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이 집중된 차량인 만큼 다행히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출시 첫 해인 2006년 누적 판매량은 3만 1천여 대로 한 달 평균 2,500대가량 판매되며, 중형차 시장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확보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쏘나타는 3~4배가 더 많이 팔리긴 했지만요. 한 달 안에 마음이 바뀔 경우 새 채로 교환해 주거나, 아예 환불해 주는 파격적인 품질 보증 마케팅을 선보여 상품성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 꽤 효과적으로 작용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갈수록 판매량이 떨어졌던 기아 로체를 제치기도 했죠.
내수보다는 수출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GM대우답게 한국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라세티와 함께 GM의 글로벌 판매망을 타고 해외 시장에서도 활약했습니다. 매그너스 시절부터 쓰이던 ‘에피카’라는 이름을 그대로 이었고, 쉐보레, 홀덴 로고를 달아 유럽과 중국, 호주 등의 시장에 판매됐죠. 유럽에서는 한때 8천여 대가량 판매됐고,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중형 세단으로 인기를 끌어 국내보다 많이 팔렸습니다. 아예 초반부터 현지 생산 라인을 건설하고, 맹꽁이 같은 페이스리프트까지 거쳐 국내에서 말리부가 팔리고 있던 2014년까지 신차로 판매됐죠.
2008년에는 소소하게 화장을 고치고 각종 사양을 업그레이드해 상품성을 높인 토스카 프리미엄 6가 출시됐습니다. 광고 모델로 가수 서태지를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를 문화 대통령으로 추대했던 팬들이 세월이 흘러 중형 세단을 신차로 뽑을 나이가 되었고, 실제로 그의 오랜 팬들이 구입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하죠. F.M 비즈니스의 강렬한 전주를 배경음으로 한 광고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전작에서 선택 사양이었던 순종 바디킷 에어로팩을 주력 모델인 2.0L, 2.5L 가솔린 모델에 기본 적용하고, 알루미늄 휠을 멀티 스포크 타입으로 변경해 더 스포티한 외관을 완성했습니다. 또 중형차라고 하기에는 가벼워 보였던 전작의 테일 램프를 가로로 길게 이어 안정감을 더했고, 투박했던 반사판도 모양이 샤프하게 바뀌었죠.
또 이전 모델부터 전용 에프터마켓 악세사리를 순정 옵션으로 판매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코리아 스포일러 테일 램프, 줄에서 ‘코스테’에서 제공했던 LED 테일 램프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제조사가 공식 인정한 제품일 정도로 퀄리티가 높은 제품이었고, 외관의 완성이라고 불릴 만큼 테일 램프의 디테일 하나로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단종된 이후에도 수요가 있었을 정도였죠. 다만, 선택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자동차 정기 검사할 때 불법 튜닝으로 오해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여담으로 저 역시 집에서 이 토스카 프리미엄 6를 꽤 오래 탔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 많이 남는 차였는데, 몇 날 며칠 중고나라에 잠복해서 결국 이 테일 램프를 아버지가 구매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방향지시등에도 썼던 LED가 가끔 이빨이 나가는 단점이 있었죠.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의 변화 역시 크지 않았습니다.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계기판을 선명한 화이트 톤으로 수정해 세련미를 더했고, 당시 현대차가 쏘나타 트랜스폼에서 일으켰던 순정 내비게이션 대변혁을 의식해서인지 수백만 원에 달했던 AV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무려 80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게 한 뉴클래스 DMB 내비게이션을 추가한 것도 좋았죠. 블루투스 기능은 추가되지 않았지만, 미디어용 USB 포트를 마련해 USB 메모리로 음악,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도 트렌드를 충실히 따른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투박한 인테리어는 소비자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쏘나타마저 페이스리프트로 확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더 볼 품 없어 보였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소재로 마감했으나 어두운 플라스틱 패널과 금속 장식 똥색 우드그레인은 서로 조화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2010년 한 차례 연식 변경을 통해 최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트림이 더해지면서 메탈 그레인, 투톤 시트 등으로 차분하게 꾸미니까 특유의 간결함이 돋보여서 그나마 나았죠.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이었습니다. 중형차 중 가장 먼저 5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던 토스카는 6기통과 짝을 맞춰 이번에는 아예 6단 자동변속기를 국산 중형차 최초로 달아버렸습니다. 차명에 6이 들어간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었죠. 비록 출력 면에서는 앞서지 못했지만 4단 4기통을 유지하던 경쟁차에 비하면, 가뜩이나 부드러운 엔진에 6단 변속기가 더해졌으니 매끄러운 주행질감만큼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주력인 2.0L, 2.5L 가솔린과 2.0L 디젤에만 6단이 장착됐지만, 후기형부터는 LPG 모델에도 들어갔죠. 악명 높은 ‘6단 보령미션’의 서막을 알린 모델이지만 대체로 이 차량에서의 궁합은 다른 차량에 비하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1세대 보령미션 특유의 부족한 만듦새로, 토스카 역시 원하는 타이밍에 변속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저속 주행 시 불쾌한 변속 충격이 가득 올라오긴 했지만, 이 ‘XK 엔진’에 맞춰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를 이후, 라세티 프리미어에 1.6L 엔진에 끼워 넣다 보니 토스카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 문제가 더 심하게 발생했던 것이었죠.
다만, 기어비의 간극이 너무 넓게 세팅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수출 시장이 주로 널따란 대륙이었기 때문에 이런 세팅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시내 주행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도로 환경 특성상 연비나 가속 성능은 직접 모델의 5단 자동변속기와 큰 차이가 없었죠. 그래도 정속 및 고속 주행이 잦은 외곽이나 지방 도시의 주행 환경에서는 6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행 환경에 따라 소비자들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습니다. 특유의 고속 주행 안정성과 고속 연비가 좋은 평가를 받아 한 때 토스카 택시가 지방에서 심심치 않게 보였고, 고속순찰대 전용 차량으로 도입되기도 했죠.
지난 번 4홀로 경쟁차에게 놀림 받았던 토스카는 이번에는 4단으로 경쟁차를 놀릴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숫자가 높은 게 무조건 우세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자동차 세계지만, GM대우는 토스카 뿐만 아니라 준중형차인 라세티 프리미어에까지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신기술 부분에서는 확실히 앞선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빠른 시도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토스카가 판매량에서 여전히 하위권이긴 했지만 이 6단 자동변속기만큼은 경쟁차인 쏘나타와 로체, SM5에게 꽤나 큰 골칫거리였을 거예요. 풀모델 체인지 직전까지 2.0L 모델의 4단 자동변속기를 유지했는데, 당시 너무 뒤처진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지적에 2.0L은 4단이면 충분하다는 말로 대응한 현대차 관계자의 말은 한동안 자동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죠. 뭘 충분해요… 정작 현대차도 이후 YF소나타와 아반떼MD를 출시하면서 보란 듯이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고 나와 엄청나게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다운사이징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국산 6단 6기통 중형차는 르노삼성의 3세대 SM5를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토스카는 국내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인 중형차 시장에 참전해 부진에 늪에 빠진 GM대우를 건져 올릴 구원 투수였지만,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지속적인 상품성 개선을 통해 부진한 판매량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2% 부족한 구석은 여전해서 무너진 판매량을 회복하긴 쉽지 않았죠.
그 사이 경쟁차들은 빈약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공략했고, 제일 만만했던 기아 로체도 슈라이어의 은총을 받아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어요. 결국 매달 판매량은 수백 대가량으로 떨어졌고 2010년 말에 후속에게 바통을 넘기기도 전에 단종 절차를 밟았습니다. 소형차 생산기지로 전환된 한국GM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중형 세단을 개발하지 않았기에, 이후 ‘’GM 계열사에 중형 세단을 들여와 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왕 들여오는 거 독일 오펠의 중형 세단인 인시그니아를 간절히 바라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북미형 말리부가 후속으로 결정되어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인시그니아가 물 건너가면서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말리부 역시 쉐보레 특유의 매력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은 만큼 든든한 후속이 되어 줬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한편, 4개 회사 중형차 중 감가가 가장 커서 중고차로는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특히 장거리 운행이 잦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토스카로 대우차에 입문한 뒤 매력에 빠져 바로 쉐보레로 넘어가는 분들도 꽤 있었죠.
다만, 소모품비와 부품 가격이 동급 현대기아차에 비하면 비싼 편이었습니다. 동급 4기통 엔진에 비해 엔진오일이 1.5배 정도 더 들어갔고 점화 플러그를 총 6개 교체해야 하는 등 소모품 갈 때마다 지갑이 가뿐해졌어요. 이 밖에 LPG 모델은 10만km 전후해 엔진의 헤드가스켓과 인젝터가 말썽을 일으키는 고질병이 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쇼바 마운트를 비롯한 차량 하부에 부식이 발생, 특히 리어 휀더 곳곳이 삭아 있는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중고차 구매하실 분들은 이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대우자동차의 마지막 중형차 토스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경쟁차를 앞지르기 위해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했고, 특히 국산차의 다단화를 앞당긴 모델이라는 점에서 투모로우 스탠다드 카는 확실했습니다. 이 밖에 대우의 마지막 불꽃 직렬 6기통 XK 엔진을 탑재한 마지막 차량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델이죠. 전륜 구동 가로 배치라는 독보적인 구성에, 대형차 못지 않은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음색을 선사했지만, 매그너스와 토스카 단 두 차종에만 탑재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후속 모델인 말리부에서는 신형 에코텍 4기통 엔진으로 모두 대체됐지만, 앞서 직렬 6기통을 경험해본 소비자들은 소음과 질감 면에서 비교 불가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추후 매그너스 편에서 또 한 번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SUV와 크로스오버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세단 라인업을 축소하고 있죠. 앞으로 전기차의 보급이 더 활발해지면 낮은 시트 포지션으로 공간 확보가 어려운 세단보다 체고를 높인 크로스오버가 자동차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미국 브랜드의 추진력이 어마어마하죠. GM 역시 앞서 크루즈와 임팔라 등 쉐보레 세단 라인업을 줄줄이 퇴역시키고 SUV 라인업을 강화한 데 이어, 이번 말리부 역시 9세대를 끝으로 후속 없이 단종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세단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제 점점 줄어드는 게 사실인가 봐요. (나는 아직 너무 좋은데…) 과연 대한민국 중형 세단 시장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GM에서 출시될 새로운 중형차를 우린 만나볼 수 있을까요? 다음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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