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_ 이하 몸장)
이헌주 교수님 _ 이하 호칭 생략)
몸장)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궁금한 게요. 흔히 우리가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인간관계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어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이헌주) 일단은요. 제일 중요한 것은 심리적 거리라고 저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조금 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 이걸 먼저 제가 말씀을 드려요. 예를 들자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가 누구일까요? 가장 가까운 관계.
몸장) 부모, 자식?
이헌주) 그렇죠, 부모, 자식 관계. 어떻게 보면 특히 엄마와 자식 관계는 좀 더 강할 수 있잖아요. 엄마들의 제가 속마음을 몇 번 여쭤본 적이 있어요.
이헌주) 아들이 수학여행을 가니까 속마음이 어떤지… 그랬더니요. 대부분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아들이어도, 또 딸이어도 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뭐냐 하면 인간관계가 굉장히 가까우면 되게 좋은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로맨틱 소설 같은 거 보면 굉장히 가까워서 낭만적인 것들이 많이 펼쳐지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왜냐하면 굉장히 사랑하는 그런 측면도 있지만 배신감도 들고요. 속상한 마음도 들고요.
몸장) 사랑을 함으로 인해서?
이헌주) 그렇죠. 사랑하게 되면서 그리고 오히려 그 사람에게 굉장히 상처받아요.
이헌주) 그래서 내가 막 카톡 차단하거든요. 너무 가까운데 카톡을 차단하고 ‘1이 안 없어지고 읽는 방법 뭐가 있을까요?’ 다 이런 게 어떤 면에서는 너무 인간관계 안에서 지금 가까운 측면일 수 있거든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하는 소설이 있어요. 거기 보면 사실 줄리엣이 한 만 13세 정도 되고요. 그리고 로미오도 10대예요. 그러니까 첫사랑이고 가장 에너지가 많은 그런 시기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사랑의 어떤 원형처럼 이 소설이 알려져 있죠. 그런데 둘 다 사망에 이르게 된 날이 딱 5일입니다. 첫 번째 날은 약혼하고요. 두번째 날은 결혼하고요. 그리고 5일 째 되는 날, 둘 다 죽어요. 그러니까 인간관계가 너무 가까우면요. 오히려 단절하게 될 수 있어요.
이헌주) 동전의 앞면이 집착이라면 동전의 뒷면이 단절이에요. 그래서 내가 너무 가까이 갔다가 너무 아픈 거예요. 그래서 내가 카톡 차단시킵니다. 그랬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이 사람하고 또 엉겨 붙어서 싸우게 되는 그런 측면들, 이런 것들이 사실은 나타난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죠.
몸장) 이게 우리가 누군가랑 살면서 친구들 혹은 어떤 사람이든 절교하고 ‘이제 다시는 안 본다’라고 얘기를 하고는 하잖아요. 그런데 그 이면에 집착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헌주) 맞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이라고 하는 시를 통해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을 썼어요.
이헌주) 저는요, 인간관계에서는 다르게 얘기하고 싶어요. “자세히 보면 아프다.”
몸장) 말이 되네요.
이헌주) 자세히 보면 아파요. 왜냐하면 인간은 풀꽃이 아니고 선인장 같아요. 이건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고요.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연인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은 오히려 건강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리고 너무 가까이 있게 되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게 되면 ‘애’와 또 다르게 나타나는 ‘증’이죠, 애증 관계가 더 형성될 수 있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유독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이헌주) 인간관계에서 굉장히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중의 하나가 관계적 맥락을 많이 고려하는 사람들이 사실 있어요.
몸장) 관계적 맥락이요?
이헌주) 네. 그러니까 타인의 표정이나 눈빛이나 말이나 비언어적인 것들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거나 읽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놀라운 능력이기도 해요. 상담 심리사한테는 굉장히 좋은 능력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인간관계를 맺을 때 잘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굉장히 뭔가 다른 사람의 눈빛이나 이런 것들을 잘 캐치하다 보니까 우리가 모르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알면 계속 신경이 쓰이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굉장히 맞춰지게 되는 패턴을 갖게 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굉장히 타인 중심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나?’,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거 아니야?’
이헌주)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계속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까, 나 스스로에 대한 느낌과 감정은 사라진 채 계속 타인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굉장히 집착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죠. 그리고 두 번째는 애착에 어떤 손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굉장히 어린 시절 때 굉장히 불안정한 어떤 양육이라든지, 트라우마틱한 사건을 겪었던 사람들은 아무리 내가 여기서 자기주장 훈련도 하고 내가 사회성도 높고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뭔가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속에는 굉장히 대인관계에 대한 깊은 불안이 숨어 있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 사람에게 굉장히 집착하는 패턴들을 갖기도 합니다.
몸장) 그렇다면 그렇게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상황이라고 치고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하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 불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집착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헌주)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내가 집착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거리가 굉장히 가깝고 싶은 부분이잖아요. 내가 인간관계에 대한 그런 욕구가 굉장히 큰 거예요. 그렇다 보면 적절하게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 ‘따로 또 같이’가 되게 중요할 수 있어요. 이것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사람에게 올인하지 않는 거예요. 우리 관계적 욕구가 무한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관계는 유한합니다. 어떤 특정 친구한테만 굉장히 올인하면 사실 그 생각밖에 안 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범위를 조금만 넓혀 보는 거예요.
이헌주) 전화번호를 찾아보면서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잘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내가 연락해도 괜찮은 사람들이 여럿 있어요. 그런 사람과 조금 더 관계적 맥락들을 가지는 것은 한 사람에게 집착하게 하는 것을 조금 줄일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가 그거 같아요. 내가 아무리 정말 관계적 욕구가 크다 하더라도 이 관계적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면 내가 삶으로 나가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어떤 아이가 넘어졌어요. 많이 까진 건 아닌데 이제 굉장히 내가 억울한 거죠. 그래서 엄마를 찾아가지고 ‘엄마!’ 하면서 엄마한테 막 안겨서 울어요. ‘우리 아기가 너무 아팠겠다’, ‘이게 까지지는 않았어도 천만다행이네’ 엄마가 밴드도 주고 쓰다듬어 주고 그러잖아요.
이헌주) 그러면 아이가 거기에 계속 있지 않아요. 다시 일어나서 친구들하고 놀러 또 뛰어갑니다. 그러니까 관계적인 맥락들, 내가 누군가와 수용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면 나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집착에 대한 에너지가 조금 줄어들 수 있다는 거예요.
몸장) 그렇다면 그런 장을 만들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다양한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장이어야 하나요, 아니면 한 사람에게 인정받는 장이어야 하나요?
이헌주) 아주 중요한 질문인 것 같아요. 우리가 다시 돌아가 보죠. 이 사람에게 제가 어떤 집착을 하고 있어요. 이 집착하고 있다는 걸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왜 도박을 하는데요, 혹시 도박해 본 적이 있어요?
몸장) 도박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이헌주) 저는 오락실에서 인형 뽑기를 좀 해 본 적이 있어요.
몸장) 그건 좀 해본 적이 있어요.
이헌주) 저는 그것 때문에 진짜 금단현상이 일어났는데요.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안 잡히는 그런 느낌.
몸장) 저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은 게 도박은 아닌데 주식은 제가 또 비슷하게 해가지고, 슬픈 이야기이기는 한데 어쨌든…
이헌주) 그래서 굉장히 사람에게 사실 집착하게 되는 까닭은 내가 뭔가 경품, 우리가 나오듯이, 복권 당첨된 듯이 뭔가 내가 이 사람에게 원하는 바를 지금 못 얻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걸 세 가지로 얘기하자면 첫 번째가 욕구, 두 번째가 기대, 세 번째가 열망입니다.
몸장) 세 개가 어떻게 다른 거죠?
이헌주) 욕구라고 하는 것은 내가 이 사람에게 굉장히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고요. 인정받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을 수도 있겠죠.
이헌주) 그리고 기대는 진짜 내 바람이 있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당신이 6시 안에는 들어왔으면 좋겠어’라고 내가 좀 더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요구가 있을 수 있겠죠? 그걸 기대로 표현하는 것을 기대라고 볼 수 있고, 열망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저는 모든 욕구 중에서 관계 욕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인간관계에서 굉장히 우리가 공감과 수용을 받으면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잖아요. 그런 것들을 저는 열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인가 어떤 것을 성취하고 무엇인가 내가 얻었을 때 같이 좋아하고, 같이 뛰고 그런 모습을 볼 때 굉장히 내가 뜨거운 느낌을 받거든요. 그런 게 열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헌주) 그래서 욕구, 기대, 열망 같은 것들이 잘 충족이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그것 때문에 사실 더 집착하게 될 수 있어요. 아까 얘기로 돌아가 보자면 이런 거예요. 남편이 늦게 들어와요. 그러면 ‘당신, 지금 어디야?’, ‘당신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당신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집착이죠. 그리고 따라붙는 거죠. 이걸 상담학적 용어로 추적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게 굉장히 놀라운 게 한 명이 추적하잖아요. 한 명은 도망갑니다. 그런 패턴을 가져요. 그래서 내가 추적을 하는 패턴 말고 예를 들면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당신이 6시쯤에 와서 내가 당신과 함께 저녁을 같이 먹고 싶었는데, 당신이 들어오지 않아서 너무너무 속상해’ 이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욕구나 기대를 분명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 조금 더 나아요.
이헌주) 이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욕구와 기대와 열망이 무엇이 있는지를 나 스스로 알아챌 수 있는 하나의 기점이 되기도 하고요. 또 다른 측면에서 상대방도 ‘이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라고 하는 욕구와 기대 열망을 조금 인식하게 되는 그런 하나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죠.
몸장) 그러니까 이게 첫 번째 같은 경우는 나의 그런 욕구나 기대나 열망을 표현하지 않고 상대의 탓으로 돌려서 얘기를 했는데 두 번째 같은 경우는 나의 그런 어떠한 욕구나 열망이나 기대를 인지하고 나서 그거에 대해서 그대로 표출하는 것의 차이인가요?
이헌주) 맞습니다. 내가 관심도 없는데 집착하지 않잖아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집착하는 건 이상한 거잖아요, 그렇죠?
이헌주) 집착한다는 건 내가 그 사람한테 굉장히 관심이 많은 거예요. 집착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비난을 해요. ‘당신 도대체 아디야?’,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당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건 굉장히 비난으로 들리죠, 상대방이. 그런 얘기를 듣는 순간 나를 방어하기 시작해요. ‘나도 일하느라 바빴거든?’ 사실 거짓말하면서도 화가 나요. 왜냐하면 내가 비난받고 있으니까. 사실 아내가 비난하게 하는 동기는 이 사람과 조금 더 함께 있고 싶고 머물고 싶은 그런 욕구와 기대와 열망이 있는 거거든요. 그것을 그냥 분명하게 표현해 주시는 것이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좀 더 건강할 수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