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준 가장 큰 선물인 석유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을 투입해 경쟁적으로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중동 국가들이 있습니다. 두바이의 상징 부르즈 칼리파가 세계 최고층 빌딩의 영광을 가져가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보다 173 m 높은 제다타워를 짓고 있고, “그럼, 우리도 다시 짓지 뭐.” 라면서 이보다 300m 가까이 높은 크릭타워를 계획 중인 두바이까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는 죄다 중동에 있습니다.
현재 중동은 마천루 박물관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석유 매장량 기준으로 중동에서 꼴찌인 카타르에는 감히 두바이도 사우디아라비아도 건축 난이도에서 만큼은 비교도 할 수 없는 극초난이도의 건물을 지어뒀습니다. 이를 설계한 건축가도 ‘이게 지어질 수 있을까?’ 라면서 의구심을 품었던 건축물이지만, 한국의 한 건설사가 7년 반에 걸친 노력 끝에 당당히 완공했는데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디데릭 슈타펠은 실험을 통해 인간의 비교 행위는 본능적인 것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심리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일부러 깎아내리고 성과를 비판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반대로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을 보며, 자만감이 생기고 불쌍하다고 생각하거나 격려해 줘야겠다는 묘한 승리감에 도취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오늘의 주인공 카타르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습니다.
구글 어스를 켜두고 지도를 가만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어마어마한 석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한 때 ‘악의 축’이라고도 불리던 이란이 있고, 중동에서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있고, 부유한 중동 국가의 상징처럼 불리는 아랍에미레이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3개 국가 사이에 낀 카타르라는 국가는 그 면적이 한국의 1/10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이 카타르는 국토 면적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을까요? 있었겠지만 카타르는 보통의 국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란의 질투를 느끼거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열등감을 느끼거나 아랍에미레이트를 일부러 깎아내리는 등의 방법으로 정신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니라 이 열등감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습니다. 더 멋진 경쟁 상대가 되기로 한 것 적어도 건축 분야에서는 그렇게 경쟁 상대가 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9년 3월 27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는 카타르 국왕 앞으로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 빅토리아 베컴, 전 맨유 감독 솔샤르까지 전 세계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성대한 박물관 개관식을 개최했습니다. 보통 박물관 개관식에 국왕은 물론 할리우드 및 영국 프리미어리그 감독이 참석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만, 그런 일이 카타르에서 벌어졌습니다. 바로 카타르 국립박물관 개관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였는데요.
그런데 그 박물관의 모양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마치 장미를 본떠 만든 것처럼 상당히 특이한 형태를 보였는데, 이 건물이 바로 7년 전 이 박물관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가조차도 의구심을 품었던 카타르 국립박물관입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건설회사들도 함부로 입찰에 참여하기를 꺼렸을 만큼 초고난이도의 건축물인데, 공교롭게도 한국의 현대건설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럼 카타르는 어떻게 이렇게 장미를 닮은 건축물을 짓기로 한 것일까요? 시선을 1939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카타르는 걸프만 서쪽 해안에 위치한 아라비아 반도 북쪽에서 뻗어나온 반도국으로, 서부 해안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동쪽으로는 아랍에미레이트와 오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영토면적이 고작 대한민국의 1/10 밖에 되지 않는 중동 국가죠. 옆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전을 개발해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 모을 때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번성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었습니다만, 1939년 드디어 카타르에도 유전이 발견됐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목이나 페르시아만에서 간간히 발견되는 진주 채취가 주산업이었던 카타르에 드디어 유전이 발견된 겁니다. 이제 본격적인 산유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기쁨도 잠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습니다. 유전이 있어도 함부로 뽑아 올릴 수 없는 10년의 허송 세월을 보내고, 1949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상업적 규모의 석유를 뽑아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유전이었지만 카타르는 그동안 열등감에 시달리던 국민들과 나누기로 결정합니다. 인구 수가 많지 않은 관계로 작은 유전이지만 꽤 많은 돈을 끌어 모았고, 이를 사회 인프라 부문에 투자하기로 결심합니다. 1983년까지 6,000가구의 주택과 학교 및 병원이 무료로 공급됐고, 복지 및 무보험 연금 제도가 도입됩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2021년 기준 1인당 명목 GDP 세계 10위, 1인당 구매력 평가 기준 세계 4위를 기록 중입니다.
그러나 카타르의 행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971년 이란과 카타르 사이의 페르시아만에서 해저 가스전이 발견됐죠. 전 세계 전체 매장량의 10% 가 매장된 세계 최대 규모의 노다지가 발견된 겁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한계로 뽑아 올리지 못하다가 1990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석유 못지 않은 천문학적인 돈을 긁어 모으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제 카타르는 그동안 쌓인 열등감을 표출하기 시작합니다. 물쓰듯 펑펑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카타르 왕실은 깊은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남부끄럽지 않을 만큼 많은 천연가스와 원유를 보유했지만, 카타르를 상징할 만한 랜드마크가 없다는 것이죠.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버즈 알 아랍’이니 ‘부르즈 칼리파’니 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사우디는 두바이보다 더 높은 빌딩을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카타르에는 전 세계 이목을 집중 시킬 만한 건축물이 없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카타르의 국왕은 전 세계 미술품 시장 파워 넘버 원을 자랑하는 알 마야사 공주에게 박물관을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그녀는 1년에 1조원 이상을 미술품 구매에 사용하는 큰 손으로 군림하는 만큼, 예술적 감각이 상당하다고 알려졌는데요.
그는 카타르의 상징이 될 국립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을 초청합니다. 장 누벨은 프랑스 출신의 비정형 건축물의 대가로, 전통적 한계를 벗어나 혁신적인 건축을 시도하는 인물로 프랑스 파리의 까르띠에 재단의 현대, 박물관 케 브랑리 박물관, 아부다비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 미니에폴리스의 구스리 시어터 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