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팔아 연매출 250억” 고졸 사장님이 10년째 휴가도 못 가고 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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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에서 과일 도매업을 하고 있는 29살 국수호입니다. 밤 12시 반에 나가는 이유는 제가 일하는 곳이 도매시장이라 새벽 2시부터 경매가 시작되거든요. 그러고 아침까지 일을 보는 스케줄이라 지금 이렇게 새벽에 부랴부랴 나가야 합니다. 새벽에 이렇게 일어나서 지낸 지가 이제 9년, 10년 차 정도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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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또래 친구들보다 1년 먼저 졸업했어요. 군대를 지원해서 다녀온 다음에 이렇게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교 다닐 때 말 잘 듣고 공부를 하던 학생이 아니어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부모님이 추천해 주셔서 과일 도매업을 시작하게 된 게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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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매출은 연 250억 정도 하고 있으니까 월로 굳이 따지면 뭐 한 20억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진율은 다른 업종들에 비해서 제가 알기로는 많이 낮아요. 장사하시는 분들마다 다른데 저 같은 경우는 마진에 한 7% 정도 돼요. 엄청 짜요.

제가 직접 운영을 시작한 거는 2018년도부터인데요. 18년도에 50억, 19년도에 100억 정도… 이런 식으로 계속 늘어나긴 하더라고요. 거래처가 늘어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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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매시장 가면 주문 받은 것들을 모아서 경매장에서 과일을 구매해서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장사꾼들한테는 최고죠. 제가 있는 곳은 청과물 쪽인데요. 같이 일하는 형들이 주문을 모아놓거든요. 그러면 그거 한 번씩 체크하고 경매장으로 넘어가서 경매 시작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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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딱히 뭐 꿈이 있다거나, 뭐 잘하는 게 있지는 않았어요. 자랑은 아닌데, 그런 게 진짜 없었어서 그냥 일단 아버지께서 추천해주시니까 한 번 시작했던 게 이렇게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과일 장사랑 전혀 연관 없으세요. 제가 직접 사업 꾸려서 지금 이 가게까지 차린 거예요. 주변 분들 도움이랑… 운이 많이 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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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왔는데요. 먼저 와 계신 분들은 저희 손님들이에요. 이것 저것 다 구매하시고 아침에 출발하시는데, 그때까지 휴식 공간인 셈이죠. 여기서 이제 뭐 살지 정리하시고, 주문도 하시고… 소매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사 가시려고 이렇게 사무실에 계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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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선주문 들어오는 거래처들이 있어서 발주들을 취합하고 있습니다. 도매라는 게 과일을 싸게 사서 가격을 올려서 파는 건데, 오늘 1만 원이었던 게 내일 되면 갑자기 2만 원이 돼버릴 수도 있어요.

일반인 분들은 1만 원 차이면 큰 차이인 줄 모르실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막 500원 차이도 크게 느껴질 수 있죠. 많이 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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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쌀 때는 그만큼 마진을 줄여서 거래처들이 원활하게 판매할 수 있게 넣어주고, 저렴하게 샀다면 조금 더 마진을 보기도 해요. 당일 가격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매하는데, 행사 진행할 때는 원가 이하로 손해 보면서 넣기도 해요.

그래서 매출을 1년 단위로 계산해야 해요. 오늘 하루 얼마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좀 크게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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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매장으로 과일 사러 가는데요. 머리에 쓴 건 페이스 쉴드라고 코로나 때문에 쓰고 있어요.

밤낮이 지금 거의 한 10년째 바뀌어 있는데, 일반 대부분 사람하고 패턴이 정반대라서 사람들 만나는 부분에서 조금 힘든 점들이 있죠. 몸도 힘든게 맞고… 그래도 연 매출이 250억씩 나와도 할 건 다 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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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장에 오면 농사가 잘 됐는지 먹어봐요. 다 먹어보면서 품질을 확인하고, 제가 판매하기 수월한 스펙을 찾아서 구매합니다.

여기 있는 물건은 아직 제가 산 게 아니라 경매장 물건이지만, 중매인들은 먹어봐도 상관 없어요. 근데 외부인들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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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고 다니는 건 응찰기랑 거래참가증인데요. 응찰기라는 게 경매 볼 때 여기에 금액을 넣고, 금액이 맞으면 낙찰되는 거예요.

경매대가 하나 있는데, 경매사 컴퓨터 프로그램에 중매인들이 누르는 금액이 다 뜨거든요. 제가 이 일 시작하기 전에는 수기로 하는 경매가 진행됐는데, 지금은 전자기기로 응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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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새벽 5시까지 경매 입찰하고요. 그리고 그 이후에 산 물건들로 이제 판매하고, 8시 반에 또 2차 경매가 있어요. 사과, 배, 수박 같은 품목들은 아침에 또 경매를 2차로 하거든요.

그렇게 2부 경매 보고 식사하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돼요. 그러고 빠르면 오전 11시, 일이 많고 주문이 많을 때는 오후 1~2시까지도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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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일요일마다 쉬는데, 저는 못 쉬어요. 여름에는 거래처들 추가 발주들이 항상 있어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요일에도 매번 나옵니다. 10년째 거의 쉬는 날 없이 이렇게 일했어요. 휴가 한 번을 가본 적이 없으니까요.

과일가게는 다 무조건 새벽 2시에 나와요. 그래서 과일가게 사장님들은 거의 다 밤낮이 바뀌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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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진짜 1차원적인, 진짜 몸쓰는 그런 일이라서 소비자들한테까지 가기가 힘든 과정이 있죠.

매출도 많이 나오고, 순수익도 적은 편이 아니지만, 제가 뭐 여유있게 부모님한테 받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거의 다 빚이에요. 재투자하고 빚 갚으면서 하는 거라 재테크는 생각하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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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하시는 분이 하는 말들은 따로 의미는 없고 그냥 자기들 리듬이에요. 뭐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에요. 중간중간에 중매인 번호도 부르고 있고요. 만약에 다른 사람이랑 같이 물건을 1만 원으로 봤으면 경매사가 가격을 불러요. 가격을 더 올리라고요. 그런 말도 중간 중간에 있어요.

경매 물건을 사려면 손가락도 빨라야 하고 판단이 엄청 빨라야 해요. 제가 경력이 10년인데, 가장 적은 경력이에요. 여기선 다 20~30년씩 하신 분들이거든요. 근데 어차피 보는 눈은 다 비슷해서 손가락이 빠르면 유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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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여하는 경매는 끝났고요. 지금 새벽 5시인데, 2시부터 시작해서 아직 하고 있긴 해요. 근데 이제 필요한 것들은 거의 다 준비가 됐어요. 오늘 팔아야 할 물건들을 다 산 거죠.

경매 끝나면 바로 거래처 손님들한테 물건 보여드리고, 소개해 드리고, 저희가 다 상차까지 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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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기에도 쉽지 않은 일인데, 처음에는 이 일 말고는 아무 것도 못했어요. 특히 밤낮이 바뀌니까 낮에 아무리 자려고 해도 못 자겠더라고요. 커튼을 치고, 암막을 치고 해도 생체리듬이 안 맞더라고요. 낮에 자려고 하니까 뒤척이고 그러다 보면 금방 출근할 시간 돼 있더라고요.

체력이 엄청 좋아야 해요.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쓰는 일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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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동력은… 돈 아닐까요? 뭐 이것 저것 다른 것도 있겠지만, 솔직히 장사꾼한테 제일 중요한 건 돈이죠. 어렸을 때 너무 자금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 남들보다 제가 조금 더 유별난 것 같아요. 돈쪽으로 욕심이 좀 있죠.

가정 환경이 남들처럼 평범한 집이 아니라 조금 안 좋았어요. 혼자 좀 오래 지냈거든요. 독립해서 혼자 지내는 시간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고등학교 때도 혼자 막 아르바이트해서 자취방 잡아서 살고… 그럴 때 밥 먹을 돈이 없어서 제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맨날 먹을 거 사다가 같이 밥 먹어주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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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매장에서 사서 가져다 놓은 과일들은 거의 선주문이 대부분이고요. 제가 판단해서 이 가격대에 이 품질이면 선주문이 없어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사기도 하면서 조절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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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도매업 마진이 많이 안 남는 이유는 경쟁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경쟁이 진짜 어마어마하고요.

도매시장 말고도 산지에서 직접 수매하는 곳들도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서 대형마트들 있잖아요. 그런 곳들은 거의 산지 수매해요. 그래서 경쟁이 계속 붙으니까 저희 단가가 계속 떨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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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옮기는 물건은 지금 다 판매되어서 거래처들 차량으로 다 상차할 물건이에요. 지금 직원은 7명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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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상하차 하는 지게차는 렌탈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사는 게 돈이 덜 들긴 하는데, 관리가 안 돼요. 대신 렌탈하면 싹 관리를 해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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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계속 전화가 오는데요. 다 기존 고정 거래처들이에요. 거래한 지도 오래됐고 서로 스타일을 아니까 오래된 거래처는 전화로 주문하시기도 해요. 저는 손님들하고 형, 동생 하면서 지내는 편이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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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사 스타일이 조금 박리다매 스타일이어서 오픈하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2,000원 붙여서 20짝 팔 거를 500~1,000원 붙여서 50짝, 100짝씩 막 밀어버려요. 매출이 잘 나오는 건 그게 제일 큰 이유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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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 여기 시장에 2세들이 많아요. 다 부모님한테 물려받고 대물림 받아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아무것도 없이 몸뚱이 하나로 와서 밑바닥부터 하다 보니까 직원들 생각을 먼저 하는 거 같아요. 그 똑같은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게 1번 노하우인 것 같아요. 내가 아무리 혼자 잘났어도 내 밑에서 안 받쳐주면 판매가 안 돼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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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진짜 내세울 거 하나도 없는 그런 사람도 노력하고 열정이 있으면 할 수 있어요. 당연히 운이 있었지만, 열심히 살다 보니까 지금 그래도 어디 가서 내 사업체 운영하고 있다고 명함을 내밀 정도는 되니까 그런 거를 봐주시고, 지금 이 힘든 시국에 다들 파이팅 있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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