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오시면 사실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부분들이 있죠. 먼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해요. 사실 성인들은 저희도 보면서 어려운 게, 애들은 살아온 시간도 짧고 해서 역사가 별로 길지 않거든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20~30분이면 다 들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성인의 경우에 살아온 걸 다 얘기하라고 하면 30분 갖고는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게 문제가 되는지, 아닌지 판단해야 해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도구들을 사용하게 되죠.
환자분이 집중이 안 된다고 하고 왔는데, ADHD 검사만 딱 해서 나오면 그건 아니잖아요. 집중이 안 되는 이유가 굉장히 많을 수 있으니까요. 실연당한 사람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살고, 우울증 있는 분들도 무기력해서 정말 집중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까 이분이 집중이 안 되고 있는 문제가 ADHD 말고 다른 게 없는지 다 확인해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검사를 많이 하게 되는 이유도 그런 거고요.
대개 우리 검사할 때 지능 검사도 하게 되거든요. 지능이 아주 낮아도 문제고, 아주 뛰어나도 문제고, 보통 지능이라고 해도 지능의 구성이 여러 개가 있어요. 구성 자체가 뭔가 균형이 안 맞을 때라든지 그런 걸 배제하는 시간이 사실은 꽤 오래 걸려요. 치료가 시작된다고 해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ADHD보다 다른 게 더 우선일 수도 있겠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런 시행착오가 조금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갈 때 저희한테 제일 많이 오게 되거든요. 다른 애들하고 비교가 되기 시작하는 시기라서 눈에 띄는 거죠, 그때. 그리고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아까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통제나 관리가 되고 있을 때는 그럭저럭 살아가서 문제가 잘 안 생기거든요. 그런데 서울에서 혼자 산다든지, 특히 더 심한 경우는 유학하러 갔던 거죠. 거기는 진짜 혼자잖아요. 거기서부터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계기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또 어떤 집 같은 경우는 사회적으로 유능한 분인데 부인이 갑자기 이혼하자고 해서 당황하신 거죠. 돈도 많이 벌어다 주고 늦지 않게 집에 오고… 문제가 없는데 도대체 왜 배우자가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인데, 배우자가 원하는 것은 돈 잘 버는 것보다도 서로 소통이 돼야 한다는 거죠. ADHD가 있는 분들이 흔히 듣는 얘기 중에 4차원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 들이지 못하는 겁니다. 저 사람은 내가 뭐라고 그랬길래 저렇게 삐쳤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 거죠. 그래서 사회생활할 때 직업적인 능력에서 밀리는 경우가 있고, 일을 자꾸 실수하고…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굉장히 좋은 대학에서 잘했는데, 누군가 지도 감독자가 없어지면 흐트러지는 겁니다. 그런 부분들이 계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내가 ADHD로 문제가 있었다는 걸 확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요. 소통의 문제, 혹은 집중을 못 하거나 이러한 문제 때문에 또 다른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럴 때는 내가 지금 ADHD일 수 있겠다는 걸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다 ADHD는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고요.
이건 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는 있는데, 이게 병이고 치료가 잘 안되면 진행이 되고 합병증이 생기면서 조금 희망하고는 멀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제가 책을 쓰게 됐던 이유 중에 하나도 병이 있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병이 생긴 거니까 누구 책임도 아니거든요. 치료는 치료대로 하고, 병이 갖고 있는 속성 중에 우리가 긍정적으로 활용할 게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하자는 건데요. 예를 들면 저희가 유명한 역사적 위인들을 대상으로 분석해서 논문들 쓰고 있는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 중에 한 분이 ‘마크 트웨인’이라고 [허클베리 핀]이라는 소설을 쓴 분인데요. 그분이 소설을 쓰면서 발명을 또 하신 게 있더라고요. 브래지어의 후크를 발명하셨더라고요. 매번 와이프가 불편해하니까 도안해서 만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항상 멍때리면서 다른 생각하는 것들이 발명으로 연결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공상하거나 다른 데에 집중하는 그런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절대적으로 주변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한데요. 우리가 알 만한 사람을 예를 들면, ‘월트 디즈니’ 같은 경우도 항상 반에서 제일 공부 못하는 애 중에 하나고, 맨날 엎드려 자고 만화만 그리는 학생이었던 거죠. 학교도 일찍 그만뒀어요.
ADHD를 치료하면 그런 능력이 사라지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하시는데요.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부모님들이 있더라고요. “얘가 음악 영재인데, 얘는 항상 머릿속에 모차르트처럼 악상이 떠다니는데 약 먹고 차분해지면 그런 능력이 없어지는 거 아니냐?” 그런데 이 치료는 제가 생각할 때 있는 걸 없애는 건 아니고요. 약점이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거지, 강점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실제로 ADHD 있는 애들이 굉장히 산만하죠. 산만한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꽂히면 다른 애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는 경우들이 꽤 있거든요.
외래에서 봐도 중고등학교 때까지 굉장히 문제가 많았는데, 그러다가 어느 날 고3이 되면서 갑자기 8개월 정도를 저러다 죽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몰입해서 결국 수능에서 또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었고요. 물론 ADHD가 모두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하이퍼 포커싱하는 능력이 분명히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맹장염하고 무좀이나 이런 만성적인 병하고 얘기해 드렸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생명에 지장이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거든요, 사실은. 그 대신에 삶의 질 또는 품격이라든가 이런 게 너무 다르죠. 사실은 능력이 안 되는데 그렇게 능력을 만들어낸다는 게 아니라, 있는 능력을 잘 모아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책에 많이 사실 강조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ADHD가 병인 건 틀림없거든요. 그런데 병임에도 불구하고 병으로 잘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정신과 의사 중에도 이런 쪽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굉장히 많은 오해가 생기고요. 편견도 많이 생기고요. 대표적인 것은 이거 ADHD 약 쓰면 마약 아니냐는 얘기는 아무리 저희가 홍보하고 계몽을 해도 참 안 없어지는 부분이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치료에 대해서 굉장히 거부적일 수 있고 회피하기도 합니다.
ADHD라는 병 자체가 묘한 병이라서 분명히 어릴 때 생기는 건데, 생긴다는 것은 결국은 뇌의 피질이라는 부위가 다른 사람보다 늦게 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늦게 가다가 사춘기 지날 무렵에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예후를 보면 반 정도는 일반 아이들하고 비슷해지고, 나머지 반 정도는 계속 가는 것 같은데 일단 성인기까지 가면 계속 갈 것 같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게 사람들을 좀 낙담시킬 수도 있지만, 사실은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남은 기간을 굉장히 품격 있게 살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ADHD 특징, 장점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들이나 성인 환자들이 왔을 때 약점에 대해서 물어보면 굉장히 많이 얘기하세요. 근데 이 사람이 또는 이 아이가 갖고 있는 장점을 한번 얘기해 보시라고 그러면 부모님들도 굉장히 일관되게 없다고 하고요. 성인 환자들도 한숨 쉬면서 없다고 말해요. 자신이 없는 겁니다. 제가 말하는 치료라는 것은 결국은 ADHD를 싹 없애고 새로 태어난다기보다는, 세팅이 바뀌는 거는 하나도 없는 거거든요. 그런데 자신감 없는 부분이 ‘되는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바뀌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치료가 계속되든, 안 되든 탄력이 붙어서 잘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