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한 농부가 밭을 가다 발견한 옥석의 값어치를 매기던 장인들이 감히 가치를 헤아릴 수 없다고 포기하면서 유래한 사자성어로 현재는 수천 년 전 유물이나 모나리자와 같은 전 세계 단 하나뿐인 예술품 등을 무가지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에도 무가지보가 있습니다. 산삼인데요. 평생 산을 타는 심마니들도 일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산삼은 산지 면적의 70%를 넘게 차지하는 한반도에서도 극히 일부 발견되는데 이조차도 신의 축복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산삼을 두고 흔히 신이 내린 영물 또는 신이 선택한 마지막 식물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보약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우리가 아는 인물 중 이 산삼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현대 그룹의 정주영 창업주입니다. 수령 백 년 이상의 산삼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싸서 엄두도 낼 수 없고 정주영 창업주와 같이 극히 일부 재벌들만 알음알음 구해 먹었는데요. 평생 산삼을 섭취했던 그도 1980년 맛본 산삼은 절대 잊지 못합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심마니로 활동하던 김용택 씨는 심마니 경력 15년 만에 어마어마한 산삼을 한 뿌리 캤습니다. 뿌리까지 합친 전체 길이가 무려 1.3m였는데 적어도 650년이 넘는 천종이었습니다. 무게만 149g이었는데 천종산삼은 120년은 되어야 37.5g 정도의 무게가 나갑니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얼마 뒤 서울에서 아주 높은 어르신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 높으신 어른이 바로 정주영 회장입니다. 이 산삼을 먹기 위해 강원도를 직접 찾은 그는 비서를 통해 7,8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는데 1980년에 7,800만 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입니다.
당시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30만 원이었고 강남 은마아파트 34평형이 2,034만 원이었으니 정 회장은 아파트 3채 값을 내고 천종산삼 한 뿌리를 먹은 겁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산삼을 먹은 그였지만 이런 물건이 이제야 나왔다면서 바로 섭취하기 시작했는데요.
앉은 자리에서 무려 3시간 30분 동안 그 큰 산삼의 뿌리 끝부터 줄기, 잎까지 잘근잘근 씹어 전부 다 흡수시킨 후에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하늘이 내린 산삼 한 뿌리는 강남 아파트 셋째 값을 호가할 만큼 비싼 대접을 받는 것이고 그래서 아무나 쉽게 먹을 수 없는 겁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경남 함양의 깊은 산속에 하늘이 내린 영물 산삼이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쫙 깔렸습니다.
얼마 전 그룹 BTS의 멤버 RM은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단한 명언을 하나 남겼습니다. 한국의 K가 붙는 수식어가 이제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우리 모두를 K팝이라고 부르는 것에 질릴 수도 있지만 그건 프리미엄 라벨이며 우리 조상들이 싸워 쟁취하려고 노력했던 품질 보증과 같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즉, K팝, K드라마, K무비 등등. 한국의 많은 것들에 K를 붙이는 것은 일종의 프리미엄 라벨이 되기 때문에 더 기대되고 더 믿을 수 있는 품질 보증이 된다는 것이죠. 똑같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샤넬 라벨이 붙느냐, 이름도 모르는 라벨이 붙느냐에 따라 그 신뢰도는 완벽히 달라지니까요. 아마 은근히 한국을 내려보며 던진 질문일 텐데 이 대답을 들은 기자의 표정이 어땠을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1,000년 전부터 프리미엄 라벨이 붙은 한국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대구를 지나 서남쪽으로 조금 달리면 경남 함양군에 다다릅니다.
함양은 북쪽은 덕유산이, 남쪽은 지리산이, 그 중간에는 백운산이 자리하는 등 명산으로 둘러싸인 한국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지형으로 손꼽히는데 이런 덕분에 전체 면적 724제곱킬로미터 중 78%가 산지입니다. 해발 천 고지가 넘는 산이 무려 15곳이나 된다고 하니 옛 지명이 하늘과 맞닿은 고개라는 천령이었던 것이 이해되는데요.
그런데 함양의 높고 깊은 산속 곳곳에 어마어마한 양의 산삼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얼마 전 함양군 덕유산 자락에서 약 1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감정가 9,000만 원짜리 산삼이 발견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함양에 이렇게 많은 산삼이 자라고 있는 것은 30년간 산삼의 인생을 바친 안헌식이라는 인물이 2003년경 함양군과 협약을 체결한 후 약 2,000만 분의 산양산삼을 심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함양군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면서 전 세계 최초로 함양산삼 항노화엑스포를 개최하고 있죠.
안헌식이라는 인물과 관련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해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인삼이라는 용어에는 상당히 익숙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중 한반도에서 자라는 인삼은 특별히 고려인삼이라는 프리미엄 라벨이 붙어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귀하고 값비싼 삼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삼이라는 것은 가삼이라고도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가정에서 재배하는 삼이라는 의미. 즉, 사람이 직접 재배하는 삼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인삼은 원래부터 사람이 재배했을까요? 아닙니다. 원래 삼이라는 식물은 산삼에서 시작됐습니다. TV를 통해서 심마니를 취재한 영상을 보면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외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 이렇게 심봤다를 외치는 이유는 삼의 본명이 심이기 때문입니다.
조선 최고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에서도 현재의 삼을 심이라고 표기하고 있죠. 그래서 삼을 캐러 산에 들어가는 이들을 옛 이름을 써 심마니라 부르는 것이고 그들이 심봤다를 외치는 것은 산삼을 발견했다는 의미인 겁니다.
그런데 모든 재배식물이 그러하듯 그 시초는 야생인데 삼은 특이하게도 여전히 그 원조인 산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약 1억 년 전부터 한반도에 자생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진 삼은 현재 크게 3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천종산삼, 인삼, 산양삼입니다.
말씀드렸던 모든 삼은 야생에서 시작됐는데 여전히 야생에서 자생하는 삼은 천종산삼입니다. 그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이 심었다는 의미로 인간의 손이 전혀 타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 발아해 자연 상태에서 성장합니다. 농약도, 퇴비도, 비료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 성장하죠. 그렇다면 산삼의 씨앗은 어떻게 심어질까요? 새의 도움을 받습니다.
새가 산삼 열매를 먹은 뒤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씨를 배설하면 여기서 싹이 돋아나서 자라게 되는데요. 하지만 새가 씨앗을 먹고 배설했다고 전부 발화되는 것이 아니고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필요로 하는데 습도, 배수, 토양, 고도, 지형, 일조량 등등 주위의 자생식물까지 완벽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만약 이런 여건이 충분하지 않으면 씨앗은 땅속에서 약 50년간 휴면 상태로 기다리다가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져야 가까스로 싹을 틔웁니다. 이후로도 이 최적의 조건이 수십 수백 년 이어져야 비로소 우리가 보는 산삼이 되는 것이죠. 씨앗이 발아한 첫해에는 잎자루 1개가 돋아나며 잎은 3개가 나고, 2년째부터 잎자루와 잎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7년이 되면 비로소 꽃을 피우고 씨앗을 생산합니다.
그러니 새가 산삼 씨앗을 먹고 배설한다고 무조건 발화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조건이 완벽히 맞았을 때야 비로소 발화하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하늘이 내린 영물이라 부르는 것이고 단 한 번도 인간의 손을 타지 않기 때문에 하늘이 키운 삼이라 하여 천종산삼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는 산삼은 그러니까 천종산삼입니다.
하지만 하늘이 내린 식물인 만큼 극소수만 성장하기 때문에 언제나 공급은 수요보다 적습니다. 물론 산삼의 씨가 떨어져 인근에서 자란 지종산삼도 있고 심마니가 산삼의 씨앗을 채취해 깊은 산속에 파종하고 방임했다가 수십 년 뒤 가는 인종산삼도 있지만 그중 으뜸은 단연 천종입니다.
워낙에 천종이 귀하다 보니 등장한 것이 인삼인데요. 즉, 산삼 씨앗을 밭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겁니다. 18세기 이전까지는 오로지 산삼만이 삼을 의미했지만 18세기 중후반이 되면서 보호 대책은 없이 채취만 일삼았기 때문에 한반도 땅에서 산삼은 거의 사라져 버렸는데요. 그런데도 삼에 대한 수요는 전혀 줄어들지 않아 대체제로 찾은 것이 산삼 씨앗을 채취해 밭에서 재배하게 된 인삼, 즉 가삼입니다.
밭에서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뤄지고 사람의 관리를 받으면 뿌리는 거대해지고 상품성은 뛰어나기 마련입니다. 인위적으로 영양소를 공급하고 병충해를 막아 주니까요. 다행히 우리 조상들은 그늘 속 음지에서 자라는 산삼의 재배 특성을 발견해 해가림 등의 비슷한 재배 환경을 조성해 농작물로 만든 것이죠.
현재 우리가 섭취하는 수삼이나 홍삼 등 건강 기능 식품의 대부분은 재배된 인삼을 활용해 만든 제품입니다. 그런데 인삼은 인간의 손을 탔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고 산삼을 구할 수 없어서 탄생한 것이 산양삼입니다. 산양산삼이라고도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산에서 재배한 산삼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인간이 산의 인삼 씨앗을 파종해 자연 상태로 방임한 후 재배하는 삼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파종 과정에서 인간의 손을 타지만 수확까지는 자연히 키우는 겁니다. 다만 인간이 파종할 수 있기 때문에 천종산삼만큼 귀한 대접을 받지는 못합니다. 아마 장뇌삼을 들어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 장뇌삼은 산양삼과 같습니다.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뇌두가 길다고 하여 장뇌라고 불려 왔지만, 산삼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원식 회장이 장뇌삼이라는 용어 대신 산양삼이라는 용어를 창시해 2011년부터 공인 인증되어 사용되고 있죠.
인삼의 학명과 산삼의 학명은 모두 Panax ginseng C.A. Mayer로 동일한데 이는 러시아 식물학자 메이어가 843년 최초로 명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Panax라는 그리스어가 재미있습니다. Pan이란 모든, Axos는 약이라는 뜻인데, 이를 합치며 모든 것을 치료하는 약, 즉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옛날부터 산삼과 인삼은 만병통치약으로 인정된 것인데요.
밭에서 재배하는 인삼조차 땅의 기운을 전부 빨아들이기 때문에 6년 재배하고 지기를 회복하도록 밭을 쉬도록 하는데 높고 깊은 산속에서 수백 년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산삼은 산의 모든 기운을 흡수합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수백 년간 풍파와 병충해, 스트레스 등 고난을 겪은 산삼이 더 건강할 것이라는 사실은 굳이 데이터를 대조하지 않아도 이해되실 겁니다.
그런데 여기 산삼과 DNA를 완전 동일하게 배양해 성공한 인물이 있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안원식 회장인데요. 이미 뉴스, 다큐멘터리 등의 단골 손님으로 취재해 갔던 그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마음껏 찾아볼 수 있으니 한번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