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두 번째 G80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과 디자인, 파워트레인,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바꾸면서 진정한 프리미엄 모델의 면모를 갖추게 됐죠. 특히, 제네시스 G90과 제네시스 최초의 SUV ‘GV80’에서 선보인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전작의 빈약했던 ‘디자인 아이덴티티’까지 제대로 보완했습니다.
전면부는 두 줄로 가늘게 이어지는 LED 헤드램프로, 기존의 헤드램프의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인상을 줬고 육각형에서 ‘오각형’으로 다듬어진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로 중후함을 더했습니다. 전체적인 형상이 제네시스 앰블럼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멀리서 봐도 한눈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량임을 알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측면은 전작보다 훨씬 극단적인 쿠페 스타일로 빚어냈는데, 뒤로 갈수록 우아하게 낮아지는 캐릭터 라인은 마치 벤츠의 4도어 쿠페 ‘CLS’가 떠오를 만큼 근사한 모습이었습니다. 제네시스 라인업을 볼 때마다 측면에 길게 이어지는 방향지시등이 참 마음에 들어요.
후면부도 두 줄의 LED 리어램프 패밀리룩을 맞췄고 부드러운 음각으로 처리한 트렁크 도어는 적재 공간에서 약간 손해를 보긴 했지만,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뒷모습을 한층 가뿐해 보이게 했죠. 여기에 보행자 안전 가이드가 추가된 후진등, 전면부 크리스트 그릴에 맞춰 오각형으로 만든 머플러 팁 등 깨알 같은 디테일 돋보였습니다.
공개된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호평일색이었어요. 디자인만큼은 독일 브랜드조차 앞선다는 평가도 있었죠. 주요 타깃이었던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면 여러모로 멋진 디자인인 건 확실해 보입니다.
실내도 확실히 새로운 세대로 거듭났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국 브랜드답게 여백의 미를 주제로 한 인테리어는 자칫 휑한 느낌이 들 수도 있었지만, 고품질의 소재가 돋보이는 디자인과 앰비언트 라이트, 탑승객을 둥글게 감싸는 랩 어라운드형 디자인으로 안정감과 포근함을 더했습니다.
마치 쾌적한 공간에 고급스러운 가구가 알맞게 배치된 라운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전처럼 화려한 장식이나 편의장비를 있는 대로 내세우지 않아도 럭셔리한 느낌은 충분히 전달했죠.
현대차 그룹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모델답게 이미 차고 넘쳤던 편의장비도 몽땅 새것으로 채워 넣었는데, 터치스크린 방식의 공조 장치는 다이얼을 더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고, 필기 인식이 가능한 통합 컨트롤러와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이밖에 3D 계기판,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스마트키 원격 주차,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디지털 키 등 각종 첨단 사양이 더해져 상품성이 대폭 상승했고, 가격도 대폭 상승 했습니다.
외관을 보자마자 걱정됐던 뒷좌석 헤드룸은 다행히 시트 높이를 낮추면서 무난한 공간을 확보했고, 나파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의 착좌감은 이전의 폭신함보다는 독일 차의 탄탄한 느낌이었는데요. 말랑한 것보다는 적당히 탄탄한 시트가 오히려 장거리 주행 시 피로도가 더 적다고 알려져 있죠.
파워트레인의 변화도 확실했는데요. 새로운 2.5L 가솔린 직분사 터보와 3.5L 트윈 터보, 2.2L 디젤,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마련했습니다. 각각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고, 4륜구동 ‘H-Track’도 여전히 선택할 수 있었죠.
특히, 3.5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은 380마력, 54kgf.m의 토크를 발휘해 이전의 스포츠 모델을 상회하는 넉넉한 힘을 제공했는데, 차량의 성격에 따라 여유롭고 안락하게 주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스포츠 드라이빙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현대차 그룹이 BMW 퍼포먼스 브랜드 ‘M’의 핵심 인물인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하게 되면서 G80 역시 그의 손을 거쳐 가게 됐고, 차체 완성도와 주행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노면의 상태를 미리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육중한 공차 중량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을 폭넓게 쓰면서 100kg 가까이 다이어트한 것도 그 영향이었겠죠.
또 충돌 안전 시험에는 도가 텄는지, 이번에도 각종 테스트를 최고 등급으로 무난하게 통과했고,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객의 충돌을 방지하는 센터 사이드 에어백 추가되며 총 10개의 에어백이 탑재되기도 하는 등 더 안전한 차로 거듭났습니다. 주행 안전 및 주행 보조 시스템도 더 발전해서 깜빡이만 켜면 알아서 차선을 변경해주는 단계까지 올라왔죠.
한편, 출시 초기 실내에서 걸레 냄새가 난다는 황당한 결함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창문을 개방하거나 공조 장치를 외기 순환으로 놓고 주행하면 머리가 ‘띵’ 할 정도로 악취가 올라왔는데, 서비스 센터에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오너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었죠.
이후 도어 안쪽에 사용된 스피커 흡음재가 빗물에 젖어서 곰팡이가 피면서 악취가 난 것으로 알려졌고, 개선된 부품으로 모두 교체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프리미엄 모델인 것을 떠올리면 좀 황당한 결함이었죠.
올해 7월에는 순수 전기 모델인 ‘G80 일렉트리파이드’를 내놨습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고효율,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와중에 가뜩이나 후발주자인데다가 대배기량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하는 제네시스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죠.
후륜구동 플랫폼에 적용할 만한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마땅치 않았고, 부랴부랴 개발해서 내놓는다고 해도 이 분야에 끝판왕인 렉서스와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죠.
이에 중간단계인 풀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고 아예 순수 전기 모델을 개발해 빠르게 투입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외관은 거대한 그릴의 형태만 남기고 구멍을 막아, 한눈에 봐도 전기 차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릴의 일부분을 충전 포트로 사용한 것도 기발한 디테일이죠.
여기에 오묘한 색상의 전용 컬러, 전용 멀티 스포크 휠, 머플러를 없애고 디자인을 수정한 범퍼 등 나름 차별화 요소가 많았고, 태양광 충전 루프 역시, 이 전기 모델만의 고유 옵션이었죠.
실내도 고급스러운 기존 디자인에 천연염료로 염색한 가족,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가공한 나무 장식,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마감재 등을 사용해 ‘친환경’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도록 구성했습니다. 재질감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색상 조합은 상당히 세련돼 보이네요.
다만, 바닥에 깔린 배터리로 인해 시트포지션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높아졌습니다. 가뜩이나 넉넉하지 않았던 뒷좌석 헤드룸과 발 공간이 큰 손해를 입었죠. 뒷좌석 공간 역시 중요한 차급이었기에 지적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주행 성능은 가솔린 최고상인 3.5L 터보 모델이 부럽지 않을 만큼 강력했습니다. 앞뒤에 자리 잡은 모터로 네 바퀴를 모두 굴렸고, 바닥의 배터리가 이번엔 장점으로 작용해 무게중심을 낮춰주면서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죠. 특히, 중량에서 비롯된 승차감이 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완충 시 주행거리는 최대 427km였는데 아직까지 경쟁차라고 부를 수 있는 모델이 마땅히 없고, 굳이 꼽자면 세계관 최강자인 테슬라 ‘모델 S’에 견줄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가격도 견줄 수 있었습니다. 8,819만 원 단일 트림으로 일단 기본형 가격부터 가솔린 풀옵션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데, 여기에 옵션을 추가하면 1억이 넘어가죠.
9월에는 따끈따끈한 ‘G80 스포츠’가 추가됐습니다. 전작처럼 스포츠라는 네이밍을 붙였지만, 별도의 라인업을 둔 것이 아닌 주문 과정에서 ‘스포츠 패키지 옵션’을 추가하는 형태였죠. 전작과 마찬가지로 더 공격적으로 꾸민 외관과 전용 컬러, 날렵한 디자인의 20인치 휠 등 존재감을 높였고, 실내도 스티어링 휠과 스포츠 시트 등 일반 모델과 디테일을 달리해 더 스포티하게 꾸며졌습니다.
여기에 4P 브레이크, 3.5L 터보 모델만 최대 3.5도까지 제어되는 후륜 조향 시스템을 탑재하면서 주행 성능도 보강했죠. 하필이면 벤츠가 10도까지 꺾이는 신형 S 클래스를 몇 달 먼저 선보여 괜히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주행 환경에 따라 앞바퀴와 연동해 뒷바퀴 각도를 조절하면서 민첩한 거동에 도움을 주는 후륜 조향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옵션이었지만, 이미 80년대에 양산이 됐을 만큼 역사가 깊죠.
차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예전 NF 쏘나타에 적용됐던 ‘AGCS’라는 장치가 떠오르실 텐데, 별도의 장치를 더 해 뒷바퀴의 각도를 조절한다는 개념은 같지만, 이건 ‘고속 코너링’이라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후륜 중 바깥쪽 바퀴만 차체 안쪽으로 약간 꺾어주는 기술이었습니다.
구조가 간단하고 선회 환경에서 확실한 성능을 제공해 혁신적인 기술인 건 맞았지만, S 클래스나 이번 G80 스포츠에 장착된 것처럼 유턴 시 회전 반경을 짧게 줄여주는 등 모든 주행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죠.
3세대 G80은 어엿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심 라인업으로써 그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기에 충분히 탄탄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확실히 잘 만든 만큼 소비자의 반응도 뜨거웠죠. 사전 계약 하루 만에 무려 22,000여 대, 올해 상반기 국내 누적 판매량만 37,000여 대에 달했습니다.
판매방식을 변경한 점도 눈에 띄죠. 전작까지만 해도 트림에 따라 옵션을 차등 제공하는 기존의 방식이었지만, 신형은 주문 제작 방식, 즉 기본형 모델에 원하는 옵션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필요한 기능과 불필요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변화인 건 분명하죠.
지금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작이자, 라인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 제네시스, 그리고 G80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은 현대차,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름으로 국산차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죠.
다행히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제대로 된 브랜드를 갖추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SUV 라인업까지 성공적으로 런칭하면서 순조롭게 자리 잡는 듯 보입니다. 여기에 최근 ‘왜건’ 라인업까지 추가하면서 유럽 시장의 문도 다시 두드리고 있죠.
제가 느낀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이는 디테일이었습니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조용하고 편안한, 흔히 기본기를 갖추는 것은 당연했고 여기에 탑승객을 배려하는 눈과 귀, 손끝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이 더해졌죠.
이번에 소개한 차 역시 현대 브랜드의 제네시스가 아닌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이 되고 나서야 그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 안에 더 높은 가치를 담는 일이겠죠.
모기업의 허술한 고객 대응과 차별적 태도, 기술적 결함 때문에 마이너스로 시작했던 브랜드 이미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프리미엄 서비스는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브랜드로써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 같네요.
유럽에서 고성능 스포츠카로 성능 대결을 벌일 때 미군이 버리고 간 드럼통을 두드려 겨우 지프 한 대를 만들어냈던 나라가 이제 막 프리미엄의 디테일 느낄 수 있는 고급 차를 양산하고 있는 거니까요.
제네시스는 매번 신차를 발표할 때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뿌리가 대한민국 서울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곧, 안방인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세계로 팔려나갈 자격이 된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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