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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입맛 해치백, 현대 ‘i30’ 이야기 (4부) 해외에서의 선전

2016년 등장한 3세대 i30는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경쾌한 운전이 가능한 해치백이라는 뜻의 ‘핫 해치’라는 슬로건을 당당하게 내걸었습니다.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인 ‘캐스케이딩 그릴’을 중심으로 전개된 앞모습은, 존재감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악스러워 보이기도 했던 이전 ‘헥사고날 그릴’에 비해 좀 더 정돈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으로 거듭났습니다. 6세대로 거듭난 ‘아반떼 AD’와 마찬가지로 헤드램프와 그릴을 낮게 배치했고, 당시에도 차급에 비해 고급 장비였던 ‘풀 LED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LED 주간 주행등을 송곳니를 연상시키듯 세로로 배치해, 마치 이빨을 드러낸 작은 맹수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한편으로는 맹수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푸조의 ‘팰린룩’을 연상시키기도 했어요.

측면은 역대 i30 중 가장 단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전에 뒤로 갈수록 치켜 올라갔던 캐릭터 라인은 완만해졌지만, 대신 앞뒤로 팽팽하게 잡아당긴 듯 철판은 긴장을 줬고, 거대한 알루미늄 휠과 두껍게 처리한 C필러로 보다 견고한 느낌을 줬습니다. 앞서 출시된 신형 투싼을 압축해 놓은 듯한 느낌의 후면부는 전면부를 이어받아 가로선이 강조되는 낮고 넓은 인상이었는데요. 1.6리터 터보 모델에 한해 듀얼 머플러를 적용하면서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보통은 범퍼 하단에 들어가는 반사판을 높게 올려놓은 건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지만요.

전반적으로 새로운 세대로 거듭난 현대차 라인업에 발맞춰 이전의 화려함이 돋보였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좀 더 차분하면서도 견고한 인상으로 거듭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현대 로고만 가려놓으면 ‘수입차인가?’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고급스러웠죠. 다만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전작보다 차가 좀 작아 보였는데, 정작 차체 사이즈는 역대 i30 중 가장 길고 넓었습니다. 실내 역시 최신 현대차의 디자인 큐를 따라 가로 형태의 레이아웃으로 꾸며졌습니다.  아반떼와 형제차라는 것이 곳곳에 드러났던 전작들과 달리,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플로팅 타입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가로로 길게 배치된 송풍구, 스티어링 휠 디자인 등을 달리하면서 이번에는 완전히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선보였죠.

특히 플로팅 타입의 내비게이션은 대시보드 높이를 낮추는 효과를 줘서, 시트 포지션을 낮게 설정해도 시원한 시야를 제공했습니다. 1.6리터 터보 모델은 곳곳에 붉은 포인트를 더하고 세미 버킷 시트와 안전벨트의 색까지 차별화해 고성능 차 분위기를 조성했어요. 또 ‘후측방 경보’,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JBL 프리미엄 사운드’를 추가해 최신 트렌드에 걸맞게 보강했습니다. 이후 ‘스마트 센스’로 명명된 최신 첨단 안전 사양 패키지를 옵션으로 추가하면서 자동 긴급 제동, 오토 하이빔, 슈퍼비전 클러스터, 아반떼에도 없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보조’ 기능이 추가된 것은 분명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이거 써보신 분들은 다음 차 살 때 이거 없는 차 안 타시죠. 유럽차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차급을 뛰어넘는 다양한 고급 사양이 적용됐고, 사이즈만 작을 뿐 여러모로 아반떼보다 좀 더 고급화된 모델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소재나 만듦새는 물론 당시 그랜저에도 없던 ‘전 좌석 풀 오토 윈도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에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크루즈 컨트롤만 봐도요. 다만 공간까지 우월하지는 않았습니다. 앞 좌석은 무난한 공간을 제공했지만 변함없는 휠 베이스와 낮아진 전고로 뒷좌석 공간은 전작보다 좁아졌죠. 뒷좌석 열선이 없는 것도 변함없었습니다.

아반떼나 전작에서 왠지 모를 헐거움이 느껴졌다면 신형 i30는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기본기를 부르짖던 당시 현대차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주행 성능이 상당히 좋아졌죠. 파워트레인은 1.4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1.6리터 디젤, 아반떼 스포츠에 상응하는 1.6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세 가지로 출시됐고요. 모두 ‘7단 DCT’를 맞물려 일반적인 아반떼와는 차별화된 주행 감각을 제공했죠. 전작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후륜 토션빔’을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 교체한 것도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핫 해치’라는 슬로건이 허언이 아닐 만큼 어떤 파워트레인을 선택하더라도 주행이 경쾌했고, DCT는 꾸준히 프로그램을 개선해 그 어색함을 크게 줄였습니다. 마치 장난감을 조작하는 것과 같다며 혹평 일색이었던 ‘MDPS’도 그 조향감이 훨씬 세련되어졌죠. 구동력과 제동력을 제어해, 차가 코너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구동 선회 제어장치’를 기본 적용한 것도 좋았어요. 1.6리터 터보 모델은 스포츠라는 트림 명에 걸맞게 아반떼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운전 재미’에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었는데, 200마력을 웃도는 출력으로 ‘핫 해치’에 걸맞기는 했지만 민첩한 코너링에 초점이 맞춰진 ‘고성능 서스펜션’은 너무 딱딱해서 요철이 널려 있는 일상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1.6리터 터보의 스포츠 서스펜션을 보다 부드러운 일반형 1.4리터 모델의 것으로 바꿔 다는 다운그레이드를 하는 오너들도 꽤 있었죠. 확실히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유럽 경쟁차와 비교해도 대부분의 주행 환경에서 딱히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차였습니다. 1세대와 2세대에는 우스개로 통하던 ‘조선 골프’가 ‘진짜 골프와 견줄 수 있는 차’라는 의미에 가까워졌어요. 다만 ‘보증 기간 안에 한번은 센터에 들어가야 한다’는 ‘인젝터 문제’ 같은 감마 터보 엔진이 공유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공유하고 있었고요. 괜찮아지기는 했다지만 건식 7단 DCT 미션에 특유의 꿀렁임과 내구성 문제는 여전한 고민으로 남아 있으니, 중고차 구매하실 분들은 이 부분을 잘 점검하고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차 좋은 건 알겠는데 왜 길거리에 안 보일까?’ 이번에도 마케팅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TV 광고는 강렬한 전주와 함께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지만, 곧장 선정성 과대광고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해치를 강조한 것은 좋았지만 우리나라 한정으로 어감이 그다지 좋지도 않았고, 특히 이 장면들이 문제였는데 i30는 전륜 구동 차량임에도 후륜 구동 못지않은 과감한 드리프트를 하는 모습에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과 전문 매체들이 의문을 품게 됐죠. 결국 현대차는 특정 조건에 따라 의도적으로 그립을 상실해 드리프트와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냈고 이걸 직접 보여 주겠다며 자동차 전문 매체와 블로거를 초청해 시연했는데…

뒤늦게 아이유와 유인나가 ‘달라송’을 흥얼거리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온라인 광고를 집행하지만 수습되지 않았어요. 또 크기는 작아도 고급감은 아반떼보다 확실히 윗급이었지만, 가격도 확실히 윗급이었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여러 고급 사양을 기본 탑재하긴 했지만, 기본형 가격이 2,000만 원을 뛰어넘어 아반떼와 비교하면 가격 접근성이 여전히 떨어졌고, 1.6 터보 모델의 풀옵션 가격은 무려 3,000만 원을 돌파해 ‘소나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격을 선보였죠. 프리미엄을 내세운 만큼 아반떼보다는 유럽에서 경쟁하는 수입 해치백과 비교해 주기를 원하는 것 같은 가격 전략이었고, 실제로 그들과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이었지만 폭스바겐 골프 앞에는 ‘이게’ 붙어 있다는 게 크다는 걸 간과한 모양새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소형 SUV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은 더 멀어져만 갔고, 결국 부진한 수준을 넘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2002년, 국내 시장에서 쓸쓸히 퇴장했죠. 그래도 해외 시장에서는 다행히 준수한 판매량을 선보이고 있고, 이번에도 외관을 비롯해 다양한 파생 모델을 선보여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3 도어 모델을 빼고 새로운 ‘패스트백’ 모델을 추가해 선택지를 늘리는 한편, ‘이 모델’을 출시해 전통 강자들에게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죠.

2017년, 3세대 i30를 베이스로 ‘N 로고’를 단 첫 번째 양산형 모델 ‘i30 N’이 출시됐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해치와 경쟁했다면, 이제는 ‘폭스바겐 골프 GTI’와 ‘세아트 레온 쿠프라’ 등 진정한 유럽 ‘핫 해치’에 도전했어요. 확실히 이분이 오고 나서 뭔가 많이 달라졌죠.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레브 매칭’ 기능을 곁들인 6단 수동변속기가 i30의 꽉 찬 기본기와 시너지를 일으켜 일반적인 모델과는 결이 다른 주행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해치백 i30가 베이스였기 때문에 온전한 뒷좌석과 실용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평소에는 데일리카로, 주말에는 폭발적인 출력을 즐길 수 있는 차였습니다. 작정하고 만든 만큼 유럽 소비자들과 전문 매체 역시 결국 그들이 해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N 로고’를 단 첫 번째 양산 차로서 현대 고성능 브랜드의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모델로 평가받았습니다. 나중에는 ‘패스트백 N’ 모델을 선보였고 한 차례 페이스 리프트와 함께 새롭게 개발된 ‘습식 8단 DCT’를 탑재해 주행 편의성을 높인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죠. 다만 이 차는 전량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국내에서는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된 ‘두 번째 N’, ‘벨로스터 N’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i30는 기존 1.6 터보를 좀 더 스포티하게 꾸민 ‘N-Line’을 선보여 약간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다행히 벨로스터 N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모델이었기 때문에 자동차 전문 매체와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죠. 지금까지 현대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로피언 해치백을 표방하며 수입차 못지않은 뛰어난 상품성과 신선한 스타일로 무장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지만,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마케팅이 결국 실패해, 국내에서는 쓸쓸하게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1세대 모델을 소유하고 있고, 3세대 모델에 굉장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만큼 유난히 단종이 아쉽게 느껴지는 모델이에요. 그럼에도 세단이 일색이던 우리나라 도로 위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타깃이었던 유럽 시장에서는 목표에 제대로 적중해 유럽 시장 진출 13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 현대차의 대표 모델 중 하나로서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쳐 ‘유럽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면서 폭스바겐 그룹, 스텔란티스에 이어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i30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해치백 무덤에 피어난 꽃, i30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국내에서도 새로운 i30, 아니면 현대 로고를 단 새로운 해치백 모델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다음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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