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사전적 의미로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모든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나 음식이라는 것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문화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 국가 또는 한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와 함께 다른 지역 출신이 이해할 수도, 먹기도 힘든 이색적인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지난 2017년, 미국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는 ‘외국인 눈에는 혐오스러울 수 있는 세계의 전통 음식’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 각국의 특별한 요리를 소개했는데요.
양 머리를 통째로 훈제한 노르웨이의 ‘스말로호베’,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은 음식인 필리핀의 ‘발룻’, 말레이시아의 애벌레 요리 ‘부톳’, 중국의 삭힌 오리알 요리 ‘피단’, 미국의 ‘오레오 튀김’ 그리고 한국의 ‘순대’가 선정됐습니다.
떡볶이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해장에 최고라는 순대국밥까지 한국에서 순대는 엄청난 사랑을 받는 음식인데, 왜 순대가 같이 묶여 있는지 의아하지 않으신가요?
실제 외국인이 신기하게 생각하는 음식은 순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문화가 세계로 나아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즐기지만, 외국인의 시선에는 꽤 특이한 한국 음식이 참 많은데요. 그중에는 치맥이나 떡볶이처럼 그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것도, 위의 순대처럼 그렇지 않은 것도 있죠. 그래서 이번엔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 먹는 음식을 다뤄볼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최민식이 분한 오대수는 15년의 긴 감금 생활에서 풀려난 후 일식집으로 향합니다. 15년간 군만두만 줄창 먹어온 그는 날것을 느끼고 싶어 일식집에서 산낙지를 이빨로 물어뜯는데, 해당 장면은 <올드보이> 중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죠.
워낙에 불심이 깊어 살아있는 건 먹지도 않고, 회조차도 즐기지 않는 그의 연기 앞에서 산낙지 8마리가 기절했다고 하죠. 오대수가 먹는 방식으로 산낙지를 먹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먹을 것을 먹었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 장면이었습니다.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말이죠.
하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달라 보였던 모양입니다. 산낙지를 회로 먹는 것은 서양은 물론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흔치 않은 방식으로, 극히 일부의 유럽 국가를 제외한다면 낙지와 같은 두족류 자체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드보이> 속 장면이 얼마나 문화 충격적이었는지, 미국 아마존 프라인 비디오의 <더 보이즈>라는 드라마에서는 남한의 별미라며 해당 장면을 오마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충격적인 모습과는 별개로 이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2018년,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이색적인 한국 음식’으로 당당히 산낙지가 1위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음식은 ‘밥도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간장게장으로, 한국에서만 먹는 유일한 음식입니다. 짭조름한 맛과 은은한 바다향, 그리고 알이 꽉 찬 게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 필요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데, 신기하게 이 간장게장도 한국에서만 먹습니다.
해산물이고, 음식이라는 점에서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지중해 혹은 적어도 일본에는 비슷한 음식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살아있는 꽃게를 간장에 절여 먹는 요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고 하죠.
중국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간장게장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명확하지 않으며, 우리가 먹기 시작한 것은 최소 1600년경으로부터 추정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게장이라기보다는 게젓, 해장, 해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죠.
일본주 소믈리에 ‘추조 가즈오’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은 일본 사케와 궁합이 맞는 한국 요리로 간장게장을 뽑으며,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인 간장게장과 사케는 한 번 맛보면 끊을 수 없다.”라고 감탄하기도 했죠.
그런데 의외로 영미권 외국인이 가장 먹고 싶은 한식으로 간장게장이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중화권 대형 마트에서도 한국 간장게장의 인기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김치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도토리묵입니다. 가을에 산에 오르면 흔히 볼 수 있는 도토리는 참나무인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등의 열매를 총칭하는데요. 이 도토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주식이라는 그 역사에 비해 전 세계적인 대중 음식이 되지 못한 아이러니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람쥐가 몰래 숨겨놓고 먹는 열매라고 알려진 도토리는 원래 돼지에서 유래했습니다. 15세기 초 쓰여진 ‘향약구급방’에 따르면 ‘돼지가 먹는 밤’이라는 뜻의 ‘돝의 밤’에서 점차 변형되어 도토리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사육 환경의 변화로 돼지와 도토리의 연관성이 거의 사라졌지만, 도토리는 가뭄이 심할수록 풍성하게 열려 배고픈 시절에 구황작물로 자리했고, 도토리묵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을 만큼 훌륭한 음식이었습니다.
중세 시대 유럽인들은 도토리를 따서 돼지 먹이로 썼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도토리를 식재료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 반면, 한국에서 도토리는 도토리묵, 도토리 가루 칼국수 등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왜 돼지 먹이를 사람이 먹느냐?”라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하고, 처음 본 외국인들은 초콜릿 젤리 정도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등산 후 먹는 도토리묵무침이 얼마나 별미인지 말이죠.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국가표준 식품성분표에 의하면 도토리 100g당 생것은 230kcal, 도토리 가루는 354kcal지만, 도토리묵은 47kcal로, 조리법에 따른 칼로리 차이가 최대 7.5배까지 발생하며, 혈당을 천천히 높여 체지방 합성 속도도 늦추고 체지방을 산화시킨다고 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우리 민족이 도토리를 식용하기 시작한 것은 석기시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서울 암사동, 경기 미사동, 황해동 봉산군 지탑리 등 해당 시대 유적지에서 모두 야생 도토리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흉년을 도토리로 달랜 기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총균쇠>를 쓴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책에서 “왜 도토리처럼 소중한 식량 공급원이 작물화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을 내렸는데, 그는 “도토리는 성장 속도가 느리고 인간보다 더 빠르게 도토리를 채취하는 다람쥐가 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종류를 불문하고 쓴맛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유전자 구조상 쓴맛이 나지 않는 종으로 개량하는 것이 불가능해 수확량이 많아도 밀이나 쌀처럼 작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네 번째는 술안주로도 유명한 골뱅이입니다. 골뱅이무침, 골뱅이탕, 쫄뱅이 등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사랑받는 골뱅이도 한국인만 먹는 식재료입니다. 일례로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연간 5,000~10,000톤가량의 골뱅이를 생산하는데, 생산량의 거의 전량을 오로지 한국에만 수출하고 있으며 전 세계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이 한국에서 소비됩니다.
특히, 영국산 골뱅이는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아 국내의 많은 골뱅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한국이 수입하기 때문에 해당 어민들은 북한의 도발 뉴스를 볼 때마다 행여 수출이 끊길까 걱정한다고 하죠.
실제로 한국 덕분에 한 달 약 1,500만 원가량을 벌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조차도 이 골뱅이를 왜 먹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고작 일본 정도를 제외한다면 골뱅이를 비롯한 소라, 고둥, 우렁이, 다슬기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잘못된 해석이긴 했지만,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인지 영국 ‘BBC’는 한때 골뱅이를 ‘한국의 정력제’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깻잎인데요. 참고로 우리가 먹는 ‘깨’는 참깨와 들깨, 두 종류인데, 잎사귀를 섭취하는 것은 들깨입니다. 참깨 이파리를 섭취하는 경우는 없고, 들깨 이파리를 따서 먹는 것이 깻잎인데요.
쌈, 절임 요리, 탕 요리, 전, 김밥, 부각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섭취하는 깻잎은 특히 볶음요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주인공입니다. 외국에서 깻잎은 영문명인 ‘페릴라 리프’와 함께 ‘코리안 페릴라’라고도 불리는데, 재미있는 건 외국인들은 “도대체 왜 낙엽을 먹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들깨라는 식물 자체가 한국을 포함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소비되고, 그중에서도 한국만이 깻잎을 먹을 뿐 서양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식물이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우리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먹는 고수와 마찬가지로 외국인들은 까슬거리고 알싸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극히 갈리게 됩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깻잎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정도인데, 심지어는 가난해서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한 북한에서도 깻잎은 먹지 않는다고 하죠.
여섯 번째는 콩나물입니다. 이것 역시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국밥은 물론 비빔밥의 재료, 각종 찜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아삭한 식감으로 사랑받는 콩나물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음식입니다. 실제 외국에서 콩나물이라고 번역되어 사용되는 것은 대부분 숙주나물이라고 할 정도로 콩나물은 상당히 이질적인 식재료인데요.
심지어는 ‘털과 다리가 달린 유령’이라고 생각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하죠. 몇몇 외국 유튜버는 콩나물이 빠르게 자라는 특이한 모습을 타임랩스로 녹화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나물로 무쳐 먹기도 좋고, 콩나물국을 끓여 먹어도 좋은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숙취 해소의 왕이라고도 불리는데, 왜 외국에서 먹지 않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참외입니다. 노란색 줄무늬, 아삭한 식감, 달콤한 과즙으로 수박과 더불어 여름철 대표 과일로 꼽히는 참외는 외국에서는 비슷한 품종이 없어 멜론을 먹습니다. 분류학적으로 보자면 참외는 멜론의 변종이기도 한데, 우리가 동남아에 가면 ‘망고스틴’ 등을 즐기는 것처럼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하는 과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런데 워낙에 외국에서는 생소한 과일이기 때문에 국제 명칭조차 없었는데, 지난 2016년에야 국제식품규격위원회 ‘KODEX’가 참외에 ‘코리안 멜론’이라는 명칭을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멜론을 먹는 방식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참외를 잘못된 방식으로 섭취했다가 아쉬움을 자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식이 워낙에 유명한 일본에서 한 네티즌이 “전혀 달지 않고, 실망이다…”라며 자신의 SNS에 참외 후기를 남겼는데, 사진을 본 한국인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참외의 단맛을 담당하는 씨 부분을 전부 도려냈기 때문이죠. 우리가 잘 알다시피 참외의 핵심은 말캉말캉한 과즙과 씨가 어우러진 부분인데, 이를 전부 도려냈으니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참외가 생소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린 식재료 외에도 홍어, 육회, 번데기 등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음식은 수없이 많습니다. 일본의 초밥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만 사랑받는 우리의 음식이 언젠가 외국인의 식탁에 안착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