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버 _ 이하 몸장)
이헌주 교수님 _ 이하 호칭 생략)
몸장) 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헌주)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현재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고요. 또, 많은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상담심리사 이헌주라고 합니다.
몸장) 오늘 제가 궁금한 게,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미래에 대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어떤 불안감이나 그런 것 때문에 굉장히 무력감, 무기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헌주) 우리 물에 양동이가 빠지면 그 양동이를 길어 올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잖아요. 밑에서부터 이렇게 퍼서 올리는 방법이 있고요. 또, 위에 이렇게 손잡이 잡아서 올리는 방법이 있고요, 이렇게 손잡이 빠지지 않도록.
이헌주) 사실 제가 시골에서 자라가지고 냇가에서 많이 놀았어요. 그런데 진흙에 제가 빠진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한 이 정도 되는 수심이었는데 거의 여기까지 제가 들어간 거예요. 그랬을 때 제가 어떻게 그때 생각을 했냐면 ‘내가 신발을 신고 있었지’ 그래서 제가 고개를 얼른 숙이고 발을 쑥 손으로 이렇게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왔던 그런 기억이 있어요. 그러니까 불안이라고 하는 것들이 어떤 거냐면 이 물과 같아요. 쉽게 말하면 잘 보이지 않고, 굉장히 어둡고, 마치 안개 같은 것들. 사람들이 보통 어떻게 하냐면 더 열심히 살아가거나, 완전히 번아웃돼 가지고 굉장히 무기력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많이 가요.
이헌주) 불안이라고 하는 개념이 대상이 명확지 않은 거예요. 불안하다고 하는 건 너무 불안하니까 ‘내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야 해’ 혹은 ‘내가 포기해야 해’ 이런 방식으로 가지,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가 정확하게 짚이지 않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사실은 불안이라고 하면 막 엄청난 걸 다룰 것 같은데요. 내가 불안한 것이 어떤 기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조금 살펴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수 있어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해 볼 수 있는 일은 뭐냐면 핸드폰에다가 내가 어떤 불안한 상황이 있잖아요? 그럼 그런 생각이 딱 스쳤을 때 빠르게 핸드폰을 꺼내서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했는지를 빨리 적어 보는 거예요.
이헌주)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메모장에다가 한 삼십 번 정도 적어 보는 거예요,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이게 불안한 게 다 달라요. 내가 명확한 어떤 원인을 알게 되면 그것을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좀 생깁니다.
몸장)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했는지 알아차리게 됐을 때 그 불안이 두려움으로도 바뀔 수 있나요?
이헌주) 사실은 불안을 두려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귀신이 처음에 나오면 굉장히 무서워요. 그리고 이건 도대체 이건 감당 못할 공포인데? 그런데 이게 두 번, 세 번 귀신이 계속 나타나면 그다음부터는 코빅이잖아요, 귀신이 계속 나오면. 그런 것처럼 처음에는 되게 힘들어요. 그런데 이것을 찾아 나가기 시작하면 ‘아, 내가 이런 걸 두려워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요소들의 공포들이 조금 줄어들 수 있어요. 그러면 대상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내가 대처해야 하는지가 조금 생기기 시작하죠.
이헌주) 또 하나의 방법이 있어요. 그거는 조금 더 긍정적인 것들을 증진하는 방법이 있어요.
몸장) 그건 어떤 건가요?
이헌주) 그게 뭐냐면 정신분석학자 중에 ‘도널드 위니컷’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사람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창조성이 있다” 우리 모두 지문이 다 다르듯이 우리가 다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표현을 했어요. 우리에게는 다 고유한 측면들이 있다는 거죠. 저는 그걸 이렇게 표현을 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길’이라고 표현을 해요.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있고, 지금 내가 현재 서 있는 길이 있고,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고.
이헌주) 사실 내가 뭔가 길을 잃어버린 것 같고, 내가 너무 뭔가 불안하고,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굉장히 내가 모호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는요. 과거를 조금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를 해요. ‘너 잘하는 게 뭐야?’, ‘너 잘하는 걸 얘기해 봐’ 그런데 이 말이 조금 어폐가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예를 들어서, 만약에 노래를 잘한다 하더라도 제가 노래방 가서 노래를 해 보면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잘하는 것을 찾으면 반드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걸 한마디로 ‘상대적인 박탈감’이라고 해요.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먼저가 아니에요.
이헌주) 그런데 요즘에 이게 많이 오해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잘할 수 있는 걸 찾으라고 하니까 내가 별로 잘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지금 현재로써는, 전문가도 아닌데 보통…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는다 하더라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사실 언젠가에 존재하고 있는 거죠. 제가 질문을 거꾸로 하라고 해요. 어렸을 때 돈 안 되어도 굉장히 좋아했던 것들.
몸장) 잘하는 게 아니라 좋아했던 일…
이헌주) 맞아요, 좋아하는 일.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서 뭔가 딱히 무슨 보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굉장히 내가 신나고 좋았었던 일.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부모님이 “우리 아이 좋아하는 걸 물어봤더니, 우리 아이 농구 좋아한다고 하더라”, “지금 농구 하기는 늦지 않았냐”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아주 잘 찾으신 거예요.
이헌주) 아이가 예를 들어서, 농구했던 그 경험을 ‘내가 정말 좋아했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걸 끄집어내야 해요. 좋아했던 게, 정말 어떤 순간이 정말 좋았었는지를 끄집어내 주는 거예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내가 3점 슛을 딱 쐈을 때 그게 딱 들어갔던 11살 어느 시점에 굉장히 좋아했던 그런 측면이 있었다. 그러면 그 3점 슛을 쏘는 것이 너한테 어떠한 즐거움이었고, 어떠한 짜릿함인지를 많이 물어봐 주시는 게 좋아요.
몸장) 단순히 농구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그 농구에서 어떤 순간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하는 건가요?
이헌주) 그렇죠. 이게 다 다릅니다.
이헌주) 어떤 사람은 요리를 열심히 해서 누군가 먹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그걸 순서대로 넣어서 마치 과학적으로 내가 그 요리를 만들어가는 그런 즐거움이 있고, 내 내면에서 뭔가 정말 최고의 요리를 내가 먹고 싶은 거예요, 나는 정말 최고의 미식가가 되고 싶어서. 그러는 사람들이 있고…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어요. 그런 순간을 조금 더 끄집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실제로, 제가 상담이라고 하는 장면이 보통 부정적인 감정들을 경감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건 한 꼭지고요. 이와 동시에 잘할 수 있는 자원을 증진하는 측면도 많이 물어봐요. 그러면 제가 이렇게 신났고 즐거웠던 순간들 많이 물어보거든요.
이헌주) 그러면 제가 눈앞에 있으니까 그 사람을 거울처럼 볼 수 있잖아요. 신났던 순간들, 즐거웠던 순간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무기력하고, 불안에 싸이고, 왠지 거의 세상 짐을 다지고 가고 있었던 사람이 얼굴이 환해지는 경험들을 많이 해요. 그 좋아했던 것을 찾아서 목록으로 만들고, 그중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게 아니라 잘할 수도 있는 것…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고, 그중에서 잘할 수도 있는 것, 이게 중요한 겁니다. 그래서 이것도 잘할 수도 있는 걸 하나 찾았으면 그걸 막 10시간씩 하라는 게 아니라 10분이라도, 20분이라도 마치 놀이처럼, 그걸 우리가 계발이라고 하죠. 이런 측면이 내가 잃었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게 하는 굉장히 좋은 지점일 수 있어요.
이헌주) 예를 들자면, 만약에 내가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 좋아하면 감독, 배우?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나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면 부모님들이 ‘영화배우 하기에는 좀 늦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들이 많은데요. 사실 영화라고 하는 측면의 어떤 굉장히 짜릿했던 순간들을 잘 탐색해 보면 주연배우만 있는 게 아니고 조연배우도 있고, 감독도 있고, 실제로 기획자도 있고, 그걸로 사업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엄청나게 많은 관계자들이 거기 같이 공동으로 만드는 하나의 상품이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되죠, 그렇죠? 그래서 진로라고 하는 측면들, 내가 어떤 길을 찾는 데 있어서는 사실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헌주) 그런데 많은 경우에, 좋아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놓치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몸장) 어떻게 보면 이게, 불안함의 측면이라는 게 내가 좋아하는 걸 망각했기 때문에 불안한 것일 수도 있는 건가요?
이헌주) 그렇죠. 내가 무엇인가 좋아하는 걸 찾잖아요. 그 순간에 내가 무엇인가 작은 성취들을 얻어요, 작은 거라도. 예를 들어서, 내가 장기라도 되게 좋아했는데 장기에서 내가 이기면 굉장히 내가 짜릿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순간들이 모이면 조금 도전감이라는 게 생겨요. 그런데 불안감을 뒤집으면 그게 바로 도전감입니다.
이헌주) 우리가 번지점프 되게 불안한데도 그걸 탈 수 있는 이유는 뭐냐면 그거를 타려고 하는 내 도전감, 그리고 그걸 탔을 때 나한테 느껴지는 어떤 작은 성취감 이것 때문에 그걸 돈 내고 타러 가는 거거든요, 사실. 그래서 불안감을 따질 때 그걸 조금 경감하는 방법도 있고, 불안을 뚫고 갈 수 있는 도전감 자체, 내적 동기 자체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몸장) 이게 진짜 좋은 말씀 해 주신 것 같은 게, 불안감의 반대급부에 있는 게 어떻게 보면 성취감이라고 얘기를 해주신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둘이 다른 게 아니었네요.
이헌주) 네, 그리고 요즘 자존감이라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새롭게 우리가 좀 각광받아야 하는 개념 중의 하나가 ‘자기 효능감’이에요.
이헌주) 자기 효능감이라고 하는 것은 보통 위기 상황이 있을 때 굉장히 빛을 발휘해요. 내가 충분히 괜찮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거든요.
몸장) 자기 효능감이요?
이헌주) 네, 자기 효능감이라는 것 자체가. 그런데 이 자기 효능감의 구성 요소들이 있어요. 좋은 변인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작은 성취 경험들입니다. 그래서 내가 작은 것들을 성취를 해 봐야 해요. 우리가 구슬치기 같은 거 한다거나 땅따먹기한다고 해서 그게 다 내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걸 하면서 만세를 아이들이 하면서 이겼다고 그러잖아요. 그 만끽하는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 대단히 불안한 상황에서는 나의 내적 동기 자체를 조금 올리는데, 내가 조금 뛸 수 있는 판을 만드는 데, 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이죠.
몸장) 작은 성취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겠네요.
이헌주) 네. 누가 보면 그렇게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 다시 시작해 보면서 내가 무엇인가 거기에서 굉장히 즐겁고, 신나고 작은 어떤 도전감을 통해서 성취를 맛보는 것은 굉장히 불안한 상황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랜턴, 사실 저는 뭐라고까지 얘기하냐면 나침반이라는 표현을 많이 해요. 폭풍우가 치는 어떤 배에 있다면, 다른 건 다 버려도 나침반은 버리면 안 되잖아요. 나침반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자신 안에 있고, 그 자신 안에 있는 고유성이라고 많이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것이 두 가지 기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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