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에 가까이 다가가면 히든 타입 도어 핸들이 마중을 나오는데요. 지금은 이 방식을 쓰는 차들이 꽤 많아졌지만 여전히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주는 데는 이거 만한 게 없죠.
유려한 외관에 이끌려 들어간 실내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일반적인 시동 버튼 조차 전원 버튼이라고 불러야 될 것 같아요. 아무튼 그런 버튼 조차 없이 차에 탄 뒤 브레이크만 밟으면 작동 준비를 완료하는 것만 봐도 보통의 차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센터페시아를 가득 메운 거대한 터치 스크린이 차량의 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버튼을 극단적으로 없앤 이 전위적인 디자인은 마치 ‘최신 스마트폰’을 보는 듯 깔끔했는데요. 하지만 동시에 억지로 우겨 넣은 듯 약간의 어색함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가격에 걸맞는 고품질의 소재로 마감해 손에 닿는 곳곳의 질감이 좋기는 했습니다만 나름 ‘럭셔리카’인데 심플하다 못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소재의 좋은 인상을 반감시켰죠.
대개 떨어지는 내장 소재를 좋은 디자인으로 커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모델S는 ‘그 반대의 경우’였어요. 17인치에 달하는 터치스크린은 애플의 IOS를 닮은 메뉴 구성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다면 처음 조작하더라도 쉽게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공조 장치나 음악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하단에 배치해 직관성을 높였고요. 화면이 시원스러워 내비게이션이나 후방 카메라를 이용할 때 상당히 편리했죠.
또 의외로 만족스러운 ‘노브랜드 오디오’는 차량에 통신칩이 내장되어 테슬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나 실시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느려터진 웹 서핑 기능을 제공하는 등 생김새에 걸맞는 편의 기능도 마련했습니다.
다만 우려했듯 종종 딜레이가 생기거나 터치 시 반응이 없어 ‘조작감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단점이었는데요. 지금도 기존의 물리 버튼을 터치스크린에 통합하는 것에 많은 소비자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죠. 저 역시 그런 편입니다만 아예 화면을 키워 버리니까 큰 불편 없이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더라고요.
기어 레버는 ‘컬럼식’으로 지분 투자로 연을 맺은 ‘벤츠 부품’을 사용했고, 편리한 조작감도 그대로였습니다. 이왕 쓰는 김에 와이퍼 레버와 크루즈 컨트롤 조작 레버까지 함께 가져왔죠.
뒷좌석도 남달랐습니다. 정직하게 3인분으로 나눈 2열은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좋은 가죽을 둘렀고 사이좋게 헤드 레스트도 고정식으로 되어있었는데요. 운전자의 후방 시야에는 악영향을 미쳤지만 고화질 후방 카메라를 주행 중에도 사용할 수 있게 보완했습니다.
무엇보다 차체 하단을 관통하는 프로펠러 샤프트나 배기 라인을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바닥이 평평한 것이 특징이었는데요. 덕분에 사실상 ‘2인승’에 가까운 대부분의 세단들과 달리 모든 승객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었죠.
친절하게도 3개 좌석 모두 열선이 들어오는데요. 조작을 오로지 터치스크린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매번 앞좌석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센터 암레스트와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도어 트림 하단에 수납공간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파노라마 썬루프는 개방감이 뛰어났지만 이후 등장한 모델들처럼 별도의 ‘차광막’이 없어 더운 여름철에 열기가 유입되는 단점이 있었죠.
후면 유리까지 넓게 열리는 트렁크 공간도 넉넉했습니다. 배기 라인이나 연료 탱크가 필요 없으므로 트렁크 하단까지 여유 공간을 확보했고요. 뒷좌석 폴딩 기능까지 넣어 비슷한 체급의 세단 중 가장 뛰어난 적재 능력을 제공했어요.
여기에 ‘미드십 스포츠카’에서나 볼 법한 ‘보닛 아래 트렁크’, 일명 ‘프렁크’ 공간 또한 꽤나 실용적이었습니다. 여타 전기차들이 지금도 각종 장치를 몰아넣느라 엔진 없이도 꽉 찬 보닛을 선보이는 것과 대조적이죠. 아예 안 열리게 설계한 차들도 있던데 일부 국가에는 7인승 3열 시트가 옵션으로 제공되는데요. 아무리 패스트백이라고 해도 ‘세단인데 어떻게 3열이 있나’ 싶죠.
그런데 어린이들만 타는 걸 권장한다고 하네요.
파워트레인은 한 개의 고성능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후륜구동 모델을 기본으로 앞뒤 2개의 소형 모터가 4바퀴를 모두 굴리는 ‘AWD’ 여기에 다양한 용량의 배터리를 조합해 주행 목적과 운행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고요. 나중에는 고성능 후륜 모터에 전력 모터까지 더한 ‘퍼포먼스 모델’을 추가해 웬만한 슈퍼카 못지않은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말이 이래서 그렇지 고성능 모델 뿐만 아니라 하위 트림 모델들도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의 성능이었어요. 2톤에 육박하는 공차 중량과 ‘에어서스펜션’이 고급차 다운 승차감을 만들어 냈고 차체 하단에 낮게 깔린 육중한 배터리팩이 무게 중심을 낮춰 주면서 몸무게에 걸맞지 않는 날렵한 주행 감각까지 선사했습니다.
제동 시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장치’의 개입을 제외하면 내연기관차를 모는 듯한 자연스러운 주행감으로 여러 자동차 전문 매체들로부터 호평 받았죠.
보통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는 모터의 ‘고주파음’도 모델S는 급가속 시를 제외하고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고급차 답게 풍절음과 바닥소음 역시 다른 전기차에 비해 적어 음악과 함께하면 주행이 상당히 쾌적했습니다.
또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실사용 400km를 훌쩍 넘는데요. 10년이 더 지난 지금 기준으로도 넉넉한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하면서 순수 전기차의 최대 걸림돌인 ‘충전에 대한 우려’ 역시 어느 정도 해소했죠. 에어컨이나 히터가 두렵지 않은 전기차는 한동안 이 차 말고는 전무했어요.
2014년부터는 오늘날의 테슬라를 있게 한 핵심 기술, 첨단 주행보조시스템 ‘오토파일럿’이 추가됐습니다. 고성능 카메라, 전방 감시 레이더 전방위 초음파 센서를 조합해 주변 사물과 차선을 인식하고 차가 직접 가감속과 조향까지 제공하는 기능인데요.
양산차에 탑재된 것으로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ADAS’였죠. 처음 선보일 당시부터 웬만한 일상 주행에서 운전자가 손만 얹고 있어도 힘들이지 않고 주행이 가능할 정도의 뛰어난 완성도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이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수많은 테슬라 차량으로부터 방대한 ‘필드 데이터’를 수집해 놀라운 속도로 완성도를 높여 나갔습니다.
사실 ‘자율주행’은 전기차만의 전유물이 아니지만 이 테슬라 덕분에 ‘전기차 하면 자율주행차’를 곧바로 연상시키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졌어요.
지금은 ‘무인 차량 주차 및 호출 기능’, ‘셀프 드라이빙’ 등 ‘완전 자율주행’에 가까운 기술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완전 자율주행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특정 기능을 제한한 높은 수준의 ‘반자율주행’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국내의 수많은 브랜드 중 가장 만족스러운 성능이었죠.
물론 완전 자율주행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되지 않아 정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이를 증명하듯 허공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들이받거나 잘 가다 급제동 해 사고를 유발하는가 하면 오토파일럿을 작동한 채 잠을 자다 추돌 사고가 발생하는 등 센서에 오류나 반자율 시스템을 맹신하면서 발생한 몇몇 사고들이 있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사고를 방지해 목숨을 건지는 일이 훨씬 많은 것을 보면 실생활에서 쓰이는 자율 주행으로서는 가장 최고 수준이라는 건 확실하죠.
‘컴퓨터는 거짓말을 못한다’라는 말처럼 사람이 일으키는 실수보다 컴퓨터와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킬 확률이 훨씬 적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웬만한 초보 운전자들보다는 훨씬 잘할 거예요.
무엇보다 이런 주요 기능을 ‘실시간 무선 업데이트(OTA)’로 제공하면서 모든 차량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게 단연 압권이었죠. 매번 번거롭게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거나 업그레이드된 새 차를 ‘그림의 떡’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 스스로 최신화 해 ‘출근길에 없던 기능이 퇴근길에 생기는’ 그런 차였습니다.
물론 내/외관의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속으로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위한 하드웨어들과 최신 사양의 컴퓨터가 새롭게 탑재되는데요.
연식에 따라 지원되지 않는 차량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 차치하더라도 혁신적인 부분임에는 틀림없죠. 또 옵션 판매 방식도 특이했습니다. 오토파일럿을 선보이면서 완전 자율주행 ‘Full Self-Driving(FSD)기능을 옵션으로 제공했는데요.
완성된 부분까지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으로 발전을 거듭할수록 신차로 구매 시 옵션 가격은 비싸졌지만 먼저 구매한 오너들은 OTA를 통해 최신 모델에 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900만 원이었던 FSD 옵션 가격은 현재 1만 5000달러, 우리 돈 ‘1,9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졌네요.
한편, 이걸 약간 꼬아서 해석했는지 벤츠와 BMW 등 일부 브랜드에서 차량의 기능을 제한해 둔 뒤, ‘추가 결제를 통해 해금’한다는 괜시리 기분만 나쁜 옵션을 선보여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었죠. 테슬라는 나름 명분이라도 있었는데 얘네는 그런 것도 딱히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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