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은 우리나라 영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실제로 2020년 대비 2021년 한국의 영토는 11.3제곱킬로미터 증가했는데, 이는 여의도 면적의 4배에 해당하는 크기입니다. 전라남도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101제곱킬로미터가 늘었는데요.
전쟁을 일으켜 남의 땅을 빼앗아 온 것도 아닌데, 어떻게 여의도 면적의 45배 크기의 땅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일까요?
정답은 간척사업에 있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새로운 토지가 생겨났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00위권에 해당할 만큼 국토 면적이 좁은 대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덕분에 일부 지역의 바닷물을 빼내고 그 자리에 흙을 채우면 새로운 토지가 생겨납니다.
이런 간척사업으로 농작물의 안정적인 수급 조절이 가능하고, 다양한 산업단지를 조성해 국가 발전을 꾀할 수 있죠.
그리고 여기 경기도 시흥과 화성에도 대규모 국토확장이라는 원대한 목표로 조성된 간척지가 있습니다. ‘시화호’인데요.
시흥의 ‘시’와 화성의 ‘화’를 딴 시화지구 개발사업은 경기도 안산, 시흥, 화성의 넓은 간척지를 개발해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하고 공업 용지를 확보할 목적으로 1987년 6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모든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약 7년에 걸친 공사 끝에 시흥 오이도와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최종 끝막이 공사를 완성하면서 시화호와 시화방조제가 탄생했습니다. 원래 시화호의 목적은 방조제를 건설한 후 서해안 바닷물을 빼낸 뒤 담수호를 만들어 인근 간척지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방조제 공사 이후 주변 공장의 하수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수질이 심각할 정도로 오염되기 시작해 농업용수는커녕 지독한 악취와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호수’가 되어버렸습니다.
1997년 환경학자들은 시화호를 ‘무생물대’로 선언했습니다. 단 한 마리, 단 한 포기의 생명체도 발견되지 않는 4,000만 평짜리 지옥이 바다를 가르고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3분의 2가 갯벌, 즉 살아 있는 생명체인 시화호 갯벌에다가 억지로 담수를 채우려던 도전이 어불성설이었던 것이죠. 정부 역시 사실상 담수화를 포기해 버리면서 환경오염의 대명사가 되었는데요.
다만, 정부와 민간의 노력 덕분에 다시 바닷물이 흘러들며 생태 서식 환경이 복원되고 시화호를 떠났던 생물들이 다시 찾아와 결과적으로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땅이 됐습니다.
그런데 시화호 방조제가 완성되고 바닷물이 싹 다 빠져나간 날, 시화호에 들어섰던 한 중년 남성은 갯벌 위에 우뚝 솟은 지형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1억 년 전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며칠 전, 전남 신안군에서 재미있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09년 목포시와 신안군을 잇는 ‘압해대교’ 공사 중에 지름 2.3m에 무게 3톤이 넘는 육식 공룡알둥지 화석이 발견됐던 바로 그 해안에서 이번에는 초식 공룡알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다는 것이죠.
지난 2월 26일, 전남대 한국 공룡연구센터에 따르면 연구진은 최근 신안군 압해면 내태도의 해안가를 조사하다 공룡알과 뼈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공룡알 중 4개는 완전한 형태로, 오리알보다 조금 큰 15cm 크기의 둥근 형태였는데요. 이와 함께 공룡알 파편 화석 100여 개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보통 육식 공룡알은 곤봉 형태를 띠고 있는 반면, 초식 공룡알은 럭비공 모양을 보입니다. 알을 보는 순간 이건 초식 공룡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죠.
더구나 포식자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대형 육식 공룡알은 그 크기가 약 40cm에 달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것은 약 15cm가량으로 소형 초식 공룡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런데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초식 동물과 육식 동물이 한 곳에 서식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초식 공룡은 풀을 뜯어먹고살지만, 육식 공룡은 육류, 즉 초식 공룡을 먹이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 지역에서 상생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이번 초식공룡알을 발견한 이 지역에서는 2009년 대형 육식 공룡알이 대거 발견됐었습니다.
2009년 압해대교 공사 중 지름 2.3m, 무게 3톤에 이르는 국내 최대 크기의 대형 공룡알둥지 화석이 발견되었고, 이 화석을 약 2년여간 정밀 복원 작업을 통해 복원시켰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 천연기념물 제535호 ‘신안 압해도 수각류 공룡알둥지 화석’으로 지정했죠.
2009년과 2023년에 발견된 공룡알은 비슷한 층위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백악기에 해당하는 약 1억 년 전에 신안군 압해도에서는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이 함께 서식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두 종류의 공룡알이 한 곳에서 발견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워낙에 흔치 않아 공룡 연구의 세계적인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요. 그런데 한반도는 어쩌면 실사판 쥬라기 공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 새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던 최정인 씨는 시화지구 개발사업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화호에 날아드는 새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1994년 1월 24일, 12.7km에 달하는 물막이 공사가 완공되자, 그 목마름은 더해 갔죠.
그러던 1998년 7월, 그는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의 작은 섬 붉은 암석 부근에서 날아다니는 딱새를 쫓다 우연히 갯벌 위가 불쑥 솟아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우뚝 솟은 퇴적층 사이로 계란보다 조금 더 큰 것들이 둥글게 박혀 있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주먹보다 작은 것도 있어 의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위 생김도, 색깔도, 화석의 생김새도 희한했는데, 그는 우연히 자신이 읽은 신문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갯벌에서 종종 공룡 화석이 발견된다는 기사였는데요. 예사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고 전문가들에게 답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1년 뒤 시화호에 대한 자세한 조사가 시작됐고, 최정인 씨가 발견한 것이 공룡알임을 확인해 주고 주변에 한염, 하한염, 중한염, 상한염, 개미섬, 닭섬 등 크고 작은 섬을 뒤져 공룡알 화석 수십 개를 더 찾아냈습니다.
당시 총 37곳의 알둥지에서 총 200여 개의 공룡알 화석을 발견했는데, 그중 원형이 보존된 화석만 140개가 넘습니다. 이에 아득한 옛날 육지였던 시화호 일대가 공룡들의 집단 서식지임이 드러났고, 이듬해 문화재청은 공룡알 화석 발견지역 480만 평을 천연기념물 제414호 ‘화성 고정리 공룡알 화석 산지’로 지정했는데요.
결국 그해 12월, 정부는 시화호를 담수하려던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도 시화호처럼 단일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알 화석이 발견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이에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별다른 문화 콘텐츠가 없었던 화성시는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사실 화성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라는 점,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 수도권에 있는 가장 넓은 지역이면서 난개발의 대명사로 꼽히는 점, 시화호 덕분에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점 등 온갖 악소문을 달고 있었죠. 이에 시화호 공룡알 발견을 계기로 화성을 공룡 문화의 중심지로 키우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이웅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은 화성시에 공룡박물관 건립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몽골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지원하게 됩니다. 2006년부터 화성시는 ‘한-몽 국제공룡 탐사 프로젝트’를 지원해 몽골 고비사막에서 공룡화석을 발굴해 와, 그 성과물을 화성시 공룡박물관에 전시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약 694개체, 15톤 분량의 공룡화석을 확보했습니다. 화성 공룡박물관의 모든 화석은 시화호와 몽골 고비사막에서 가져온 진품 화석으로 채웠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또 한 번 시화호에서 대단한 공룡화석이 발견됩니다. 화성시 공무원 김경하 씨는 얼마 뒤 개최될 제1회 세계요트 대회를 준비하느라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며 점검하던 중 공룡뼈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가로 1m, 세로 0.6m, 높이 0.5m의 화강암 덩어리 속에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화석은 거의 완전한 상태의 꼬리뼈와 종아리뼈, 발가락뼈, 발톱 등 100여 개의 뼈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는데요. 아쉽게 상반신 골격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하반신의 모든 뼈가 제자리에 있는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덕분에 화성시는 약 1년 6개월에 걸쳐 화석의 뼈를 정밀 계측하고, 3차원 모형으로 만드는 등 전체 골격을 복원해서 현재 화성시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 센터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화석을 정밀 감정한 결과, 프로토케라톱스의 화석으로 확인되었는데요. 이 공룡은 원래 고비사막에서만 발견되던 공룡인데, 이전까지 경북 의성과 경남 하동에서 공룡뼈가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화성에서 발견된 화석은 지금까지의 화석 중 가장 온전했습니다.
백악기에 살았던 프리케라톱스는 뿔이 달린 뿔공룡이라는 뜻인데, 공룡 시대에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진화하다가 멸종했다고 하죠.
몽골에서도 발견된 이 공룡이 한반도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서식지가 한국에서 몽골, 중국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뜻하죠.
정확한 학명은 부여되지 않았다가 서울대 이웅남 교수의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각룡류(뼈공룡)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으며, 한국의 화성에서 발견된 뿔이 달린 공룡이라는 뜻에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는 학명이 부여됐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은 22년 10월, 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죠.
공룡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가장 사랑받지만, 국내에서 공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합니다. 공룡 연구와 같은 척추 고생물학을 전공했다간 직장을 잡기가 거의 불가능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인데요. 또한 화석 탐사와 같은 공룡 연구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연구비 지원을 받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화성시가 그랬던 것처럼 공룡 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지자체나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