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_ 이하 몸장)
김병수 교수님 _ 이하 호칭 생략)
김병수) 사람들이 스트레스나 예민해지고 기분이 우울해지고 했을 때 가장 지켜야 하는 것들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일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겁니다. 물론 그런 얘기를 드리면 “힘든데 어떻게 하냐?”, “할 수 없어요.”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행동들의 노력들을 할 수 있거든요. 적어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든지,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한다든지, 낮에 한 30분 정도를 산책한다든지 가볍게 할 수 있지만 나 자신을 좋게 해주는 행동들을 평소에 미리 잘 리스트업을 해서 ‘나는 힘들어지면 항상 이걸 한다’, ‘이 정도는 아무리 힘들어도 할 수 있다.’라는 것들을 한두 가지는 스스로 가지고 있고 그걸 실천하면 습관들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죠.
몸장) 그러니까 내가 1시간밖에 못 잤어도 그날 그렇게 살고 루틴을 지키는 게 중요한 건가요?
김병수) 예를 들자면 우울증이 걸리거나 불면증이 더 심해지거나 이러는 경우에 밤을 꼬박 새우고 ‘내가 밤에 잠을 못 잤으니까 낮에 벌충을 해야지’, ‘아침 시간이라도 자야지.’ 하고 오전 시간에 계속 자요. 그러면 일시적으로는 회복되는 것 같지만 생활 리듬은 더 불규칙해지면서 기분의 변동성은 더 커져요. 그래서 사실은 불면증이 심각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정한 기상 시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병수) 설령 내가 밤에 잠을 평소에는 6시간 자다가 오늘은 3시간밖에 못 잤다 하더라도 내가 보통 8시에 일어난다, 7시에 일어난다 그러면 그 시간에 일어나서 활동을 유지해 주는 것이 생활의 리듬을 지키면서 기분의 변동성을 심해지지 않게 하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물론 뭐 계속 피로가 쌓이면 곤란하긴 하지만,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으니까 낮 동안에 계속 피로해서 잠시 쉬어야겠다.’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런 경우라도 쉬는 시간 혹은 낮잠을 자는 시간이 적어도 15분에서 30분 이내가 되도록 짧게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몸장) 그렇다면 제가 궁금한 게 루틴이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런데 루틴이 많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그럴 때 어떻게 잘 조절할 수 있을까요?
김병수) 그래서 너무 복잡한 루틴이나 Ritual은 사실은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저도 이제 진료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건 복잡한 삶을 만들라고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사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사건 사고도 많고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인데 자기 삶이 너무 복잡하면 적응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내가 일상에서 어떤 경우에라도 통제 가능한, 조절 가능한 루틴 몇 가지를 잘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한 겁니다.
김병수)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기상 시간, 수면 시간이라든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 내가 예민해질 수 있는, 힘들어질 수 있는 더 나를 힘들게 하는 행동들을 회피하지 않는 것,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낮 동안 햇빛 보고 일정한 활동을 유지하는 것, 과음하지 않는 것, 이런 몇 가지 원칙들을 지키는 것이지 일상을 너무 복잡하게 하는 건 오히려 대응하고 적응하는 데 더 어려움을 일으키죠.
몸장) 그렇다면 우리가 예민함을 막아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것 같은데,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요?
김병수) 스트레스 관리라는 건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평소에 내가 관리하는 것들을 잘 지키는 게 제일 핵심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항상 제가 책에 많이 적고, 환자분들이 물으시면 대답드리는 것 중의 하나인데, 스트레스 관리라고 하면 너무 정신적인 것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거든요. 육체적인 관리를 하는 게 가장 핵심입니다. 그래서 “체력을 많이 길러라.” 계속 그런 얘기를 드리거든요.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 하는 것,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하는 것, 개인적인 체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이에요.
김병수) 왜 그런가 하면 어쨌든 감정 변화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힘들어지는 건, 그 베이스라인에는 우리가 생리적인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내가 기분이 좋다는 느낌은 기본적으로는 생리적인 상태에 의해서 출발을 합니다. 덜 피곤해야 하고요.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활기가 있다는 느낌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적어도 평소에 신체적인 활동량을 잘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그걸 토대로 그다음부터 기분을 쌓아가는 것이거든요, 의욕을 쌓아가는 것이라. 항상 스트레스 관리의 첫 번째는 기본적인 신체적인 활동,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김병수) 두 번째는 거기에 건강한 생활 습관들을 가지셔야 해요. 수면 습관, 식사 일정하게 하는 것, 우리가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하는 것들을 쌓아가야 하죠. 그리고 그 위에 내가 항상 활기나 의혹이 생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자기 나름대로 아까 말씀드린 루틴이라든지 리추얼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일정하게 계속 반복하는 거죠. 책을 본다, 반려견 산책시킨다, 카페에 앉아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활기를 생기게 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리추얼을 그다음에 쌓아가야 하고요. 그런 것들을 계속 일정하게 반복하는 것이 스트레스 저항력, 면역력을 유지하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들이죠.
몸장) 건강한 신체를 만들려고 말씀해주셨는데 굉장히 공감이 되는 게 사실 그릇이 깨지면 물이 담기지 않잖아요. 그런데 건강한 그릇을 만들면 그 안에 다양한 감정들이나 우리가 행동을 통해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좀 들었어요.
김병수) 사실 저는 어항 비유를 되게 많이 들거든요. ‘우울증 환자들은 어항이 약간 혼탁한 물로 차 있다.’ 이런 비유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우울증 환자가 건강해지려면 우선 기본적으로 어항이 튼튼해야 하잖아요, 깨지면 안 되잖아요. 어항을 튼튼하게 만든 다음에도 물이 좀 더러우면 자꾸 모든 세상이 혼탁하게 느껴지고 아무리 좋은 물고기를 집어넣어도 다 죽기 마련이잖아요.
김병수) 그래서 물을 그다음에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이냐? 그게 말씀드린 것처럼 생활 습관이나 건강한 습관들을 계속 쌓아가는 것들, 그런 토대들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다음에 건강한 생각들이나 건강한 자세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다음에 집어넣는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기본 토대들을 잘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몸장)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루틴이나 건강한 생활을 하더라도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는 그러한 감정들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을까요?
김병수) 우선은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들이나 부정적인 자기 대화를 잘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용을 물리치는 비유를 많이 드리는데요. 사실 우리 마음속에는 선량한 생각들도 있고 좋은 생각들도 있지만, 불을 뿜는 용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마구잡이로 그 부정적인 생각을 잡겠다고 불을 막 내뿜는 용을 ‘용과 싸워서 내가 이겨야지.’라고 덤벼들면 오히려 잡아먹히기 십상이죠. 이기기가 어렵다고요. 실제로 부정적인 생각들은 내가 막 싸워서 이기려고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경향도 있고요.
김병수) 그래서 가장 첫 번째는 부정적인 생각이 주로 어디서 출몰하는지를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항상 불안을 느껴’, ‘발표 상황이 되면 항상 나는 나 자신이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올라’,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나는 항상 위축이 돼.’ 자기 나름대로 사람들마다 다 좀 더 취약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쉽게 휩싸이는 특징적인 상황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언제 내가 불을 뿜는 용이 내 마음속에서 자주 출몰하나, 어떤 상황에서 그런 상황이 많이 생기나를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합니다.
몸장) 그다음은 만약에 관찰을 해서 어느 순간에 나타나는지 알았어요. 그다음은 그 용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김병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용을 없애겠다.’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부정적인 생각은 그 자체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거든요. 때로는 그런 생각들이 나를 주의시키기도 하고 나에게 경고 사인을 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무조건 그것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것들이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불을 뿜는 용이 어느 순간에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것에 도망가고 싸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저 친구는 도대체 나한테 뭘 가르쳐주려고 하는 건가, 저것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잘 관찰하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김병수) 그러다 보면 어린 시절의 여러 가지 경험들이나 내가 과거에 겪었던 실패나 슬픔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는 그것의 실체를 알게 되면 덜 두렵고 찬찬히 관찰해 보면서 얻게 되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무조건 싸워서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그것이 알려주는 것이 무엇이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몸장) 감정을 통해서 나를 파악할 수 있고 돌아볼 수 있는… 약간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불은 되게 무서운데 그 불을 이용해서 화력발전소를 만들잖아요. 그런 식으로 감정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병수) 사실 모든 감정에는 그 나름대로 역할들이 있거든요. 우울해지면 때로는 비관적인 기대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분이 좀 우울해지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하는 장점이 있기도 해요. 불안도 마찬가지예요. 불안하면 좀 괴롭긴 하지만, 이건 조심해야겠다고 자기 자신에게 경고 사인을 보내는 거거든요. 그래서 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고요. 다 그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항상 없애야 한다, 물리쳐야 한다, 이렇게 바라볼 문제는 아니고요. 그 감정을 잘 활용하고 이것이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을 깨닫고 그리고 실제로 행동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몸장)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예민한 사람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김병수) 사실 자기 자신이 예민하다, 감정 변화가 심하다고 하면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그걸 없애려고 하는 것들보다는 그 실체를 잘 이해하고 특징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예민한 사람들은 감정 변화가 심해서 괴롭기도 하지만, 반대로 변화에 민감하거든요. 민감하다는 뜻은 변화나 스트레스 상황이 있을 때 어떤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좀 더 많이 생각하고 대비하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김병수) 그러다 보니 좀 힘들기도 하지만 큰 사고를 안 쳐요. 규칙도 잘 지키고요. 예민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섬세하고, 준비하고,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특징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잘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나란 사람을 잘 활용하는 방법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 안에 숨겨진 장점은 없나 하는 것들을 관찰하고 삶의 원동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그런 방법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죠.
몸장) 오늘 김병수 선생님을 모시고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삶에 발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눴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