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독립성을 어떻게 키우면 좋을까요? 당연히 스스로 결정하고 혼자 하는 걸 연습해야 해요. 그런데 이걸 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 이유가 있어요. 조금이라도 하려고 할 때 그냥 안 해봐서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큰 거부감이 무의식적으로 드는 거예요.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불안감이죠.
의존적인 사람은 ‘누구한테 의지해야지’, 또 ‘상대방과 협력을 통해서, 상대방의 조언을 통해야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거다’, ‘리스크가 크다’, ‘자칫 잘못 선택하면 완전 인생 망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이 영역에 대해서 굉장히 거부감이 크고 불안이 확 올라오기 때문에 이게 안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우선 직접 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흐름, 내가 이걸 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탐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진로나 직장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결혼하거나… 이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진짜 결정장애가 일어난다면 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서 결정장애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아예 내가 비어 있는 느낌일 수 있어요. 누군가가 와서 해줄 것 같은 느낌을 조금만 받으면 너무 편하고, 그런 느낌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느낌일 때는 심한 불안을 느끼죠.
실제로 의존성 있는 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상담가한테도 되게 많이 의지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조언을 듣기를 바라고, 또 확인받길 바라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거냐고… 괜찮다는 말을 들어야지만 안심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상담가의 역할은 확인받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런 욕구를 좀 좌절시켜줘야죠. 하지만 완전 밀어내거나 거부하는 방식이 아닌 거죠. 보통 인간관계에서는 좌절되는 경험이 완전 밀어내거나 배척하는 경험으로만 경험할 수 있어요. 상담가는 그런 사람들하고는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지금 나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내 자리를 지킬 거고, 당신의 그런 마음을 충분히 헤아린다. 하지만 당신의 성장을 위해서 의존하고 싶은 그 불안이 너무 지나치게 올라올 때면 일부러 좌절시킬 것이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도와줄 것이다. 그러면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어요. 하지만 기본적인 안전한 느낌, ‘이 사람이 나를 배척하거나 떠나거나 그러진 않는구나. 또 나를 호구 잡지는 않는구나…’ 이런 탄탄한 안정감을 자꾸 경험하면 결국에는 조금씩 불안이 내려가면서 독립성을 조금씩 추구하게 되죠.
그렇게 모드가 바뀌어갈 때 혼자서 하나하나 결정할 수 있게 해 주면 점점 악순환해서 선순환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의존성 있는 분들이 사실은 상담을 통해서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되게 커요. 왜냐하면 상담가 말을 잘 듣거든요. 시키는 말 잘 따라 하고 상담가한테 많이 의지해서 시간 약속 되게 잘 지켜요. 역설적이게도요.
그런데 이런 분들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결정을 잘 못해요. 그런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서 혼자 좀 연습할 수 있는 독립성을 키우는 방법이 있어요. 그것도 역시 ‘뭘 하세요’ 이런 세부적인 걸 알려드리는 것보다 혼자서 결정을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불안도 물론 있지만, 또 중요한 게 뭐냐면 자기 혼자서 결정하고 싶어도 결정 바로 직전까지 가면 확신이 안 서는 거예요. ‘내가 이거 해도 되나?’, ‘후회하면 어떡하지?’ 이런 식으로 자기 확신이 부족한 게 발목을 잡기 때문에 자기 확신을 가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 확신은 외부에서 가지는 게 아니라 사실은 자기 내부에서 갖는 거 먼저 해야 하는 거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리는 건데, 제일 많이 확신을 못 갖는 게 뭐냐면 자기 감정이에요. 감정은 사실 확신을 갖고, 안 갖고의 영역이 아니라 그냥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은 그냥 100% 내 입장에서는 타당하고 그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확신을 못 가졌던 경험을 너무 많이 했던 거예요. 왜냐하면 내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요. 오히려 상대방한테 호감 받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니까 상대방의 감정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눈치 보는 것에만 신경 쓰는 거죠. 그만큼 나한테는 소홀해지는 거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잘못됐던 그 습관, 패턴을 바꿔서 나의 고유한 감정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가장 손쉽고도 중요한 작업은 ‘감정일기’예요. 그런데 ‘감정일기’를 보통 많이들 얘기하지만, 이런 것을 말씀드리면 의존성 있는 분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는 거예요. 제목 쓰고, 카테고리 어떻게 나누고, 예를 써야 하냐는 식으로 물어봐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닌 거예요. 사고의 틀을 갖춘 체계적인 게 아니라 그냥 막 자유로운 거고 무의식적인 거고 본능적인 거고 충동적인 거라서 정답이 없어요. 정답은 자기 안에 있어요. 계속 자기 마음에 집중하도록 막 갈겨쓰세요.
그러면 또 거기서 멈칫하는 이유는 ‘내 마음속에 이렇게 짐승 같은 감정이 있는데, 이런 거 괜찮나?’ 이런 것 자칫 쓰고 인식했다가는 진짜 이런 걸로 꽉 차 버리고, 그러다가 행동도 막 그렇게 해서 이상한 사람 될까 봐 또 불안이 올라와요. 그런데 감정이라는 것은 자기가 행동하는 것과는 사실 전혀 상관없고 오히려 자유로웠을 때 행동은 더 절제가 된다는 것을 저는 말씀을 드리지만, 듣는 대로 그렇게 쉽게 인식되는 건 아니죠. 그래서 자유롭게 해도 된다, 심지어 욕을 써도 된다… 정제된 언어로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을 가지시거든요. ‘지금 내가 가진 이 감정이 이 단어가 맞나 모르겠어요…’하면서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단어, 사전적인 의미, 이런 게 필요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자기가 주로 쓰는 그런 단어나 용어나 문장, 이런 것은 뉘앙스 색깔이 달라요. 그래서 그런 단어나 이런 표현 양식에 집착할 필요 없다. 그냥 자유롭게 막 써라. 그게 무슨 뜻인지 자기만 알면 된다. 보여주기 위해서, 이걸 정리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음속에 있으면 이게 모호하고 인식이 안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표현을 함으로써 조금 더 자기가 이런 감정을 의식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보통 얘기를 해 드리죠. 처음에는 잘 안되고 계속하다 보면 되는 것 같아요.
이 자유로움이라는 게 의존성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사람의 고유함을 회복하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회복하는 데 너무 중요한 영역인 것 같아요. 사회화라는 건 사실 행동 양식에 국한된 표현인 건데, 내 마음속 자체를 막 사회화시켜요. 질투 느끼면 안 되고, 미움 느끼면 안 되고, 분노 느끼면 안 되고… 이런 식으로 ‘안 돼, 안 돼’ 억압하다 보면 과연 행동이 바람직해지냐? 아니죠. 안에서 쌓이다가 ‘팡’ 터져서 오히려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집착이나 혹은 너무 의존적이라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 말씀드린다면, 의존성이 있는 분들은 굉장히 큰 장점이 있어요. 따뜻하고 섬세하고… 이게 악순환만 안 되고 선순환만 잘 된다면 아주 큰 만족감을 관계에서도 경험할 수 있고, 또 그런 경험을 재능과 취향을 살려서 어떤 분야에서든지 적용해서 선순환시킬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자기의 고유한 성향 자체를 부정했기 때문에 이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거지. 그걸 그대로 인정하시면 점점 선순환될 거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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