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모하비 (2016~2019)]
2016년에는 내·외관 디자인을 수정해 고급스러움을 높이고 편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한 ‘더 뉴 모하비’가 출시됐습니다. 일반적인 모델이라면 세대교체를 하고도 남았을 시점(출시 8년)이었지만, 좀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이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판매량도 꾸준했고요. 그래서 큰 변화 없이 디테일만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외관은 범퍼 디자인을 일체형으로 수정해 고급 SUV다운 단정한 인상을 줬고, 그사이 주간 주행등 장착이 의무화되면서 LED 주간 주행등이 추가되었습니다. 랜드로버를 연상하게 하는 전기면도기 스타일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되면서 이름은 그대로지만 새것이라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스타일의 크롬 알루미늄 휠, 전면부와 통일된 형상의 리어 범퍼 그리고 면발광을 적용해 내부 그래픽을 수정한 LED 테일 램프도 눈에 띄는 변화였죠.
실내는 기존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주 타겟인 중장년 소비자에게 맞춰 번쩍이는 우드 그레인과 퀼팅 무늬 라파 가죽 시트를 추가해 이전 모델보다 한층 화려해졌습니다. 컬러 LCD 정보창을 더한 계기판 / 이를 조작할 버튼을 넣으면서 달라진 스티어링 휠 디자인 / 널찍한 실내에 비해 옹졸해 보였던 내비게이션 모니터 사이즈를 키워 시인성을 개선한 점도 돋보였죠. 따로 있었던 공조 장치 화면이 내비게이션으로 통합되면서 사라진 점은 아쉬웠지만요.
여기에 큰 차체로 주차나 비좁은 길에서 진땀을 흘렸던 소비자를 위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 / 현대차의 ‘블루링크’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과 온도 설정 등을 할 수 있는 UVO(유보)를 탑재하는 등 최신의 편의 장비를 더 하며 오래된 차 이미지를 꽤나 덜어냈습니다.
또 7인승만 있었던 이전과 달리 5인승 모델을 기본으로 해 활용 빈도가 높지 않은 3열 시트 자리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된 부분이었죠.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었는데, 부진했던 가솔린 트림은 이전에 스리슬쩍 빼 버렸고 주력인 6기통 디젤 엔진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이 모델부터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로 ‘SCR 방식’을 적용하면서 요소수를 넣어줘야 했고, 이 요소수 장치를 추가하느라 후륜 공간이 협소해져 기존에 있던 에어 서스펜션이 빠지게 됐죠.
‘오프로드용 타이어 패키지’와 ‘강화 스프링’을 전용 악세사리로 제공하고, 후측방 경보 / 차선 이탈 경고 / 전방 충돌 경고 등의 안전 사양을 옵션으로 추가해 트렌드에 충실히 따른 것도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같은 주행 보조 장비는 차급을 고려하면 빈약한 수준이었죠. 전반적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긴 했지만 야금야금 올라 어느새 5천만 원이 넘어버린 가격, 플래그십 SUV라는 차급을 고려하면 아쉬움도 많이 남는 모델이었습니다. 여전히 트렁크는 손으로 닫아야 했죠. 그런데도 별도의 혜택이 없던 출시 전 사전 계약에서 4,500대가 넘는 계약 대수를 자랑했습니다. 이 중 70%가 4~50대로 여전히 중년 남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그 사이 2017년, 쌍용차의 렉스턴이 ‘G4 렉스턴’으로 환골탈태하면서 다시금 준대형 SUV의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모하비 판매량이 소폭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독보적인 6기통 디젤 엔진 이 하나만으로 모하비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인기는 유지됐습니다. 여담으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에서 화려한 후륜구동 드리프트 머신으로 등장해 장르를 순식간에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저는 영화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어째 모하비만… )
모하비의 마초적인 매력에 국방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죠. 민수용 모델을 군용으로 꾸며 공군에 납품한 데 이어, 현재 레토나를 대체하고 있는 소형 전술 차량 ‘K-151’ 이른바 ‘한국형 험비’도 모하비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고 하죠. 기본적으로 소총탄을 막아내는 수준의 방호 성능을 갖춰야 하고 다양한 군 장비를 탑재해야 하는 만큼 상당히 크고 무거워졌기 때문에, 파워트레인도 6기통 디젤 엔진 / 8단 자동 변속기 / 후륜구동 기반의 AWD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 이전의 가솔린 레토나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을 제공합니다. 다행히 요소수는 안 넣어도 된다고 하네요. 여기에 전동 조절 사이드미러와 에어컨 / 블루투스 오디오 / 후방 카메라 / 내비게이션까지 갖추면서 거의 민수용 차 못지않은 편의성을 갖춘 것도 좋았습니다.
물론 고급 부품이 탑재된 만큼 훨씬 비싸졌고 정비 또한 까다로워졌겠지만, 한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툭하면 시동이 꺼지는 수동 변속기 레토나에 고통받던 장병들이 한결 편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밖에도 다양한 무장을 탑재한 ‘기갑 수색 차량’, 개방형 짐칸이 마련된 ‘카고 모델’ 등 험비처럼 다양한 파생 모델도 함께 제공되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부분입니다. 2014년 <대한민국 방위사업전>에서 정식으로 첫선을 보였고, 2017년부터 일선 부대에 배치되어 야전을 누비고 있습니다. 지금도 군부대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 도로에서도 심심찮게 보이죠.
한편 2021년 개최된 <2021 서울 ADEX(아덱스)>에서 역시 모하비를 기반으로 한 차량을 ‘경량 고기동 차량(ATV)을 공개했는데요. 미래 지향적인 외관과 동시에 향후 허머처럼 민수용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을 내비쳐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개했는데 더 미래지향적인 외관과 향후 허머처럼 민수용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을 내비쳐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모하비 더 마스터 (2019)]
모하비의 후속으로 예상됐던 ‘텔루라이드‘가 무거운 프레임을 내려놓고 현대 팰리세이드의 형제차임과 동시에 북미 전용 차종으로 결정되면서 팰리세이드와의 판매 간섭과 노사 간의 갈등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겹쳤습니다. 이 때문에 모하비는 또 한 번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좋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더 정성을 들였고,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모하비 마스터피스 컨셉트카’를 예고편으로 내놔 꽤 괜찮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변화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기괴해 보이기도 한 앞모습 때문에 ‘모하비 마우스피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요. 이윽고 그해 9월, 컨셉트카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모하비 더 마스터’가 출시됐습니다. 소소하게 화장만 고친 수준이었던 이전 ‘더 뉴 모하비’와는 달리 페이스리프트지만 내외간 디자인을 거의 풀모델 체인지 수준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었죠.
최신 기아차의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해 그릴과 램프의 경계를 없앤 전면부는 전작의 위압감은 유지하면서 LED 램프 특유의 디자인 자유도를 살려 첨단 느낌을 더했습니다. 이전의 얼굴에서는 듬직한 느낌에서 오는 위압감이 느껴졌다면, 이 모델은 무서운 얼굴에서 오는 위압감이랄까요? 저는 처음 실물 마주했을 때 오래된 007 영화 속 인물이 떠오르더라고요. 페이스리프트 모델답게 측면부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이 쉽게 체감할 수가 있는 휠 디자인을 바꿔 변화에 발맞췄고, 전작에서 두드러졌던 플라스틱 가니쉬의 면적을 크게 줄여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느낌은 후면부에서 그대로 이어졌는데요. 전면부의 세로형 데이라이트와 궤를 같이한 테일램프는 가로로 길게 이어진 장식을 더 해 기아차의 다른 모델과 패밀리룩을 이뤘고, 가로선이 돋보이는 범퍼는 바디 컬러로 도색해 중후한 인상을 더했습니다. 여전히 머플러는 싱글에 수도꼭지 형태였지만 듀얼 트윈 머플러 형상의 장식을 추가해 고성능 이미지까지 챙겼어요. 전체적으로 등산복보다는 세미 정장을 입고 타야 어울릴 것 같은, 차가운 도시 아빠들을 위한 도심형 SUV로 컨셉이 바뀐 모양새였습니다. 변화는 외관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실내도 전작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 만큼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어요.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우드 그레인 장식을 필두로 수평을 강조한 레이아웃은 실내를 훨씬 넓게 느껴지게 했고요. 특히 송풍구가 최상단에 배치되어 ‘한 세대 전 차’의 느낌이 강했던 이전의 투박한 실내에서 탈피했습니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동일 선상에 배치하는 ‘듀얼 패널 스타일’로 구성하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SUV다운 터프함보다는 K9이나 K7 등 고급 세단에서나 볼 법한 구성으로, 차의 컨셉이 달라졌다는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죠.
여기에 12.3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 / 같은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화면 / 엠비언트 라이트 /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 K9과 스팅어같이 프리미엄 모델에만 사용하는 15개 스피커의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높아진 대형 SUV 수요에 발맞춰 통풍 기능을 내장한 ‘2열 독립 시트’를 갖춘 6인승 모델도 새롭게 더했습니다.
드디어 2열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원터치 레버가 추가되어 3열 탑승객이 타고 내리기 편리해졌고, 220V 파워아웃렛 등 아웃도어에 걸맞는 편의 장비를 더한 것도 좋은 부분이었어요. 무엇보다 더 트렁크를 힘겹게 닫을 필요가 없어졌고요. 여러모로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하는 부분들을 크게 개선해 ‘사골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엿보였죠.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었지만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고, 팰리세이드에서 먼저 선보인 주행 모드 제어 시스템 ‘터레인 모드’를 적용해 온·오프로드 주행 상황에 맞게 구동력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차 간 거리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기존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버리고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R-MDPS)을 탑재해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등 아쉬웠던 주행 보조 장치도 몽땅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했죠.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편의성이 대폭 상승했고 그에 맞춰 가격도 대폭 상승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보급 장비가 기본 탑재되기는 했지만 기본형인 플래티넘의 가격이 이전 모델의 최상위 트림 수준으로 크게 올라 가격 접근성이 떨어졌죠.
이밖에 화면 사이즈는 커졌지만 렌즈는 그대로인 화질구지 후방 카메라와 어라운드 뷰, 캡틴 시트를 갖췄지만 캡틴을 위한 측면 커튼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아랫급인 중형 SUV보다 빈약한 3열 편의 장비 /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로 여전히 멀미 나는 승차감 등 아쉬운 부분도 많은 모델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전용 20인치 휠과 전용 그릴, 알칸타라 소재로 꾸민 최상위 트림인 마스터즈 ‘그래비티’를 신설해 더 공격적인 외관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가격이 어우…)
[리마스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
‘모하비 더 마스터’는 도심형 SUV로 점철된 현대·기아차 SUV 라인업 속 자리 잡은 유일한 정통 프레임 SUV로써 그 존재감이 확실했습니다. 구형 모델의 겉만 살짝 바꿔 비싼 값을 받아먹으려는 술수가 있는 모델이라며 일부 소비자와 자동차 전문 매체들은 쓴소리하기도 했지만요. 후륜구동 6기통 디젤과 8단 자동 변속기라는 독보적인 파워트레인은 제네시스 GV80이 출시되기 전까지 수입차에서만 경험할 수가 있는 가치였고, 비록 오래된 엔진이긴 하지만 여전히 현역으로도 손색없는 힘을 제공했죠.
여기에 대부분의 판매량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고, 무엇보다 뚜렷한 위협을 가하는 타사 경쟁차가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상품성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잘 팔렸습니다. 이번 모델 역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아차의 플래그십 SUV로서 그 위엄을 뽐내고 있죠.
다만 신형으로 갈수록 오프로드보다는 도심형 SUV에 가까워지면서 모노코크 SUV와 직접 비교했을 때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동안 모노코크 바디 설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준수한 승차감 / 험로 주행 시 강성 두 가지를 모두 잡기 시작했죠. 그 결과 랜드로버와 지프 등 오프로드 SUV를 대표하는 브랜드조차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유니바디 적용 비율을 높이는 등 ‘바디 온 프레임’의 영역까지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통 오프로드를 추구하는 일부 모델은 아직도 프레임 바디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 모델들 역시 모하비와 비슷한 단점을 공유하고 있죠. (물론 그럴 땐 내가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돌아보러…)
한편 출시 전 JTBC에서 기획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PPL을 진행했으나 이 다큐멘터리가 군의 허가 없이 DMZ를 무단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본의 아니게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제작사인 JTBC에 책임이 돌아갔고, 멋지게 찍어 놓은 산티아고 광고 덕분에 논란은 금세 잠잠해지긴 했지만요.
지금까지, 국내와 해외 모두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기아차의 흑역사로 남을 뻔했으나 갑작스러운 아웃도어 열풍으로 판매량 역주행 신화를 쓴 기아 모하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비록 적극적인 신차 개발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꾸준한 상품 개선으로 15년 동안 우직하게 자리를 지켜온 결과, 모하비’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충분할 만큼 수많은 중장년 남성의 지지를 받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쌍용 픽업트럭 시리즈 ‘렉스턴’과 함께 신차로 판매되는 차 중 몇 안 되는 ‘통뼈 품은 국산차’로써 현재도 수많은 현장과 거친 비포장길을 누비고 있죠. 한편, 최근 텔루라이드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테스트카가 국내 곳곳에서 목격되며 다시금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아직 기아차의 공식적인 입장은 전혀 없지만요.
모하비가 신차로써 수명을 다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겠네요. 1세대를 벗어나지 못한 모하비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계속해서 기아 프레임 바디 SUV의 계보가 이어질 수 있을까요? 다음에도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