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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호응 0%에 수렴하는 핀란드 국민에게 한국 전통 군악대가 기립 박수받은 까닭

시민이 모여 국가를 형성한다고 했을 때 세계 최고 복지국가로 알려진 핀란드는 그 시민들 역시 특별합니다. “핀란드인들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는 한 블로거가 자신이 경험한 핀란드인들에 대해 남긴 소감인데요. 서유럽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고 신용평가기구 조사에서 유로존 유일의 ‘AAA’ 등급을 받았으며, 국제 투명성 기구 조사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국민으로 꼽혔을 정도죠.

사실 핀란드인들은 유난히 말수가 적기로 유명한 민족입니다. 잡설이나 루머 의미 없는 잡담, 이런 것들은 핀란드인들이 그다지 즐기지 않아 외부인들이 보았을 때 그들은 유독 과묵합니다. 일부에서는 그들의 과묵함을 수줍다고도 표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점잖고 얌전하고 수줍은 핀란드인들에게 한국 전통 군악대가 공연을 보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여전히 가장 핫한 보이그룹은 단연 방탄소년단인데 BTS의 ‘슈가’라는 멤버는 지난 2020년 5월 22일, 애플뮤직과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통해 ‘August D’라는 이름으로 믹스테이프, ‘D-2’를 공개했습니다. 믹스테이프란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는 음반을 말하는데, 이번 믹스테이프의 타이틀곡 ‘대취타’는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첫날 조회수만 2,000만 회를 넘더니 2년이 지난 지금 조회수가 무려 3.7억 회입니다. 이 뮤직비디오가 특히 관심을 받았던 것은 배경을 조선시대 궁궐로 설정하고 한국 전통음악에 전통 복장, 건축물이 어우러져 한 편의 사극을 보는 듯 지극히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한복을 입고 검무를 추는 장면은 압권이었죠.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태평소 능계가락을 접목해 ‘하여가’를 발표해 22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한국의 궁중음악을 대중 음악에 접목한 것은 슈가의 ‘대취타’가 최초일 겁니다.

그런데 이 곡의 제목 ‘대취타’를 두고 ‘크게 취한 상태로 세상을 호령하는’ 그런 제목 정도로 인식했지만, 이를 한자로 풀어보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클 ‘대’, 불 ‘취’, 때릴 ‘타’. 한 글자씩 조합하면 큰 의미가 없는 듯하지만, 이 대취타는 조선시대에 무령지곡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왕이 성문 밖으로 행차할 때 또는 군대가 행진할 때 연주되던 음악으로, 쉽게 말하면 부는 악기인 취악기와 때리는 악기인 타악기로 연주하는 행진곡입니다. 대취타는 타악기인 징, 자바라, 용고와 관악기 중 단 이름을 내는 나각, 나발, 유일한 선율 악기인 태평소로 구성되는데 국악 장르 중 야외 연주에 특화된 곡입니다.

별도로 조직된 대취타 부대가 내는 위엄 있고 웅장한 소리는 가히 모든 이들의 고막을 압도하죠. 하지만 지금은 왕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 명맥이 사라졌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국방부가 한국 전통 군악대인 ‘취타대’를 운영 중인데 해외 따뚜에 참가하면 외국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그리고 가장 만족하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최고의 명성을 가진 국방부 군악대가 핀란드의 군사도시 ‘하미나’로 갔습니다. 핀란드 하미나에서는 1990년 이래 2년마다 국제적 권위를 가진 ‘하미나 국제 군악제’를 개최해 오고 있는데, 행사 주최 측이 한국 국방부 군악대를 직접 초청했습니다.

한국의 국방부 군악대가 하미나에 참가한 것은 최초인데, 2018년 행사는 특별히 핀란드군 창설 100주년을 맞아 개최된 뜻깊은 행사였는데요. 당시 행사에는 미국, 영국, 러시아,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7개국과 핀란드 군악대 그리고 한국 군악대가 참석했는데요. 해외 군악대 중 유일하게 개막 공연에서 핀란드 군악대에 이어 무려 40분의 단독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압권은 7월 30일에 펼쳐진 미니 공연이었습니다. 헬싱키의 상징이자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세나테 광장에서 개최된 ‘미니 따뚜’ 행사에는 헬싱키 부시장, 핀란드 전임 총사령관, 하미나 시장을 포함 무려 3,500명의 관객이 몰렸는데 한국 전통 군악대는 약 8분간 공연을 펼쳤습니다.

얌전하고 수줍기로 소문난 핀란드 관객들은 한국 공연단의 공연이 이어질수록 엄청난 환호와 호응을 보내줬죠. 본 공연에서 반응은 더 뜨거웠습니다. 그날 저녁 열린 개막 콘서트에서는 핀란드 군악대와 한국 군악대만 공연을 펼쳤는데, 오전 공연을 본 관객들은 군악 공연에 앞서 애국과 연주가 시작되자 한국 그리고 한국 공연단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기립하기도 했습니다. 본 공연에서 한국은 아리랑, 태평가 등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장구춤, 버꾸춤, 부채춤, 무예 시범 등을 선보였는데 기립 박수가 무려 4회나 터져 나왔을 정도로 핀란드에서 흔치 않은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한국 공연단의 공연 직후 조직 위원회 예술 감독은 “하미나 따뚜는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공연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늘 공연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극찬을 쏟아 냈고, 공연을 지켜본 영국 군악대원은 “대한민국의 전통 악대와 함께하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고, 한국 팀이 보여준 엄청난 공연과 색깔, 활력은 대단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일반 관객은 “이런 공연은 처음입니다. 서양의 전통적인 공연 방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국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했어요.”라면서 한국 전통 군악대가 보여 준 공연에 엄청난 감동을 받은 모습인데요.

이런 한국 전통 군악대의 공연은 핀란드 내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는데,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나 존재했던 이 대취타는 어떻게 군악대에서 부활한 것일까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대취타는 왕의 행차에서나 연주되는 행진곡입니다만 단절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조선 말기, 외국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서양악기가 들어오게 됐고 전통악기로 구성된 군악대는 해산됐었죠. 그러다 60여 년이 지난 1961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 행렬에 국립국악원에 52명의 취타대가 편성되어 운용되면서 다시 재현됐죠.

그러다 1968년 9월, 육군 본부 군악대 예하 국악대가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대통령의 외교 사절 영접이나 해외 순방 의전 행사에서 대취타를 연주하며 정식 군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게 됐습니다. 그리고 1989년 국방부가 군악 대대에 국악대를 창설하면서 현재는 대취타를 연주할 수 있는 성인 취타대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수백 년 간 왕의 행차를 위해 연주하던 특이함 덕분이었을까요? 대한민국 정부는 1971년 대취타를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함과 동시에 최인서 명인을 초대 대취타 보유자로 지정했고, 1993년 정재국 명인 이후로 전수 조교, 이수자, 전수자의 계보로 현재까지 대취타의 원형을 이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국방부 국악대는 해외 따뚜 초청 공연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국가 원수 등 귀빈들에게 한국의 전통을 선보이고 있는데, 일본, 중국을 포함 동북아시아에서 이런 전통 악대를 갖춘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군에 소속된 취타대가 해외로 초청된 공연 중 가장 유명했던 공연은 2003년 영국의 ‘에딘버러 따뚜’입니다. 영국에서 매년 8월, 한 달에 걸쳐 실시되는 영국 군악제의 정확한 명칭은 ‘에딘버러 밀리터리 따뚜’인데요. 1950년부터 시작해 무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행사가 특이한 것은 행사 개최 3년 전부터 영국 연출자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참가 대상국을 선정한다는 점입니다. 참가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이죠. 워낙에 위상이 높다 보니 한 달 동안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에딘버러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20만 명이 넘고, 영국 BBC를 통해 생중계되는 TV 시청 인구만 1억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2003년 행사 참가는 주최 측에서 한국에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왕실에 악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한국 국방부에 직접 참가 의사를 타진해 왔습니다. 이에 영국 담당자들이 2002년 3월과 2003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했고 최우수 성적으로 합격하게 됩니다. 당시 이 오디션을 보기 위해 방한한 영국군 예비역 준장은 “에딘버러 행사 연출자로 8년간 세계 각국의 군악대를 평가해 봤지만, 이처럼 이색적이고 우수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준비해 준 나라는 없었다. 반드시 참가해 주기를 부탁한다.”라고 오히려 간곡히 부탁해 참가가 성사됐죠.

그동안 동남아, 일본 등 소규모 군악제에 각 군별로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세계적인 군악제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어쨌든 취타대와 풍물패로 구성된 전통 군악으로 행사에 참가한 한국은 거리공연에서 어마어마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는 한국 군악대의 수준 높은 공연을 눈여겨본 주최 측이 별도로 요청해 또 한 번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군 취타대 멋진 공연이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디씨멘터리에서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 채널에서 다뤘으면 좋겠는 뉴스 또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영상은 디씨멘터리 네이버 닷컴으로 보내주시면 소중히 제작하겠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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