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귀중하고 값비싼 보물이 많습니다. 특히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일수록 그 가치는 높아지기 마련인데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그렇습니다. 지구 탄생 과정에서 중성자별의 충돌로 만들어지거나 퇴적물에 포함된 탄소 성분이 수십만 년간 고온고압을 받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귀함이야 말로 다할 수 없죠.
그런데 여기 인간은 만들 수 없지만 맹독을 지닌 킹코브라만이 만들 수 있는 보석이 있습니다. 바로 코브라의 대가리에서만 자라는 ‘코브라 스톤’ 또는 ‘스테이크 스톤’이라 불리는 검은색 작은 뼈인데요. 인도에서는 ‘나가마니’라고도 불리는데 이 돌은 오로지 코브라의 대가리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5가지 신비로운 보석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이 돌이 귀중한 취급을 받는 것은 맹독을 가진 코브라에게 물렸을 때 유일한 해독제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야 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해독제가 없어 민간요법으로 이 돌을 사용해 치료했다고 하니 그 효능이야 어찌 됐든 귀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다만 현대로 접어들면서 이건 단순한 뼛조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아 목숨을 살리는 보석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쉽게 구할 수 없어 귀한 물건임에는 변함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의미를 가진 ‘언옵테늄’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이 단어는 공상과학이나 판타지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단어인데 언옵테늄의 대표 주자가 바로 티타늄이라는 광물입니다.
아이언맨의 슈트를 이 티타늄과 합금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워낙에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광물인 탓에 붙은 악명 높은 별명입니다. 그런데 강원도 태백에 이 티타늄이 무려 8,500만 톤, 돈으로 환산하자면 1,200조를 넘는 양이 쫙 깔려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올 10월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시추작업을 시작했는데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이 매장됐길래 1,200조 원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강원도 태백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이 여행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백은 서민과 애환을 함께하는 연탄으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태백은 국내 유일의 ‘탄광도시’로 한때 50여 개의 탄광이 운영되었으며 연탄공장이 몰려 강원도는 물론 대한민국 산업화 경제의 역사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도시가스와 기름보일러 등이 보급되면서 1989년부터 점차 그 위용을 잃고 지금은 대부분 폐강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던 태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태백 인근 지역에 환상의 금속이라 불리는 티타늄 광산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인데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꿈의 금속 또는 환상의 재료라고 불리는 티타늄이라는 광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꿈의 금속이라는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게 티타늄은 지구상에서 9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일반 흙에도 0.5% 함유되어 있을 만큼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매장된 티타늄의 종류에 따라 사용 여부가 갈리고 광물을 제련해 순수 티타늄을 뽑아내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까다롭다고 알려져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25일 기준 티타늄은 EXW 기준 1톤당 76,000위안, 한국 돈으로 대략 1,5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당히 비싼 광물이죠. 그러나 아이언맨의 슈트에 사용됐을 만큼 가볍고 단단하고 절대 녹이 슬지 않으며 심지어 독성이 없어 쓰임새가 무궁무진하게 확장 중입니다.
항공, 우주산업, 군수산업, 조선업, 원자력뿐만 아니라 안경테, 골프채, 자전거, 자동차 부품, 인공관절, 인공 뼈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데요. 이처럼 사용처가 다양한 덕분에 전 세계 티타늄 소비량은 연간 17만 톤 수준에 이르는데, 그중 중국을 포함 미국, 한국, 영국, 일본 등 5개국의 티타늄 소비량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티타늄이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이언맨의 슈트겠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으로 티타늄을 경험할 수 있는 건물이 스페인에 있습니다. 티타늄은 백금이라고 불릴 만큼 절대로 녹이 슬지 않는 특성과 카멜레온처럼 빛나는 표면을 가졌기 때문에 건축물의 외장재로도 큰 사랑을 받습니다.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티타늄을 사용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1997년 스페인 북부의 쇠퇴한 도시 빌바오를 문화사업의 메카로 키우겠다는 계획으로 설립됐는데 기이한 형태의 건물 전체가 아름답게 빛나는 티타늄으로 덮였습니다. 그래서 ‘메탈 플라워’라고 불리며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이 미술관 덕분에 매년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는 관광객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졌고, 관광 수입만 1억 달러가 넘는다고 하죠. 한국에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티타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한 도시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꿈의 금속 티타늄이 한국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산된 티타늄은 광물로서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관련 업계는 그간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에 거의 100% 의존해 왔죠. 2019년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티타늄 원료 및 관련 소재 무역 적자가 무려 6,919억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한때 연탄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랬던 태백 일대에 본격적으로 티타늄 채굴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티타늄 광맥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사실 강원도에서 티타늄 광맥이 발견된 것은 최근의 소식은 아닙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희유금속탐사 및 활용 기술 개발을 실시했고, 그 결과 강원도 태백과 삼척에 걸쳐있는 지층대인 태백 면산층에 티타늄-철이 대량으로 부존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최근 5년간 경제성 등을 검토했고 광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추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런데 예상 부존량이 놀랍습니다. 무려 8,500만 톤인데요. 10월 25일 기준 1톤당 약 1,500만 원이라고 잠시 말씀드렸었는데 8,500만 톤이면 현재 가치로 따지자면 1,200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입니다. 대단한 양이죠.
지난 3월 31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광산개발 전문기업인 경동과 태백-삼척-봉화 지역 면산층 티타늄-철 광상지역 광산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업무협약과 더불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소유한 광업권에 대한 조광권 계약을 통해 경동은 이 지역의 티타늄-철 광구 조광권 실시기업의 지위를 확보했는데요. 만약 개발이 현실화할 경우 티타늄 원광과 1차 소재 수입량의 거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이번 공동개발은 지질연의 국내 광물 지원 탐사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며, 국내 핵심 강물의 새로운 개발과 확보를 통해 국가와 사회, 국민에게 유용한 과학기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 10월부터 벌써 시추작업을 시작했는데 앞으로 2~3년 시추작업을 실시하게 되는데 면산을 중심으로 태백과 삼척, 경북 봉화지역까지 적어도 100곳 이상을 시추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계획과 더불어 정부 주도로 티타늄 관련 연구개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년도 예산안에 30억 원 규모의 예산 배정을 요청한 것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는 티타늄 광산 개발에 대비해 내년부터 5년 동안 탐사와 선광, 제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희소 강물의 국산화라는 말은 분명 시기상조입니다. 하지만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개발을 통해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텐데요.
그러나 이렇게 좋은 소식에도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있습니다. 늘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광산개발은 분명 지역과 국가에 많은 경제적 이점을 주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광산개발로 인한 쇳가루, 소음 등에 의한 피해, 폐광의 환경오염 등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적인 발전이 아니라 선진국에 맞는 방식으로 더욱 꼼꼼하게 챙겨 상생할 수 있는 자세로 모든 자원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강원도에 후유증 없는 새로운 자원개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