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장) 되게 모순된 거잖아요? 힘든 상황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참 그 부분이 감명 깊었는데 지금 그 얘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가 ‘이것만큼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라고 말씀해 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백종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분들이 이 책에도 나와 있는데요. 오히려 그런 얘기를 했었죠. 그러니까 사실 정신과 의사가 남들 보기에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죠. 두 가지가 그럴 수도 있는데요.
백종우) 하나는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에 걸렸다? 지병도 못 고치면서 무슨?’ 뭐 이런 반응을 하는 분도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편견이라는 눈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사실 그 원고를 가지고 이걸 책을 내도 되겠냐고 저한테 물어봤는데, “사회의 입장에서, 전문가라는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책을 썼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그런데 친구로서는 너한테 별로 권하고 싶진 않다. 아직 솔직히 편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댓글에 막 그런 얘기들이 쓰여 있을 때, 네가 안 그래도 아픈데 상처받지 않겠냐?” 이런 말을 했는데 본인은 그것은 본인이 감수할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백종우) 자기도 통증으로 시작해서 우울증이 왔는데, 정신과 의사도 처음에 그걸 모르겠다는 거죠. 이것은 허리가 아픈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면서 우울증이 왔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거거든요. 그러다가 책에 보면 아주 극단적인 생각도 하다가 우연치 않게 우리 둘째 아들이 떨어지는 꽃을 잡으면서 아프지 말라고 소원을 빌어주는 걸 보면서 자기 삶의 또 희망을 찾고, 그 통증을 받아들이면서 살고, 자기도 도움을 청하는 게 시작됐는데요.
백종우) 그래서 그런 분들이 있다고 하면, 어느 시간 동안 정말 바닥을 칠 때까지는 쉽게 희망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때 그 주변에 한 사람이 있다면 되게 우리가 살아가야 될 이유를 찾게 될 수 있는 건데, 그래서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놓지 말자.” 는 얘기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몸장) 우리가 우울하거나 정말 힘들 때,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어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걸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말자! 그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으니까.
백종우) 그렇죠. 실제로 이런 우울증이 심해지면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 관계의 모든 선이 다 끊어지고 점이 되거든요. 그야말로 세상에 나 혼자 선 느낌, 정말 깊은 외로움 같은 것들을 느끼시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희망을 찾는 건 그 선들이 하나씩 복원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장) 제가 책을 보면서 조금 의아했던 부분이 있는데요. 죽으려고 마음을 먹은 순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얘기를 봤거든요.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백종우) 그게 맞습니다. 실제 저희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이 책의 제목이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인데, 없기는 왜 없습니까? 1년에 지금 1만 3천 명 이상의 국민을 자살로 잃고 있는 나라에서 없지 않죠. 그런데 임세원 교수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 현실의 고통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했던 것이지, 죽음 자체를 바랐던 건 아니다.” 이렇게 설명하거든요. 전 굉장히 동감하는데요.
백종우) 오히려 막 괴로워하던 분들이 자살을 결심하시면, 그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러면 얼굴을 봐도 모르는 거예요. 제가 꽃동네에 정신 사회 재활시설과 병원에서 공중보건의를 3년을 했었는데, 첫해에 폐질환이 심각했던 분이 너무 고생하셨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돌아가신 거예요. 너무 충격적이었죠. 그래서 ‘이걸 여기서 어떻게 막나?’ 해서 그 주변 분들한테 물어보다가 한 게 이 분이 너무 괴로워 하시다가 어느 날부터 너무나 평온해 보이시더니, 심지어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다 주변에 선물로 나눠주더라는 거예요.
백종우) 옆에 분들은 명문도 모르고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선물을 받은 거죠. 그게 자기 주변 정리를 하신 거죠. 그리고는 유서를 남기고 다음 날 돌아가셨는데요. 그 날 만났던 아무도 자살할 거라고 느끼지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이 얘기를 듣고 놀라서 찾아보니까 이런 것을 ‘역설적인 평온’이라고 부르더라구요.
백종우) 그래서 아마 임 교수도 비슷한 것을 느껴본 거고요. 이 친구가 2년차 때 제가 정신과 1년차였는데, 어느 날 너무 괴로워하는 거예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퇴원을 하신 할머님이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고 하고 나가시더라는 거예요.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뒤에 환자들은 밀려있고, “아 네, 다음에 뵐게요.” 하고는 쫓아가지 못했는데, 다음 날 돌아가신 걸 알게 된 거죠. 그리고는 자살의 경고 신호를 놓쳤다고 괴로워하고 있었고, 그게 나중에 이런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계기가 됐는데, 그래서 우리가 주변에 굉장히 괴롭던 사람이 의외로 이유 없이 평온해 보인다는 것은 거꾸로 위기일 수 있다고 한 번 생각해 봐야 되겠습니다.
몸장) 자살을 결심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면, 그 죽음이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라고 생각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스스로 만약에 그런 마음이 든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백종우) 자살을 결심할 당시의 기분 상태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막 초조하고 쫓기는 분, 분노에 휩싸인 분, 또 지금 같이 결심을 하고 평안한 분 등 다양하게 있는데요.
백종우) 내가 만약 그런 상태에 있다고 하면,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 내가 지금 절망적인 생각에 빠져 있구나. 지금은 이것밖에 안 보이는구나.’ 그런데 이게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이 때에 나 스스로 혼자서 도움을 청하기 너무 어렵거든요. 사람이 사느냐, 아니냐의 아주 자그마한 차이가 저희가 보면 누구는 살고, 누구는 거기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느냐에 그 옆에 한 사람이 있느냐에 대해 그 사람은 누구일 수도 있습니다.
몸장) 지인이 아니라 그냥…
백종우) 물론 가족인 경우가 많고, 또 친구도 많지만 지나가던 한 사람을 있고요. 그래서 그 마음이 드러났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들어주고, 어떤 얘기를 해주느냐가 그 때는 정말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몸장) 아까 전에 말씀해 주셨던 관계를 끊지 말라는 차원에서도 어떻게 보면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백종우) 네, 그렇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절망적인 상황에서,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들은 혹시 어떤 게 있을까요?
백종우) 그건 정말 나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 보면, 원래 임세원 교수는 역사 같은 걸 엄청 좋아했었거든요. 공부하고 이런 걸 좋아했던 친구인데 어느 날 갑자기 페이스북에다가 걸그룹 사진을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친구한테 전화까지 왔습니다. “무슨 일이 없냐? 걔 이상한 거 같아.” 그래서 ‘와~ 정말 안 어울리고 웃긴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다음에 책에 보니까 나오더라구요.
백종우) 항상 통증을 이렇게 조절하면서 또 “자기 일에도 아주 최적화되어서 일도 하면서도 가족들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이렇게 살아야 되니까요.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거나, 이걸 하는 것만 해도 좋거나 하는 것들을 가지는 것 팬심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더라.” 는 이게 자기는 맞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얘기를 하니까는 “아, 그거는 이해가 되네.” 그래서 응원해 주겠다고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백종우)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건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든 간에 내가 지금 삶의 끈을 이렇게 잡고 있는 데 도움이 되는 나의 기분을 낫게 하는 것들. 저는 정말 글씨를 잘 못 쓰는데 그래도 코로나 시기에 고마웠던 사람한테 편지로 한 사람당 한 30분 편지를 쓰고 나면 굉장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이런 힘든 걸 견디는 어떤 자기만의 방식들을 찾아가는 노력은 너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몸장)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백종우) 죽음을 생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면, 거꾸로 이게 변곡점이 생겨서 희망을 찾아 나갈 때의 구성 요소가 있더라고요.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되고, 이 사람을 통해서 희망에 연결되는 게 꼭 어떤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의사의 역할도 저는 한 부분이겠지만, 때로는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백종우) 신체적으로 아주 통증을 겪고 있는 사람은 의학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을 통해서 관계를 맺기 힘든 분은 다른 누군가를 연결시키는 걸 통해서 또 희망을 찾아가면 ‘사람이 살 수 있구나.’ 라는 걸 현실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특히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되고, 산업화 되면서는 때로는 가족만으로는 충분치 않더라고요. 새로운 형태의 가족, 또는 공동체가 희망을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장) 오늘은 백종우 교수님을 모시고 우리가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헤쳐나갈 이유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