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님 _ 이하 호칭생략)
유튜버 놀심 몸장 _ 이하 몸장)
몸장) 오늘은 고인이 되신 임세원 교수님의 유작인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추모글을 써주신 백종호 교수님을 모시고, 우리가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는 방법, 그리고 살아야 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백종우) 안녕하세요. 네 저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는 백종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몸장) 오늘 제가 궁금한 게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절망하게 되고, 희망이 아무것도 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좀 우리가 어떻게 그런 순간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요?
백종우) 흔히 위기가 오면 많은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런 조언을 많이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물론 맞는 말이죠. 그런 긍정의 힘조차 없으면 역경을 이겨나갈 에너지가 없게 되니까요. 그런데 사실은 현재의 힘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되거든요.
몸장) 있는 그대로 봐라?
백종우) 네, 예를 들어 코로나 때문에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은 정말 힘든 거잖아요. 이걸 어떻게 낙관하냐는 거죠. 상황 자체가 너무 괴롭고 힘든 것은 일단 힘들다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된다. 오히려 이 때 낙관하면 ‘짝퉁 긍정’이라고 하고, 그런 것들은 오래 가지 못해서 금방 또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다는 거죠.
몸장) 그러면 제가 좀 궁금한 게, 낙관으로 보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현실이 되게 비관적이잖아요? 비관적으로 보라는 말씀이신 건가요?
백종우) 때로는 그 말씀도 맞습니다. 비관의 눈, 우울의 눈으로 보는 게 현실을 정확히 보기도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안 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요. 그런데 이 위기를 때로 지나친 낙관으로 보면, 긍정적인 것만 보다 보면, 이 실제 위기의 실체를 잘 못 보게 됩니다. 그러면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거든요. 흔히 표현하는 얘기들이 ‘첫 번째 화살’, 경제적인 타격이나, 내 몸이 아프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이건 피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 때 아픈 건 너무나 당연한 거죠.
백종우) 이 피할 수 없는 화살은 맞을 수 밖에 없지만, 여기서 출발해서 내 마음 속에 또 일어나는, 이 일로 인해서 내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때로는 화나고, 지치고, 이런 감정의 변화는 ‘두 번째 화살’이라고 하는데 때로는 필요한 면도 있지만요. 이 두 번째 화살까지 맞아가지고 우리가 너무 아프고, 괴롭고, 절망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절망 속에서는 뭔가 대처할 방법을 잃어버리기 때문에요.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되겠다는 게 위기 극복의 출발이 아닌가 싶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상황이 되면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들 것 같거든요. 이럴 때 부정적인 화살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백종우) 사실 그 감정이라고 하는 게 다 순기능이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의 대처 방법을 결정하는데 다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면, 지금 저희가 코로나 상황에서 불안 때문에 마스크도 쓰고, 손도 씻고, 이런 순기능이 있죠. 그 다음에 예를 들면, 우울한 거 같으면 시험을 망쳤다고 했을 때, 우울해야 ‘내가 왜 시험을 못 봤지? 어떻게 하면 다음에 잘 보지?’ 계획을 세우죠. ‘오늘 뭘 하자.’하고요. 내 행동을 수정하고, 한 발 한 발 준비해서 뭔가 하는 계기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울은 현실을 보고, 자기의 목표를 수정해서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꼭 필요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백종우) 분노는 대표적으로 뭔가 시스템이 잘못되거나 부당했을 때, 변화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감정이니까 다 필요한 감정이죠. 그래서 위기 때 이 감정들은 우리가 이겨나가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아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 목표를 지금 현실에 맞추는, 우울을 통해서 변화의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게 지나쳐가지고 우울 때문에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봐서 절망하게 된다거나, 분노 때문에 내 주변이 다 적이 돼 버린다거나, 불안 때문에 한 발 내에 딛지도 못한다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상실하게 되겠죠.
몸장) 이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때는 위기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갖는 건 안 좋다고 얘기를 하고 피하려고만 하는데,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까 ‘아, 원래 그런 것이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면 이게 이러한 순기능도 가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백종우) 그럼요. 저희가 지금 이 코로나 시기의 2년 동안 제일 많이 한 말이 “너무 우울해요.”, “불안해요.” 힘들다고 표현하실 때, 충분히 듣고 나면 이게 다 정상 반응입니다. 그러면 한 60~70% 분들은 “아~” 하고 거기서 끝나시는 분들이 사실은 훨씬 더 많으십니다.
몸장) 뭔가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백종우) 전혀 이상한 반응이 아니고, 지금 필요한 반응이죠. 그렇다고 해서 괴롭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현실이 괴로우니까 괴로운 건 맞지만, 이런 감정 반응도 필요한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우리가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좀 어떻게 해야 될까요?
백종우)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에 대처하는 게 우리의 습관 중에 하나인데, 그 원인을 내 안에서 찾기도 하고, 밖에서 찾기도 하죠. 너 때문에, 아니면 나 때문에, 그런데 때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사람들이 많이 무력해지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도 병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이렇게 진단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이 잘 안 되게 너무나 고통스럽고 통증이 있는 분들이 또 있으세요. ‘왜?’라는 질문이 무의미한 때가 있는 거죠. 이 때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왜’에서 ‘어떻게’로 넘어가야 된다는 것이에요.
백종우) 사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쓰신 고 임세원 교수가 본인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사실 우울증 치료에 최고의 전문가였는데, 허리 통증이 시작됐는데, 우리는 의사이기도 한데, 여러 병원에서 이런 저런 치료를 받고 수술도 두 번 받고 했는데도 그 만성 통증이 몇 년을 아주 심각하게 괴롭혔습니다. ‘왜?’라고 끊임없이 물었겠죠? 답이 안 나오는 거죠.
백종우) 그런데 바로 거기에 답이 있었다는 것을 책에 표현하는 게 ‘왜’에서 ‘어떻게’로 나오거든요. 결국은 ‘내가 너무 힘들지만 내 앞에 있는 이 현실은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방법을 찾아가겠다는 그 한 걸음을 시작하는 게 위기를 극복하는 첫 걸음이라고 이렇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몸장) 그렇다면 우리가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떻게’의 방법도 잘 모르겠을 때, 그 때는 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백종우) 그렇죠. 사실 그 말씀을 들으니까, 저도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사실 적지 않긴 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나 믿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하고 버림받고, 그리고 겨우 그래도 힘을 내서 이걸 해보려고 했는데, 이것마저 막히고 그런 얘기를 쭉 듣다 보면은요. 저도 정말 ‘답이 있을까?’ 그럴 때 그 기분이 전염이 되거든요.
백종우)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분이 그 순간을 버티고 어떤 때가 오면, 또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자기의 길을 찾아가시는 경우를 분명히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하나 남아있는 명제는 ‘포기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구나.’, ‘그것은 우리 몫이 아니구나.’ 특히 환자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또 환자가 포기하려고 하더라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가다 보면, 분명히 어떤 때가 있을 때 또 뭔가 희망이 연결되는 것은 ‘정말 미래는 알 수 없구나.’ 라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끼게 됩니다.
몸장) 사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게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방법에 대한 얘기도 나와 있지만, 나중에 삶의 의미를 찾으시면서 뭔가 아름다운 것들을 점점 발견하시더라고요.
백종우) 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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