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부산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강의하고 있고, <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이라는 책을 쓴 이고은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반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볼게요. 우리가 여러 사람을 대면하다 보면 촉이 오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저 사람이 나에게 호감이 있구나, 나에게 반한 것 같다’ 이런 특별한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죠.
가장 흔히 보이는 첫 번째 반응은 ‘시선’인 것 같습니다. 상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빠르게 눈을 피하는 순간이 있죠. 상대와 눈을 마주치려 하는데 상대가 눈을 자꾸 피하는 때도 있고요. 시선은 사람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내게 되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호감이 생겼을 때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나에게 특별한 자극이 나타났다는 신호입니다. 우리 뇌가 타겟으로 삼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신호를 받고, 눈으로 정보를 많이 받아들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반응은 ‘웃음’입니다. 좋아하는 대상 앞에서 웃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때의 웃음은 맥락 없는 웃음입니다.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이 자꾸 번지는 걸 볼 수 있어요. 소개팅을 나가거나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면 상대의 웃음을 보면 됩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입이 귀에 걸리게 돼요. 이것은 성별과 상관없습니다. 이 외에도 떨리는 목소리를 보인다거나, 얼굴이 빨개져 있는 것도 신호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혹은 반하는 대상이 나타났을 때 우리 몸에서 분출되는 호르몬들이 있습니다. 쾌락에 해당하는 도파민, 흥분에 해당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분출되고요. 그다음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는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그래서 심박수가 늘고요. 혈압이 오르고 체온이 상승하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포인트를 통해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캐치할 수 있습니다.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나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여성도 비슷합니다. 여성은 의연한 척하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쿵쾅대고 있는 거죠. 다만 뭔가 어설프게 보이거나, 웃는 모습이 부정적으로 비칠까 봐 조금 더 조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최선을 다해 정신줄을 잡고 있을 뿐 남녀 모두 마찬가지로 발음이 꼬이고 스텝이 꼬이는 상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대화를 통해서도 호감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대부분 반응이 ‘저도요’ 쪽이에요. 상대가 ‘저는 시집 읽는 걸 좋아해요’라고 했을 때, 본인이 시집에 관심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일단 ‘저도요’라고 이야기를 맞받아치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칭찬을 유도할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한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되도록 긍정적인 언어를 쓰려고 애를 쓴다는 거죠. 대화할 때 ‘저는 집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라는 말을 했을 때 ‘그래요? 실망이네요’ 이런 답을 하는 상대는 없어요. 상대가 좋아할 법한 무언가, 칭찬을 들을 수 있을 만한 언어를 사용하려고 애를 쓴다는 겁니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데 티를 안 내는 것 같다는 판단은 내 판단이잖아요. 티를 안 낸다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까운 거예요. 사람이 상대에 대한 사랑이나 호감을 느끼면 어떤 방향으로든 티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알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거든요.
상대가 분명히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티를 내지 않는다면 역으로 내가 이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상태에 가까운 거예요. 좋아하는데 티를 안 낸다는 것은 티 낼 만큼 좋아하지 않거나 좋아하지만 티 낼 필요가 없는 상태라는 뜻이거든요. 그러면 이럴 땐 때는 테스트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고백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잘 되는 길입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표현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일반적인 호의일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 어떤 직장인 남성분이 문의를 주신 적이 있어요. 신입사원 후배 여성분이 자신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주거나, 아침에 ‘오늘 얼굴이 좋으세요’ 등의 기분 좋은 인사를 한다는 거죠. 이런 호의를 처음 받아본다며 이 여성 후배가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닌지 물어보셨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자신에게만 특별한 호의를 보내는 건지, 다른 분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분인 건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자신에게만 보이는 특별한 호의 같다면 상대에게 그와 비슷한 호의를 보여주는 겁니다.
퇴근하고 커피 한잔하자는 등의 호의를 보냈을 때 선을 긋는지, 마음을 여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예요. 만약 그런 말을 건넸을 때 ‘대리님 오늘 일찍 가봐야 해요’ 등의 말을 한다면 경계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만약 ‘정말요? 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어요’ 이렇게 답을 한다면 둘이 만나 함께 대화해보는 겁니다. 상대의 사소한 호의만으로 ‘이 사람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이런 착각에 너무 몰입하면 안 됩니다.
혹시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면 자신이 지금 외로운 상태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는 상태인 건 아닐까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사람을 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를 돌아봐야 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감정이거든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상대와 자신의 마음이 같다면 하면 서로 한 발짝 다가서야 할 텐데요. 어떤 데이트 코스가 좋은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는 좀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은 주변 사람의 시선이 없는 곳을 좋아해요.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둘이 가는 걸 좋아하는데, 반대로 여성은 다른 커플이 많은 곳에 가는 걸 좋아해요. 둘만의 시간이지만 어색하지 않도록. 서로 다르죠.
제가 볼 때는 상대에게 얼마나 신경 썼는지 티 낼 수 있는 코스면 좋아요. 여성분이 스커트나 원피스를 입었다면 방석에 앉는 식당이나 많이 걷는 코스는 피하는 것 등이요. 사소하지만 이 사람에게 신경을 쓰고 있으며 몰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두 사람의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관계를 더욱 진전하려면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으면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게 아주 많겠죠. 그러니 데이트할 때 대화 없이 바로 영화 보러 가지 마세요. 대화할 수 있는 장소와 공간을 마련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호감도를 키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에 착각하면 안 되는 게 있어요.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이 사람이 나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이 사람이 나에게 사랑에 빠져서, 우리의 사랑이 진행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상대가 그 사람에게 반했다고 하더라도 다음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거든요. 자고 일어나서 이불 찰 수도 있는 거예요. ‘어제는 분명히 날 보고 입이 귀에 걸리고, 떨려 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왜 연락이 없지? 내가 해볼까?’ 이러지는 말자는 거죠.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포인트는 여럿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사랑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버일 수 있다는 거죠. 이후 상대에게 더 이상 연락이 없다고 해서 ‘저 사람 이상한데’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템포를 잘 유지하는 것, 속도를 잘 보는 것이 사랑에 대한 타이밍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당의 일종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반드시 생각해야 합니다. 사랑이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그렇게 믿는다면 본인이 지금 굉장히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관계이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 쉽다면 인류가 사랑을 두고 여러 가지 말과 철학을 남길 사유가 있었을까요? 없을 거예요. 어렵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제가 여러 조언을 드릴 수는 있지만 항상 이게 답은 아니라는 걸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고요. 만나는 상대에 따라 반응과 행동,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랑은 쉽지 않습니다. 노력이 필요하고요. 관계라는 것은 결국 서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함께 성숙해 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다면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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