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유튜버 몸장 _ 이하 몸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 신재현 _ 이하 신재현)
몸장) 그렇게 내가 내 마음을 자각했다고 해서 속마음, 나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해도 상대방이 기분 나쁠까 봐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거든요.
신재현) 물론 상처를 받을 수는 있는데요. 하지만 그 상처가 두려워서, 그 결과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인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약간의 생채기를 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요. 그러면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관계도 있지 않습니까?
신재현) 싸우면서 친해진다는 말도 있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면 영원히 혼자서 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다. 또 그 과정에서 약간의 갈등이나 불편함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는 것 더 나아가서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하시면 관계에 대한 부담이 덜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몸장) 그러니까 이게 우리가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그 사람에게 부정적인 나의 감정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그거 자체는 하나의 대화 방법이고 결과적으로 봤을 때 관계가 더 회복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신재현)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재현) 실제로 상대가 상처받았을지 알 수 없잖아요. 대화할 때 많은 분이, 특히 관계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이 ‘내가 상처를 줄 것이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내면 안 돼’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실제로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고, 또 그것은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것인데요. 그렇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건 문제인 거죠.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인데 말이죠.
몸장) 그렇다면 속상한 것을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어떻게 말문을 트는 게 좋을까요?
신재현) 속상한 것을 말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먼저 좀 온건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갈등 상황에서 속상한 걸 말하다 보면 싸움이 되기도 하고 다투게 되기도 하는데요. 온건하게 말한다는 건 막 폭발적으로 화를 내라는 것이 아니고 감정을 좀 더 담담하게 얘기하라는 거죠. 이런 거죠. 나 좀 속상해, 나 좀 마음이 불편해, 당신이 한 말을 들으니까 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이렇게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것.
신재현)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몸장) 자신을 돌아볼 것 같아요.
신재현) ‘내가 너무 과하게 얘기했구나. 내가 저 사람한테 상처를 줬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공격적인 태도에서 살짝 누그러지는 경과를 밟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다음부터 나의 욕구를 표현하는 겁니다. 나는 사실 너랑 별로 싸우고 싶지 않고, 너랑 잘 지내고 싶어. 이렇게 자기 욕구를 표현하고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부탁을 하는 거죠.
신재현) 보통 대화할 때 감정이 격해지게 되면 상대방에게 지시하거나 공격을 하게 되죠. ‘네 잘못이야. 왜 그런 말 하는 거야’라고 얘기를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부드럽게 부탁을 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랑 얘기할 때 이런 면에서 조심해 주면 좋겠다. 이렇게 좀 부드러운 어조로 표현을 하는 거예요.
이 과정을 비폭력 대화법이라고 하고요. 대화할 때, 갈등 상황이 있을 때 쓰기 굉장히 좋은 방법입니다.
몸장)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그건 네가 이상한 거야. 네가 문제야’라고 얘기할 때도 비폭력 대화법을 사용해야 하나요?
신재현) 그때 역시 비폭력 대화법을 응용할 수 있죠. 상대가 나에게 비난할 때 역시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 말에 별로 마음이 편하지 않아. 불편해’라고. 이게 어조와 톤이 조금 중요한데요. 상대방이 공격적으로 얘기할 때 나는 톤을 한 단계 낮추고 조금 차분하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게 분위기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상대방은 공격하는데 나는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분명히 이 관계의 갈등이 조금 다른 흐름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거죠.
몸장) 보통은 ‘나 기분 지금 안 좋아’라고 얘기하고 바로 화제를 전환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몸장) ‘나 기분 안 좋아. 근데 밥은 먹었어?’ 이런 식으로. 이런 게 아니라 두 번째 나의 욕구까지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거죠.
신재현) 그렇죠. 자기감정만 표현하고 화제를 돌리게 되면 상대는 어떻게 느끼게 될까요?
몸장) 글쎄요. ‘이거 뭐지?’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신재현) 아니면 무시하나? 내 얘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화를 낼 수 있거든요. 거기서 이야기를 부드럽게 끌고 가려면 결과적으로 ‘나는 당신과 이런 관계로 가고 싶다’라는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몸장) 처음에 실망을 많이 하는 사람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고 말씀 해 주셨잖아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조금 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을 하는 게 좋을까요?
신재현) 건강한 마음에 대한 덕목을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유연함을 말하고 싶어요. 유연함. 상황마다 적절하게 잘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잘 거리 두면서 대처하는 그런 유연함을 말하는 건데요. 그 유연함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저는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알아차림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는 받아들임입니다. 수용을 말하는 거죠.
신재현) 삶을 살다 보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거든요. 어떤 일이라고 하는 것이 좋은 일일 수도 있고 또 나쁜 일일 수도 있는데요. 그로 인해서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것이 내 삶에서 지금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에는 나를 떠난다는 걸 인지하는 것.
지금껏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던 적이 없지 않은가. 이것을 생각하며 현재의 경험을 잘 맞이하는 것을 받아들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팔 벌려서 환영하라 이런 얘기는 아니고요. 어떻게 힘든 것을 팔 벌려서 환영할 수 있겠어요.
신재현) 좌절이나 실패를 굉장히 힘들게 경험하고 있지만, 힘듦이라고 하는 것이 내 곁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니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그런 고통이 항상 내 곁을 잘 떠나갔듯이 시간이 지나면 떠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잘 관찰하고 관조하면서 견뎌 보자.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알아차림과 받아들임의 과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몸장) 그러면서 조금 더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신재현) 역시 유연함에 들어가는 거죠. 내가 감정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어느 정도 수위로 이야기를 할 것인가 정하는 것도 내 마음의 유연함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장) 어떻게 보면 유연함이라는 것을 우회해서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유연하니까 나쁜 감정이 와도 유연하게 그냥 내가 말 안 하고 넘어가면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아니라는 말씀이신 거죠.
신재현) 그것은 회피에 가까운 것 같아요. 회피와 유연함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유연함에서도 당연히 일보 후퇴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것은 회피라기보다는 일종의 거리 두기인 거죠.
내 마음에서 거리를 두되 그것이 거기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내 에너지를 그 불편한 것에 쓰기보다는 내 삶에 쓰는 것. 그것이 바로 좀 더 건강한 유연함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장) 선생님은 진료실에서 무례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실 것 같거든요. 그럴 때 어떻게 대화하시나요?
신재현) 저도 같은 인간인지라 화나는 게 당연하고 속상한 게 당연한데요. 어쨌든 그분도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신 거잖아요. 제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그 사람 마음 안에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의 겉껍질은 굉장히 우악스럽고 예민해진 상태지만, 그런데도 여기 와서 제 앞에 앉아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신재현) 그래서 제가 다른 분에게도 이렇게 조언을 많이 드리는데요. 갈등 상황이 심할 때, 진짜 갈등이 심하지만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면 적어도 눈앞에 앉아 있는 그 사람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보려고 노력하라는 것. 저는 그렇게 조언을 드리곤 합니다.
몸장) 예, 알겠습니다. 오늘 신재현 선생님을 모시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많이 할 때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속마음을 어떻게 제대로 표현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그럼 오늘의 심리학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ouText의 콘텐츠는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