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버 몸장 _ 이하 몸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 신재현 _ 이하 신재현)
몸장)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재현)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고 그리고 책을 쓰는 작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신재현이라고 합니다.
몸장) 오늘 제가 궁금한 게 우리 주변의 인간관계에서 유독 실망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신재현) 그런 분들은 기대를 굉장히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몸장) 기대를 많이 한다?
신재현) 기본적으로 기대가 크면 실망을 많이 하게 되는데 특히나 이런 분은 현실적인 기대라기보다는 상당히 좀 마술적인 기대를 많이 하시죠. 마술적이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뭔가 내가 해주는 것 이상으로 저 사람이 나에게 훨씬 더 많은 해 줄 것이라든지 아니면 많은 사람 중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거예요.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는 사람이 꽤 많죠. 그 기대가 좌절되는 순간부터 우리가 관계에서 실망을 하게 되고 관계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그런 경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몸장) 갑자기 주식이 생각났어요. 제가 주식에 실망을 많이 하거든요. 그렇다면 그렇게 실망을 많이 하는 사람이 상대한테 바라는 기대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신재현) 그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기대가 좀 더 큰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부부 관계. 남편과 아내는 가장 가까운 관계로서 살아가게 되잖아요. 기대를 하는 거죠. ‘이제는 내가 말을 안 해도 내가 어떤 마음인지 알 텐데, 왜 저 사람 내 마음을 몰라주지’ 이런 기대를 하게 되거든요.
신재현) 그런데 사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으면 몰라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할지라도 어떤 생각 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없거든요. 결국 그 기대는 좌절되죠.
몸장) 그런데 왜 상대방에게 말을 안 하는 거죠?
신재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 사람이랑 내가 오래 살았으니까, 저 사람과 내가 10년 살았으니까 이제는 내가 하는 말이 뭔지 착착 알아듣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기대가 자꾸 좌절되다 보니까 관계가 힘들어지는 경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몸장) 이런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말하면 내가 지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상대방에게 속마음을 말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신재현) 드러내는 것에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색한 사람이 매우 많은 것 같고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약점을 잡히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 생각이 제약이 되면서 감정을 표현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데, 이건 결국 연습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신재현) 아주 작은 것부터 연습하는 게 필요하고요. 굉장히 심플한 2형식 문장 있지 않습니까. 나 기분 안 좋아. I’m bad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속상하다’ 이런 마음을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조금씩 받아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해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 힘들어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점차 알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몸장) 그렇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망을 많이 하시는 분들의 구체적인 예시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신재현) 그런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가 많이 의존합니다. 타인에게 감정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쏟고요. 삶의 기준이라는 것을 나에게 맞추지 않고 타인에게 자꾸 두는 거죠. 타인이 어떻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서 기분이나 감정이 휙휙 바뀌는 것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 상당히 의존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재현) 또 어떤 사람들은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죠. 눈치를 본다는 건 결국 지레짐작을 굉장히 많이 한다는 것이고 저 사람이 하는 행동과 표정이나 태도가 과연 어떤 것을 말하고 있나 자꾸 해석하려고 하는 거죠.
사실 우리가 사람 마음을 읽을 수가 없잖아요. 사람 마음을 읽을 수가 없는데 자신도 모르게 독심술을 자꾸 쓰면서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의미를 자꾸 부여하게 되는 거예요. 특히나 이런 성향을 많이 가지신 분은 자신을 갉아먹는 답안지를 자꾸 선택하게 되는 것이 문제죠.
신재현) 저 사람이 표정 찡그리고 있는 게 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오늘따라 배가 아파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그 사람이 오늘 나오다가 교통사고 난 것일 수도 있는데, 여러 가지 그런 경우의 수 중에서 자신을 갉아먹는 경우의 수를 자꾸 선택하게 됩니다. 그것이 관계를 자꾸 어렵게 만들죠. 그러면서 자꾸 사람에게 실망하게 되는 것도 문제인 것 같고요.
몸장) 그렇게 지레짐작하면서 정작 물어보지는 못하는?
신재현) 그렇죠. 결과적으로 이런 분은 거의 다 감정을 많이 억압하세요. 감정을 누르고 사시는 분이 많고요.
신재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말을 해야지 우리가 알잖아요.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법인데 말을 하지 않고 계속 누르고 누르고 있다가 나중에 어떤 트리거가 오게 되면서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그러면서 관계가 결국 깨져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굉장히 많이 접했어요.
몸장) 그렇다면 그렇게 감정을 억압하는 사람이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하기 위해서 어떤 걸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대화할 때?
신재현) 일단 어떤 행동의 팁을 드리기보다는 제일 먼저 알아차리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몸장) 알아차리기.
신재현) 감정을 누르고 사는 사람은 자신 마음의 표면에 떠오르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 형태와 색을 잘 식별할 수 없거든요. 식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거죠. 나에게 어떤 마음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 내가 마음이 많이 흔들리며, 어떨 때 속상하고 불편한지 어느 정도 윤곽을 알고 있어야 해요. 촉발 요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하고요.
또 그로 말미암아 내가 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행동 패턴 같은 것을 내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숙지해야 해요. 그래야 내 마음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또 알아차린 마음을 바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쉬워지겠죠.
신재현) 알아차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팁 중 하나가 내 신체 감각에 포커스를 맞추는 거거든요. 신체 감각이라고 하는 게, 우리가 보통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 속상하거나 굉장히 기분이 나쁘면 소화가 잘 안되죠. 불안한 일이 생기고 나면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거나 답답해지고 몸이 떨리는 등의 증상을 겪게 되는데요.
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살펴보면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지, 좌절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게 되거든요. 감정을 알아차리기 힘든 분은 내 몸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가만히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몸장) 감정적인 상황이 됐을 때 나의 신체 상황을 자각하는 게 굉장히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도 신체 자각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이나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신재현) 평소에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 연습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거창한 것이 아니고요. 명상 얘기 많이 하잖아요. 명상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거창하게 어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한 시간씩 하는 게 명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특정 순간에 내가 내 마음과 거리를 두고 잘 관찰하는 게 명상의 본질이거든요.
신재현) 설거지하는 순간에도, 청소하는 순간에도 내 마음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면 그때 그 순간 자체가 명상하는 순간이 되는 거거든요. 일상에서의 명상을 통해 알아차리는 순간들을 계속 연습해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몸장) 그러니까 관심을 외부에서 내부로 돌려서 나에게 집중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신재현)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외부에 자극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그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내가,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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