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마치고 나오니 9시 40분이네요. 나올 때는 날이 어두웠는데, 이젠 밖이 밝아요. 열심히 장사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셨는데, 지금 열심히 버는 돈으로 엄마 아빠의 노후 자금을 만드는 게 목표여서요. 얼른 더 열심히 벌어서 집 지어 드리고 싶어요. 부모님 때문에 시장에 들어왔고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목적도 부모님이에요.
가끔 내가 나만 혼자 잘 살고 잘 먹고자 했으면 여기 수산시장에 들어왔을까 고민도 하는데 안 그랬을 것 같아요. 저만 잘 먹고 잘살려면 안 들어왔죠.
아까 그 바빴던 공간이 엄청나게 조용해졌죠? 아침에는 도매로 사 갈 분들이 바쁘게 물건들 사 가시고 오후에는 직접 드시고 싶은 손님들이 오세요.
그리고 핸드폰으로 시세 올리는 일도 하고 있어요. 손님들은 보통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들이나 저희가 뭘 판매하는지를 궁금해하시잖아요. 그거를 제 인스타그램에다가 매일 올려요. 시세가 매일 다르니까요
만약에 그러면 쉬어야 하는 날은 가족끼리 다 같이는 못 쉬는 거냐고 물어보셨는데 맞아요. 못 쉬어요. 어차피 추석 땐 바빠서 상인분들 다 나오시거든요. 물건을 받아서 추석 때 물건을 다 팔아버리고 나서 추석이 바로 지나면 물건이 안 들어와요. 그때는 산지에서도 쉬시니까요.
그럼 그때 한 이틀 쉬고 그거 말곤 없는 것 같아요. 생물이다 보니까 물건이 없어야 해요.. 안 그러면 죽으니까요.
이제 밥 먹을 시간이라서 밥 먹으려고요. 2층에 거래하는 식당에서 밥을 해주셔서 항상 2층에서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저의 원픽 튀김집이 있어요. 8년 된 튀김집인데 시작은 40년 됐다고 하세요. 할머니부터 해가 지고요.
식당 사장님한테 오늘은 어디서 먹으면 되냐고 하니까 단체 손님들이 앉을법한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손님들 오면 쫓겨날 거 같은데 그래도 제가 우선이라고 챙겨주시네요.
저보고 공주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시는데, 여기 사장님이 노량진 구 시장 때부터 같이 거래하던 식당 사장님이세요. 어렸을 때부터 막 왔다 갔다 하면서 본 사이라서 저를 기특해하시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이렇게 장사 시작하는 일이 잘 없으니까요.
점심은 여기서 먹어요. 어떨 때는 주꾸미볶음도 해주시고 회덮밥도 해주시고요. 어쨌든 해산물을 진짜 엄청 많이 먹습니다.
이제 다시 장사 시작하러 먹고 매장에 돌아왔어요. 하루가 엄청나게 기네요. 새우 찾는 손님이 오셨는데, 10마리에 15,000원이라고 하니 솔깃해하셨어요. 다른 종류 새우도 둘러보시길래 그 새우는 20마리 만원으로 흥정을 잘 마쳤습니다. 이걸로 빠에야라는 스페인 음식을 해 드실 거라고 하네요.
외국인 손님들을 하루에 3팀 이상 만나니까요 영어로 응대도 해야 해요. 독학해서 시장에서 쓰는 어휘 정도는 할 줄 알아요.
아무래도 제가 수산물 시장에서 젊은 편이잖아요. 다들 나이대가 있으시다 보니 제가 뭘 해도 다들 귀여워해 주세요. 실수해도 귀여워해 주시고, 팔다가 넘어져도 귀여워해 주시고. 이쁨을 정말 많이 받고 있어요.
그리고 손님분들께서 어머! 어린 학생이 열심히 하네, 이러면서 팔아주시는 분들 되게 많으세요. 덕분에 고객층이 저한텐 다양해요. 젊은 층부터 나이대 있으신 분들까지. 그런 게 진짜 나이의 장점이에요,
킹크랩 두 마리가 팔려서 피 빼고 씻는 작업 해놓으려고 빼놨어요. 이런 작업을 식당에서도 해주지만, 우선, 제가 한 번 더 작업하고 있고요. 게는 피가 하얀색인데, 혈중 헤모글로빈이 없어서 빨갛지 않다고 해요.
대신 시간이 지나면 까매지고, 막 색상을 봤을 땐 투명하거나 회색빛을 띱니다. 피에서 비린내가 나는데, 이렇게 핏물을 빼면 덜 비리고 덜 짜게 돼요..
이제 이 콘텐츠 촬영도 거의 막바지인데, 진짜 새벽 3시에 심심하고 말동무도 없고 혼자 일하고 이러는데 계속 말 걸어 주시니까 너무 재미있었어요.
열심히 사는 자영업자분들께 도움이 될 얘기 없냐고 물어보셨는데, 다들 다 고생하실 텐데 잘 이겨내시고 잘하실 거라 믿어요. 그리고 저랑 함께 일하는 엄마에게도 얘기를 전하자면, 언제나 자랑스러운 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은 발전할 게 많고 발전 더 많이 할 테니까 엄마 집 지어 줄 때까지 믿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