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_ 이하 몸장)
이혜진 상담사님 _ 이하 호칭 생략)
몸장)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궁금한 건요. 우리 주변에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잘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게 혹시 있을까요?
이혜진)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고’라는 포인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살면서 관계가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데 안 되는 상황에서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질문으로 들렸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첫 번째로는 독립성을 갖고 있어요. 혼자서도 괜찮을 수 있는 거죠. 내가 잠시 외로울 수 있고, 내 곁에 지금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잠시 없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럴 때는 내가 내 독립성으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제 인간관계에서 연연하지 않는 특징을 보이는 것 같고…
이혜진) 두 번째로는 자유를 조금 중시하는 사람의 경우, 주변 사람들이 없어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 인간이라면 다 자유라는 기본 욕구가 있는데, 그 자유라는 가치를 본인이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유가 나에게 중요한 가치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게 본인을 만들어준다는 거죠. 그래서 잠시 혼자여도 나는 자유롭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이혜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잠시 내 곁에 사람이 없더라도 인간관계는 내가 원할 때, 필요할 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냐고 생각을 해 봤을 때 관계에 대해서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 거죠. ‘나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관계는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잠시 외롭더라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 거죠.
몸장) 인간관계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면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내 마음을 세팅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혜진) 우선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관계의 질을 높이거나 굉장히 잘할 수 있는 맞는 공식은 없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할 때 조금 더 편안해지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우선 타인의 것은 타인의 것이라는 경계를 세우는 거예요.
이혜진)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반응을 했을 때 내가 휘둘리는 이유는 그 반응을 내가 어떻게 통제하고 싶은 마음, 예를 들면 “너 오늘 조금 별로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뭐지? 나한테 왜 이런 지적질을 하지?’ 생각을 하면서 여기서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그 사람에게 반응을 돌려줄 수 있다면 나는 크게 휘둘리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내가 별로라고 했어’, ‘그럼 나는 진짜 별로인 것인가?’, ‘어디가 별로인 것이지?’ 이렇게 파고 들어가다 보면 그 사람의 반응 안에서 섞여버리는 것이죠.
몸장) 그럼 어떻게 반응을 돌려줄 수 있죠?
이혜진) 그래서 “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 나한테 그거 필요한 얘기는 아닌 것 같아. 알았어, 거기까지.”라고 선을 그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몸장) 단호하게?
이혜진) 네, 내가 불쾌하고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면 ‘그건 너의 생각이구나.’ 이렇게 선을 그어주면 좋겠습니다.
이혜진) 그리고 또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타인의 반응은 정답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 한 명의 의견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해서 불편한 것으로 끝내야지, ‘그 사람의 말이 진짜면 어떡하지?’ 이 순간부터 휘둘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래서 상대방이 “내가 친하니까 말해주는 거야. 너 이런 게 좀 문제야.”라고 말할 때 ‘그건 그 사람 한 명의 의견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혜진) 그리고 한 번 더 내가 조금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면 ‘내가 왜 휘둘릴까?’ 그 휘둘리는 진짜 이유를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이제 ‘생산적인 일을 해야 돼’, ‘쓸모 있는 일을 해야 돼.’ 이런 생각을 많이 주입받고 살았잖아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때 주말에도 왠지 누워서 소설책을 보고 있으면 내가 비생산적이고 뭔가 건설적이지 않은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혜진) 그런데 자기 계발을 위한 목적을 갖고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소설책은, 만화책은 보면 안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는 거예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고, 그럴 때 또 마침 내 모습을 본 어떤 엄마나 아빠가 “너는 왜 그 나이에 그러고 있어?”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말에 휘둘리는 사람과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있겠죠. 그 차이가 뭘까요?
몸장)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휘둘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혜진) 내가 그냥 소설 보는 게 행복하면 그렇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그 말씀이 맞아요.
몸장) 그럼 그 불안감은 어디서 기인이 되는 불안감인가요?
이혜진) 그것이 이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내가 소설을 보고 싶지만 이렇게 봐도 될까?’ 그 마음이 같이 있을 때 주변의 말에 쉽게 걸려 넘어지겠죠.
몸장) 그러니까 내가 내 삶에 확신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이혜진) 내가 소설을 보더라도 즐겁고 잠깐 쉬는 시간이야, 그래서 그 소설 읽는 자체에 몰입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은 굉장히 가치가 있겠죠. 그런데 본인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아니면 읽고 나서도 ‘내가 소설이나 보고 앉아 있었네.’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런 나의 불행감을 보고 누군가가 한마디 할 수 있겠죠. 그 불행감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또 나에게 상처가 되고, 기존에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더 건드려지는 거죠.
몸장) 그렇다면 이미 누군가가 나한테 그렇게 얘기하거나 혹은 집단에서 내가 그런 얘기를 계속 들어서 이미 휘둘리고 있는 상태예요. 그럴 때 다시 내 마음을 원상복귀시키는 방법이 혹시 있을까요?
이혜진)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일단 너무 고통스럽겠죠. 보통은 지적이나 판단, 평가일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내가 불쾌하고 불편하고, 또 내 이면에 상처가 건드려졌을 거예요. 그러면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우리가 알아봐야겠죠. ‘내가 왜 이렇게 아플까?’ 일단 그 사람이 지적한 것 자체로도 우리는 당연히 상처받을 수 있는데, 그게 정말 너무 내 마음을 후벼 팔 정도로 휘둘리고 내가 넘어져 버린다면 그 말이 내 안에 뭔가 의미가 있을 거예요.
이혜진) 그럼 그게 뭔지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겠죠? 예를 들면 “넌 너무 이기적이야.” 얘기를 했어요. 그 말에 걸려 넘어진 사람이 있고, 안 넘어진 사람이 있거든요. 걸려 넘어진 사람의 경우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 걸 사실은 알지만, 이기적인 티를 안 내야지’, ‘나는 되게 노력하고 있어, 안 이기적이야.’라고 스스로를 자꾸 속이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시점에서 “너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무산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억울해지죠. 이기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기적이라고 말을 해버리니까 정말 본인이 지금까지 뭘 해왔던 건지 허무하고, 그 사람이 밉고 이런 감정에 휘말리겠죠.
이혜진) 그래서 사실은 이기적이라고 하는 게 왜 기분이 나쁜지 그것부터 알아주면 좋겠어요. 이 경우에는 ‘내가 노력했는데 알아주지 않았구나.’ 이게 서운하겠죠. 사실은 그 사람의 말 이면에 ‘나 서운해’, ‘나를 좀 알아줬으면 좋겠고 인정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한테 너무 차갑게 얘기를 해버리는 그게 서운하구나, 그 사람한테 인정받고 싶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필요하죠.
몸장) 그렇게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하더라도 그런 마음이 조금 해소될 수 있을까요?
이혜진) 네, 일단 내가 왜 그런지 모를 때 우리는 고통스럽잖아요. 고통스러운 걸 아는데 그 원인을 찾고 싶어요. 그렇다면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찾아보는 게 중요하겠죠. 그리고 또 한 번 물어봐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기적이라고 나한테 얘기하는데, 일단 나는 좀 마음이 아프고 내가 어떻게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얘기를 하는 건지 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혜진) 그 사람의 의도를 내가 추측한다기보다는 일단 그 사람 어떤 마음으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조금 더 배려를 바라기 때문에 ‘이기적이야.’ 이렇게 얘기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도 물어보면서 상호작용을 한다면… 나와의 연결도 해보고 타인과 연결도 하면서 서운하고 상처받은 상황에서 조금 더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몸장) 이게 말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저도 예전에 “너 왜 이렇게 진지하고 재미없어?”라는 말 들으면 기분 나빴거든요. 그런데 진지하고 재미없다는 그 말의 프레임을 그 강점이 있잖아요. 진지한 것의 강점, 그걸로 돌려서 생각하게 되니까 제가 그렇게 얘기를 들어도 특별히 기분 나쁘거나 그런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이기적인 것도 마찬가지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혜진) 맞아요, 그러니까 ‘이기적이다’를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내 감정이 따라오고, 그 이면에 어떤 욕구가 좌절되겠죠. 그래서 아까 “왜 그렇게 진지해?” 뭔가 잘못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진지함이라는 속성 자체를 내가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면 걸려 넘어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몸장) 어쨌든 인간관계는 계속 맺어 나가야 하는 거라면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혜진) 일단 내가 친밀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면 그 친밀감을 집중해 보면 좋겠어요. 어쨌든 내가 느꼈을 때 좋다, 친밀하다, 어떤 얘기를 해도 거리낌이 없고, 사실 어떤 내 치부를 보여도 크게 찜찜하지 않다 그러면 그 사람을 곁에 두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편하게 느낀다는 것 자체는 그 사람이 나를 평가적으로 보지 않는다,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게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혜진) 하물며 이기적이라고 말을 했더라도 ‘이기적인’ 이 단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신뢰감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 이기적으로 보이는구나.’ 있는 그대로 우리가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연결되는 건 내가 그 사람과 다르다는 것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 당연히 다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 우리는 또 상처받거나 뭔가 잘못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나랑 너는 여기서 다르구나.’ 그 자체를 그냥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참 주변에 두면 좋을 것 같아요.
몸장) 이게 편하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상대가 나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이 너무 와닿게 느껴졌습니다.
이혜진) 우리가 참 무의식중에 판단하고 평가하잖아요. ‘이거는 예쁘네’, ‘저건 별로네.’ 그러니까 우리가 무의식중에 그렇게 판단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 성숙해지고 싶은 사람이고,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잠시 멈춰서 판단하거나 평가하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눈을 가지는 게 상대방에게도 조금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몸장)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습관을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