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신과 전문의 정우열이고요. 의존적인 사람 하면 이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상대방한테 의지하고 의존하고 매달리고 이런 쪽 위주로, 아이 같은 모습 위주로만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의존성 성격장애 진단 기준을 봐도 자기 혼자 결정 못하고 다른 사람 의견 물어보는 쪽 위주로만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상담을 통해서 깊은 속마음을 들어보거나 인간관계 패턴에 대해서 들어보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처절하고 간절한 그런 특성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친밀감이나 유대감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나를 더 찾게, 호감을 가지게끔 할 것인가?’ 거기에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또 어떻게 보면 두 번째 특징일 수도 있는데, 보통 관계를 하다 보면 당연히 상대방이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안 좋아할 수도 있고 업무적으로 만난 관계여도 내가 제안하는 것을 거절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거든요. 그런데 거절 받는 듯한 느낌이 약간만 있어도 굉장히 상처받는 거죠. 나를 막 거부하고 밀어낸다기보다는 어떤 부분이 안 맞을 수 있는 걸 머리로는 다 알아도 내가 원하는 그런 친밀감과 유대감의 욕구가 굉장히 좌절되는 그런 경험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세 번째 특징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어쨌든 의존성이 있는 분들에게는 힘든 경험이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해서든지 사전에 방지하거나 또는 그런 낌새가 보였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는데, 그 방식이 매끄럽지 않아요. 내가 그 사람한테 호감을 얻기 위해 사는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내가 집착한다고 느끼게끔 되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비호감 쪽으로 전달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당사자 입장에서 이런 얘기들을 쭉 듣다 보면 이해가 너무 되지만, 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 밀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러면 이 당사자는 더 힘들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의존성 있는 분들이 힘든 것도 저는 경험을 하지만, 의존성 있는 분들의 지인, 상대방의 얘기를 듣다 보면 그것도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러니까 친밀감의 욕구 때문에 계속 타인에 대한 집중,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관심이 가 있고, 그래서 거절을 잘 못하고 인간관계도 매끄럽지 않게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런 분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 등을 살펴보면, 흔히 초반에는 되게 매력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친해지고 싶으니까, 또 좋은 사람을 보여 주고 싶으니까 상대방한테 철저히 맞추고 상대방이 좋아하게끔 행동을 하죠.
예를 들어서 동네 엄마들 모임이나 어떤 친구들 모임에서 장소가 없다면 내 것을 내주는 거예요. “우리 집에서 모이자.” 나도 귀찮지만, 상대방한테 호감을 얻기 위해서 그런 걸 제공하고, 괜히 선물 같은 소소한 거 계속 주고 그러면 초반에는 굉장히 호감을 사죠. 근데 사람이라는 게 참 무의식적인 영역이 많아서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대우를 받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호구를 잡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기잖아요.
그런 식으로 분위기가 되어 가니까 그런 행동을 한 근본적인 이유는 ‘호감을 얻고 싶어서’인데, 내가 지금 당하는 걸 잘 보니까 호구가 잡힌 느낌,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거죠. 하지만 호감은 계속 얻어야 하기 때문에 참고, 아닌 척하고… 그래서 계속 내주면서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뭔가 불편하게 느끼다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는 거죠. 그 갭이 점점 벌어지는 것 같아요. 결국에는 쌓였다가 팍 터지죠.
터지는 게 되는 상황을 보면, 그 사람이 평소에 하던 행동과는 전혀 반대되는, 화를 내거나 아니면 회피적으로 카톡이나 연락처를 차단하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상처받기 싫으니까 이런 식으로 관계를 단절하고 다른 사람을 찾아다니거나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또 나중에 자책을 심하게 하죠. 돌아서면 현타가 오고, 생각해 보면 내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내가 호구 잡힐 행동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제가 주로 듣는 현타는 ‘나는 왜 이렇게 꼭 뭐를 퍼줘야지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매력 없는 사람일까?’,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지내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한테 또 안테나가 가요. ‘저 사람 부럽다…’, ‘저 사람, 사람들이 되게 좋아한다.’ ‘퍼주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해도 사람들이 좋아한다, 왜 그럴까?’ 그래서 자기 스스로 이유를 막 찾아가고, ‘저 사람은 외모가 뛰어나서 그런가? 부럽다…’, ‘상대적으로 나는 그런 게 없어서…’ 이런 식으로 자괴감으로 이어지고 자존감도 낮아지는 거죠. 악순환의 고리가 굉장히 여러 가지죠.
그렇게 자존감이 낮아지면 인간관계에서 위축되기 때문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더라도 ‘나는 매력이 없으니까 더 퍼줘야 해!’ 이런 식으로 머리로는 알면서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퍼주는 거예요.
결국 친밀감을 갖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건데, 그걸 줄일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아시다시피 타고난 기질, 성향, 자라면서 형성된 여러 가지는 계속 작용을 하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줄이기는 되게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악순환에 빠지는 또 다른 이유가 그걸 줄이려고 해서 그렇거든요.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고쳐야겠다…’ 그래서 그런 데 신경 안 쓰려고 막 힘을 주지만,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죠. 눈은 여기 보고 있어도 안테나는 저쪽으로 항상 가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오히려 반대로 내가 원하는 것은 친밀감, 유대감이 맞긴 하지만, 상대방한테 얻어야 하는 게 맞긴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면 진짜 내가 만족감을 경험하는 그 느낌 자체는 사실 다른 사람한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경험해야 하는 거거든요, 상대적인 거라서… 그래서 아무리 상대방이 나한테 잘해 주고 호감을 표현해도 내 마음 자체가 위축되어 있고, 상대방의 호감을 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기본적인 부정이 있으면 채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죠.
그래서 우선은 ‘나는 그런 걸 많이 받고 싶은 사람이다.’라는 걸 인정해야 해요. 왜냐하면 타고난 기질이 너무 많이 작용하니까요. 아이들만 봐도 그게 다른 것 같아요. 똑같은 엄마 배에서 태어난 아이도 어떤 아이는 그런 욕구가 되게 커서 저 친구가 나를 좋아하나, 안 좋아하나에 항상 안테나가 가 있는 아이도 있고, 어떤 아이는 별로 그런 걸 신경 안 쓰고 내 마음에 집중해서 내가 원하는 걸 그냥 하고 다니는 아이도 있고요.
기질이라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인정해야 하는데, 진짜 이게 악순환되고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걸 인정 못 하는 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철저히 인정하는 게 1번이다.
인정하려면 사실은 인정을 못 하는 이유를 우선 살펴봐야 하는데, 자기도 은연중에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이런 의존적인 성향은 부족한 거고 뭔가 열등한 거다…’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었을 때 그게 안 좋은 거니까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의존적인 분들 보면 자기가 가진 이런 면을 되게 안 좋게 보거든요. 그러면서도 사람이 참 신기하고 아이러니한 게, 안 좋게 보면 안 좋게 볼수록 더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의존성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건 부정적인 뉘앙스로 많이 인식하게끔 악순환 얘기를 많이 드렸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존성은 사람의 본능이다. 누구나 또 가지고 있는 거고 필요한 거예요. 그래야지만 생존할 수 있으니까 본능적인 건데요.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의존성의 영역을 줄이고, 독립성의 영역을 점점 확장시켜 나가면서 성장하는 게 바람직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의존성과 상반된 이런 독립성의 영역, 내가 자율성을 스스로 누리는 이 영역이 개발이 안 된 게 문제인 거예요. 의존성이 있는 게 문제가 아닌 거죠.
의존성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필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그것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까 독립성이 길러지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의존성이 강하다는 사실에 집착하지 말고, 상대 쪽에 있는 독립성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드리고 싶어요.
의존성은 사실은 필요해요. 그러니까 친구 관계도 맺는 거고, 연인관계도 맺는 거고, 결혼도 하는 거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애정이 생기는 거죠.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건데, 그것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상반된 독립의 욕구, 자유의 욕구가 나한테는 부족하고, 오히려 이런 걸 ‘왜 이렇게 추구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포인트를 두고 탐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의존성이 강한 사람들은 더 사랑의 감정도 잘 느끼고, 우정의 감정도 잘 느끼는 식의 좋은 면도 되게 많죠. 어떤 분 같은 경우는 그런 사랑받는 느낌이나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을 때 굉장히 완벽해진 느낌이라고 얘기해 주신 분도 있는데, 완벽해진 느낌이라는 게 되게 중요한 표현인 것 같아요. 그만큼 그 부분이 간절한 거거든요.
그런데 뭔가에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그거와는 정반대 있는 면을 보아야 해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요.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성장 환경이나 자기가 경험한 것들을 보면 자율성이나 독립성의 영역을 성취하는 경험 자체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그런 걸 좀 하려다가도 그러면 안 되는 듯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걸 경험하는 거죠.
그래서 독립성을 계발시킬 기회도 안 되고 자기 스스로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패턴이 되다 보면 불편감도 없어지는 거고요. 그런데 사람한테 독립성의 영역은 꼭 필요하다는 거예요. 부모님의 밑에 있을 때는 별로 이게 와닿지 않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점점 이게 나한테는 없다는 것을 계속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많죠.
대학을 경험하거나 아니면 사회생활, 직업을 결정하거나 이런 것들을 다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연령이 점점 되어 갈 때 내 친구들이나 주변에서는 그런 걸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데, 나는 이걸 못하겠는 거예요. 결정도 못 하겠고, 누가 좀 해줘야 할 것 같고 너무 답답하고… 머리로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아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는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