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역주행’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발매된 지 오래되어 잊혀졌던 음악이나 책이 시간이 지나 어느 요인에 의해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을 의미하는 말인데요. 우리말 사전에도 올라와 있죠. (이건 저도 처음 알았네요…)
아웃도어 열풍으로 펼쳐진 SUV 전성시대가 도무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죠. 이미 SUV는 과거 ‘험로 주파’ 같은 기능적인 접근보다는 하나의 스타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토캠핑과 차박 등 자동차를 이용한 레저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SIV 같은 레저용 차량(RV)을 선택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습니다. RV 판매량이 세단 판매량을 추월하기도 했죠. ‘역주행’ 자동차와 이 단어가 붙으면 정말 무시무시한데요. 오늘 소개할 이 차는 역주행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모델입니다.
도심형 SUV로 점철된 현대·기아차 그룹의 유일한 정통 프레임 SUV이자, 40~50대 남성 고객이 무려 70%를 차지하는 ‘진정한 아재들의 차’. 누군가에겐 그 어떤 차를 가져와도 대신할 수가 없다는 차. 이번 시간에는 ‘기아 모하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모하비 이야기, 우직함으로 이뤄낸 판매량 역주행]
현대차와 한 식구가 된 기아차 역시 공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노렸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저가차 인식을 타파하고 브랜드 밸류를 높일 새로운 고급차가 필요했습니다. 앞서 고급 세단 오피러스를 ‘아만티’라는 이름으로 투입했는데요. 국내에서 역차별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공격적인 가격을 매겼고, 초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판매량을 기록했죠. 하지만 이후 ‘짬뽕 디자인’, ‘감흥 없는 상품성’, ‘낮은 내구성’이라는 혹평이 쏟아지면서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다만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 SUV 라인업은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실적을 올렸습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기아는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고급 SUV 라인업을 계획합니다. 본고장인 미국답게 SUV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상당했고, 픽업트럭 차체를 이용한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정통 오프로드 SUV도 꽤나 큰 볼륨을 차지했죠. 도전해 볼 만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 HM‘은 철저한 북미 전략형 차종으로 기획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북미 시장을 노렸던 ‘현대 베라크루즈’는 ‘렉서스 RX’를 따라 전륜구동과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한 본격 도심형 SUV로 노선이 정해졌는데요. 기아차는 이와 차별화된 후륜구동 정통 SUV로 방향을 잡았죠.
이전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1세대 쏘렌토의 ‘바디 온 프레임’과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대 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무기로 내세웠습니다. 수많은 주요 부품을 공유하며 ‘외관만 다른 형제차’에 가까웠던 다른 모델과는 달리 베라크루즈와는 개발과 차체 설계, 구동 방식까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차량이었죠.
[프레임? 모노코크?]
여기서 두 방식의 차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모하비가 채택한 바디 온 프레임 방식, 이하 ‘프레임 바디’는 자동차 이전에 존재하던 가마나 마차를 만들 때부터 적용된 구조입니다. 견고한 프레임 뼈대 위에 구동 장치와 외형 구조물을 얹는 형태입니다.
모노코크와 달리 차량 바닥에 위치한 뼈대, 즉 프레임이 거의 모든 하중과 충격을 받아내죠. 견고한 뼈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차량의 무거운 하중과 충격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프레임과 외형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차량이 전후좌우로 심하게 뒤틀리는 오프로드용 SUV나 무거운 하중을 견뎌야 하는 트럭 / 버스에도 많이 사용되는 구조죠.
또한 외형이 차체 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파생 모델을 내놓기에도 용이합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강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더욱 두꺼운 강철을 사용해야겠죠. 이는 곧 원가 상승, 높은 가격으로 이어집니다. 무게가 늘어나면서 연비와 주행 성능도 함께 나빠지게 됩니다. 노면의 충격을 분산하기에도 불리해 작은 요철에도 프레임 전체가 요동치고. 이는 곧 안 좋은 승차감으로 직결되죠.
반면, 현재 세단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승용차가 채택하는 ‘모노코크‘ 방식은 희랍어로 하나를 뜻하는 ‘모노’와 껍데기를 의미하는 불어 ‘코크’가 합쳐진 이름답게 차량의 바닥부터 지붕까지 하나의 구조물로 이루어진 일체형 차체를 뜻합니다. 차체 전체가 차량에 가해지는 하중과 충격을 받아내는 구조예요. 모노코크는 차량 하부에 별도의 강철 뼈대를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프레임 방식과 달리 차체와 뼈대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생산이 용이하고, 이로 인해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다만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차체 전체가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쉽게 찌그러지거나 휘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차가 제 기능을 못 하거나 수리비가 상당히 비싸지는 경우가 있는 것이죠. 최근에는 설계 기술과 생산 공법의 발달로 높은 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험로를 누빌 일이 적은 도심형 SUV에도 주로 쓰이고 있고, 모노코크와 프레임 바디의 장점을 결합한 ‘유니바디’가 개발되어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차종에도 일부 쓰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방식은 비교적 명확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특성을 이해하면 모하비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겠죠?
[아는 사람들만 아는 본명]
토요타 ‘랜드크루저’처럼 메마른 황무지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을 연상시키기 위함일까요? 차명인 ‘모하비’는 미국 캘리포니아 남동부에 펼쳐진 사막, ‘모하비’에서 따왔습니다. 이름부터 미국을 타겟으로 했다는 게 드러나죠. 마침 기아차의 주행 시험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구요.
정작 북미 수출형 모델은 ‘보레고‘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는 게 아이러니긴 하지만요.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하비라는 차명이 결정되기 전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바로 ‘오펜바흐‘였는데요. 같은 회사 고급 세단인 ‘오피러스’와 어감도 비슷하고 대형 SUV답게 포스 넘치는 이름이었죠. 전용 엠블럼까지 제작되는 등 출시 직전까지 꽤나 유력한 차명이었지만, 왠지 입에 붙지 않는 발음 그리고 벤츠 ‘마이바흐’와의 유사성 등의 문제로 고심했는지 이후 네티즌 투표로 차명을 결정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열린 투표에 오펜바흐라는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의 ‘모하비’ / 미국 와이오밍주에 흐르는 강인 ‘윈드리버’ / 태양의 후예를 뜻하는 ‘오펠리아’ 이렇게 세 가지 선택지만 있었죠. 이미 오펜바흐라는 이름이 익숙했던 일부 네티즌에게 ‘마치 뽑지 말라고 써놓은 이름만 있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답정너식 투표 결과 ‘Majesty Of Hightech Active VEhicle’, 대충 최첨단 SUV 끝판왕이라는 뜻의 모하비(MOHAVE)가 뽑혔습니다.
마케팅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죠. 모하비는 지금은 현대차의 수장이 된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자신 있게 밀어붙인 프로젝트이자 출시 당시 직접 몰고 다녔을 만큼 애정을 듬뿍 쏟은 모델로도 알려져 있죠.
[모하비 (2008~2016)]
2008년 정식 출시된 모하비는 오피러스와 공유하는 전용 엠블럼(THE ONE 형상화)을 부착하고 오피러스 전용 정비 라인을 이용하는 등 각종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공개된 실물도 그에 걸맞게 기존의 국산차와 결이 다른 웅장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2006년 폭스바겐 출신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로 영입하면서 당시 기아차가 내세운 직선의 단순미가 한눈에 와닿았죠.
앞서 부드러운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해 여심을 공략했던 베라크루즈와 쌍용 렉스턴 Ⅱ에 비해 힘 있는 선과 면이 돋보이는 디자인은 거대한 덩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정통 SUV 타이틀에 걸맞은 터프함이 느껴져 많은 아버지의 본성을 자극했죠. 높은 지상고와 투톤 범퍼, 하단에 넉넉하게 둘러진 플라스틱 가니쉬로 어떤 길도 거침없이 달려줄 것 같은 든든함을 줬고, B필러와 C필러를 차체와 동일한 컬러로 마무리 한 점은 차를 더 견고해 보이게 만드는 디테일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크롬 장식과 대구경 크롬 휠을 더해 고급스러움까지 챙겼죠.
LED 테일램프로 꾸민 뒷모습은 치켜 올라간 엉덩이 때문인지 앞모습보다 웅장함이 좀 떨어지는 인상이었습니다. 특히 베라크루즈와 같은 엔진을 쓰면서도 듀얼 머플러는 적용되지 않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피터 슈라이어의 손을 거친 모델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지만, 2005년 공개된 ‘KCD-2’, ‘메사’ 컨셉트의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피터 슈라이어는 모하비 디자인이 다 완성된 이후 입사를 했기 때문에 사실 이분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하죠.
또 모하비라는 동명의 ‘픽업트럭 컨셉트가’가 있긴 했지만 이름 빼고 연관성은 딱히 없습니다. (스페인어 모하비라 스펠링도 다름 ^^) 나중에 출시된 쉐보레 MPV인 ‘올란도’와 디자인이 유사해 두 차를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내 역시 화려함보다는 직선 위주의 단정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이었습니다. 특히 밝은색의 우드그레인과 베이지 가죽 시트로 꾸며진 실내는 외관과는 정반대로 포근함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겉으로는 투박하고 거칠어도 정작 속은 넓고 포근한, 정말 ‘아버지’ 같은 느낌의 차였죠. 마치 거실에 앉아있는 듯 널찍한 센터패시아와 기아차의 브랜드 컬러였던 붉은색 조명 / 운전석 메모리 시트 / 대화면 DVD 내비게이션 / 버튼 시동 스마트키 등 고급차에 걸맞은 다양한 편의 장비를 적용했습니다.
여기에 10개 스피커의 ‘JBL 오디오’를 중간 트림부터 기본 적용하고, 내비게이션 선택 시 무려 ’17개 스피커’에 5.1 채널, ‘JBL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음악 감상에 즐거움을 더했죠. 옵션 가격은 전혀 즐겁지 않은 게 문제였지만요… 3열까지 갖춘 뒷좌석은 넉넉한 공간 / 별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공조 장치 / 열선 시트 / 미니 밴에서나 보던 루프 모니터와 무선 헤드셋을 제공해 플래그십 SUV다운 승객 편의성을 갖췄습니다. 2열은 등받이를 큰 폭으로 조절할 수 있었고, 슬라이딩 방식을 적용해 3열 승객과 공간을 나눠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죠. 물론 3열은 어른들이 타기엔 불편했지만 체구가 작은 어린이에게는 무리 없는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거대한 덩치에서 짐작되듯 SUV의 덕목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적재 공간도 훌륭했습니다. 2열을 접으면 약간의 경사가 지긴 했지만 풀-플랫에 가까운 드넓은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패밀리카와 업무용 차량의 구분이 없는 현장직 소비자, 캠핑과 낚시 등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많은 아버지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죠.
다만 테일게이트는 5천만 원에 가까운 차급에 어울리지 않게 손으로 여닫아야 했는데요. 가뜩이나 차체도 높은 데다가 출시 때부터 전동 테일게이트를 적용했던 베라크루즈와 비교되며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이후 아랫급인 쏘렌토와 스포티지마저 전동 트렁크를 달고 나온 시점까지도 모하비는 여전히 손으로 문을 여닫아야 했죠. 결국 애프터 마켓 장인의 손을 빌려야 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베라크루즈에 올라갔던 V6 3.0L ‘S 디젤 엔진’을 후륜 구동에 맞게 새로 배치했고, ‘아이신’이 아닌 수출형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적용했던 ‘ZF 6단 자동 변속기’를 더해 생김새에 걸맞은 강력한 힘을 제공했습니다. 이후 연식 변경을 통해 ‘V6 3.8L ‘람다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 변속기 / 국내에선 에쿠스에만 쓰였던 V8 4.6L ‘타우 가솔린 엔진’과 ZF 6단 변속기가 조합된 트림을 신설하면서 선택지를 늘리기도 했죠. 특히 저조한 판매량이었지만 상징성이 컸던 모하비 V8 모델은 어마어마한 출력과 함께 모하비가 주는 위압감까지 더해지면서 ‘조선의 G바겐’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안 그래도 높은 출력,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에 ‘후륜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하면서 베라크루즈보다 뛰어난 사양으로 비교되기도 했는데요. 아예 8기통 엔진까지 넣으면서 쐐기를 제대로 박았죠. 현대차 서열 2위로써 사랑을 받았던 차답죠? 상위 트림에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처럼 후륜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주행 환경에 따라 차고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험로 주행이나 승객 탑승, 물건 적재 등으로 뒤쪽이 가라앉았을 때 이를 보정해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했던 것도 경쟁차엔 없는 모하비만의 강점이었죠.
여기에 든든한 프레임 구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었어요. 넉넉한 견인 능력, 주행 환경에 맞게 조작하는 사륜구동을 적용해 어지간한 임도와 비포장 길은 부담 없이 누빌 수 있었죠. (차가 비싸서 굳이 험한 길을 찾아가시는 분이 많았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새롭게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적용했는데요. 이를 상위 모델에만 제공하고 하위 트림은 여전히 파트타임 사륜구동을 적용해 옵션 질이라는 논란이 있었죠. 노면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물렁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프레임 바디 특유의 ‘뼈와 몸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과 시너지를 일으켰습니다. 이 때문에 뒷좌석 탑승객에게 멀미를 유발하는 차라는 꼬리표가 붙게 됩니다.
이후 상품성 개선을 통해 서스펜션을 더 탄탄하게 세팅했지만,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승차감은 여전했습니다. 고급 패밀리 SUV를 표방하던 모하비에겐 그야말로 쥐약이었죠. 2011년에는 디젤 엔진의 출력을 개선하고, 이전에 사다 쓰던 ZF 6단 자동 변속기 대신 현대파워텍 8단 자동 변속기를 결합한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해 상품성을 보강했습니다. 바가지에 가까웠던 기존 DVD 내비게이션을 100만 원대 ‘액츄얼 내비게이션’으로 대체했고, 앞 좌석 통풍 시트를 추가한 것도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부분이었죠. 단, 이전의 후석 모니터와 17개 스피커의 ‘JBL 프리미엄 사운드’는 삭제됐습니다.
[기아 수소 전기차 모하비]
한편 모하비는 ‘현대 넥쏘’로 많이 익숙해진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선보여 1회 충전 거리 700km 이상을 기록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순수 전기차(EV)처럼 차체 바닥에 넓은 면적의 배터리팩을 깔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소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데 무리는 없었지만, 대당 2억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으로 판매에 어려움이 예상되었습니다. 게다가 바디의 육중한 몸무게 때문에 효율도 불리해서 정식 출시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기아차는 출시 초 ‘1년에 18,000대를 판매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출시한 시기가 하필 2008년이었어요. 세계 금융 위기 여파로 인해 목표치를 훨씬 밑도는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모하비의 가격이 오피러스와 상당 부분 겹칠 만큼 비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선방했네요.
2008년 금융 위기의 다른 이름, ‘미국발 금융 위기’죠. 야심 차게 준비했던 북미 전략도 출시 첫해에 1만 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금융 위기로 인해 판매량이 줄어 얼마 안 가 단종되고 말았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큰 차체 / 대 배기량 / (기아치곤) 비싼 가격 이렇게 3박자가 어우러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긴급상황 회피 성능 실험’ 일명 ‘무스 테스트’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죠. 다만 그 아쉬움은 안방에서 달래줬습니다.
하락세를 걷던 판매량은 경기가 차츰 회복됨과 동시에 캠핑과 아웃도어 열풍이 크게 불면서 덩달아 높아진 SUV 인기에 그야말로 역주행했습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과 도심형 SUV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견인 성능, 무엇보다 수입차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강력한 6기통 디젤 엔진의 매력이 작용했죠. 또한 경쟁 모델이었던 ‘렉스턴’이 갈수록 체급을 낮춰 염가 마케팅을 하면서 쏘렌토와 경쟁을 하는 바람에 무쏘 / 초기형 렉스턴을 타던 소비자들이 이후 차종으로 모하비를 선택하는 등 의외의 이득을 본 것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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