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버 _ 이하 놀심)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 _ 이하 호칭 생략)
놀심)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경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저는 인지심리학자고요. 그리고 김경일이라고 하고, 그리고 아주대학교 심리학과에서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놀심) 오늘 제가 궁금한 게요. 우리가 살면서 꼭 옆에 둬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특징 같은 게 있을까요?
김경일) 질문을 좀 바꿔볼까요? 잃으면 안 되는 사람. 그러니까 나한테 쓴소리도 많이 하고, 내가 섭섭할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곁에 둬야 한다는 건 잃으면 안 되는 사람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김경일) 예를 들자면 이런 거죠. ‘내 곁에 두기는 싫은데 남에게 주기는 아깝다’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잃으면 안 되는 사람들. 바꿔 얘기하자면 그 사람을 위해서 뭔가하고 싶어지는 사람, 내가 무언가를 기꺼이 그 사람을 위해서 해도 시간이라든가 다른 것이 아깝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 정도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제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잖아요. 내 의도 안 숨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것 말고도 무조건 곁에 둬야 하는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뭐냐면요. 보고 있으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사람, 내가 부러워할 게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얘기를 해요.
김경일) 부러워하는 거랑 질투하는 건 진짜 다르거든요. 질투하는 건 예를 들어서 옆집 농부가 소를 한 마리 좋은 걸 가지게 됐는데, 이 상황에서 내가 질투한다면 그 집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거고, 내가 부러움을 느낀다면 나도 그런 소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저는 항상 부럽다고 얘기해요. 부러운 사람은 뭐냐면 내가 가지고 싶은데, 나는 아직 안 가지고 있는데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그런데 여기 더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어요. 내가 부럽다고 얘기했을 때 ‘알았어, 너도 가지게 해 줄게.’라고 말하며 도와주는 사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부럽다고 얘기하며 살아봤더니 내 편이 돼 줄 친구와 내 편이 안 될 친구들이 잘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더 잘.
놀심) 부럽다는 관점으로 사람들을 봤을 때 여기서 뭔가 판단하기 용이한 면이 있는 거네요?
김경일) 그렇죠. ‘네가 부럽다’라고 얘기하면 어떤 친구들은 이래요. 그게 능력이든, 특정한 물건이든, 어떤 위치든, ‘너도 이렇게 하면 잘 될 걸, 가질 수 있을걸’ 이렇게 말하면서 도와줘요.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죠. 그런데 보여주기만 하고, 그걸 가질 수 있거나 그걸 성취하는 방법을 절대 안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날 안 좋아하는 친구들이죠. 더 잘 구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부러워하는 걸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도 그걸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그런 사람은 정말 괜찮은 사람. 내 곁에 꼭 둬야 하는 사람이죠.
김경일) 또 있다면 자기감정이랑 내 감정 잘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내가 슬플 때 같이 슬퍼하는 친구가 나에게 공감해 주는 친구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진짜로 내 옆에 있으면 좋은 친구는 뭐냐면, 나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짜로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사람이에요. 더 적어요 그런 경우는. 왜냐하면 세상을 하나의 커다란 파이라고 생각하면, 이 사람이 좋은 걸 가졌을 때 내 파이가 10억분의 1이라도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거든요. 우리 솔직히 한 번 얘기해봅시다. 친구가 정말 잘 됐어요. 그게, 마냥 기쁘고 좋아요?
놀심) 꼭 그렇지만은 않죠.
김경일) 저도, 저도요. 그런데 바꿔서 얘기하자면 내가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때 그 친구가 그 자체로 너무 즐겁고 좋아해 줘.
놀심)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나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 건가요?
김경일) 심지어는 경쟁 상대임에도 그런 경우를 한 번쯤 봤어요. 상당히 선의의 경쟁을 하는데, 사실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만요. 내가 잘됐을 때 그 사람이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건 평생 잃으면 안 되는 사람이죠. 가족에게마저 자기의 성공을 쉽사리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배우자의 성공에도 질투하는 경우가 있어요.
놀심)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
김경일) 그리고 연인의 좋은 일에 기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가 못나서가 아니고, 우리가 속 좁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나만 바라보거나 나한테 집중하는 시간이 적어져서 그럴 수 있어요.
김경일) 주변의 성공을 보면서 ‘나는 뭐한 거지?’라고 생각하며 허전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치자면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친구들도 굉장히 소중한 것 같아요.
놀심) 그러니까 무조건 내 옆에 가까이 있는 사람만 소중한 게 아니라 멀리 떨어져서 내가 잘됐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는 건가요?
김경일) 제 주변에 카센터 하는 친구 사업이 잘되니까 진심으로 좋더라니까요. 물론 그 친구 카센터에 가서 차 고치고 약간 할인받을 일은 일 년에 자리에 한두 번이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랑 적당하게 거리가 있는 친구예요. 적당하게 거리가 있다는 게 절대 나쁜 게 아니거든요.
김경일) 하는 일이 다르면 약간의 거리가 있을 수 있죠. 그리고 삶의 방식이 다르면 자주 만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분명히 그것도 좋은 관계가 있을 수 있거든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그런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정말 좋은 장점 중의 하나가 진심으로 기꺼이 기뻐할 수 있다는 거예요. 상대방의 좋은 일들을. 내가 상대방의 좋은 일에 같이 즐거워했던 경험이 살다 보면 굉장한 에너지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자기가 봤을 때도 자기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그런 순간이 돼요.
김경일) 저 같으면 그런 어느 정도 거리는 있지만 (이 거리라는 게 안 친하다는 의미로 생각하시면 절대 안 돼요),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이 비슷해서 쉽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느슨함을 유지하는 관계가 가질 수 있는 정말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내가 상대방에 좋은 일을 내가 아주 쉽고 흔쾌히 기뻐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이런 사람 꼭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놀심)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까이 있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더 와닿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렇다면 오히려 거리를 두는 편이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김경일) 거리가 있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너무 가깝게 오면 서로가 힘들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한 경우도 있죠. 예를 들자면 모든 분이 해당하지 않겠지만, 제 아내와 시부모님 사이에는 어느 정도 느슨한 거리가 있어 서로의 관계가 더 좋을 수 있어요. 만약에 시부모님인 저희 아버지나 저희 어머니가 제 아내에게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하시고 이틀에 한 번씩 집에 온다고 생각해 볼게요. 물리적으로 가깝고 만나는 횟수가 빈번하죠. 제 아내가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 부모님도 그렇게 자주 만나면 서로의 안 좋은 점이 더 눈에 자주 띄게 되어 섭섭함을 서로 많이 느끼게 되겠죠.
김경일) 답은 없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로, 어느 정도 느슨한 측면에서 만날 때 ‘참 우리는 이 정도가 딱 좋다’ 이런 느낌이 드는 관계가 생긴다면 그것만큼 좋은 재산이 없는 것 같아요.
놀심)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까워져야만 친한 사람이고 거리가 있는 사람은 나랑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좋은데요. 거리가 있어도 오히려 그 거리 때문에 더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주셔서, 삶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경일) 저에게 그런 친구가 있어요. 심지어는 일 년에 한 번만 연락 주고받는 친구예요. 지금 뉴저지 대학에 있는 ‘리사 그림’이라는 대학원 일 년 후배인데요. 그 친구가 일 년에 한 번 저한테 남편과 아들딸, 4인 가족의 사진을 포스트 카드 엽서로 만들어서 보내 줘요. 물론 저에게만 보내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에게 보여 주죠. 그런데 그 엽서는 자신과 친해도 자주 안 만나는 사람이니까 보내 주는 거 아니에요? 자기 아이의 성장과 자기와 자기 남편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쉽게 못 보는 사람에게 보내 줄 거 아니에요. 저도 그 사람 중에 하나죠. 얼마나 기분이 좋아요. 고맙고. 그래서 저도 일 년에 한 번씩 “아이들이 벌써 초등학교 갔어?” 하면서 초등학생 노트를 하나 보내 줘요. 일 년에 한두 번이에요 정말 한두 번.
김경일) 그런데 저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리사랑 너무 가까운 친구라고 말하고, 리사도 저를 굉장히 가까운 친구라고 얘기를 하죠. 멀리 떨어져 있지만 느슨하지만, 우리가 한 번씩 마음을 주고받는 것. 이것만으로도 괜찮은 관계가 얼마든지 있다는 거예요. 물리적 거리나 만나는 빈도를 가까운 친구로 규정하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해요.
놀심) 어떻게 보면 그런 사람과 완전히 멀어지는 게 아니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 같은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어떤 게 있을까요?
김경일) 그 사람과 나와야 거리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느냐, 사실은 그것도 연구를 한 사람들이 있는데요. 자주 못 만나는 사람. 그 사람과는 ‘가지면 좋은 것에’ 대한 대화를 더 많이 하라는 얘기가 있어요.
놀심) 가지면 좋은 것에 대해서요?
김경일) 그런데 인생이 어떻게 가지면 좋은 것에 대한 얘기만 해요.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을 막아내는 것도 해야 하죠. 자주 만나는 사람과는 그런 얘기도 있어야 해요. 인간은 원래 접근 동기라고 하는 것과, 회피 동기라고 하는 게 있는데요. 접근 동기가 뭐냐, 좋은 걸 가지고 싶은 것. 나쁜 걸 막아내고 싶은 건 회피 동기.
김경일) 그런데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그 대화의 결실도 먼 미래에나 나온다? 물리적 거리가 있는 사람들, 자주 못 만나는 사람들끼리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그런 거겠죠. 그게 은퇴 설계 프로그램이에요. 은퇴 설계 프로그램 광고 어떻게 하나요? 실손 실비 보험은 ‘이런 걸 안 당하시려면~’, 은퇴 설계 프로그램은 ‘행복한 노부부의 원더플 라이프’를 보여주죠. 각각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에 입각한 광고를 하는 거예요. 접근 동기형 관계가 자주 못 보는 관계예요. 자주 보려 해도 볼 수가 없는 이런 관계에서는 무언가 자질구레한 얘기를 하는 건 별로 안 좋아요. ‘좋은 거, 행복한 거 이런 게 있으면 되게 괜찮지 않겠니’ 이런 대화가 좋죠.
김경일) 예전에는 그게 주로 어부인 아빠에 많이 비유됐었어요. 집에 자주 못 들어오시죠. 그런데 예전의 엄마는, (약간 전통적인 성 역할에 너무 회귀하는 것 같아서 좀 조심스럽기는 한데) 엄마는 바로 옆에 있죠. 그러니까 엄마한테는 일어나면 안 되는 일에 대한 얘기들을 자주 해요. 여기 아파요, 구멍 났어요, 이런 얘기도 막 한다고.
놀심)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네요.
김경일) 문자 그대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시면 안 되지만, 일본에는 심지어 이런 얘기를 한 사람도 있죠.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는 요절하는 아버지다, ” 사실 이상적인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요절할 필요는 당연히 없죠. 무슨 얘기냐면 아버지가 잔소리하는 건 훨씬 안 좋다. 전통적인 아버지와 전통적인 어머니에게 입각해서 한 얘기니까 각자 자기의 현실적인 상황에 맞게 들어주시면 될 텐데요.
김경일) 어부인 아버지는 집에 자주 못 들어오신다는 거예요. 어쩌다 오는 아버지가 엄마 같은 얘기, 잔소리하면 아이들을 못 견딘다는 거예요. 엄마는 이런 얘기 하셔도 된다는 얘기예요. 엄마가 자신에게 “못난 놈!”이라고 하면 내가 불과 30분 만에 잘난 짓을 하면 돼요. 그런데 보름짜리 출항을 떠나는 아버지가 “못난 놈!”하고 나가시면, 보름 후에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실 때까지 나는 못난 놈이에요. 그런 아빠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라는 얘기를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는 요절하는 아버지다’라는 거죠. 아버지가 요절하게 되면 아이는 차라리 꿈을 키운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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