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는 내/외관의 디자인을 다듬고 편의 장비를 새롭게 추가한 마이너 체인지 모델 티볼리 아머를 출시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좋았기 때문에 범퍼의 디자인을 수정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휠을 적용하는 선에서 그쳤고, 대신 전작에서 이어진 커스터마이징 품목의 개수를 대폭 늘려 무려 수십만 가지에 달하는 조합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개성을 뽐낼 수 있었죠. 실내 역시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기존에 지적 받던 스텝게이트형 기어 레버를 보편적인 일자 형태로 변경해 구형차 티를 덜어냈고, 수동 조작 토글도 레버를 플러스 마이너스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꿔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또 대세에 따라 첨단 주행 안전장비를 적용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었는데, 자동 긴급 제동과 차선 이탈 경보, 차로 유지 보조 기능 등이 한데 묶인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를 꽤나 저렴한 가격의 옵션으로 제공해 상품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무려 플래그십 체어맨W와 G4 렉스턴에도 없는 하극상에 가까운 구성이었어요. 단, 저렴한 가격에 걸맞게 오로지 카메라 알고리즘으로만 전방 충돌과 차선 이탈을 막아주는 장치였지만, 직접 써보니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모자람이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선보였습니다.
차선 이탈 방지는 꽤나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에 웬만한 코너에서도 손에 힘을 줄 필요가 없었어요. 물론 자신감이 너무 과했는지 무리수에 가까운 광고를 선보여 욕을 먹긴 했지만요. 티볼리는 등장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앞서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의 QM3가 시장에서 나름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차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표를 달고 나오면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죠. 무엇보다 두 모델은 해외 브랜드에서 기획된 차량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기대 이상 비쌌지만, 편의 장비와 소재는 누구보다 차급에 충실했기 때문에 ‘그걸 살 바에 아반떼 산다.’ 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티볼리는 달랐어요. 자동 변속기와 쓸 만한 편의 장비를 넣어도 2천만 원 미만의 구입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차를 압도했습니다. 여기에 레인지로버 이보크, 미니 등이 연상되는 빼어난 디자인과 SUV라는 차종이 주는 든든함, 오랜 기간 굵직한 모델들을 배출해 온 쌍용의 SUV 전문 메이커 이미지도 시너지를 일으켰죠. 실제로도 KNCAP 충돌 안정성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는 등 기대한 만큼 안전한 차로 입증이 되기도 했어요.
흔하디 흔한 아반떼 대신 폼나는 SUV를 선택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마이 퍼스트 SUV’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인생 첫 차를 마련하는 젊은 소비자, 사회 초년생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전 계약 한 달 7천여 대,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으로 ‘세그먼트 1위’를 유지했어요. 여기에 2016년에는 만년 적자였던 쌍용차가 처음으로 흑자를 내면서 회사를 살린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그 사이에 새로운 경쟁차들이 시장에 속속 투입됐고, 현대 코나가 출시되면서 1위 자리를 빼앗기긴 했지만, 월 4천 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시장 2위로 코나를 맹추격 했습니다. 특히 여성 고객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쌍용차에 따르면 여성 고객 비율이 전체 판매량의 무려 64%에 달했습니다. 보통 자동차 구매에 있어 성별 비율은 차급을 막론하고 남성이 높은 경우가 태반인데 비해, 티볼리는 여성 고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높았죠.
나머지 남성 고객 중 4050대 중년 남성의 비율이 높은 것과 사회 초년생들이 첫 차를 구매할 때 부모님 명의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여성 고객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죠. 공교롭게도 제 주변에 티볼리 오너 4명 중 3명도 여성이네요. 사실, 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행 성능과 만듦새가 뛰어난 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상에서 운행하기에 무리를 줄 만큼 성능과 품질이 안 좋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뛰어난 주행 성능은 애초에 주 구매층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이왕이면 합리적인 가격, 예쁘고 편리한 게 더 와 닿았죠.
물론, 시승도 안 하고 차를 사는, 나에게 맞는 차를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는 우리나라 자동차 구매 문화가 조금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사무용으로 갤럭시북이나 그램 노트북을 보러 온 대학생에게 비슷한 가격에 게이밍 노트북을 권유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편, 여성 고객에 한해 특별 할인을 하는 등 도 넘은 성별 마케팅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죠. 물 들어온다고 노를 너무 마구잡이로 저으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전략 차종 답게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티볼리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 참석한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로부터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고, 선 주문 물량 5천 대가 모두 동나기도 했죠. 유럽에서도 르노삼성 QM3의 원본인 르노 캡처, 오펠 모카 등과 경쟁했고, 2016년 한 해 1만 1,205대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마인드라 회장이 신차 발표에 직접 나서 열의를 보였던 만큼 인도 시장에서도 꽤 잘나갔어요. 비록 XUV 300이라는 이름으로 내/외관과 파워트레인을 현지에 맞게 다듬고 마인드라 로고를 단 뱃지 엔지니어링 모델로 출시됐지만, 마인드라 모델 중 두 번째로 잘 팔리는 인기 모델이 됐죠. 리어램프 디자인이 참 묘하네요.
여전히 잘 나가는 티볼리였지만 그 사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경쟁자들은 뛰어난 성능을 내세워 티볼리를 위협했습니다. 원래라면 신차를 준비해야 했지만 사정이 녹록하지 않았던 쌍용차는 신차급 페이스리프트로 단장한 베리 뉴 티볼리를 출시해 이에 대응했죠. 외관은 앞서 출시된 신형 코란도를 빼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전면부는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 디자인을 달리해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이으면서도 화려하긴 했지만 어딘가 과해 보이기도 했던 직전 모델에 비해 좀 더 차분하고 깔끔한 인상으로 거듭났죠. 차급을 감안하면 고급 장비인 LED 램프를 적극 사용해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연출했고, 휠 디자인 테일램프의 그래픽 등 적은 변화로도 체감이 크게 오는 디테일을 수정해 신형이라는 느낌은 확실하게 전달했습니다. 수출형에만 쓰이던 날개 엠블럼을 적용해 신선함을 더했고 휠베이스를 제외한 전장과 전폭, 전고도 전작보다 조금씩 커졌죠.
현대기아차의 페이스리프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까요? 생각보다 외관의 변화는 적었지만 내면만큼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실내는 이전 모델과 같은 곳을 찾기가 힘들 만큼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어요. 특히,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를 코란도와 동일한 것으로 구성해 변화를 주도했는데 블레이즈 콕핏이라는 이름의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는 디지털, 아날로그, 내비게이션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테마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그대로 옮기는 테마가 있는데 DMB 화면까지 복사되더라고요.
다만, 방향지시등 작동음 변경, 효과음 음량 설정 등 수많은 기능을 넣어 놓고도 정작 스티어링 휠의 버튼 배치는 이전 티볼리의 것을 그대로 유지해 조작 편의성이 여전히 떨어졌습니다. 올드한 느낌을 줬던 전작의 수직형 센터페시아는 거대한 방패 형태의 하이그로시 패널로 수정됐고, 그 위에 다양한 편의 장비를 배치했습니다. 9인치의 시원시원한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별도의 정보창을 마련한 좌우 독립식 공조장치, 통풍 시트, 뒷좌석 열선 시트 등 동급 경쟁차 뿐만 아니라 상위 모델에 버금가는 편의 장비로 무장했죠. 이러면 코란도를 살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각종 기능을 조작하기에는 편리했지만 생긴 게 좀 너무 평면적이라 예쁜 것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죠. 특히 최상단에 툭 튀어나와 있는 이 송풍구가 시선을 강탈하는데, 뒷좌석 에어벤트가 없는 차들은 송풍구가 이렇게 상단에 배치되면 공기 순환에 용이해 뒷좌석을 좀 더 쾌적하게 유지해 준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반가운 변화는 파워트레인이었습니다. 출력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던 주력 트림의 1.6L 가솔린 엔진을 1.5L 터보 엔진으로 교체해 눈에 띄게 높아진 출력으로 보다 경쾌한 주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동급 1.6L 가솔린 터보 모델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티볼리의 컴팩트한 차체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성능을 제공했고, 낭창낭창했던 하체와 전자식 스티어링 휠의 감도 역시 개선되면서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죠. 디젤 파워트레인으로 출력을 개선해 이전보다 시원스러운 출력을 제공했는데, 높아진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해 요소수 장치를 추가하면서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사실, 직전 모델에서 많은 분들이 디젤 모델을 선택했던 이유가 1.6L 가솔린 엔진의 답답한 출력 때문이었는데, 이 모델에서는 그 부분이 해소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후측방 경고, 탑승객 안전 하차 보조 등 첨단 안전 사양을 강화해 트렌드에 발맞춘 것도 좋은 부분이었죠. 전체적으로 상품성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졌고, 가격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지만, 완전 신차로 출시된 경쟁차 앞에서는 그저 오래된 모델로 비춰질 뿐이었습니다. 세그먼트 1위는 코나에 이어 기아 셀토스에게 빼앗긴 지 오래였고,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 르노삼성의 쿠페형 크로스오버 XM3까지 난입하면서 시장은 과열됐고, 티볼리의 인기는 서서히 식어갔죠. 2020년에는 리스펙 티볼리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고, 다소 늦긴 했지만 현대기아차의 블루링크, UVO에 대응하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인포콘을 추가해 스마트폰 원격 시동, 온도 설정 등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와 신형 코란도와의 판매 간섭을 우려해 2019년 아쉽게 단정됐던 티볼리 에어도 많은 소비자들의 기대와 요구로 2020년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부활했죠. 전작의 단점을 모두 보완하면서 코란도를 살 이유가 더욱 없어졌다는 게 좀 흠이지만요. 오토캠핑과 차박 등 레저 수요에 발맞춰 캠핑카 제조업체와 협업해 캠핑카 모델을 만든 것도 나름 독특한 시도였습니다.
이 밖에 2021년 10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각종 첨단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한 스페셜 트림을 추가했는데, 뷰티풀(VIEWtiful), 베리 뉴(VERY New), 리스펙(RE:SPEC) 등 수식어를 유난히 좋아하는 쌍용차답게 이번에도 ‘업비트’라는 무리수 섞인 이름을 붙였습니다. 웃기긴 한데, 저게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드는 와중에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주식회사’가 ‘업비트’의 상표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항의성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쌍용차는 스펠링도 다르고 업종도 겹치지 않으며, 트림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어서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네요. 앞서, 브랜드 헤리티지를 이어받은 디자인으로 베이비 랭글러라고 불리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지프 레니게이드의 영향을 받은 걸까요? ‘X200’으로 개발 중인 티볼리의 후속 모델은 코란도의 신형 모델처럼 이전의 뉴 코란도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디자인 콘셉트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프로젝트 이름과 콘셉트카, 디자인 스케치 정도만 공개됐을 뿐 자세한 내용은 없지만, 2015년 서울모터쇼에 공개돼 소비자들로부터 호평 받았던 콘셉트카 XAV 어드벤처의 디자인 콘셉트를 그대로 반영하면서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죠. 넉넉하게 두른 플라스틱 가니쉬와 두툼한 스키드 플레이트, 견고함이 느껴지는 다부진 차체 등 여심을 사로잡았던 현행 티볼리와 달리 남심을 사로잡을 만한 디자인을 예고했습니다.
특히 콘셉트카에는 1.6L 엔진에 후륜 전기 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4륜 구동계가 탑재됐기 때문에 향후 전동화 파워트레인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더욱 악화된 쌍용차의 경영 사정으로, 후속 모델의 출시가 원활히 이루어질지는 현재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지금까지 쌍용차의 든든한 막내이자, 소형 SUV의 매력을 선보인 티볼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비록 한 세대 전의 차를 타는 느낌이라며 자동차 전문 매체로부터는 혹평을 받았지만, 티볼리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았고, 그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영화가 관객들에게는 혹평을 받는 경우가 있는 반면, 평단의 혹평에도 관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영화들이 있죠.
물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영화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작품들은 빛이 나죠. 그런데 모두가 봉준호, 박찬욱일 수는 없어요. 그리고 모두가 거장일 필요 또한 없습니다. 예술적인 면은 부족해도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고 그들을 충분히 즐겁게 해 줬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저는 그런 영화들을 상당히 높게 평가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티볼리는 기획이 잘 된 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쌍용차 실무진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죠.
기울어진 집안에서 태어나 쌍용차의 생계를 책임졌던 티볼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티볼리의 이름을 잇는 새로운 모델을 우린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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