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_ 이하 몸장)
이혜진 상담사님 _ 이하 호칭 생략)
몸장) 그렇다면 내가 그런 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어떤 화법이나 어법 같은 게 있을까요?
이혜진) 관계는 정말 연습이 계속 필요한 것 같아요. 일단 처음에는 멈춰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봤을 때 좀 부정적인 판단을 나도 모르게 했다? 그것을 바로 꺼내는 게 아니라 일단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멈추는 거죠.
몸장) 그게 참 어렵죠.
이혜진) 네, 우리가 멈춤의 힘을 정말 잘 활용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얘기가 어떻게 들릴지 한번 생각해 보는 거죠. 그런데도 너무 얘기해 주고 싶다면 나의 의도를 얘기해 줘야 할 것 같아요.
이혜진)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얘기를 해 주고 싶어.” 내가 그렇게 의도를 잘 알 수 없는 관계라면 의도를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몸장) 그게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이혜진) 네, 그래서 관계에서는 내가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가도 꼭 확인해 봐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이 친구에게 어떤 점을 원하지? 이 친구의 어떤 점이 좋아서 계속 친구를 하고 싶지? 또 그 사람에게도 물어봐야 하는 것 같아요. 당신은 내가 어떤 점이 좋아서 계속 관계하고 싶은지, 그런 얘기도 해 보면 좋을 것 같고…
이혜진) 또 우리 둘이 이 관계에서 어떤 걸 원하는가? 나는 이런 걸 줄 수 있고, 이 사람도 이런 걸 줄 수 있는데 이 관계는 어땠으면 좋겠는가? 관계의 니즈도 서로 확인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몸장) 관계의 니즈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이혜진) 어떤 사람은 즐거운 관계, 같이 맛있는 거 먹고 같이 재미있는 걸 하는 관계를 원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는 지적 자극을 충전하는 관계를 원할 수도 있어요. 내가 이 사람과는 어떤 관계를, 내가 질적으로 원하는지… 그게 나만 그럴 수도 있고 이 사람도 그런지 확인해 봐야겠죠. 그 니즈가 서로 가까울 때 더 관계의 깊이가 더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몸장)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를 얘기해 주신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사람은 이럴 수 있잖아요. ‘관계는 무조건 하나야.’ 그런데 그 관계의 폭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더 인간관계에 유연해지고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혜진) 맞아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과 뭔가 재미도 있어야 하고, 공부도 같이 해야 하고, 쉴 수도 있어야 하고… 이러면 그 사람에게 너무 많은 니즈가 들어가 있잖아요. 그러면 잠시 삐그덕했을 때 무서울 수 있겠죠, 잘못될까 봐. 그런데 관계마다 그 사람이 줄 수 있고, 내가 줄 수 있는 역할이 이렇게 조금 기대값이 설정되어 있다면 그 사람과 잠시 틀어진 상황이어도, 또 내가 바라는 관계의 욕구는 또 다른 데서 채울 수 있다. 그런 말로 들려요.
몸장) 이런 관계 폭을 넓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이혜진) 네,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사람에게 바라는 게 뭘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열심히 일을 해서 성취하고 싶어, 그러면 이 성취 욕구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필요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과는 퍼져 있고 충전할 수 있는, 그럴 때 또 떠오르는 사람, 그런 사람과는 굳이 일 얘기 안 해도 되겠죠. 그래서 내가 바라는 욕구들을 충족할 수 있는 사람. 연인이라면 이 사람에게는 사랑을 받고 싶어, 그러면 사랑받을 수 있게 내가 또 원하는 걸 표현하고 그런 게 가능하겠죠. 그래서 한 사람과 모든 걸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과 서로 합의한 것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몸장) 이게 너무 와닿는 게 관계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나에게 관계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이게 되게 모순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말인 것 같아요.
이혜진) 그러니까 우리가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도 소통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나와 소통할 수 없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이 관계에서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이 사람이 언젠가 나한테 도움을 주겠지.’라는 신뢰감이 형성되면 당장 나에게 어떤 걸 주지 않아도 그렇게 섭섭하지가 않아요. 언젠가는 주겠지, 때가 되면. 그렇게 조금씩 신뢰를 쌓는 것 같아요.
몸장) 그렇다면 반대로 나에게 도움이 안 되고 해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거든요.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을 때 조심해야 하는 사람의 분류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혜진) 요즘 대표적으로 많이 들리는 게 무례한 사람. 무례한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이런 책도 많고 얘기도 많은데, 일단 이때는 이 사람이 일단 무례한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왜 이 사람은 무례함을 지속하는가, 나한테 왜 자꾸 무례한가? 그 부분을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몸장) 나한테만 무례할 수 있잖아요.
이혜진) 그럴 수 있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진짜 굉장히 괜찮아 보이는데 나한테만 그래, 그럼 더 기분 나쁘잖아요. 그럴 때는 ‘불편하다’ 표현해야겠죠. 그런데 무례함을 지속하는 패턴의 경우, 그것이 무례하다는 것을 티를 안 내요. 일단 속으로 ‘내가 예민한가?’라고 생각을 해요. 이 사람이 분명 무례한 상황인데, 일단 기분이 나쁜데 그 무례함을 보는 게 아니라 나에게서 원인을 찾아요. ‘내가 이상하구나’, ‘내가 이 정도 쿨하게 넘겨야 하는데 또 예민하게 반응하네?’ 이렇게 결론이 가니까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쟤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혜진) 그런데 이 사람은 내가 이렇게 반응해도 ‘얘는 그냥 넘어가네? 이렇게 해도 되나 보다.’라고 계속 생각을 하겠죠. 그러니 상대방의 무례함이 왔을 때는 나에게서 그 원인을 찾지 말고, 일단 그 무례함에 대응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방금 그렇게 얘기한 게 난 좀 무례하게 느껴진다.” 내 기분을 믿어야 해요. 그렇다면 그것이 무례하다는 행동으로, 말로, 표정으로 내가 전달을 해야 하는 거죠.
몸장) 이게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비언어적으로라도 표현을 해야겠네요.
이혜진) 네, 그것이 시작이 될 거예요. 그런데 중요한 건 비언어적인 나의 사인을 캐치를 못 할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조금 더 직접적인 언어로 표현을 해야겠죠. “불쾌하다”, “그렇게 하지 말아라.” 그렇게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계속 그렇게 한다면 이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야겠죠.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중에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 혹시 보셨나요?
몸장) 아뇨.
이혜진) 동백이가 이런 대사를 했어요. ‘하찮이가 되느니 불편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하찮아지는 삶을 지속했던 원인이 자기에게도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내가 ‘만만이가 되기로 선택했구나. 내가 그럼 그걸 그만하자. 그 대신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걸 감수하는 거죠. 그렇지만 더 이상 사람들이 나에게 무례하지 못하도록 내가 ‘하찮아지지 말자.’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이루어내거든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건 내가 막을 수 없지만, 그걸 지속하는 건 내가 어떻게 해볼 여지가 있는 거죠.
이혜진)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을 때 조금 조심해야 하는 사람, 두 번째 유형으로는 지나치게 배려하는 사람을 조금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몸장) 상대가 나한테 배려할 때요?
이혜진) 네, ‘뭔가 과하다.’ 내가 원하지 않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과하게 친절하거나 배려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면 물론 본인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배려가 습관이 된 사람이 있어요. 너무 지나치게 하는 거죠. 그러면 일단 봐야 해요. ‘내가 이만큼 받았는데 이만큼 돌려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보는 거죠.
이혜진) 배려가 반복되면 잠깐 멈춰서 ‘나 이만큼 받아도 그만큼 리턴 못할 것 같아.’라고 한번 생각을 해보면, 그럼 그때는 배려를 거절해야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주고 싶다 하더라도 나는 일단 ‘여기까지 받겠다.’ 그렇게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이 사람은 배려하면서 그만큼 받기를 원하거든요. 받기를 원하고 본인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는 본인의 통제 욕구로 내가 원치 않는 배려를 쏟아붓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그건 서로에게 좋지 않겠죠. 그래서 주고받는 건 필요하지만, 친절은 필요하지만 과하다면 그 사람의 욕구를 내가 떠안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내가 그 사람이 준 것만큼 리턴하지 않으면 서운해 할 수 있겠죠.
몸장) 상대방이 나한테 지나치게 배려를 한다는 건 사실 어떻게 보면 나한테 의무감이 될 수도 있고, 원하는 니즈만큼 충족해 주지 못하면 다시금 나한테 화살이 될 수 있으니까 적당히 내가 거리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이혜진) 과하다고 느낄 때는 거리 두고, 배려가 의미한 게 뭔지도 한번 생각해 보면서 가능하면 그 사람에게도 물어보고, “지금 조금 너무 주는 것 같아. 내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나 이만큼 주지 못해.” 이런 얘기도 한번 해보고…
이혜진) 그 사람의 욕구까지 우리가 같이 얘기할 수 있다면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 얘기 없이 일방적으로 주고, 나는 그냥 받는 관계로 가다 보면 그 관계는 계속 불편해져 가는 길로 가는 것 같아요.
몸장) 사실 그렇게 잘해주다가 갑자기 그 사람이 투자하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때는 자칫 잘못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혜진) 그래서 끌려가지 않고 관계의 모양을 보면서, 내가 바라는 것, 이 사람이 바라는 것이 합의가 돼야 하는 것 같아요.
몸장)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혜진) 관계는 참 평생 고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왜 고민일까? 생각을 해 보면 우리가 참 어릴 때부터 이렇게 관계해야 한다는 걸 배우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른이 돼서도 이렇게 관계하는 게 조금 더 건강하다는 걸 배워가고 있는 것 같고, 이 영상이 조금 그런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혜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는 문제가 없는 관계가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관계도 아니다… 단지 안전해질 수 있었던 배경이 있었을 거예요. 우리가 문제가 있었음에도, 그 문제를 해결해 온 관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관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문제나 갈등은 풀어가면서 조금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몸장) 오늘은 이혜진 상담사님과 우리가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관계를 잘 맺어나가기 위해서 어떻게 마인드 세팅을 하고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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