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미주의입니다. 2006년, 한국에서 야심차게 사업 하나를 기획한 다음, 사업자를 구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찰 공고를 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는데요. 솔직히 이 사업은 기업의 입장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무산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딱 한 기업이 입찰에 참가해주며 무사히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이 사업은 또 입찰 공고에 나오게 되었는데요. 지난번에는 1기, 이번엔 2기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였죠.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완전히 뜨거웠습니다. 이 사업을 낙찰받기 위해 기업들이 합숙 팀을 만들 정도로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해진 것인데요. 생각지도 못한 경쟁률에 결국 입찰이 연기될 정도였습니다.
분명 10년 전과 똑같은 사업인데, 왜 이렇게 경쟁률이 달라진 걸까요?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사업에서, 모두가 원하는 사업이 된 이 사업의 정체를 지금부터 파헤쳐 보겠습니다.
국방부에서 병무 행정 간소화와 사병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계획한 사업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나라사랑카드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국방부가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냈지만, 공고를 냈다는 사실이 민망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사업이 기획되었던 2006년 당시, 이병의 월급은 54,300원, 병장의 월급은 72,000원이었죠.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의 월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금액이었죠.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금액이 2005년에 비해 63%나 오른 금액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터무니없어 보이는 금액인데, 금융권에서 봤을 때는 더 답이 없어 보였겠죠. 대부분의 금융권이 이 금액으로는 사업을 진행했을 때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나라사랑카드 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딱 이 기업만 빼고 말이죠. 홀로 이 답 없어 보이는 사업을 해 보겠다며 입찰에 뛰어든 기업이 있었는데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였습니다. 홀로 입찰에 뛰어들었으니 당연히 신한카드가 낙찰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이런 사업을 시행시키겠다니 ‘참 나라사랑이 지극한 기업이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신한은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2007년, 병역판정 검사를 받은 대상자에게 나라사랑카드가 교부되었습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마자 다른 금융권에서는 쓸모없다고 여겼던 나라사랑카드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티끌 같았던 군인들의 월급이 금융권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런 말이 있죠? ‘티끌 모아 태산이다…’
한국은 징병제가 있는 나라입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대한건아들이 입대하고 있죠. 즉, 신한은 매일매일 수천 명의 신규 고객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신한은 이 사업을 홀로 낙찰받은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매년 수십만 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군 복무를 하는 2년 동안은 이 카드를 사용해야 하다 보니 복무 기간 동안 카드 실적도 보장되는 것이었는데요. 금융권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나라사랑카드 사업은 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대박 사업이었던 것이죠.
거기다가 2007년부터 입대하는 남성에 대한 개인 정보를 신한이 모두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이건 금융권에는 좋은 일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논란이 많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다른 금융사들도 예상할 수 있었던 장점이었습니다. 알면서도 안 했다는 것은 이 장점들만으로는 금융사들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느낀 것일 텐데요. 그런데 10년 뒤 갑자기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는 사업을 진행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장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군인들이 제대한 후 카드를 해지하는 비율이 너무나 낮았다는 것이죠. 나라사랑카드를 사용하던 군인들은 제대하고 나서도 상당수가 나라사랑카드를 계속 사용하거나, 아니면 2년 동안 신한이 주거래 은행 카드가 되다 보니 그냥 계속 신한에서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는 등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안에서 고객이 맴돌게 되는 것입니다.
저도 이유가 궁금해서 해병대 전역 n년차 예비군이지만, 여전히 나라사랑카드 애용자인 남동생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유를 해석해 보면 ‘귀찮아서…’였습니다. 제대 후 당연히 고객이 이탈할 것이라 예상했었던 다른 금융사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었죠.
숨겨진 메리트가 드러나자, 관심 없다던 다른 금융사들이 슬슬 신한카드의 독점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소용이 없었는데요. 이미 2015년까지 신한카드에서 발급하기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신한카드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매년 37만 장의 신규 카드를 발급했고, 사업권을 획득했던 10년 동안 약 287만 장의 카드를 발급했다고 합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사업은 알고 보니 금맥이 숨겨진 금광이었던 것이죠.
1기 때 신한카드가 너무 독점하게 되니까 결국 2기 사업자를 뽑을 때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를 2곳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기 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아까도 말했듯이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졌죠. 금융사들끼리 치열한 입찰 경쟁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기존 사업자였던 신한은 물론, KB, 우리, 하나, IBK, 농협, 우체국까지 시중 은행 7개가 모두 입찰에 뛰어들었습니다. 얼마나 이 입찰전이 과열되었는지, 결국 입찰일이 연기되기도 했다는데요. 그리고 몇몇 은행은 나라사랑카드를 입찰받기 위해 합숙팀을 마련했고, 별도로 TF팀까지 구성했다고 합니다. 신한만 덜렁 참가했었던 1기 때와는 정말 180도 다른 분위기였죠.
신한은 나라사랑카드 사업 때 만들어 두었던 특허 서비스까지 강조하며 재입찰에 힘썼지만, 안타깝게도 2기 사업자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은행이 선정된 이유는 현역병에 대한 우대 적금 상품 개발에 가장 힘써왔던 은행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군인 적금은 정말 핫했죠?
신한은 이번 경쟁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군 병영 내에 설치해 둔 150대의 ATM기를 연간 15억이라는 손해비용은 감수하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바로 3기 사업자 자리를 노리기 위해서라는데요. 매년 15억씩 발생하는 손해 비용을 감수할 만큼 나라사랑카드 사업은 생각보다 더 매력적인 사업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면 군 장병들에게 조금 더 나은 혜택이 주어지게 될 테니 참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나라사랑카드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고 있는데요. 2007년, 처음 발급되었던 나라사랑카드에는 정말 많은 혜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혜택들이 더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모두가 20대 초반을 보내보셔서 아시겠지만, 정말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나이입니다. 모두가 ‘이 나이는 돈을 주고도 못 바꾸는 나이’라고 말하죠. 이런 나이에 군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2년이라는 시간을 나라를 위해 희생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급여라고 보기에는 아주 적은 돈과 혜택입니다. 이들이 하고 있는 희생에 비해 충분히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혜택들이 점점 늘어나지는 못할망정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부디 고생하고 희생하는 만큼 앞으로 우리 군인 장병들과 군 의무를 다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대우와 더 나은 보상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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