싼타페가 요즘 상황이 정말 좋지 않잖아요? 이제는 쏘렌토한테 맥도 못 추고 있는 초라한 존재가 되어 버렸는데 만년 1위 싼타페가 순간의 방심으로 쏘렌토에게 쪽도 못 서게 된 사연 지금부터 같이 들어보시죠. 자, 싼타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쏘나타 이야기를 잠깐 먼저 할게요 DN8 쏘나타 이야기 저희도 되게 많이 했었죠? 국민차로 불리던 쏘나타가 8세대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잘 안 팔리기 시작한 이유. 관련 영상들이 많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예전 영상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역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 디자인이었잖아요. 메기 디자인, 이거 그래서 완전히 갈아엎고 신형 모델이 등장할 거라는 소식도 전해드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쏘나타 얘기를 왜 하냐고요?
지난번 제가 우파푸른하늘님 채널에 나가서 쏘나타 DN9 관련 썰을 푼 적이 있는데 여기서 우파님이 “그래서 쏘나타는 정말 망한 건가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거기에 제가 좀 의외의 대답을 했었습니다. “쏘나타도 잘 안 팔리는 게 맞긴 하지만 쏘나타보다 더 심각한 녀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싼타페다.” 이게 오늘의 핵심입니다. 자, 쏘나타가 그렇게 안 팔린다고 망했다고 다들 외쳐도 사실 판매량을 보면 이게 K5보다 덜 팔릴 뿐이지 완전 안 팔리는 건 아니거든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쏘나타가 k5보다 더 많이 팔렸었기 때문에 이렇게 자존심을 구긴 것 자체가 되게 크리티컬한 이슈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올해 판매량을 보면 k5가 5만 대 정도 쏘나타는 4만 대 정도 팔렸어요. 말리브나 SM6는 막 2천 대씩 팔리고 있는데 이게 진짜 망한 거고 사실 쏘나타는 그래도 양반인 겁니다. 더 심각한 건 진짜 오늘의 주인공인 싼타페예요. 판매량이 말해주고 있거든요.
지금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쏘렌토가 압도적인 판매량 1위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시겠죠? 올해 판매량 한번 볼까요? 쏘렌토가 무려 6만 4천 대를 넘게 팔았고 싼타페는 3만 8천 대 정도를 팔았습니다. 이거 격차가 더 심하게 났으면 거의 두 배가 될 뻔했어요. 쏘나타, K5는 1만 대 정도 차이인데 쏘렌토, 싼타페는 거의 3만 대 차이가 나잖아요? 훨씬 비싼 중형 SUV 제네시스 GV70이 싼타페랑 거의 비슷하게 팔렸는데 진짜 싼타페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심지어 11월엔 르노 삼성 QM6보다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거든요. 싼타페가 사실 2018년 4세대 TM으로 출시되면서 정말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19년 국산차 판매량을 한번 볼까요? 포터 제외하고 승용차 중 1위입니다. 그렇게 잘 나가는 그랜저보다 산타페가 더 많이 팔렸어요. 아니 뭐, 쏘나타, 카니발, 아반떼, 펠리세이드 등 이름만 들어도 지금 엄청나게 팔리는 차량들보다 훨씬 많이 팔리던 차였던 거예요. 이러니까 SUV의 쏘나타 국민차라는 소리를 들었던 거죠. 그런데 이 싼타페가 판매량 내리막길에 들어선 순간이 바로 2020년 3월, 4세대 기아 쏘렌토가 출시되면서였습니다.
3세대 신규 플랫폼을 적용하고 싼타페보다 더 큰 차체 크기에 엄청난 첨단 사양들을 탑재해서 출시가 됐기 때문에 쏘레토 정말 난리도 아니었죠? 거기에 쏘렌토는 1.6 가솔린 하이브리드로도 출시가 되어서 이거 정말 수많은 소비자들이 먼저 사겠다고 줄을 섰었습니다. 초반에 이슈가 좀 있었지만 말이죠. 디자인도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많았잖아요. 솔직히 소렌토가 나온 이상 구형 플랫폼에, 상품성도 더 안 좋은 싼타페를 구매할 만한 메리트가 전혀 없었습니다. TM은 하이브리드도 없었잖아요. 현대 입장에선 당황스러웠을 거예요. 어차피 현대, 기아 모두 정의선 회장의 왼쪽 주머니 오른쪽 주머니라 뭐든 잘 팔리는 게 큰 상관이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현대, 기아 내 자존심 싸움은 불구경이죠?
쏘렌토 때문에 현대차의 아주 불이 크게 났습니다. 만년 1위 하던 우등생이 갑자기 나락으로 가버린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 현대차는 TM이 출시된 지 무려 2년 만에 페이스 리프트를 감행해버립니다. 페이스 리프트가 2년 만에 된 거는 정말 너무 빠른 거잖아요? 그런데 쏘렌토가 지금 너무 잘 나가니까 안 되겠다 싶었겠죠. 지체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TM이 2018년 2월에 나왔는데 2020년 6월에 페이스 리프트가 출시됐어요. 이러면 사실 뭐, TM 오너 분들은 차 사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구형이 되는 거라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으셨겠죠?
그런데 페이스 리프트 된 이 더 뉴 싼타페는 출시하자마자 난리가 났습니다. 이 차도 출시 전 위장막으로 돌아다닐 때 막 찌라시로 ‘쏘렌토 잡으려고 작정했다.’, ‘휠베이스가 소렌토보다 더 길어진다더라.’ 라는 말도 있었는데 결국 휠베이스는 기존 모델 그대로 유지하고 길이만 조금 늘린 수준으로 나왔는데요. 문제는 디자인이었죠. 전면부 디자인을 풀 체인지 급으로 바꿨는데 이게 그랜저 IG 페이스 리프트보다 더 심하게 호불호가 갈라버렸어요. 그 탐켄치 닮았다면서 짤도 돌기 시작하고 싼타페 마스크 에디션이라는 말도 많았죠. DRL은 토르의 망치 높여 놓은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고요. 심지어 “디자이너들 자르고 결제한 놈들도 잘라라.”, “스파이가 틀림없다”는 반응들도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디자인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전반적인 상품성이 페이스 리프트를 거쳤음에도 쏘렌토보다 떨어졌습니다. 일단 크기 제원에서 길이와 휠베이스 모두 열세고요. 쏘렌토에서 추가되어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한 6인승 모델도 싼타페에서 선택할 수가 없었죠. 이건 최근에야 추가가 됐습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도 없었죠. 당시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친환경차 인증 문제 때문에 난리였었잖아요.
후발 주자인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출시에도 친환경차 인증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그 인기 많은 하이브리드 출시가 늦어졌습니다. 이후 2020년 12월 놀랍게도 친환경차 세제 혜택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바뀌었죠. 배기량으로 구분되던 친환경차 기준을 차량 크기 및 베기량 기준으로 세분화하면서 쏘렌토와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두 친환경차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된 건데 그렇게 결국 싼타페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이 때 당시 현토부니 뭐니 말이 많았었잖아요.
자, 정리를 좀 해볼까요. 오늘의 주인공이 싼타페가 망한 이유 라이벌들보다 크기도 작은데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도 없어, 거기에 6인승 모델도 없고, 디자인 호불호는 너무 심하게 갈리고, 그렇다고, 쏘렌토보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사실 이러면 진짜 그냥 싼타페 자체가 좋아서 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아닌 이상 둘 중 나은 차를 비교하면서 사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싼타페를 살 만한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안 팔리는 거예요. 근데 여기서도 쏘나타처럼 디자인이 큰 패인이라고 지적받는 이유가 있죠. 지금은 싼타페도 하이브리드가 나왔고 최근엔 6인승 모델까지 추가하며 이제는 소렌토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상품성 확보를 했어요. 그럼에도 좀처럼 쏘렌토 판매량을 뒤집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디자인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현대차도 쏘렌토에게 이런 뒤통수를 맞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뭐 아마 얼얼하겠죠. 그래서 지금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풀 체인지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코드명 MX5로요. 결국 5년 만에 풀체인지가 되는 건데 신형 싼타페 디자인은 스타리아 룩으로 간다는 말이 있어서 이게 과연 SUV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최근에 그랜저 풀 체인지 역시 전면부 디자인이 스타리아 룩으로 간다는 걸 확인했잖아요? 이제 당분간 현대차가 이 스타리아 룩을 패밀리룩 디자인으로 밀고 가려나 봅니다. 신형 모델은 부디 잘 나와서 판매량을 다시 회복하길 바라며 영상 마무리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싼타페가 쏘렌토에 완패한 이유도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