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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선박시장에서 한국에 도전장 던진 중국, 손가락만 쪽쪽 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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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에 이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을 두고 피 터지게 경쟁 중인 한국과 중국. 그런데 이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한국이 단 한 번 수주로 4조 원 잭팟을 터뜨린 반면 중국은 입맛만 다시다 다시 손가락만 빨게 생겼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의 조선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컨테이너선 16척을 수주했음을 공시했습니다. 척당 1억 9,400만 달러로 총 31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4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으로 이는 단일 선박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작년 6월 LNG운반선 12척을 수주하며 세운 종전 최고 기록인 3조 3,310억 원을 1년 만에 갱신했죠.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16,000 TEU급 대형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으로 이는 LNG선에 이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는 시장입니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시장과 조선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친환경입니다.

무분별한 산업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모든 조직과 기업은 앞다퉈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는데 국제해사기구 IMO 역시 2020년부터 강화된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선박에서 기인하는 대기오염 절감을 목적으로 2020년 1월 더 전 세계 모든 선박의 선박 연료유 중 황 함유량 상한선을 0.5%로 낮추기로 한 것이죠.

선박을 운행하려면 연료가 필요한데 그간 선박의 대부분이 디젤 또는 벙커C유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IMO는 기존 황산화물 배출량 3.5%에서 0.5%로 낮추는 파격적인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죠. 물론 선박회사가 이를 무조건 따를 의무는 없습니다. 벌금을 내면 되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선사가 IMO의 규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따르기로 해 조선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선박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옵션이 주어졌습니다. 황 함유량이 낮은 원료를 사용하거나, 황산화물을 제거시키는 스크러버를 탑재하거나, 아예 황산화물 자체를 방출하지 않는 LNG 추진선을 도입하면 됩니다.

이 중 스크러버를 탑재하는 것은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 유지비용도 적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사가 이제 LNG 추진선 도입을 진행 중인 겁니다. 그래서 미래 조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선박이 LNG 추진선이고 전 세계 모든 조선 업체가 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한국이 전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LNG 추진선에 이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것이 이번에 삼성중공업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입니다. 메탄올은 상당히 많은 장점을 가졌는데 우선 기존의 벙커C유에 비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은 80%, 이산화탄소 배출도 2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만약 사고로 선박 연료가 해양으로 배출되더라도 물에 빠르게 생분해되기 때문에 해양오염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아울러 LNG는 영하 163℃ 이하의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화물창이 별도로 필요하지만, 메탄올은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부가적인 설비를 갖출 필요도 없죠. 이런 장점 덕분에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메탄올 추진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수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의 탈락입니다. 아시아 지역 선주라고만 알려졌지만, 발주한 곳은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인데, 에버그린이 지난 11일 자국 증권거래소에 삼성중공업과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데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고 공시했으니까요.

원래 에버그린은 총 24척 규모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중 16척은 삼성중공업이, 나머지 8척은 일본의 ‘니혼 십야드’가 따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계약도 원래 삼성중공업에 24척을 전부 발주하려다 단일 조선소가 24척을 전부 건조하기에는 인도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일본에 나눠주도록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중국도 이 프로젝트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손가락만 빨았다는 점입니다. 대만이 발주한 선박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중국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아직 중국은 메탄올 추진선을 건조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아마 에버그린 측도 메탄올선은 이제 시작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선박의 완성도를 위해 기술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메탄올 분야에서도 한국은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한데요. 우선 대형 컨테이너선 추진용 메탄올 엔진을 생산할 수 회사는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입니다.

하나는 한국의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부이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1983년 설립된 HSD엔진입니다. HSD 엔진의 경우 이미 한화임팩트가 32.77%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올해 2월에 이미 한화임팩트와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죠.

HSD엔진은 최근 메탄올 엔진 설비 투자를 결정하고 양산 준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곧 엔진생산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메탄올 추진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임팩트가 유일한 겁니다.

엔진 분야뿐 아니라 선박 분야에서도 한국 조선업계는 독보적인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약 100척인데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43척을 HD한국조선해양이 따냈고, 삼성중공업이 16척을 따냈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발주한 메탄올 추진선은 벙커링을 마치고 첫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올 9월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해 명명식을 가진 후 상업 운행을 시작합니다. 머스크는 2030년까지 해상 운송 화물의 25%를 친환경 연료선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으로 현재까지 총 25척의 메탄올선을 발주해 한국이 19척을 수주했고,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 CGM도 18척을, 한국에서는 HMM이 9척을, 대만의 에버그린이 총 16척을 발주했죠.

알려진 대부분의 메탄올선을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한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아무리 저가 수주에 나서더라도 앞선 기술력을 가진 한국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그런데 에버그린의 발주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도 대만은 중국에 절대로 선박을 발주하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과 대만의 뿌리 깊은 갈등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두 국가가 왜 이런 사태를 불러왔는지를 조금 더 살펴볼까 하는데요. 중국인도 대만인도 아닌 외국인의 입장에서 중국과 대만은 한 국가인지 아니면 다른 국가인지 헷갈리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중국은 주야장천 ‘대만은 같은 나라지만 다만 한 국가 안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대만을 중국에 가두려 하고, 대만은 ‘한 국가인 적은 있었으나 대만은 중국과 분리된 독립된 국가’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중국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주장이지만 반대로 대만은 중국의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생각이 없죠.

내년 10월 초순이 되면 중국과 대만 모두 국경절 연휴를 갖습니다. 10월 1일이 되면 중국에서는 ‘건국일’을 기념하고, 9일 뒤인 10월 10일에는 ‘혁명기념일’을 또 한 번 갖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대만에서는 ‘건국기념일’이라며 쌍십절 기념해 공휴일을 갖죠.

그러니까 112년 전인 1911년 10월 10일에 발발한 ‘신해혁명’을 중국에서는 ‘혁명기념일’로, 대만에서는 ‘건국일’로 보는 겁니다. 그런데 이 신해혁명 이후로 중국과 대만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습니다. 아마 중국의 성장을 보면서 미국은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을 패망시키고 초강대국으로 올라선 미국은 다시는 이런 전쟁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유엔이라는 국제기구 창설을 주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영원한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였죠. 여기 극히 대조적인 사진 두 장을 보겠습니다. 이는 1971년 10월 25일 같은 장소에서 찍은 중국 대표와 대만 대표의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두 국가의 표정은 극명하게 다른데 왜냐하면 이날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대만이 축출당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은 이날 ‘유엔의 유일하고 합법적인 중국 대표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다. 유엔과 관련 조직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장제스 정권의 대표를 즉시 추방한다’라며 결의 제2758호를 통과시켰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출범한 유엔은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와 더불어 중국을 포함한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을 지정했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1949년 중국에서는 국공내전이 발발해 중국이 두 정부로 분단됐기 때문입니다.

국공내전 전까지 중국은 장제스의 국민당이 이끄는 중화민국이 대표해 왔지만 유엔 내부에서는 중국 대륙을 통치하는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이 대표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었죠. 국공내전 이후 장제스는 현재의 대만으로 ‘중화민국 정부’를 옮겼고 중국 대륙에는 마오쩌뚱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습니다.

이에 원래부터 중국을 대표하던 ‘중화민국’을 중국 대표로 볼 것이냐,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 대표로 볼 것이냐가 논란이 된 것이죠. 한 국가에서 두 표를 행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미국은 이 당시 대만을 지지했었습니다. 마오쩌둥의 중국이 한국전에 개입한 이유를 들어 중국에 대표권을 줄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이 안건이 유엔총회에서 상정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저지했죠.

하지만 1971년 대이변이 발생합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신생국들은 ‘비동맹’을 결성해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 질서에서 이탈하려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는데 많은 국가가 중국을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였던 조지 부시의 분주한 설득에도 알바니아 대표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대표권 승인과 중화민국 정부의 추방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이 제출되어 표 대결을 펼쳤는데 결국 찬성 76표, 반대 35표, 기권 17표, 불참 3표로 통과됐습니다.

부시 대사는 표결 통과 후에도 중국에 국한해 1국가 2대표를 인정하자며 긴급 제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대만 대표가 더 이상 유엔총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표결 직전 회의장을 떠나 스스로 탈퇴하는 바람에 효력을 잃어버렸죠. 이렇게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된 겁니다.

이 사건 이후 중국은 대만을 중국에서 이탈한 자국의 일부로 보는 ‘양안 관계’로 설정했고, 대만은 중국과는 별개의 ‘독립 국가’로 주장하면서 그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블루오션이라 불리는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 한국에 초대형 선물을 안겨줬고, 한국에 도전장을 냈던 중국은 당연한 결과지만 손가락만 빨게 됐습니다. LNG선에 이은 메탄올선 분야에서도 한국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갈 자리는 깔아졌습니다. 앞으로 5년 후 한국이 얼마나 많은 점유율을 가지게 될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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