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내 이야기를 잘 듣고, 다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받아들여 주고 수용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불가능한 기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상대방과 대화할 때 뾰족하게 답이 돌아온다고 하면, 말씀드렸다시피 그 반응 하나, 혹은 이 주제 하나에 포커스를 두기보다는 이 관계를 조금 들여다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정도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 사람과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나를 해치고, 이 사람과 관계가 계속해서 나를 피폐하게 만들어간다고 한다면 지금 보이는 이 뾰족한 반응도 당연히 물리치고 벽을 쳐서 쫓아내야겠죠. 나를 점점 피폐하게 만드는 관계는 유지하는 게 병입니다.
그렇지만 나에게 유의하고 친밀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때에 따라서는 뾰족한 반응이 나올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나의 이야기들을 정해놓고 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진짜 친구라고 생각을 하거나 내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받아줘야 진짜 친구라고 조건을 정해놓거나 벽을 정해 놓은 것 자체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뾰족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잘한 반응들보다는 관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집중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불안하고 어색한 마음을 극복하고 좀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어떤 실질적인 방법을 추천한다면, 사실 모든 인간관계에 딱 적용할 수 있는 기가 막힌 팁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내가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 사람과 실제로 정말 아주 깊이 있는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꼭 연관되지 않는다는 걸 먼저 받아들이고, 정말 내 마음속 모든 걸 다 털어놓아야만 친밀한 관계라는 생각도 먼저 내려놓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둘째로는 내가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두렵고 불안할 수 있거든요. 그럴 때는 담담하게 상대방에게 그런 두려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사실 크게 도움이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듣고 네가 나를 안 좋게 바라보거나 괜히 나를 싫어할 것 같아서 걱정돼.”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긍정적인 관계라면 그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이 “아니야, 아니야!”라고 하겠죠. 상대방에게 “지금부터 내가 어려운 이야기를 할 테니까 각오해!”라는 뜻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의 반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관계 안에서 내가 불안과 두려움을 꺼내 놓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그 두려움을 인식할 수 있고, 인식할 수 있으면 거기에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대화가 조금은 편안해지고, 편안해지면 그 대화 안에서 대화의 알맹이나 내용보다는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 ‘얘 뭐야?’라고 이상하게 보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 분들과는 친해지지 않으면 됩니다. 모든 관계를 다 친밀하게 만들 필요는 없어요.
어떤 관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나는 이 사람과 친해지지 못할 거야…’ 혹은 ‘이 사람은 나를 받아들여 주지 못할 거야…’라는 무의식적인 믿음 때문에 미리 쳐내는 분들이 있어요.
미리 가까워지기 전에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말을 일부러 하거나, 예를 들어서 저녁 7시에 만나서 밥을 먹자고 했는데 7시 반쯤 와서 ‘나 근데 좀 전에 뭐 먹고 왔어~’ 이런 분들이 있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상대방이 불편해할 수 있고,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거죠.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고, 상대방이 밀어내기 시작하면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불안과 두려움을 확인하는 거죠.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확인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이상하게도 편안합니다. 왜냐면 습관이 되어 있거든요. 나에게 고통스럽고 안 좋은 것도 습관이 되면 반복하는 게 편해요.
제가 이렇게 좀 삐딱하게 앉는 버릇, 습관이 있다고 생각해 보면 이렇게 삐딱하게 앉음으로 인해 내 허리가 더 아파지고,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내 허리가 아픈 방향으로 앉는 게 습관이 되면 그 자세가 아프면서 편해요.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할 거라는, 나를 미워할 거라는 믿음을 갖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면 상대방이 나의 무의식적인 기대대로 나를 밀어낼 때 고통스러우면서도 무의식적인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마음은 좀 모순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하는 행동 중에 상대방이 미워하거나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게 발견된다면, 이것이 혹시 그런 두려움 때문에 내가 만들어낸 건 아닐지 되돌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지금 인간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해드린다면, 외로운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밖에서는 하하호호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지만,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나만 홀로 있는 것 같고, 아무도 내 편이 없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한 명도 없다며 슬퍼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 볼 때면 참 안타깝고 슬프죠.
그런데 나를 정말 있는 그대로 모든 것들을 다 사랑하고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홀로인 것은 아닌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에 정말 홀로인 것과 죽을 때까지 무조건 100% 내 편이 사람이 있는 것, 세상에 둘 중의 하나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곁에 누군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유의미한 관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또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인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나의 모습은 가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것 또한 나고, 그것 또한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나의 모습이라는 걸 스스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오히려 그런 고독감과 소외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