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마야샤 공주의 요구는 간단했습니다.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독보적인 건축물을 세워달라는 것이었죠. 공주의 요청을 받은 장 누벨은 그때부터 카타르를 상징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카타르 곳곳을 누비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사막을 터벅터벅 걷던 그의 눈에 신기한 모래 덩어리 하나가 뜁니다. 그리고 카메라 셔터로 정신없이 모래 덩어리를 찍은 후, 공주에게 사진을 보냅니다. 이렇게 설계하겠다는 말 한 마디로 국립박물관의 외형 디자인이 결정됐죠.
그가 그날 사막에서 발견한 것은 사막의 장미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이는 해양 사막 국가에서 드물게 등장합니다. 모래에 갇혔던 바닷물이 뜨거운 사막 열기로 증발하면 침전물이 남는데, 이 해수가 증발하면서 일정량의 모래를 끌어안게 되죠. 이 모래들이 모여 다른 미네랄과 섞이면서 하나의 장미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만큼 귀한 현상인데, 장 누벨은 그날 사막에서 이 장미를 본 겁니다. 그래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장미야말로 카타르의 스토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외형 디자인에 차용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건축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이 장미 모양으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장 누벨 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최소 10년 이상을 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완성된다면 금세기 최고의 걸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죠.
실제로 카타르 박물관청이 전 세계 건설업체를 상대로 발주했을 때도 글로벌 건설회사 5 곳 밖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4,700억 원짜리 공사에 당당히 현대건설이 선정됩니다.
이미 현대건설은 1970년대 카타르에 진출해 도하호텔을 비롯해 회의센터, 라스라판 프로젝트, 비료 공장, 하마드 메디컬시티, 루사일 고속도로 등 굵직굵직한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는데, 이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카타르를 잘 아는 현대건설이라는 이미지가 결정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11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공사가 시작됩니다. 사막에서 시작된 기초 공사는 그 시작부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직선이 단 하나도 없는 건물 전체가 곡선형이었고, 꽃잎이 겹치고 휘어진 곡선을 어떻게 구현시키느냐가 상당히 어려웠죠.
이에 현대건설은 철골 구조로 장미 모양을 우선 구현한 후에, 공장에서 자체 제작한 콘크리트 패널을 하나씩 붙여나가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겁니다. 당시 현대건설이 꽃잎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원판이 316개, 그리고 이 316개의 꽃잎을 위해 7만 6천 장의 콘크리트 패널을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했죠.
크기도, 모양도, 그 어느 것도 같지 않은 이 패널을 제작하기 위해 사용된 콘크리트 틀이 3,600개였고, 자칫 하나라도 정확한 자리에 조립되지 않으면, 공사가 완전히 뒤틀리기 때문에 각 패널에 바코드를 부착했습니다. 즉 바코드를 찍으면 어느 원반이 몇 번 자리로 가야 하는지 추적할 수 있으니까요. 또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 패널은 두께가 고작 5cm로 아주 얇았는데 콘크리트를 굳히기 위해서는 그 안에 뼈대, 즉, 철근을 넣어 강성을 높이게 됩니다. 하지만 곡면 구조에 철근을 휘어서 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현대건설은 유리 섬유를 섞어 강성을 높이기로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패널 하나하나는 그리 무겁지 않았지만, 7만 6천 장의 무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총 무게가 3천 톤을 넘었는데, 가벼워 보이는 꽃잎이지만 이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사실 콘크리트보다 가벼운 외장재를 쓸 수도 있었지만, 모래로 만들어진 장미의 느낌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콘크리트의 모래 색을 입혀 완벽한 모래 장미를 구현했습니다.
공사는 확실히 고난이도였습니다. 중동지방 특유의 찌는 듯한 더위는 공사 인부들을 괴롭게 했고, 더구나 4,000명에 이르는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 다국적 근로자들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우면 현장을 이탈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죠. 이 인부들을 데리고 각 200kg이 넘는 패널을 조립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소모됐습니다.
첫 패널 완성까지 무려 4달이 걸렸으니, 얼마나 고난이도의 공사인지 감이 오시죠? 높이를 높이자면 얼마든지 가능했고, 길게 만들자면 얼마든지 길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의 직선이 단 하나도 없이 곡선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입장에서도 기술력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훌륭한 도전이기는 했으나 해도 해도 너무 어려웠죠.
이에 현대건설은 이제껏 전 세계 그 어떤 건설회사도 시도하지 않은 3D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을 도입하기로 합니다. 빌딩 인포메이션 모델링이라는 이 기술은 건물의 생애주기에서 발생되는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즉,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단계에 이르는 생애주기 동안의 에너지 소모량 및 설비 교환 시기 등등 각종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합니다.
현대건설은 세계 최초로 3D BIM 기술을 건축 전 과정에 도입했는데요. 현장 직원들은 3차원으로 그려진 건물 모형을 통해 설계 도면의 오류를 미리 파악하고, 실제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했죠. 또한 시공 오차를 줄이기 위해 실제 건물의 1/3 크기의 사전 건축물을 제작한 뒤, 4개월간의 품질 테스트를 거쳐 기술적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덕분에 오차없이 완벽한 건물이 탄생했는데요.
공사 기간은 7년 6개월.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던 건축가의 예상을 뒤엎고, 정확히 7년 6개월 만에 완벽하게 성공해냈습니다.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할 만큼, 보는 것이 기적인 사막의 장미, 만들어진 후에도 수분이 닿는 순간 신기루처럼 무너져 내리는 이 사막의 장미는 현대건설의 손에서 영원한 사막의 장미로 태어났고, 박물관을 보는 이들은 모두 이 건물을 보며 소원을 빈다고 하죠.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인간의 상상으로도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장 누벨은 이 건물을 두고 유토피아적 건물이라고 자신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3차원 속에서 전시물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공간인 것이죠. 현대건설 창업주 정주영은 지난 1973년 이란의 동원훈련조선소 건설을 시작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이란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라크로, 리비아로, 쿠웨이트로, 아랍에미레이트로 진출하면서, 중동에서 세계적인 종합건설사로 도약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쌓인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전 세계에서 유일한 건축물을 카타르에 완성시켰습니다. 과연 이 성공은 한국 기업들에게 제2의 중동 건설 붐을 선사하게 될까요?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