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_ 이하 몸장)
김병수 교수님 _ 이하 호칭 생략)
몸장)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병수)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라고 합니다.
몸장) 오늘 제가 궁금한 게요. 우리 주변에 유독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라 할 만한 게 있을까요?
김병수) 정신과적인 용어로는 신경증적인 기질이라고 하는 게 있습니다. 영어로는 뉴로티시즘이라고 부르는데요. 뉴로티시즘이라는 게 감정 기복이 심하고 변화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존감이 쉽게 변하고 내가 잘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 신경증적인 기질이 있다고 불러요.
김병수) 실제로 인구에서 15~20% 정도가 해당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이런 분들이 주로 감정 변화도 심하고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걸 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반드시 또 단점만은 아니에요. 이런 분들이 사실은 항상 일상생활에서 작은 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조심하기도 하고요. 변화에 민감하다 보니까 자기 자신을 보호하거나 어떤 상황에 대처하려고 미리 준비를 많이 하거나 하는 그런 성향을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괴롭기도 하지만, 또 적응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몸장) 그렇다면 내가 그런 신경증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병수) 우선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조금 더, 감정 변화가 조금 더 많다든지,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때 좀 더 예민해진다든지, 불안감을 조금 더 많이 느낀다든지 하는 그런 측면이 있다면 아마 조금 더 예민한 성향, 신경증적인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너무 스스로 단정하는 것들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느끼는 것과 또 실제로 측정하거나 검사를 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요. 너무 쉽게 자기가 ‘예민하다’, ‘내가 신경증적인 기질이니까 힘들다’ 이렇게 단정하기보다는 ‘그런 측면이 있을 수도 있나?’ 하고 그냥 스스로를 돌아보는 정도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몸장) 예를 들어서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얘기를 해 주셨는데 그 감정 기복이 어떤 상황에서 특히 나타날 수 있을까요?
김병수) 사실 기분 변화나 감정 기복이라는 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 우선 첫 번째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누구나 정상적으로 감정 변화가 일어납니다. 항상 일정한 기분일 수는 없거든요. 기분이라는 건 계속 변동성이 있고… 그런데 그 기분 변동성이라는 게 좀 더 큰 사람이 있고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불안장애나 우울장애, 혹은 조울병이 있는 사람들은 기분 변동성이 좀 더 큽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도 기분의 진폭이 좀 더 큰 것이죠.
김병수) 두 번째는 어떤 자극이 있을 때 기분 변화를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혹은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기분이 쉽게 우울해지거나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쉽게 기분이 고조되는 경우가 있죠. 뿐만 아니라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날씨가 좋으면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가 비가 오면 기분이 쉽게 가라앉는 이런 기분 변동성이 자극에 의해서 큰 사람들도 있고, 자극에 의해서 변하는 것과 그렇지 않게 내재적으로 변하는 기분 변동성이 있을 수가 있죠.
몸장) 그 두 가지에 의해서 감정 기복이 크게 좌지우지되면 그때는 좀 예민한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김병수)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는데요. 그런 측면들이 존재하는 것이죠. 예민한 성향에는 그런 기분 변동성이 하나의 축이 있는 거고요.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새로운 상황에 적응했을 때 쉽게 불안해하고 내가 잘 대처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뇌하고 브루딩하니까, 혼자서 생각하는 그런 측면들도 있거든요. 기분 변동성은 꼭 예민한 것에 등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부분에 해당하는 거고요.
몸장) 그렇다면 그러한 기질적인 부분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타고나는 부분인가요?
김병수) 신경증적인 기질이라고 하는 건 사실은 유전적으로 70%가 결정이 되고요. 기분 변동성이 크냐, 적으냐도 사실은 기질적으로, 유전적으로 많이 결정이 됩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감정 기복이 심하다, 예민하다, 내가 좀 쉽게 불안해한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도 어머니가 “우리 애는 좀 까다로웠어요.”라고 얘기를 한다든가, 사춘기 때 이유 없이 울적했다, 잘 지내다가 갑자기 성격이 변했다,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게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몸장) 그렇다면 기질적으로 내 성격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삶에서 되게 불편할 것 같거든요.
김병수) 사실은 그런 분들은 외부 자극에 쉽게 기분도 변동하고 불안감이나 감정 변화를 많이 느끼니까 스스로 괴롭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것이 진폭이 큰 경우에는 불안증이나 우울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 자기 관리, 기분을 잘 조절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한 자기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몸장) 그렇게 감정이 올라올 때 그럼 어떤 노력을 해서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김병수) 감정이 올라올 때만 다스릴 문제는 아니고요. 우선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전반적인 노력 들이 필요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내재적으로 기분의 변동성이 큰 사람들은 기분의 변화가 크면 에너지 소모도 많고 스스로 감내하기도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감정 변화가 크면 외부 대응이 너무 급격하거나 너무 위축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니까 자기 관리에 노력을 더 많이 하셔야 하거든요.
김병수) 내재적인 기분 변화를 잘 다스리기 위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겁니다. 순간순간의 문제도 있지만, 예를 들자면 기분의 변동성이 너무 큰 사람들이 그걸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너무 늦은 밤에 게임을 하고 인터넷을 하느라고 밤을 새우고 이러면 기분 변동성이 더 커지거든요.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 이게 기분 변동성을 잘 관리하는 첫 번째 길이고요.
김병수) 두 번째는 낮 동안에 일조량도 굉장히 관련이 많아요. 그래서 낮에 햇빛을 일정하게 보고 활동성을 잘 유지하는 것도 기분이나 활력을 일정하게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커피라든지 술, 그다음에 약물에 의해서 기분 변동성이 커질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무엇에 예민한지를 잘 알고 잘 관리하는 부분들도 필요하고요. 또 하나는 사람마다 독특하게 더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지는 포인트들이 있거든요. 나는 좀 더 이런 것에 취약하다는 것들을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게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한테 기분 일지라는 걸 쓰라고 많이 하거든요.
김병수) 평소에 기분이 변동하는 것, 아주 기분이 좋으면 3점, 아주 나쁘면 마이너스 3점 그 사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내 일지를 쓰고 그날 있었던 스트레스 상황이라든지, 사건이라든지 그날 먹었던 약, 수면시간, 또 기분이 이유 없이 예민했는지, 또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 주기나 호르몬제 이런 것과도 관련이 많으니까요. 드시는 약물도 잘 기록을 해서 전체적인 패턴을 잘 모니터링을 하라고 해요. 그러면 자기가 어디에 좀 더 변화가 많이 생기는지, 어떤 사건에 의해서 기분이 좀 더 많이 변동하고 쉽게 우울하고 불안해지는지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김병수) 그러면 그런 사건이 생겼을 때 내가 좀 더 ‘아, 조심해야겠다.’ 아니면 내가 요즘 많이 힘든 상황이니까 ‘나를 좀 더 힘들게 하는 사건을 미리 좀 피해야겠다.’라고 관리할 수가 있는 거죠.
몸장) 그러니까 지금 정리를 해 보면 약간 루틴화된 삶 그리고 산책 그리고 커피 같은 어떤 약물에 대한 조절 그리고 기분 일지, 이렇게 4가지 정도를 말씀해 주신 것 같은데… 사실 그 기분 일지를 어떻게 쓰는지 자세히 얘기를 듣고 싶은데요.
김병수) 사실 제가 예전에 한 10년 전, 한 15년 전에 이런 조울병, 우울증 이런 연구를 할 때는 다 손으로 썼어요.
김병수) 구글에다가 ‘Mood chart’라고 치면 용지가 엄청 나와요. 요즘은 다 앱으로 엄청 나와있더라고요. 환자들이 미리 앱을 다운받아서 적어 오기도 하고, 그러면 그래프로 계속 변해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기분 변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요소들을 ‘fill up’ 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러면서 스스로 어떤 것이 내 기분을 변동을 많이 시키는가 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게 하는 앱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어요.
김병수) 자기가 쉽게 할 수 있고, 쉽게 관리할 수 있고, 관찰할 수 있는 걸 활용해 보시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특히나 내가 평소에도 기분이 좀 변화가 많다, 좀 더 우울해지는 성향이 있다, 이유 없이 불안해질 때가 많다,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기분을 일기 쓰듯이 쭉 관리하시는 습관을 기르는 게 도움이 많이 되죠.
몸장) 그렇다면 평소에는 기분이 그냥 0점이라고 치고, 어느 날 갑자기 기분이 마이너스 10점, 굉장히 안 좋은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김병수) 그렇죠. 사실은 이제 일상적인 변동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데 기분이 굉장히 우울해지거나 굉장히 고조되고 그런 변화가 극단적으로 생기는 경우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미리 알고 있는 게 중요한데요. 우선 우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거기서 쉽게 벗어나거나 더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요 예민한 사람들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스트레스나 변화에 취약해요. 기분 변동이 크니까요.
김병수) 그럴 때 첫 번째는 스트레스받고 기분이 좀 우울하고 무기력하다고 평소에 하던 일상들을 놓치면 안 돼요. 대부분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졌을 때 우울증으로 빠지는 경우는 그 상황에서 힘들고 감정이 예민하다고 평소에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던 습관들을 놓아버리는 경우에 더 심각한 우울증으로 빠지게 되거든요.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누구나 예민해지고 우울해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좀 더 그게 심한 분들은 ‘아, 내가 힘들어’, ‘짜증이 나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그래서 친구도 안 만날래’, ‘나가서 산책하는 것도 싫어’, ‘술이나 마셔야지.’ 이런 식으로 건강하지 못한 습관으로 대응을 하게 되면 더 감정 기복은 심해지거나 더 우울해지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거든요.
김병수) 그래서 내가 조금 기분이 다운됐다고 했을 때도 적어도 아주 심한 우울증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내가 평소에 나를 기분 좋게 해 줬던 건 뭔가, 내가 내 자신을 달래줬던 건 뭔가를 잘 떠올려 보고 그걸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평소보다 더 많이 우울해졌다면 평소에 내가 나 자신을 잘 관리할 때는 뭘 했는데, 그런데 요즘은 뭘 하지 않고 있는가를 잘 비교해 보면 돼요. 평소에 내가 저녁만 되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고 낮에는 햇빛을 보고 산책했는데, 요즘 우울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반려견 산책도 안 시켜주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면 이전에 하던 행동들을 다시 하면 돼요. 그러면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나를 의욕이나 기분을 조절해 줬던 습관들을 잘 유지하겠다고 마음먹는 게 우선 첫 번째입니다.
김병수) 두 번째는 그 상황을 더 나쁘게 하는 행동들이 있거든요. 주로는 회피 행동이라고 하는 것들인데요. 짜증이 나고 기분이 우울하고 예민하다고 그걸 스스로 달래기 위해서 잘못된 행동 습관을 보이는 거예요. 제일 대표적인 예가 술을 마시는 거죠. 기분이 우울하고 예민하다고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는 기분이 좀 위안되는 것 같지만 술이 깬 그다음 날은 더 예민해지고 감정의 변동성은 더 커지거든요. 두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겁니다. 기분이 안 좋다고 커튼 다 쳐놓고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있는 것. 비활동성이 기분을 더 우울하고 예민하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회피, 도피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병수) 또 이런 경우도 있죠. 젊은 청년들 경우에는 밤늦게까지 기분도 안 좋다고 혼자 생각하면서 잠 안 자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그것도 일종의 도피 행동이거든요. 그런데 그러면 해결책이 나와야 하고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회피, 도피 행동 들이 내 자신을 더 힘들게 맞는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걸 멈추는 것만 해도 그런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몸장) 마지막에 말씀해 주신 부분이 제가 좀 많이 그러는 것 같아요. 밤에 고민이 많아져서 잠 못 자고, 불면증으로 이어져서 낮밤이 바뀌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