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과기 없이 물 생활하는 방법. 저번 편에 이어서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여과기 없이 물 생활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계속 설명드린 대로 여과기의 역할은 박테리아에 집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박테리아는 수중에서 활동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약 10~20%만 수중에서 활동하고 80~90%는 표면적에 밀집 서식합니다. 그럼 ‘여과기 말고 다른 걸로 표면적을 넓혀주면 되잖아요.’ 박테리아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붙어 있을 표면적만 있으면 되지, 그게 여과항이든 아니든 상관없는 거죠. 어떤 분들은 물이 흘러서 여과재를 반드시 통과해야지만 물이 정화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물과 박테리아를 너무 무시하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제 영상 보시면서 제 바닥재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하시고, 그 역할에 대해서 물어보시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바닥재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서식처 제공입니다. 그 방법으로는 충분한 양 그리고 입자 조절인데요. 영상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바닥재를 한 종류만 쓰지 않고 많게는 3~4종까지 배합해 쓰거든요. ‘어떤 바닥재를 어떻게 쓰냐’ 그 기준은 사실 어항의 규모나 형태에 따라 다르게 편성합니다. 보통 가장 고려하는 것은 수표면의 넓이와 생물의 종류입니다. 그건 나중에 제가 바닥재 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입자를 조절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을 한 번 드려볼게요.
저는 바닥재를 하나의 여과기라고 생각하고 세팅을 하는데요. 먼저 맨 아래 가장 고운 입자를 깔고 그리고 점차 입자 크기를 늘려가면서 바닥재를 세팅합니다. 맨 위층에는 가장 입자가 큰 바닥재를 세팅해서 각종 유기물이나 찌꺼기들이 그 사이로 들어가게 만드는 거죠. 많이들 그게 싫으셔서 사이펀으로 청소해 주시거나 탱크항을 하시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걸 유도합니다. 보통 맨 위에 까는 흑사의 경우에는 5~6mm 정도를 선호하는데, 30 큐브에 5cm 깔았을 때 스펀지 여과기 2쌍과 맞먹는 표면적을 제공합니다. 마침 그 사이로 암모니아 찌꺼기들이 떨어지니 박테리아들이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죠.
입자가 매우 고와서 틈이 작은 곳에 사는 박테리아 균종이 다르고, 입자가 커서 그 틈이 넓은 곳에 사는 박테리아 균종이 다릅니다. 산소와 빛의 도달 여부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인데, 지난 정보성 콘텐츠에서 드린 대로 박테리아는 산소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도에 따라서 종류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들은 여과 사이클의 서로 다른 부분들을 담당하게 되죠. 이 이유 때문에 저는 다양한 입자의 바닥재를 같이 쓰고, 그리고 고의적으로 바닥재에 경사를 주기도 합니다. 여과기 없이 여과력을 늘리는 첫 번째 방법, 충분한 양의 바닥재와 높이에 따른 입자 크기의 조절입니다.
두 번째로는 기공이 많은 수석의 사용인데요. 아시다시피 저는 화산석을 굉장히 좋아하고 대부분의 여왕에 화산석을 배치합니다. 화산석은 30cm 짜리도 있고 0.5cm짜리도 있어요. 인터넷에 검색하시면 쉽게 구매하실 수 있고요. 저는 이 화산석을 바닥재 위에 세팅하기도 하고, 바닥재 중간에 그냥 묻기도 합니다. 이 화산석 속 수많은 기공들이 넓은 표면적을 제공하고, 또 어떤 부분은 빛이 아예 안 드는 부분도 있어서 다양한 균종이 살기에 적합합니다. 화산석뿐만 아니라 저는 다양한 수석을 사용하는데, 이런 수석의 사용은 왈스타드 메소드와 다르게 제가 고집하는 부분인데요.
다른 것보다 저는 물고기를 위해서 이 수석을 설치해 줍니다. 물고기들이 이 은신처를 되게 좋아해요.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직사광선으로부터, 때로는 다른 어종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되어주기 때문에 어종의 스트레스 리에 저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다수의 수초 사용. 여러분 원스팜 어항의 특징이 뭐죠? 바로 빽빽한 수초 사용이죠. 이렇게 또 수초로 표면적 제공에 한몫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세요? 수초의 줄기나 혹은 뿌리 부분에만 서식하는 균종들이 있어요. 이게 또 물 정화에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수초에 대한 정보를 다룰 때 제가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입니다. 박테리아의 증식을 상상하는 시간과의 싸움. 여과기가 되었든, 바닥재가 되었든, 화산석이 되었든, 박테리아가 많이 살 수 있는 충분한 표면적이 제공됐다고 칩시다. 그런다고 물이 잘 잡혀서 여과 사이클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 20만 원짜리 외부 여과기 세팅했다고 물고기가 안 죽던가요? 아닙니다. 여과력의 형성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식처가 준비되고 생물이 투입되어 암모니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면, 여기서부터 상상을 동원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오늘 생물을 투입했으니까 암모니아가 발생하기 시작하겠네. 그러면 다음 주부터는 호기성 박테리아들이 폭풍적으로 증식하겠구나. 아질산염이 증가하기 시작하겠다’ 뭐 우리가 그걸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조심스럽게 여과 사이클이 잘 형성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바로 생물 수와 먹이량의 조절입니다. 호기 박테리아부터 혐기 대사까지 박테리아가 잘 증식하려면 생물과 사료량을 서서히 늘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또 규칙적이어야 합니다. 한 번에 다수의 물고기를 투입 또는 제외한다든지, 갑자기 많은 양의 사료를 주거나 중단한다든지 하면 박테리아가 폭풍 번식하거나 급사멸하게 되고, 여과 사이클이 깨질 수도 있는 겁니다. 흔히들 물이 깨졌다고 하죠. 여러분,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하세요. 여과 사이클은 어항 속 생물과 사료량에 맞춰 형성됩니다.
넓은 표면적을 제공해 줬다면 처음에는 물고기를 1~2마리만 넣어주세요. 그리고 2~3일 동안은 먹이를 주지 마시고 그 뒤에 5일 동안은 아주 극소량만 주세요. 그것만 해도 여과 사이클 시작을 잘 도와주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서히 생물과 사료량을 늘려가세요. 그렇게 하시면 여과력이 아주 안정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조는 굳이 여과하기 없어도 꽤 많은 개체수와 사료량을 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여과력을 가진 수조가 됩니다.
제가 항상 강조드리지만 어항 속은 하나의 작은 생태계입니다. 어항 속 구성 요소들은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면서 여과력을 증진시키는데, 저희는 그걸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아주 약간만 도와주면 됩니다. 말은 참 쉽죠? 정리하겠습니다. 여과기 없이 물 생활하는 방법, 충분한 양의 바닥재를 사용하고 입자 크기를 조절할 것. 기공이 많고, 많은 표면적을 제공하는 수석을 사용할 것. 다수의 수초를 사용할 것. 안정적인 여과 사이클을 위한 예민한 기다림. 여과기를 사용하는 것, 사용하지 않는 것,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여과 사이클을 이해하고 그리고 박테리아들도 어항의 한 구성요소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도와주는 것, 그게 중요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